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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에서 하동군으로 나온 남파랑길은 노량 마을을 떠나 내륙으로 들어간다. 금남면 사무소가 있는 노량리를 떠나 송문리, 대송리를 거쳐 진정리에 이른다. 숙소를 송문리 신기마을 인근에 잡고 다음날 아침 다시 만나는 길을 놓쳐서 국도변을 계속 걷다 보니 송문리와 대송리의 마을길을 걷는 구간은 생략하게 되었다. 

 

남해도를 빠져나오는 남파랑길 46코스를 끝내고 바로 이어서 걷는 47코스는 절정의 석양을 즐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해대교 교차로에서 데크 계단길을 통해 해안으로 내려간다.

 

데크 계단에서 내려와 바라보니 뒤로는 남해대교가 앞으로는 석양을 배경으로 한 노량대교가 환상적인 풍경을 제공한다.

 

노량마을 해안으로 내려와 바라본 남해대교와 노량대교의 모습은 마치 중년의 성숙함과 청년의 기백으로 대비되는 듯하다. 남해대교는 수령 50년을 바라보고 있으나 여전히 남해의 중요한 교통로로 역할을 하고 있고,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노량대교는 기술과 능력, 경관 등에 있어 신세대 능력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석양에 감탄하며 길을 이어간다. 

 

어느덧 길은 노량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신노량마을을 향해서 이동한다. 남해대교 인근 마을이 구노량마을이고 노량대교를 지나서 만나는 마을이 신노량마을이다.

 

눈부신 석양을 정면으로 하면서 서쪽으로 향하는 길, 이곳의 가로등은 거북선을 형상화했다. 경남 고성 당항포의 가로등에는 아예 거북선 모형이 올라가 있었다.

 

길은 황금빛 석양으로 물든 노량항에 도착했다. 노량이 하동에 있었다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실 알고 보면 하동은 남쪽으로 사천에 접한 진교부터 광양에 접한 갈사만까지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고장이다. 지리산에 꽂혔던 필자의 무식이었다.

 

노량항에서 석양을 감상하느라 잠시 발걸음을 멈춘 김에 뒤돌아보니 노량대교의 주탑이 바로 옆이다.

 

길은 노량항 끝자락까지 이동한 다음 이후로는 마을 내부를 거쳐 북쪽 방면으로 이동한다. 항구 끝에는 노량마을에서 만들어 놓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에 딱 좋은 장소다.

 

표지판의 다음 행선지는 오리골 저수지인데 석양 때문에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읍내로 보이는 큰 건물이 있는 곳은 근남 체육공원이 있는 곳이다. 바다를 매립해서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면사무소가 있어서 그런지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무지개 보호벽이 양쪽으로 손님을 맞는다. 체육공원이 매립지이다 보니 남파랑길은 체육공원 주위에 있는 원래의 해안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며 소송마을, 사등마을, 대송마을을 차례로 지난다.

 

체육공원 입구에는 금남 복지 목욕탕이 있었는데 필자는 처음 보는 시설이었다. 1면 1 목욕탕 짓기에 나선 지자체도 있고 노인 전용 목욕탕을 만든 지자체도 있었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지역 주민은 1천 원, 외지인은 3천 원에 목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예약해 둔 신기마을 인근의 숙소로 이동했다. 남파랑길 원래의 경로를 벗어나 도로변을 따라 걷는데 좌측 해안 쪽으로는 하동 화력 발전소의 모습도 지나간다. 해가 지고 나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원래의 경로로 찾아가기 위해 지도 앱으로 경로를 검토해 보니 대송마을 인근의 대송 사거리에서 남파랑길과 합류하는 것이 최적이었다. 어제저녁 얼핏 보았던 하동 화력발전소도 보면서 국도를 따라 여유 있게 대송 사거리에 도착했는데 사거리 어느 곳에서도 남파랑길 리본은 발견할 수 없었다. GPS가 틀린 것 같지는 않은데 남파랑길 경로는 사거리에서 조금 더 북쪽을 지나고 있었다. 살펴보면 도로 밖에 없고 보행자가 도로를 가로질러서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경로상 남파랑길이 대송마을을 지나서 다시 국도를 횡단하므로 일단 국도를 따라서 더 이동해 보기로 했다.

 

좀 더 걸어서 남파랑길이 국도를 횡단하는 덕천리 인근까지 오니, 아뿔싸, 이번에는 엄청난 높이와 길이를 가진 교량이 우리를 맞는다. 지도 앱을 보니 남파랑길은 교량 아래를 통과하고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앞서 길을 찾지 못했던 대송 사거리 인근의 남파랑길도 도로 아래의 굴다리를 통과하고 있었다. 지도 정보를 더욱 면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는 가던 길을 되돌려 지도앱을 확인하며 길을 찾았다.

 

마을 입구에 쓰러져 있는 남파랑길 표지판도 반가웠다.

 

조금 전 우리가 국도 위에서 길을 잘못 들었구나 하고 깨닫게 했던 교량 아래를 통과해서 오늘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다리가 높지 않았다면 길을 찾는다고 뛰어내렸을지도 모르겠으나, 저 높이는 도무지 그런 생각 조차를 떠올리지 못하게 했던 곳이다. 길도 찾고, 마음의 평화도 찾아 진정마을을 향해 평화로운 농촌 마을길을 걷는다.

 

다시 돌아보니 긴 교량이 우리가 길을 놓쳤음을 깨닫게 하면서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당황스러웠던 그 순간이 얼마나 강렬한 기억이었던지 이제야 안도감이 자리하는 듯하다.

 

마을 입구에서 커다란 나무가 나그네를 반겨주는 진정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길은 진정마을 직전에서 죄회전하여 서쪽으로 이동한다. 진정마을은 일제강점기 이전만 해도 곤양군 서면에 속하여 서면 면사무소가 있을 정도로 번창했던 곳이라 한다. 마을 중심에 진정 초등학교가 있다.

 

진정 마을 입구에서 농로로 길을 잡은 남파랑길은 150여 미터의 용산 아랫자락으로 이어진 길을 걷는다. 넓은 평야 지대 끝자락을 걷는 길이다. 머릿속에서 하동을 지리산하고만 엮어 놓았던 필자는 넓은 하동의 평야를 보면서 무지를 깨는 중이다.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기는 하지만 산지가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유해 조수를 막기 위해 논 주위로 전기 울타리를 설치해 놓았다. 이곳의 평야는 주위의 크고 낮은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이다. 동쪽으로는 875미터의 금오산이 우뚝 자리를 하고 있다.

 

표지판에 등장한 다음 이정표는 하동 선소공원이다. 섬진강변에 있는 공원으로 바로 옆에 파크 골프장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길은 갈사만 산업단지까지 이어지는 도로 아래를 통과하여 진정천 둑방길을 걷는다.

 

섬진강을 향해서 진정천을 따라 걷는 길은 진정마을과 조금마을을 지난다. 조금마을이란 이름은 고산 윤선도가 마을에 큰사람이 날것이라며 지은 것이라 한다. 윤선도의 유배지인 광양이 인근이니 그가 지나면서 붙인 마을 이름이라는 배경이 그렇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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