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대사천 둑방길을 지나온 남파랑길 46코스는 이순신 순국 공원을 거쳐 이락산 아랫자락을 지난다.

 

대사리 방조제를 지나는 길, 제방 바깥의 평화로운 갯벌 풍경은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걷는 길, 길은 해안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방월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무슨 모임이나 잔치가 있었는지 마을을 지나는데 왁자지껄하다.  왁자지껄한 한 무리의 사람들은 배낭을 메고 마을길을 지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이목을 끈 모양이다. 서로를 관망하며 지나는 조금은 우스운 상황이 얼마간 이어진다. 길은 방월마을 위를 지나는 19번 국도 앞의 옛 도로를 따라 도로변을 걷는다. 

 

1Km 정도 도로변을 걷는 위험 구간이라는 안내판이 전봇대에 붙어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로변을 걸을 때면 늘 나타나는 남해 바래길의 한 줄로 걷기 가이드가 이제는 정겹다. 남해 구간에서 정이 들었나 보다. 다른 지역에서는 만날 수 없는 안내판이기는 하다. 

 

길은 국도가 지나는 다리 아래를 둥글게 돌아서 간다. 도로변을 걷기는 하지만 차가 많지 않은 길에서 바다 풍경을 보면 조용히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다리를 지나 내리막길을 걸으면 상당한 규모의 이순신 순국 공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호국 광장과 관음포 광장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시설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순신 순국 공원은 관음포만 일대의 약 9만 평방미터에 이른다고 하니 엄청난 규모이다.

 

공원 앞바다는 흰발 농게 특별 보호 구역이라고 한다. 흰발 농게가 1센티 내외이니 그냥 보기는 어렵고 망원경으로 봐야 한다.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공원 중심부에 식당과 화장실과 같은 시설들이 몰려 있어 쉬어 가기 좋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노량 해전이 치러진 관음포 앞바다 풍경에 멍하니 빠져 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정비를 끝낸 우리는 다시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 호국 공원 쪽으로 길을 잡는다.

 

호국 광장 뒤편에 있는 작은산은 이락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이락(李落), 즉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의미한다. 순조는 왕명으로 이락사라는 사당을 세웠는데, 산 이름도 그것에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벽화는 명나라 수군과 조선 수군이 왜적을 쫓으며 벌어진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결전 노량해전의 모습을 도자기 타일로 만들어 붙여 놓았다. 높이 5m, 총길이 220m의 대형 벽화로 50 센터 타일이 3,800여 장 사용되었다고 한다. 일일이 구워 만든 명작이다.

 

이순신 장군은 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이순신 장군만큼 사랑받는 인물이 있을까? 그가 노량해전에서 생을 마감한 나이를 내 나이에 적용해 보면 과연 나의 삶은 이 사회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돌아보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후련함과 기쁨으로 징과 꽹과리 들고 나왔던 민초들의 모습을 보며 그 피가 지금도 내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음에 마음 깊이 탄식이 나온다. 세계화와 산업화, 기계화의 흐름 가운데 우리 사회에 과연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의 가치가 남아 있기나 한가?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도자기 벽화는 끝자락에서 현대로 이어지며 노량대교와 남해대교,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등장하며 끝이 난다.

 

공원 이후로는 남해 바래길 13코스 이순신 호국길과 함께한다.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데, 해안으로는 "구국희생"과 같은 이순신 장군의 호국 정신들을 새겨 놓았다. 나라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희생정신이다. 주입식으로는 되지 않는 마음이고, 지시로도 될 수 없고, 법으로 강제한다고 먹을 수 있는 마음은 아니다. 진심과 솔선수범이 앞서야 하는 것이고 하늘이 이끌어야 이심전심으로 먹을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여러 개의 호국 정신을 세워져 있었는데 장군의 말 중에 가장 선명한 것은 그래도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가 아닐까! 성경에서 예수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는데 요한복음에 보면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어적보민(禦敵保民)은 잘 모르던 말로 "적의 침략을 막아 백성을 보호하는 일"을 말한다. 서쪽으로 강렬한 태양을 두고 해안 길을 이어간다.

 

길은 해안길을 벗어나 이락산 자락의 언덕길을 걷는다. 전면으로 오늘 우리가 인근까지 이동해야 할 하동 화력 발전소가 보인다.

 

길을 걷는 이들이 무슨 일을 벌였는지 창선도 고사리밭에서 만났던 "농작물 채취 금지"라는 경고판이 이순신 호국길에도 등장했다. 나그네인 우리는 쓰레기도 버리지 말고 농작물에도 손대지 말아야 할 텐데 그 선을 넘는 이들이 있는 모양이다.

 

이락산 언덕 위에서 바라본 하동 쪽 풍경에 멀리 화력 발전소가 이목을 끌지만 앞바다의 여러 섬들도 존재감을 뽐낸다. 대도, 밴월도, 장도, 주지섬, 둥글 섬, 넓은 섬 등 여러 섬이 있는데 모두 하동에 속한 섬들이다. 하동 하면 내 머릿속에서는 지리산과 하동 녹차가 전부였는데 남파랑길을 걸으며 생각이 바뀐다.

 

길은 이락산 자락의 언덕길을 지나 월곡항으로 향한다. 월곡항으로 가는 길에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해안형 자생식물 증식장도 지난다. 

 

해안형 자생식물 증식장을 지나 차면리 길을 따라 월곡항으로 향한다.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