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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현리 회룡마을을 출발한 남파랑길 46코스는 중현동 마을과 우물마을을 거쳐 사학산과 삼봉산 사이의 고개를 넘는다.

 

중현 보건 진료소 앞을 출발한 남파랑길 46코스는 회룡 마을 내부를 가로질러 완만한 오르막길을 통해서 조금씩 고도를 올리면 중현동 마을로 향한다.

 

회룡마을 회관 앞의 나무와 공동 공간을 보면 마을이 유서 깊은 곳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며 마을길을 가로지르는데, 다랭이밭의 무너져 내린 돌담을 만난다. 농부의 손길이 더 이상 닿지 않는 밭의 모습은 잡초와 덩굴이 우거지다가 자연스럽게 저런 모습이 될 것이다.

 

농부가 거름을 뿌리며 봄농사가 한창인 다랭이 밭도 있지만 많은 다랭이 밭들이 더 이상 농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오랜 기간 묵혀지고 있는 모양새다.

 

언덕 위에서 회룡마을을 뒤돌아본 전경이다. 가파른 길이 아니어도 뙤약볕 아래의 오르막 걷기는 역시 엄청난 땀을 부른다. 언덕을 넘어 중현마을로 향한다.

 

길은 화방로 도로를 건너서 중현동 마을로 내려간다. 화방로는 회룡삼거리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남해도를 가르며 대곡리를 거쳐서 고현면 이어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로 망운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한 화방사 덕택에 이름을 얻은 모양이다. 화방사는 호구산의 용문사, 금산의 보리암과 함께 남해군의 3대 사찰 중 하나이다. 사찰 인근에 천연기념물인 산닥나무가 자생지가 있다.

 

언덕 위에서 보니 삼봉산 자락에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는 중현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 뒤로 커다란 나무들과 정자가 있는 중현마을회관이다. 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나무가 있는 마을은 미신이 아니더라도 늘 부럽다.

 

중현마을을 통과한 남파랑길을 우물마을로 향한다. 우물마을은 이름 그대로 마을에 있는 샘터 덕에 붙은 이름이다. 길은 우물마을을 관통하여 삼봉산과 사학산 자락의 고개를 넘는다. 

 

우물마을로 진입하는데 특이한 형태의 태양광 발전소를 만났다. 이른바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다. 기존의 태양광 발전소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지붕에 설치하는 발전 설비처럼 태양광 모듈 하부를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것이었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는 태양광 모듈을 작게 만들어서 상부에서는 발전을 하고 하부에서는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계화된 농업에 맞게 농기계 작업이 원활하게 만들었다. 식물들은 매일 광합성에 필요한 햇빛이 채워지면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음에 착안한 것이라 한다. 아무튼 실제로 이런 논에서 벼를 재배해 보니 기존 대비 80% 정도의 수확량을 보였다고 한다. 설치비와 관리를 최적화하는 노력이 있다면 대단위 평야 지대가 대단위 태양광 발전소로 변모할 날이 곧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우물마을로 들어서니 남해 버스가 정류장에 마을 어르신들을 내려주고 부지런히 갈길을 간다. 장에 다녀오셨는지 병원에 다녀오셨는지 모르겠으나 집으로 가는 것도 힘들어하시는 어르신들 앞서 길을 걸어가기가 왠지 죄송스러운 마음이었다. 집집마다 손으로 쌓아 올린 돌담이 인상적인 마을이다.

 

길은 우물마을을 관통하여 마을 좌측의 언덕으로 산을 오른다. 마을길을 지나다 보니 외양간에서 소를 키우는 집도 만난다. 이제는 더 이상 보기 힘든 그림이다. 이제는 기업형 축산만 남는 시대에 꼴베어서 먹이고 소죽 끓여서 먹이는 풍경은 이야기 속에서나 만날 수 있다. 특히나 이웃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마을 속에서 외양간을 유지하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웃 잘못 만나면 골치 아플 텐데......

 

마을 언덕에 올라서 마을을 내려다보니 마을 풍경보다 이곳에 사시는 어르신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낡은 집과 낡은 몸을 이끌고 살아가시는 그분들의 고된 삶이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산비탈에 지은 집, 산비탈에 돌을 쌓아 만든 다랭이 논과 다랭이 밭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을 조상들의 고된 삶도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고 다랭이 밭도 한 해 두 해 묵히면서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물마을을 벗어난 남파랑길은 본격적으로 삼봉산 자락의 길을 걸어 백년곡 고개로 향한다.

 

마을 뒤 조금 더 높은 언덕에 올라서니 계곡으로 층층이 들어선 다랭이 논들이 더욱 선명하다. 바다로는 한창 하역 중인 LNG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가야 할 북쪽 방면으로 시선을 돌리니 사학산 너머로 노량대교의 양쪽 주탑 꼭대기가 살짝 보인다. 와우! 드디어 남해도의 북쪽 끝자락을 본다.

 

백년곡 고개로 향하는 능선길, 좌측 바다로는 갈화마을의 포구와 함께 크고 작은 섬들, 멀리로는 바다 건너 하동 화력발전소도 보인다.

 

길은 점점 산속 깊게 들어간다.

 

등 뒤로 중현리와 노구리 해변과 바다 건너 여수 해변을 뒤로하고 숲길로 접어든다.

 

숲길 입구에서 잠시 쉬어가는데 그늘은 춥고 햇빛은 따갑다. 멀리 오르막 너머로 백년곡 고개가 보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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