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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마을과 소량 마을을 거쳐 두모 마을에 도착한 남파랑길 41코스는 두모 마을의 해변을 돌아 진등산 자락의 숲길을 걸어 노도로 건너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벽련 마을에 이른다.

 

남파랑길 걷기에서 반가운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버스 정류장이다.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장소 인근이야 가끔씩 벤치도 있고, 화장실도 있지만 그 외의 구간에서는 적절한 쉼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가끔씩 위로가 되어 주는 공간이 바로 시골의 버스 정류장이다. 동네 어르신과 자리를 두고 고민할 일도 없다. 가끔 의도치 않게 친절한 버스 기사님이 아는 척하실 때 조금 민망한 것은 사실이다. 두모 마을 정류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마을길을 통해 길을 이어간다.

 

두모 마을로 내려가는 가파른 언덕에서 바라본 두모 마을 포구의 모습은 그저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한 바닷물에 와우! 하는 감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뒷 배경으로 명산 금산을 두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 중앙 해변에 자리하고 있는 우람한 소나무 숲은 두모 마을이 유서 깊은 곳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는 듯하다. 

 

유명 해수욕장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아담한 모래 해변도 있었다.

 

학생 시절 국어 시간에 배우던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을 이렇게 다시 떠올리다니...... 두모 마을 바로 앞에 김만중이 생을 마감한 노도가 있는 까닭이겠지만 학생 시절 접했던 구운몽과 지금의 구운몽은 세월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어린 시절이야 또 외워야 할 것이구나 하며 흘려보냈겠지만 지금은 김만중이 어머니를 위해 쓴 한글 소설 구운몽을 떠올리며 생사를 넘나드는 환경 속에도 아들의 교육에 매진했던 대나무 같이 올곧은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두모 마을의 포구를 떠난 남파랑길은 오르막 마을길을 올라 벽련항으로 이어지는 숲길로 향한다.

 

두모 마을에서 벽련항으로 이어지는 숲길에서 두모 마을 앞바다를 바라보니 이곳도 참 살기 좋은 곳이겠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상황과 형편은 다르겠지만......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

 

두모 마을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진등산 자락의 숲길로 들어간다.

 

가파른 고지대를 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저 평탄한 산책로도 아닌 즐거운 숲길이 이어진다.

 

좌측 숲 사이로 김만중이 유배 생활을 했던 노도를 살짝살짝 눈 흘기며 길을 이어간다. 해안 산책길의 맛을 제대로 보여 주는 길이다.

 

김만중은 노도로 유배 온 지 3년 만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흔적은 수백 년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 준다. 김만중의 유배에는 우리나라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여성 장희빈이 등장한다. 정치와 어머니, 김만중에게는 수많은 글쟁이의 글쓰기 감각을 깨우기에 충분한 소재가 흘러넘친다.

 

숲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드디어 길은 확 트인 들길로 길을 인도한다.

 

확 트인 들길로 나오니 김만중의 노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벽련 마을을 향해 부지런히 길을 내려간다.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벽련 마을로 마을길 통해 내려가는데 어르신 부부가 채소 수확에 한창이다. 어르신과 말 붙이기 좋아하는 옆지기가 이게 뭐예요?라고 묻는다. 동초라고 하시는데 시금치는 아닌 것 같고 도통 모르겠다. 만나보지 못하면 도통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이다.

 

백련 마을의 마을길을 통해 포구로 내려오니 백련과 노도를 오가는 배가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백련항은 김만중의 노도를 가기 위한 포구로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해변은 자연스러운 몽돌 해변이 펼쳐진 매력적인 곳이었다.

 

노도로 가는 배는 평일임에도 노도를 방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대합실 앞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갔다.

 

약간은 사람 구경 할 수 있었던 벽련항을 뒤로하고 북쪽으로 이동한다. 어떤 분이 세워 놓은 지게가 장식물이 아닌 지금도 사용하고 계신 것이라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벽련항에서 노도로 출발하는 여객선을 보면서 서포 김만중과도 안녕은 아닌가 모르겠다. 김만중의 생을 보며 부모의 길, 자식의 길, 백성의 길, 지도자의 길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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