진월 초등학교 앞의 강변에서 48코스를 끝낸 다음에는 바로 이어서 49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강변을 따라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과 망덕 포구를 지나 인도교로 배알도를 거쳐서 태인동 해안길을 걷는 여정이다. 진월정 공원 바로 앞 강변에서 여정을 시작하는 남파랑길 49코스는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가 주는 약간 들뜬 마음으로 걷기를 시작한다. 섬진강 하구로 길게 이어진 섬진강 자전거 도로 위로 하얀 벚꽃이 장관이다. 진월정 공원이 위치한 곳은 선소 마을의 입구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전의 남파랑길은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가 진월 공원을 거쳐 다시 나왔지만, 지금은 강변 길을 계속 이어서 걷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진월면사무소도 자리하고 있는 선소 마을은 조선 시대에는 배를 만드는 조선소..
환상적인 진월 오사리 유채꽃밭을 지난 남파랑길 48코스는 섬진강 강변을 따라 내려가며 강 하구에 닿는다. 남해고속도로를 따라가며 진월 초등학교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진월 오사리 유채꽃밭을 지나 작은 개천을 건너면 섬진강 대교를 만나게 되는데 섬진강 끝들 마을을 1시간가량 남겨둔 지점이다. 섬진강 끝들 마을은 폐교한 중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캠핑장, 체험실, 숙소등을 마련한 공간이라고 한다. 섬진강 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길을 이어간다. 야트막한 산과 섬진강 사이의 섬진강 자전거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작은 지류를 지나는 길에서 보는 강 건너 하동의 솔숲 풍경과 뒤로 보이는 섬진강 대교 풍경도 일품이다. 섬진강에 그려진 산 그림자가 강을 호수처럼 보이게 한다. 잔잔한 강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속에 하동..
남파랑길 47코스에 이어 48코스도 전남 광양 쪽에서 섬진강 강변길을 걷는다. 섬진교를 건너면 신구철교가 나란히 있는 풍경도 만나고 유채꽃 단지도 만난다. 섬진교를 건너며 하동에서 광양으로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간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하동 쪽 강변은 벚꽃이 절정이다. 섬진교 건너편 광양 입구에서도 화려한 벚꽃이 우리를 반긴다. 길은 다리 끝에서 우측으로 돌아 섬진교 아래를 통과하여 간다. 광양 48 코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길, 주위로는 꽃잔디가 가득하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려 꽃잎을 활짝 열어젖혔다. 줄기가 지면을 따라 퍼지기 때문에 잔디처럼 보여 꽃잔디라는 이름과 함께 지면패랭이라는 별칭도 있다. 추위에도 강해서 월동도 가능한 북미 원산의 식물이다. 섬진교 아래 작은 공원에서 넉넉한 휴식 시간..
중부 지방에서 고흥의 끝자락 마을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금요일 저녁 일정을 끝내고 기차로 순천으로 이동하여 순천에서 하룻밤 쉬고 다음날 일찍 고흥 터미널을 경유하여 백석 마을로 이동한다. 지난 여행에서 30Km가 넘는 걷기에 힘들었는지 하루에 20Km로 줄이라는 옆지기의 명에 따라 코스를 조정했다. 고흥 외곽을 돌고 있으므로 매일 군내 버스로 이동해야 하지만 중심지의 괜찮은 식당과 마트, 숙소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순천 터미널에서 벌교, 과역을 거쳐 고흥에 도착한다.(고흥군청 페이지 참조. http://tour.goheung.go.kr/tour/guide/access/bus/Intercity.do) 고흥 터미널에서 군내 버스를 타고 백석 마을로 이동하여 남파랑길 70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횡천강을 건넌 남파랑길 47코스는 충무공로 다리, 송림공원과 철교를 지나 섬진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횡천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바라본 횡천강 상류 쪽의 풍경은 거대한 산들이 속내를 숨기고 있는 형상이다. 상류 끝자락에는 하동호가 있다는데 눈으로는 당연히 보이지 않을 것이다. 횡천강이 섬진강과 만나는 하류는 강이 더 넓어 보인다. 횡천강이 섬진강과 만나면서 만든 땅에는 대나무가 뿌리를 내려 숲을 이루었고 대나무숲과 모래 해변이라는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 냈다. 저런 독특한 환경도 새들만이 누릴 수 있음이 아쉽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다. 다리를 건너면 공원으로 진입하면서 잘 정비된 섬진강 자전거 도로와 함께 한다. 노란 산수유 꽃이 햇살 가득한 공원에서 우리를 맞는다. 공원은 송림 자체도 훌륭하지만 산책로와 ..
섬진강변에 도착한 남파랑길 47코스는 강변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섬진강 습지 공원을 지나고 섬진강 대나무 숲길 옆을 지난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지리산 동쪽으로 흘러내려오는 강으로 고운 모래가 많아서 다사강, 사천, 모래내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섬진강, 즉 "두꺼비 나루강"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은 고려말 왜구가 섬진강 하구로 침입했는데 수많은 두꺼비가 울어서 왜구들이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 때문이라고 한다. 양지바른 곳이라 그런지 3월 중순인데 이곳은 매화가 벌써 지고 있다. 그래도 좋다. 지고 있는 매화가 있기는 하지만, 하얀 매화를 보며 섬진강변을 걷는 호사를 누린다. 길은 남해도에서 빠져나온 19번 국도 아래를 돌아서 간다. 국도 아래를 ..
남파랑길 코스 중에 가장 긴 코스 중의 하나인 47코스는 하동군 금남면의 농촌 마을을 지나 섬진강으로 나가 섬진강변을 걷는다. 조금마을까지 걸은 47코스는 계항마을과 객길마을을 지나면 섬진강변에 닿는다. 강변에 닿으면 섬진강 파크골프장과 선소 공원을 지나 신방마을에 도착한다. 진정천을 따라 섬진강으로 향하고 있는 길은 계항마을 앞에서 하천을 건너서 하천 반대편에서 길을 이어간다. 하천 반대편에서는 둑방길이 아니라 진정천을 따라가는 농로를 걷는다. 농로를 걷다 보면 59번 국도가 통과하는 진정천교 아래를 통과한다. 남해고속도로 하동 IC에서 광양 산업단지 이어지는 도로다. 59번 국도가 통과하는 진정천교 아래를 통과한 지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또 다른 도로 아래를 지나야 하는데 이번에는 남해고속도로이다...
경남 남해군에서 하동군으로 나온 남파랑길은 노량 마을을 떠나 내륙으로 들어간다. 금남면 사무소가 있는 노량리를 떠나 송문리, 대송리를 거쳐 진정리에 이른다. 숙소를 송문리 신기마을 인근에 잡고 다음날 아침 다시 만나는 길을 놓쳐서 국도변을 계속 걷다 보니 송문리와 대송리의 마을길을 걷는 구간은 생략하게 되었다. 남해도를 빠져나오는 남파랑길 46코스를 끝내고 바로 이어서 걷는 47코스는 절정의 석양을 즐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해대교 교차로에서 데크 계단길을 통해 해안으로 내려간다. 데크 계단에서 내려와 바라보니 뒤로는 남해대교가 앞으로는 석양을 배경으로 한 노량대교가 환상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노량마을 해안으로 내려와 바라본 남해대교와 노량대교의 모습은 마치 중년의 성숙함과 청년의 기백으로 대비되는 듯하..
이순신 순국 공원을 지난 남파랑길 46코스는 북쪽으로 월곡마을과 감암마을을 지나고 노량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해안 길을 따라 남해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언덕을 올라 남해대교를 건너서 노량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월곡마을을 향해서 국도 옆의 길을 걷는데 하동과 남해를 잇는 거대한 노량대교가 선명하게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제 남해도의 남파랑길도 끝을 보이고 있다. 국도변을 걸으면서 남해군 고현면에서 설천면으로 넘어간다. 국도 옆을 지나온 길은 해안 쪽으로 나가는데, 구포미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의 숲길을 지난다. 오후의 강렬한 태양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은빛 바다를 만드는 태양이 눈부시다. 구포미산은 고도 62미터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햇살이 겨우 들어올 정도로 깊은 숲을 가졌다. 촘촘한 나무숲의 ..
대사천 둑방길을 지나온 남파랑길 46코스는 이순신 순국 공원을 거쳐 이락산 아랫자락을 지난다. 대사리 방조제를 지나는 길, 제방 바깥의 평화로운 갯벌 풍경은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걷는 길, 길은 해안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방월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무슨 모임이나 잔치가 있었는지 마을을 지나는데 왁자지껄하다. 왁자지껄한 한 무리의 사람들은 배낭을 메고 마을길을 지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이목을 끈 모양이다. 서로를 관망하며 지나는 조금은 우스운 상황이 얼마간 이어진다. 길은 방월마을 위를 지나는 19번 국도 앞의 옛 도로를 따라 도로변을 걷는다. 1Km 정도 도로변을 걷는 위험 구간이라는 안내판이 전봇대에 붙어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로변을 걸을 때면 늘 나타나는 ..
남파랑길 46코스는 남해군 서면을 거쳐 고현면 읍내를 가로질러 대사천 둑방길로 나간다. 산길에서 읍내로 나가면서 선원마을, 포상마을을 거치고 19번 국도 아래를 통과한다. 백년곡 고개를 넘으면 남해군 서면에서 고현면으로 넘어간다. 공교롭게도 고현면(古縣面)은 거제도의 중심지인 고현동(古縣洞)과 이름이 같다. 둘 다 해안을 끼고 있으니 고현항이라는 같은 이름의 항구도 있다. 고개 너머로는 수많은 분묘들이 즐비한 공동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엄숙한 걸음으로 내리막길을 천천히 내려간다. 사학산 깊은 산속에서도 멀리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길이다. 저 앞으로 보이는 바다가 어딜까? 하는 호기심에 하나씩 지형을 가늠해 본다. 바로 아래쪽에 있는 것은 백년골 저수지이고, 그 뒤로 작은 동산이 있는 건물은 폐교된 교현..
중현리 회룡마을을 출발한 남파랑길 46코스는 중현동 마을과 우물마을을 거쳐 사학산과 삼봉산 사이의 고개를 넘는다. 중현 보건 진료소 앞을 출발한 남파랑길 46코스는 회룡 마을 내부를 가로질러 완만한 오르막길을 통해서 조금씩 고도를 올리면 중현동 마을로 향한다. 회룡마을 회관 앞의 나무와 공동 공간을 보면 마을이 유서 깊은 곳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며 마을길을 가로지르는데, 다랭이밭의 무너져 내린 돌담을 만난다. 농부의 손길이 더 이상 닿지 않는 밭의 모습은 잡초와 덩굴이 우거지다가 자연스럽게 저런 모습이 될 것이다. 농부가 거름을 뿌리며 봄농사가 한창인 다랭이 밭도 있지만 많은 다랭이 밭들이 더 이상 농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오랜 기간 묵혀지고 있는 모양새다. 언덕 위에서 회..
염해동 마을까지 진행한 남파랑길 45코스는 해안가의 작은 언덕들을 우회하며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여 유포마을, 노구마을을 차례로 지나서 중현 회룡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남파랑길 45코스가 전체적으로는 북쪽으로 이동하며 남해도 북쪽 끝자락을 향해서 걷지만 이따금씩 해안에 자리한 작은 언덕들은 길을 내륙 방향으로 돌리기도 한다. 강렬한 오전의 태양을 오롯이 받으며 유포마을 안쪽으로 넘어간다. 언덕길 우측으로는 우리가 앞서 지나온 염해동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우리가 앞으로 지나갈 유포마을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온다. 유포 마을도 마을 앞으로 다랭이 논밭이 완만하게 해안까지 이어지는 그림을 가지고 있다. 망운산 자락을 바라보며 걷던 길은 유포마을 안쪽을 살짝 거치며 다시 해안으로 나간다. ..
작장리 해변을 지난 남파랑길 45코스는 해안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계속 이동한다. 상남마을, 작장마을, 남상마을 포구를 지나 염해동 마을 포구에 이른다. 해변 언덕을 넘어 북쪽으로 이어가는 길, 해변으로는 다양한 펜션들을 멀리 북쪽으로 광양 국간 산업 단지의 모습을 보면서 걷는다. 상남마을 포구를 지나면서 해안 바위와 자갈밭, 해안 숲길을 지나는 날것 그대로의 해안길을 걷는다. 서늘한 날씨 이른 아침 동쪽의 산 그림자 속을 지나는 길은 손이 시릴 정도로 쌀쌀하다. 비 온 뒤 갯바위가 미끄러우니 조심하라는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해안길을 걷는데, 서늘한 날씨만큼이나 바닷물의 색이 더 시퍼렇게 보인다. 때로는 해안 숲길을 통과한다. 숲길에서는 빠른 속도로 광양항을 향해 이동하는 자동차 운반선을 만나기도 했다...
고흥에 들어선 여행길 여수처럼 섬이 아니지만 거제도나 남해도를 한바퀴 돌듯 남파랑길은 고흥을 한바퀴 돌아 간다. 중부 지방에서 순천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KTX를 이용하는 방법이지만 기차표 구하기도 어렵고 이번에는 호남선과 전라선이 갈라지는 익산에서 환승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느린 여행이다. 책을 읽거나, 밀린 잠을 자거나, 동영상을 보는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다. 순천역에 도착하면 역 인근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아침 일찍 여정을 시작한다. 순천 터미널에서 벌교로 가는 직행 버스를 이용한다. 시간은 06:30, 06:40, 07:20, 07:40, 08:30, 08:44를 이용한다. 25분 내외가 소요된다. 벌교 터미널에서 남파랑길 64코스의 시작점인 망주리로 가는 버..
남파랑길 45코스는 서상항에서 출발하여 남해군 서면 읍내를 거쳐 해안으로 나가서 작장리 해안길을 걷는다. 해안길을 걷다가 인근 펜션에서 하룻밤 쉬어간다. 남파랑길 44코스를 끝낸 우리는 서상항에서 바로 이어서 45코스를 걷는다. 남해 바래길 13코스, 바다 노을길과 함께하는 길이다. 서상항 반대편 방향으로 서상천을 따라 서면 보건소 앞을 지나 읍내로 들어가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면 소재지라 그런가, 서상리 마을은 깔끔했다. 비 맞은 상태라 추위를 느끼고 있는 옆지기는 따뜻한 칼국수를 먹고 싶어 했지만 읍내 식당들은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조금만 더 걸으면 예약해 둔 펜션이 있으므로 마트에서 필요한 것을 구입해서 부지런히 이동하기로 했다. 칼국수는 먹지 못했지만 엉덩이를 따스하게 할 수 ..
천황산 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 44코스는 산을 내려오면 장항 마을에 닿는다. 장항 마을 해변과 남해 스포츠 파크를 지나서 서상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쏟아붓는 비를 맞으며 임도를 걸어가는데, 바닥은 질퍽거리기 시작하고 주변은 물안개로 촉촉하다. 물안개가 자욱한 편백숲의 모습 또한 특별하다. 걷는 환경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이 경험을 어디에서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제 비는 임도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흙탕물을 만들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물에 빠지지 않고 발을 디딜만한 곳도 찾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버렸다. 온몸은 축축하지만 다행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니 여정이 끝나 간다는 것이 마음을 가볍게 한다. 덕월, 서상 간 임도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흙탕물은 과장을 ..
상가 소류지를 지난 남파랑길 44코스는 본격적으로 천황산(395m) 임도를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에 250미터 정도까지 고도를 올리는 과정의 경사가 급하고 그 이후는 250미터 내외의 높이로 이어지는 완만한 임도를 걷는다. 상가 소류지 이후로 고실치 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도가 점점 급해진다. 표지판에는 고실치 고개가 등장하지만 남파랑길은 자동차 도로가 지나는 고실치 고개로는 가지 않는다. 이 길 주위로도 다랭이 밭이 있었던 모양인데 이곳의 농지들은 묵힌 지 오래되어 덩굴과 잡초들이 우거진 풀숲이 되었다. 계곡 깊은 곳이라 큰 농기계가 들어올 수 없으니 그런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봄이면 개나리 꽃을 보아야 한다. 왜 그럴까? 하며 내 머릿속을 뒤졌을 때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은, 의외로 미아리 고개다...
기왕산 자락을 통해 임진성을 오르는 남파랑길 44코스는 기왕산 반대편 배당 소류지 쪽으로 내려와 남구 마을과 북구 마을을 통과하여 상가리 상가 소류지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천황산 임도 걷기를 시작한다. 산 입구에 세워진 한반도 바래길 임진성 코스는 기왕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방식이지만, 남파랑길은 거의 직선으로 산을 가로질러 올라간 반대편으로 길을 내려간다. 휴일인데도 인적이 없다. 우리만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오르막을 헉헉 거리며 올라가야 하지만 기왕산의 높이가 105미터이니 조금 힘들다 싶으면 오르막길은 끝이 난다. 남파랑길 표식과 리본을 따라 숲 속 길을 조심히 찾아간다. 얼마간의 숲 속 오솔길을 지나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임진성을 만난다. 민관군이 하나가..
평산항을 출발한 남파랑길 44코스는 평산리를 감싸고 있는 망기산(341미터) 아랫 자락을 돌아 임진성 입구에 이른다. 매립지에 세워진 골프장을 돌아가는 길이다. 충효라는 비석이 세워진 평산 1리 마을 회관을 뒤로하고 평산 마을 안쪽으로 길을 잡는다. 켜켜이 쌓인 마을 담장을 보니 평산 마을의 유서 깊은 역사가 느껴지는 듯하다. 다랭이 논을 만들듯 집터를 만드는 것도 비슷했던 것인지, 아니면 마을이 커지면서 다랭이 논에 집을 지은 것인지 모를 일이다. 평산 1리를 출발했던 남파랑길 44코스는 이제 평산 2리로 들어선다. 마을 언덕에서 바라본 평산 마을의 모습은 해무 덕택에 마치 히말라야 산중 마을을 보는 느낌이다. 마을 언덕에서 만나는 풍경에는 선명함은 없지만 대신에 신비로움이 스며들었다. 해무 덕택에 해..
삼여도 해변을 떠나 숲길로 들어간 남파랑길은 해안 숲길을 벗어나면 숲 사이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 유구항에 도착한다. 유구 방파제 이후로 잠시 숲길을 돌아 다시 해안으로 나오면 인근 펜션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했다가 해안길을 거쳐 평산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삼여도 해안에서 시작한 거친 길은 언덕 위로 올라서면 끝나고 평이한 숲길이 이어진다. 삼여도 해변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이는 갯바위 위의 낚시꾼들의 수다 소리가 고요한 숲을 울린다. 해무가 가득하여 먼바다가 보이지 않는 잔잔한 바다에서 낚시를 하면 호수에서 민물낚시를 하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잡초가 우거진 다랭이 밭을 지나면 넓은 숲길을 만나서 길을 이어간다. 어둑어둑해진 숲길을 말없이 걷는다. 저녁 6시가 지나는 시각, 숲길을..
하루 종일 해무와 숨바꼭질하는 가운데 남파랑길 43코스는 사촌 해수욕장에서 다시 짙은 해무 속에 잠긴다. 사촌 해수욕장을 떠나면 잠시 남면로 도로변을 걷지만 이내 해안 숲길로 들어가 삼여도 해안에 이른다. 약간은 험한 구간이므로 튼튼한 신발을 착용할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모래해변을 가진 사촌 해수욕장은 깔끔한 해변도 인상적이었지만 울창한 송림 앞으로 크지 않은 도로가 지나는 것도 독특했다. 이렇게 좋은 해수욕장에 아직은 상업화의 물결이 출렁거리지 않고 있는 모습도 좋았다. 우람한 소나무들이 우거진 해안에서 신발을 벗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유명 해수욕장과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결코 작지 않은 사촌 해수욕장에도 해무를 뚫고 석양이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해수욕장 끝자락에서 바라본 사촌 해수욕장의 ..
항촌 마을에 도착한 남파랑길은 활처럼 휘어진 해변을 걸어 선구항으로 이동하고 마을 뒤편 작은 산을 넘어서 사촌 해수욕장에 닿는다. "항촌 마을로 오시다"라는 안내판에서 시선을 끄는 내용은 전국 최대의 감성돔 낚시터라는 소개와 "깨자갈 몽돌 연안"이라는 소개였다. 최고의 낚시감이라는 감성돔의 전국 최대 낚시터라니...... 문외한에게는 오호! 그렇구나 하는 반응이지만 해안으로는 캠핑카도 여럿이었고 바다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분들도 여러분 계셨다. 사람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 구경도 할 수 없는 한적한 해변도 아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활기찬 해변이었다. 안내판의 깨자갈 몽돌이라는 소개는 아주 작은 몽돌로 이루어진 해변이라는 말이다. 이곳은 모래 해변은 아니고 아주 작은 자갈과 조금 큰..
가천 다랭이 마을을 떠난 남파랑길 43코스는 잠시 도로변을 걷다가 도로변으로 즐비한 펜션들을 바라보며 선구리 마을 위로 이어지는 응봉산 아랫 자락의 숲길을 걸어 펜션 단지인 빛담촌에 이르고 도로를 가로질러 항촌 마을로 내려간다. 주말을 맞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다랭이 지겟길 입구에서 남파랑길 43 코스를 시작한다. 사람에 치일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날이 더 풀려 상춘객들이 몰려들면 해초와 나물을 파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장사가 더 잘될는지 모르겠다. 지게를 지고 모도 나르고 참도 나르던 다랭이 논의 지겟길은 이제 관광객들의 산책길이 되었다. 봄농사 준비로 분주했을 다랭이 마을은 카페와 산책하는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심지어 농사 준비로 바쁠 동네 어르신들은 마을 입구부터 촘촘하게 밀려 들어온 차량을 통제하..
남파랑길 42코스는 홍현 해우라지마을에서 가천 다랭이 마을까지 환상적인 해안 숲길이 이어진다. 다랭이 밭 사이로 이어지던 길은 앞으로 약 2.5Km가 해안 숲길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본격적으로 해안 숲길 걷기를 시작한다. 걸어보면 트레킹화와 등산 스틱을 권장한다는 표지판의 말에 공감이 되는 경로이다. 조금은 험하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는 코스다. 해안 숲길 초반부터 길 아래로 보이는 해안 바위 절벽이 "조심해라! 기대가 되지!" 하고 근엄하게 으름장을 놓는 것 같다. 앵강만 건너편의 해안 숲길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하게 만난 해안 절벽길에 다리가 후들거린 적이 있었었다. 그때의 아찔했던 기억이 슬그머니 다가온다. 남파랑길과 남해 바래길이 나란히 새겨진 표지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숲길을 이어간다. 길은 잠시 도..
남해군 남면으로 접어든 남파랑길 42코스는 두곡 월포 해변을 지나면 언덕 위 다랭이 밭 사이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서 석교리를 지나 홍현리 해안으로 내려가고 홍현리에서 잠시 도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해안길로 홍현 해우라지 마을에 이른다. 동해 바다였으면 파도가 몽돌을 씻으며 내려가는 몽돌 소리라도 들렸을 텐데 해무가 짙게 깔린 잔잔한 남해 바다에서는 자갈과 물의 흔적만이 보일뿐이다. 물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호수 같다. 해무가 없었다면 앵강만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보면 걸었을 테지만 보이는 것은 송림 우거진 깔끔한 해변 산책로와 몽돌 해변, 모래 해변이다. 해무 속에서 이곳에 캠핑하러 나온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해무가 잔잔한 바람을 타고 바다에서 육지로 몰려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
남해 앵강 다숲길과 함께 하고 있는 남파랑길 42코스는 독특한 분위기의 미국 마을을 지나 임도와 숲길로 송등산 아랫 자락의 용소리를 걷는다. 남해군 이동면 용소리를 지나면 남면 당항리로 접어들면서 월포 해변에 닿는다. 미국 마을의 전경은 집집마다 나름의 개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고급 주택 단지를 보는 느낌을 준다. 앞서 방문했던 독일 마을과 비교하면 상업성의 파고가 이곳까지 밀려들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한적한 느낌이다. 22 가구의 주택과 민박형 펜션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단출하다. 남파랑길은 미국 마을 위쪽의 수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북쪽으로는 호구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남쪽으로는 앵강만 바다와 김만중의 노도를 바라볼 수 있는 곳, 마을 위로는 용문사 계곡이 있고 마을에 작은 저수지..
진주에서 하룻밤을 쉬고 남해 터미널을 거쳐 "금평" 정류장에 버스를 내렸다. 다시 시작하는 남해 걷기는 신전 마을 해변을 돌면서 내륙으로 들어가 호구산 군립 공원을 향해 산을 오르다가 호구산 아랫 자락의 임도를 걸어 미국 마을에 이른다. "금평" 버스 정류장에 내려 남파랑길 42코스의 시작점인 남해 바래길 탐방 안내 센터로 가는 길은 해무가 가득하다. 봄 농사를 준비하는 분주함이 느껴지는 3월 중순의 남해는 이른 아침의 서늘함과 봄기운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앵강만, 앵강다숲 마을의 이름에 들어가는 꾀꼬리 앵(鶯)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인터넷에 실제 꾀꼬리의 모습을 찾아보니 참새목 꾀꼬리과로 4월 무렵에 우리나라를 찾는 여름 철새라고 한다. 이름과 소리만큼이나 노란색의 특이한 몸체를 가졌다. 꾀꼬리 소리를 ..
천하 몽돌 해변에서 시작한 남파랑길 41코스는 서포 김만중의 노도로 건너갈 수 있는 벽련항과 원천항을 지나 앵강만 가장 안쪽에 위치한 앵강 다숲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노도로 향하는 여객선이 남기는 벽련항의 흰 물결을 뒤로하고 앵강만 안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남면의 설흘산이 존재를 뽐내고 있다. 원천포구로 향하는 길, 도로변을 걷기 시작하며 남해 바래길은 어김없이 한 줄 서기를 안내하고 있다. 서포 김만중은 서포 밥상을 받아 보았을까? 하는 우스개 상상도 해본다. 도로변을 걷는 길, 도로변에는 녹나무가 푸른 잎을 견디고 있다. 상록 활엽수가 겨울에도 잎을 견디고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남해라서 가능한 모습일 것이다. 길은 남해군 상주면에서 이동면으로 넘어간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
대량 마을과 소량 마을을 거쳐 두모 마을에 도착한 남파랑길 41코스는 두모 마을의 해변을 돌아 진등산 자락의 숲길을 걸어 노도로 건너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벽련 마을에 이른다. 남파랑길 걷기에서 반가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버스 정류장이다.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장소 인근이야 가끔씩 벤치도 있고, 화장실도 있지만 그 외의 구간에서는 적절한 쉼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끔씩 위로가 되어 주는 공간이 바로 시골의 버스 정류장이다. 동네 어르신과 자리를 두고 고민할 일도 없다. 가끔 의도치 않게 친절한 버스 기사님이 아는 척하실 때 조금 민망한 것은 사실이다. 두모 마을 정류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마을길을 통해 길을 이어간다. 두모 마을로 내려가는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