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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 다랭이 마을을 떠난 남파랑길 43코스는 잠시 도로변을 걷다가 도로변으로 즐비한 펜션들을 바라보며 선구리 마을 위로 이어지는 응봉산 아랫 자락의 숲길을 걸어 펜션 단지인 빛담촌에 이르고 도로를 가로질러 항촌 마을로 내려간다.

 

주말을 맞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다랭이 지겟길 입구에서 남파랑길 43 코스를 시작한다. 사람에 치일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날이 더 풀려 상춘객들이 몰려들면 해초와 나물을 파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장사가 더 잘될는지 모르겠다. 지게를 지고 모도 나르고 참도 나르던 다랭이 논의 지겟길은 이제 관광객들의 산책길이 되었다.

 

봄농사 준비로 분주했을 다랭이 마을은 카페와 산책하는 관광객들로 분주하다. 심지어 농사 준비로 바쁠 동네 어르신들은 마을 입구부터 촘촘하게 밀려 들어온 차량을 통제하시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어르신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이실 것 같다.

 

관광객들의 수다 중에서도 들렸던 이야기로 한 탤런트가 이곳에 내려와 살고, 또 이곳을 배경으로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그 연예인의 집과 카페로 향하는 모양이었다. 마을의 다랭이 논들은 트랙터가 들어갈 수 있는 일부 농지를 제외하고는 거의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민박집과 카페, 펜션이 다랭이 논농사를 대신하고 있는 형국인 모양이다. 논을 묵히다가 나무라도 뿌리를 내리는 날에는 그다음에는 트랙터로도 논을 갈기 어렵다고 하니, 생계를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다랭이 논을 지키기 위해서 농사짓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길 아래 해안으로는 밀려간 줄 알았던 해무가 오후 시간이 되었는데도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다랭이 마을을 벗어나면 한동안 도로변을 걷는다. 도로 주변으로 펜션들이 정말 많았다. 도로변에 있는 편의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길은 펜션 단지 사이의 길을 통해서 길 끝자락에 있는 펜션까지 연결된다. 구름이 올라오듯 잠시 물러갔던 해무가 해안선을 타고 산을 오르고 있다.

 

길 끝자락에 있는 펜션 직전에서 데크 계단을 통하여 숲길로 진입한다.

 

이제는 등산을 하듯 응봉산 아랫 자락으로 길게 이어지는 숲길을 걷는다. 가파른 오르막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지만 이곳은 온전히 숲 속을 걷는 길이다. 봄이 문 앞에 다가와 있지만 푹신한 낙엽을 밟으니 가을의 정취마저 느껴지는 공간이다.

 

숲길에 반갑게 만남을 이어가는 존재는 이제는 정이 들어버린 노랑, 파랑의 남파랑길 리본이다.

 

와우! 황량하기만 했던 숲 속에서 이른 봄에나 볼 수 있는 생강나무 꽃을 만났다. 산수유 꽃과 정말 많이 닮았다. 꽃을 피운 줄기 끝이 생강나무는 녹색이고 산수유나무는 갈색인 차이가 있다고 한다.

 

숲길을 내려오면 중간에 빛담촌으로 이어지는 포장 임도를 만나서 빛담촌으로 걸어 내려간다.

 

임도를 따라 빛담촌으로 향하는 길, 길 아래로 도로변에는 펜션들이 즐비하다. 

 

이 길도 다랭이 논과 밭으로 다니던 길일 텐데, 논과 밭을 묵힌 지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는지 농부와 작물은 간데없고 나무와 잡초가 농지를 점령하고 있는 모습이다. 땅주인은 농사짓는 것보다 땅을 그냥 묵혀 두어도 충분한 투자라 생각하고 있을까? 농사를 짓고 싶은 이들에게 안정적으로 다랭이 논과 밭으로 농사를 짓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별의별 생각을 하며 길을 걷게 하는 모습이다.

 

다랭이 논임에도 수로 정비도 해 놓은 곳인데 이렇게 땅을 묵혀 둘 수가 있을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마을 위쪽 다랭이 논은 잡초가 번성하고 마을 아래쪽 도로변은 펜션이 번성하는 풍경이 웃프다.

 

어찌 되었든 임도, 아니 다랭이길로 언덕을 넘어서니 펜션 단지인 빛담촌에 닿는다.

 

남해군 남면 선구리 항촌 마을 위쪽에 조성된 빛담촌의 원래 이름은 항촌 전원 마을이었다. 독일 마을이나 미국 마을처럼 남해군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마을로 군에서 도로와 상하수도, 전기 및 통신, 주차장 등을 마련했다고 한다.

 

빛담촌 바로 뒤의 응봉산을 오르는 등산로도 있다.

 

빛담촌 입구에 있는 편의점에 앉아 잠시 쉬며 아이스바로 더위를 식힌다. 전망 좋은 편의점에서 바라보는 항촌 마을은 해무가 여전하다. 해무가 없었다면 서쪽으로 바다 건너 여수 돌산도가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편의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도로를 건너서 항촌 마을 해안으로 길을 잡는다.

 

항촌 마을 포구로 내려가며 뒤돌아본 응봉산의 모습과 항촌 마을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빛담촌의 모습이다.

 

항촌 마을의 골목길을 돌아 해변으로 나오니 드디어 항촌항에 닿는다. 활처럼 휘어진 해변 건너편에는 선구항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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