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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해동 마을까지 진행한 남파랑길 45코스는 해안가의 작은 언덕들을 우회하며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여 유포마을, 노구마을을 차례로 지나서 중현 회룡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남파랑길 45코스가 전체적으로는 북쪽으로 이동하며 남해도 북쪽 끝자락을 향해서 걷지만 이따금씩 해안에 자리한 작은 언덕들은 길을 내륙 방향으로 돌리기도 한다. 강렬한 오전의 태양을 오롯이 받으며 유포마을 안쪽으로 넘어간다.

 

언덕길 우측으로는 우리가 앞서 지나온 염해동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우리가  앞으로 지나갈 유포마을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온다. 유포 마을도 마을 앞으로 다랭이 논밭이 완만하게 해안까지 이어지는 그림을 가지고 있다.

 

망운산 자락을 바라보며 걷던 길은 유포마을 안쪽을 살짝 거치며 다시 해안으로 나간다.

 

마을길을 거쳐서 해안으로 나오면 아담한 갯벌과 함께 잘 정비된 유포 어촌 체험 마을 안내소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개막이 체험과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데, 개막이 체험이란 갯벌에 말뚝을 박고 그물을 쳐놓은 다음에 물이 빠지면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것으로 마을에서 체험 비용과 손질 비용을 받는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풀장도 있고 주차장도 넓으니 갯벌이 있는 어촌에서는 나름 좋은 모델이다 싶었다. 유포 마을은 단순히 체험 시설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객들을 위해 바지락 밭을 조성하고 다랭이 논은 우렁이를 넣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게다가 SNS 홍보도 하고 있으니 다른 어촌 마을의 부러움을 살만하다.

 

유포마을을 지나 해안길로 노구 마을로 향한다. 밤이면 여천 공단의 조명이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산책길이 된다고 한다. 마을 앞에 있는 작은 암초에 만들어 놓은 공간의 용도는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낚시터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노고 마을로 가는 작은 언덕길에 오르니 유포 마을 앞 암초에 만들어 놓은 공간이 더 선명하게 보이면서 그 용도에 대한 궁금증도 더 커진다. 서쪽 바다로는 광양과 여수를 이어주는 이순신 대교의 모습도 보인다.

 

언덕을 내려와도 유포 마을 앞 암초와 서쪽 바다 건너 여수, 광양의 모습은 그대로다.

 

이제 길은 해안을 벗어나 노구마을을 향해서 안쪽으로 들어간다.

 

밤이면 공단의 불빛으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낼 것 같지만, 오전의 풍경은 그저 평화롭기만 하다. 광양, 이순신대교, 묘도, 묘도대교, 여수로 이어지는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노구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 예전부터 문인을 많이 배출했다는 노구마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남파랑길이 노구마을 안쪽 깊숙하게 돌아서 길을 가는 이유는 바로 조선 영조 당시의 승려 가직 대사가 심었다는 가직 대사 삼송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근의 서면 남상리에서 태어난 가직 대사는 노년에 고향을 찾아 액을 막기 위해 남상마을, 중리마을, 노구 마을에 소나무 세 그루를 심었는데 이를 가직 대사 삼송이라고 한다.

 

삼송중의 하나인 노구마을 소나무는 사방으로 넓게 퍼진 가지뿐만 아니라 마치 용트림하는 듯한 줄기에서도 3백 년의 수령을 바라보는 연륜을 느끼게 한다. 나무 아래로는 이곳을 지나는 이들을 위한 탁자와 의자도 있어서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길은 가직 대사 삼송을 뒤로 돌아 노구마을회관까지 내려간다.

 

마을 회관까지 내려왔던 길은 버스 정류장 앞에서 다시 해안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마을길과 농로를 가로질러 내려간다.

 

이곳은 3월 중순에 벌써 봄농사가 한창이다. 농로 사이를 지나는 남파랑길은 1999년에 폐교된 서면 중학교 자리 옆을 지난다. 이런 폐교를 보면 도시화, 산업화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난다.

 

해안으로 나오면 앞바다의 우미도를 보면서 제방길을 걷는다.

 

제방길 우측에는 습지가 있고 전면으로는 삼봉산(422m)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제방 끝에서 하천을 만나는데 길은 하천을 따라서 큰길 쪽으로 나간다. 이쪽은 서면 노구리 하천 건너편은 서면 중현리다.

 

큰길로 나오면 고현을 거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77번 국도를 가로질러 남해읍과 대곡리로 가는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남해읍과 대곡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걷다가 회룡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바로 이어서 46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하동 초입까지 가려면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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