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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 몽돌 해변에서 시작한 남파랑길 41코스는 서포 김만중의 노도로 건너갈 수 있는 벽련항과 원천항을 지나 앵강만 가장 안쪽에 위치한 앵강 다숲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노도로 향하는 여객선이 남기는 벽련항의 흰 물결을 뒤로하고 앵강만 안쪽으로 천천히 이동한다. 바다 건너편으로는 남면의 설흘산이 존재를 뽐내고 있다.

 

원천포구로 향하는 길, 도로변을 걷기 시작하며 남해 바래길은 어김없이 한 줄 서기를 안내하고 있다. 서포 김만중은 서포 밥상을 받아 보았을까? 하는 우스개 상상도 해본다.

 

도로변을 걷는 길, 도로변에는 녹나무가 푸른 잎을 견디고 있다. 상록 활엽수가 겨울에도 잎을 견디고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남해라서 가능한 모습일 것이다.

 

길은 남해군 상주면에서 이동면으로 넘어간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의 이름은 앵강만이다. 앵강이라 부르는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앵무새가 들어가 있다. 지형이 앵무새 모양이라는 설, 파도 소리가 앵무새를 닮았다는 설 등등이다.

 

우측으로는 대구청산, 좌측으로는 맑은 앵강 바다를 두고 그 사이를 걷는 길이다.

 

녹나무가 가로수로 서있는 도로변을 걷는 이 지역은 금산을 포함하여 한려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길은 어느덧 원천 마을로 들어선다.

 

원래의 계획은 원천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41코스 종점까지 가면 버스 이동이 애매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류장에서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 사이에 때마침 버스가 쌩하고 지나가 버렸다. 도로변에 주차해 놓은 관광버스가 시야를 막고 있어서 버스가 오고 있는 것을 미쳐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음에 오는 버스 시간까지 멍하니 기다릴 수도 없으니 41코스를 끝까지 마저 걷기로 했다. 해안길로 돌아 내려오니 멀리 원천항이 보인다.

 

하늘도 바다도 짙은 파란색으로 물들어 멋짐이 폭발한다. 앵강만 바다의 입구는 이쪽으로는 금산과 천황산이 반대쪽으로는 주흘산이 경비병처럼 우뚝 서있는  형상이다.

 

원천항을 지나 앵강만 안쪽을 향해 북쪽으로 계속 이동한다. 이전의 남파랑길은 원천 마을이 41코스의 종점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더 걸어 남파랑길 여행자 센터와 남해바래길 탐방안내센터가 있는 선전 마을까지 가야 한다.

 

원천 마을의 해변길은 올망졸망한 펜션들과 커다란 덩치로 마을을 보호하고 있는 방풍림이 이어진다. 많은 경우 소나무 방풍림이 대부분이지만 활엽수가 마을을 지키고 있는 모습은 남해라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앵강다숲에 도착하지 않았지만 커다란 활엽수가 마을의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이곳 원천 마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앵강만 깊숙하게 들어온 길에서 만나는 것은 주위의 높은 산들이 세월로 만들어 놓은 평야와 천천히 봄을 준비하고 있는 여전히 높은 산들이다. 우측으로는 금산으로 이어지는 산들이 서있고 북쪽으로는 호구산 자락의 산들이 북풍을 막고 있다.

 

앵강다숲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만난 소나무 방풍림도 튼실하고 훌륭하다.

 

앵강만 가장 깊숙이로 들어와 바라본 바다는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오후의 태양이 아직은 따사롭게 느껴지는 봄의 길목이다.

 

신전교를 건너서 앵강다숲으로 들어간다. 이전에는 신전숲이라고 불리던 방풍림이다. 아직은 잎도 꽃도 드러내지 않고 있는 활엽수들이 앙상해 보인다. 그렇지만, 녹음이 가득한 계절에 만나면 거의 원시림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숲을 활용하여 펜션, 캠핑, 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깔끔한 산책길로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다만, 해안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경고문은 무서웠다는 ㅎㅎ

 

바다로 내려가지 말라는 경고가 있지만 시설에서 체험 신청을 하면 물때에 맞추어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독살이라고도 부르는 석방렴도 설치되어 있었다. 밀물 때 들어왔다가 물이 빠질 때 미처 나가지 못하고 돌담에 갇힌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길은 해안에서 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면 여정을 마무리한다.

 

코스 끝에는 남파랑길 여행지원센터와 남해 바래길 탐방안내센터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여정을 끝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시내버스를 타고 남해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농어촌 버스를 탈 때는 버스의 경로와 함께 출발지에서의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중간 지점의 버스 통과 시간은 상당히 가변적일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포털 사이트의 정보는 한계가 있다. 다음 여행도 남해 터미널로 와서 시내버스로 이동해야 하니 진주, 남해간 버스 시간과 미조 방면의 버스 시간을 확인해 둔다.

 

남해 버스를 타면서 기사 아저씨가 3월부터는 천 원이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언뜻 들었는데 그 말을 옆지기에 전하니 에이! 하면서 어떻게 공공요금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려갈 수 있냐고 했었다. 그런데, 터미널에 도착해서 안내문을 보니 현금, 카드 모두 1천 원이고 할인은 5백으로 단순하겠다는 것이다. 와우! 남해 여행을 한다면 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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