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시작한 해파랑길 걷기는 때로는 KTX와 시내버스로, 때로는 자동차와 시내버스로, 때로는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로 이동하며 우리나라 동해안의 바다와 산을 마음껏 누린 시간이었다. 많은 경우 버너와 코펠, 쌀을 배낭에 넣고 밥을 해 먹고 도시락을 싸서 움직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지역 음식의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다. 숙소는 가능한 지역의 숙소를 잡았으므로 큰 문제가 없었으나 때로는 내부의 욕조가 있고 바다를 볼 수 있는 숙소를 얻기도 했고 어떤 경우는 최악의 청결도에 비까지 내려 정말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때로는 식당 2층의 비좁은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지만 여행의 기쁨 속에 그 또한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글들을 정리해 보며 무사히 모든 구간을 다녀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 고성 구간 해파랑..
드디어 부부가 걷는 해파랑길 여행기 마지막 글이다. 일단 대진 1리 해변에서 마차진 해변을 거쳐 통일 전망대까지 해파랑길 49코스를 마무리한다. 대진 1리 끝자락에서 바라본 전경이다. 북쪽으로는 금강산 콘도가 서있고 남쪽으로는 대진 1리 해변을 지나 멀리 대진 등대도 보인다. 대진 1리에서 마차진리 넘어가는 경계에는 고성군 시내버스 종점이 있다. 이곳에서 명파리로 가는 미니 버스가 대기 중이다. 나중에 명파리에서 저 버스를 타고 나올 예정이다. 시간이 맞지 않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므로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길은 금강산 콘도 앞의 산책길로 이어진다. 금강산 육로 관광은 중단되었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꾸준한 모양이었다. 세상일은 모를 일이다. 어느 순간 위정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 땅이 쑥대밭이..
초도 해변의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했던 우리는 해파랑길 49코스 나머지와 50코스의 도보 여행 가능 구간까지 걷는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하룻밤 묵은 부천장 모텔은 연식이 오래되기는 했어도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해파랑길을 걷다가 해수욕을 하는 꿈만 같은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해수욕을 위한 준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숙소 바로 앞바다에서 조개도 잡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젖은 옷은 빨아서 베란다에서 말릴 수 있었으니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주인장이 바다가 보이는 방을 주셨는데 방안 벽면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어찌 보면 낙서지만 벽에 나름 정성스럽게 적어 놓은 글을 읽으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
거진 등대에서 시작한 숲길 걷기는 김일성 별장을 내려가면서 끝이 나고 이제는 온전히 오후의 태양을 맞으면서 화진포 호숫길과 화진포 해수욕장, 초도항을 거쳐 초도 해변에 도착한다. 초도 해변에서 하룻밤 쉬고 내일 49코스 나머지와 50코스를 걷는 것으로 해파랑길을 마무리한다. 산림 테라피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직진한다. 산림 테라피원, 습지원 등은 모두 화진포 소나무 숲 산림욕장에 속한 시설들이다. 김일성 별장 내부로 들어가려면 입장권이 있어야 하지만, 해파랑길은 별장 옆으로 지나간다. 예전에 한두 번 다녀온 기억도 있으므로 우리는 그냥 스쳐 지나갈 예정이다. 하산길 솔숲도 여전히 훌륭하다.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도 훨씬 가까워졌다. 산책로 좌측으로 관람객들로 북적거리는 일명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를 걷고 있는 해파랑길 49코스는 화진포의 명물인 응봉을 오른다. 응봉에서의 환상적인 뷰를 즐긴 다음에는 해안 능선을 따라서 김일성 별장 방면으로 하산한다. 하산 길은 화진포 소나무 숲 산림욕장을 지난다. 응봉이라고 착각했던 봉우리를 내려가면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다시 오르막 앞에서 응봉(정상) 표지판을 만난다. 응봉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을 때는 진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봉우리인 줄 알았다. 화진포 근방에서는 높은 봉우리로 매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응봉이라 이름 붙은 명소인데 그것을 몰랐었다. 아무튼 키 큰 소나무가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작은 나무들이 싱그러운 공기와 냄새를 전해주는 숲길 걷기는 정말 좋다. 길은 화진포 해맞이교를 지난다. 거진리 해변을 한 ..
해파랑길 49코스는 거진항을 출발하여 항구 뒤편 거진 등대를 거쳐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거진 해맞이봉 산림욕장을 걷는다. 약간의 굴곡이 있지만 어렵지 않은 숲 속 길을 걷는 시간이다. 산림욕장은 화진포까지 이어진다. 거진항 바로 뒤편으로는 거진리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전시 공간이 있었다. 1970년대 오징어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인구가 2만 5천까지 늘었고 거진리는 거진 10리까지 분할되었고 1980년대 초에는 거진 11리까지 생겼다. 지금은 화진포의 관광 배후 지역으로 인기가 있지만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벤치에서 바로 앞 마트에서 구입해온 아이스바와 냉커피를 마시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커다란 벽화 위에 "거진미항"이라 적은 언덕 위로 데크 계단을 올라 48코스..
거진읍에 들어선 해파랑길 48코스는 반암리 솔밭길과 반암항을 거쳐 목적지인 거진항에 도착한다. 길은 거진항까지 계속 해안길을 따라 이어진다. 작은 동산인 마산이 있던 거진읍 송죽리를 지난 반암리로 들어간다. 솔숲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고 솔숲 옆으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라간다. 오전 10시를 바라보는 시간, 태양이 아직 머리 위로 올라오지는 않은 상황이라 해변 솔숲이 길에 그늘을 만들어 주어 싱그러운 느낌으로 걸을 수 있어 좋다. 잠시 7번 국도 인근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이내 반암리 마을길로 들어간다. 반암리 마을길을 지나는데 각 집마다 걸려 있는 주소 팻말이 독특하다. 생선 한 마리에 "후리질 소리"라고 적어 놓았다. 멸치라고 추측했는데 멸치가 맞았다. 마을길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여쭈어보니 멸치가 맞다고..
고성의 남천을 건너 동호리 해변에 도착한 해파랑길 48코스는 동호리와 봉호리를 지나 북천을 건너 송죽리로 넘어간다. 동호리 해변길에서 장우산을 들고 혼자서 해파랑길을 걷고 계신 어르신을 만났다. 50코스까지 서너 번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분이다. 터벅터벅 속도가 빠르시지도 않고, 가끔은 바닥에 주저앉아 지도나 안내서를 보시기도 하신다. 내심 우리가 말을 걸어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았는데 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그분에게도 우리에게도 각자의 흐름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 감자가 나올 시기답게 감자 밭에는 감자꽃이 피었고 열매가 맺힌 곳도 있다. 감자도 마늘도 땅속 작물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마늘도 감자도 꽃을 피우고 꽃이 지면 열매가 맺힌다. 그리고 열매를 심으면 마늘도 감자..
조금씩 나누어 걸어온 해파랑길 걷기의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장마를 앞둔 시기, 비가 살짝 갠 며칠 사이에 남아 있던 3개 코스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난번 여행에서 따뜻한 청년을 만났던 가진리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남천을 건너 동호리에 이른다. 중부 지방에서 고성군으로 가는 방법을 여러모로 찾아보았지만 자동차로 가지 않는 방법으로는 서울의 동서울 터미널을 거치는 방법이 제일 좋았다. 며칠 전부터 예약할 수 있는 좌석이 없어지는 모습이었는데 실제 당일에도 동서울을 출발하는 버스는 좌석을 꽉 채웠고 혹시 예약해놓고 출발시간까지 오지 못하거나 취소하는 좌석에 타려고 버스 앞에서 줄 서 있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KTX로 서울역에서 내려 전철을 타며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강변역에 내리며 화장실도 ..
고성 왕곡 마을을 나온 해파랑길 47코스는 공현진항을 지나 가진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고성 왕곡 마을에서 나온 송지호로 도로는 길 끝에서 7번 국도와 만난다. 7번 국도를 넘어서 해안으로 나가야 하는데 작은 개천을 따라 7번 국도가 지나는 공현진교 아래로 지난다. 해파랑길에서 보기 어려운 독특한 길 흐름이다. 공현진교 아래 굴다리를 통과하자마자 우측으로 올라가 다시 우회전해서 공현진교를 건너는 방법이다. 잠시 7번 국도변을 걷지만 이내 공현진 해변 안으로 들어간다. 송지호 해수욕장과 이어지는 공현진 해변이다. 공현진리는 1970년대 행정구역을 정비하면서 공수진리의 공과 장현리의 현을 합해서 만든 이름이다. 2014년에 공현진 개그 테마 해수욕장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조형물들이 ..
송지호 곁을 돌아가는 해파랑길 47코스는 고성 왕곡 마을을 들렀다가 간다. 송지호 동쪽 산책길로 해파랑길 47코스를 이어간다. 산책길에서 보이는 송지호 관망 타워. 7번 국도에서 들어오면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송지호를 둘러볼 수 있다. 무료로 자전거도 빌려 준다고 한다. 호수 둘레 5.3km를 약 30분이면 완주할 수 있다고 한다. 송지호 무장애 나눔길. 무장애 나눔길은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등 걷기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도 숲을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길이다. 송지호 무장애 나눔길은 1.8Km에 이르는 길이로 조성되어 있고,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무장애 나눔길은 한국 산림 복지 진흥원(https://www.fowi.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요한 호수와 싱그러운 숲길에는 허리춤에 넣어..
이번 여정의 마지막 코스 해파랑길 47코스를 삼포 해변에서 시작한다. 삼포 해변을 지나면 봉수대 해수욕장, 송지호 해변을 지나 송지호 산책길로 들어간다. 강렬한 5월의 태양 속에서 해파랑길 46코스에 이어 47코스를 걷는다. 47코스를 모두 걷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므로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에 조바심이 묻어 난다. 삼포 해변 서핑 존이라는 팻말 뒤편으로 섭바위와 오호항의 방파제가 보인다. 삼포 해변 북쪽에는 봉수대 해수욕장이 있는데 두 해변 사이를 작은 산이 가로막고 있다. 길은 작은 산을 돌아 오호리로 넘어간다. 삼포리는 예전에는 순포리라고 불렀는데 7번 국도 건너편 마을에 지금은 논으로 바뀌었지만 주위로 풀이 많은 늪이 있어서 불린 이름이고 지금 넘어가는 다리도 그 방면에서 내려오..
해파랑길 46코스는 문암천을 건너 백도 해변과 자작도 해변을 지나 삼포 해변에 이른다. 국내 3대 다이빙 포인트인 문암리를 뒤로 하고 문암 대교를 통해서 문암천을 건넌다. 다리 입구에는 고성군의 상징새인 괭이갈매기를 새겨 놓았다. 마산(1,052m) 동쪽에서 발원하여 도원 저수지를 거쳐 동해로 흐르는 문암천을 건넌다. 다리 건너편에 있는 백도 해변은 문암천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 백도 해수욕장은 넓은 주차장에 샤워실도 화장실도 구비하고 있지만, 왠지 관리가 허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평상시에는 주차비를 받지 않지만 성수기에는 주차비도 받는다고 한다. 하긴 고성의 여러 아름다운 해변이 있기는 하지만 해수욕장 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곳은 대형 해수욕장을 빼면 그리 많지 않다. 수심이 낮아 가족 피..
아야진 해변을 떠난 해파랑길 46코스는 교암항과 교암 해변, 문암항을 지난다. 모래 해변과 함께 넓은 바위 해변으로 낚시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아야진 해변을 떠나 천학정과 교암 해변을 향해서 해파랑길 46코스를 이어간다. 천학정 방면으로 이동하려면 잠시 7번 국도 방면으로 아야진리를 빠져나와서 간성 방면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야진 해변으로 들어오는 입구에서 7번 국도로 나가지는 않고 바로 직전에 있는 자전거 도로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아야진리와 금화정리의 경계가 되는 작은 하천을 건너면 금화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던 금화정리로 잠시 넘어가지만, 하천을 따라 해안으로 나가면서 토성면 교암리로 넘어가게 된다. 해안 자전거길에서 바라본 천학정이 있는 작은 산과 교암항의 모습이다. 해파랑길은 산을 횡단하여 천..
봉포항을 떠난 해파랑길 46코스는 해안을 따라서 천진 해변, 청간 해변, 아야진항을 지나 아야진 해변에 도착한다. 봉포항 방파제의 테트라포드 전면을 타일로 장식해 놓았다. 토성면 사무소와 토성면 주민 자치 위원회가 추진한 사업 결과물이라고 한다. 봉포항을 빠져나와 토성로 해안 도로를 따라 천진항으로 향한다. 봉포리는 인근에 아파트 단지와 대형 마트도 있고 대학교와 초대형 골프장도 있는데 해변을 따라 수많은 펜션들이 자리하고 있는 독특한 지역이었다. 병원과 5성급 호텔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속초 인접 지역이라는 메리트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오늘은 봉포 해변에 있는 아미가 아미고 펜션에서 쉬어간다. 인근에 마트도 있고 깨끗해서 좋았다. 재미있는 것은 아미가 아미고가 스페인어로 여자 친구, 남자 친구라는 ..
장사항을 떠난 해파랑길 46코스는 속초시를 지나 고성군으로 진입한다. 고성군으로 진입한 해파랑길은 캔싱턴 해변을 지나 봉포항에 도착한다. 속초시 맨 북쪽에 있는 장사항을 떠나 해파랑길 46코스를 시작한다. 길은 해안길로 계속 이어지지 않고 장사동 마을길을 통해 장사항을 벗어나 큰길로 나가야 한다. 장사동 마을길을 벗어나 중앙로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북쪽으로 이동한다. 키 큰 은행나무 가로수가 인상적인 길이다. 길 우측 동산에 있는 탑은 해양 경찰 충혼탑이다. 속초 해양 경찰서 소속으로 임무 중 배가 침몰하여 순직한 해양 경찰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1974년 북한과 교전하던 중 피격되어 침몰한 863함, 1980년 경비 임무 중 침몰한 72정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공간이다.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서면 드..
영랑호 주위를 돌고 있는 해파랑길 45코스는 호수 주위를 마저 걸어 장사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영랑호 산책길은 영랑호 범바위 뒤편을 돌아서 간다. 산책길 우측으로 범바위로 오르는 돌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범바위를 오르면서 마주하는 양랑호의 풍경. 호수를 나누고 있는 부교의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범바위라고 이름이 붙은 이유는 멀리서 보면 큰 바위의 모습이 마치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범바위에 올라서 바라본 서쪽의 풍경은 바로 앞은 골프장이고 그 뒤로는 태백산맥의 준령들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범바위 아래로는 연꽃이 심겨있는 작은 연못도 있다. 범바위 위에 세워진 영랑정. 조선 시대 이곳에 정자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현재의 정자는 최근에 복원한 것이라 한다..
동명항을 떠난 해파랑길 45코스는 속초 등대를 지나 영랑호 걷기를 시작한다. 해파랑길 45코스는 영금정 앞에서 길을 돌아 영금정 아파트 골목길로 우회전하여 해안길을 따라 등대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바포가 바위에 부딪히면서 거문고 같은 소리가 나서 영금정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일제강점기 바위들이 파손되면서 더 이상 그 소리는 들을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소리였을까? 무척 궁금하다. 길은 속초등대를 들렀다가 가지만 몸 상태가 힘들다면 해안길을 그냥 돌아도 길을 다시 만나므로 등대만 생략하고 길을 이어 갈 수 있다. 옆지기에 물으니 그냥 올라가자고 한다. ㅎㅎ.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서 속초 등대로 향한다. 조금 가파른 계단을 헉헉대며 올라야 하지만 등대 전망대에 올라서면 속초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속초 해수욕장을 떠난 해파랑길 45코스는 아바이 마을을 지나며 청초호와 속초항을 거쳐 동명항에 이른다. 2022년 봄에 생긴 속초 아이 대관람차 덕분에 속초 해변의 뷰는 엄청나게 바뀌었다. 대관람차를 직접 타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대관람차 자체가 지역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하니 요즘 세대 사람에게는 속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이것이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관람차 앞의 파이프로 만든 대형 조형물의 이름은 이철희 작가의 "Falling in love - Kiss"라는 작품이다. 파이프라는 독특한 재료가 만드는 감성적이 형상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파이프를 따라 바람도 드나들고, 반대편의 시야도 드나드는 독특한 설치 예술품이다. 거대한 공영 주차장이 바로 앞이고, 속초 고속 터미널이 5분 거리이니..
설악 해맞이 공원으로 들어오며 속초시 걷기를 시작한 해파랑길 45코스는 대포항과 외옹치항을 지나 롯데 리조트 외곽 해안길을 돌아 외옹치 해변을 지나 속초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다양한 조각 작품이 있는 설악 해맞이 공원에서 속초를 휘젓고 다니는 해파랑길 45코스를 시작한다. 공원에 우뚝 솟아 있는 것은 1991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열렸던 제17회 세계 잼버리를 기념하는 잼버리 기념탑이다. 내년 2023년에는 새만금에서 세계 잼버리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어릴 적 보이 스카우트, 걸 스카우트 옷을 입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부러움 뿐이었는데 이미 그때부터 사회 계층은 견고하게 계층 분화되었던 것 아닌가? 하는 찰나의 망상을 해본다. 설악 해맞이 공원 옆으로는 설악항이 자리하고 있는데 방파제 근처로..
정암 해변을 떠난 해파랑길 44코스는 물치항을 지나면서 양양군에서 속초시로 넘어가고 설악항 인근 속초 해맞이 공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해안가 산책길이 좋은 정암 해변에 도착했다. 오늘 묵어갈 숙소가 위치한 해변이기도 하다.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그림들로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15세기 낙산사 중수 당시 이곳 바위에 정을 박아 필요한 돌을 채취해 갔다고 정암리라고 부른다. 해안은 모래와 몽돌이 함께한다. 맑은 바닷물이 몽돌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산책길로 몽돌소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설악해변에서 물치 해변까지 3Km에 이르는 산책로다. 통나무 기둥에 올려진 솟대, 벤치에 그려진 그림, 다양한 조형물까지 자연스러운 멋이 훌륭한 해변이다. 양양 비치 마켓 예술 작..
양양 남대천을 건넌 해파랑길 44코스는 낙산 해수욕장의 넓은 해변길을 넉넉히 즐기며 걷다가 낙산사 앞에서 7번 국도로 나가 도로변 길을 통해서 설악 해변으로 이동한다. 예전길과 조금 바뀐 경로이다. 설악 해변과 후진항을 지나면 하룻밤 쉬어갈 정암 해변에 도착한다. 기다란 모래톱이 양양 남대천과 동해가 만나는 지점에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낸다. 보통 하천가에는 버드나무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에는 특이하게도 소나무 몇 그루가 자리를 잡았다.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양양읍 조산리 해변 산책길을 이어간다. 낙산 해변의 절반은 조산리에 나머지는 주청리에 속한다. 조산리라는 마을 이름은 산을 만들었다는 의미인데, 풍수지리상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맥이 마을 앞에서 끊겨서 큰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는 노승의 말에 흙..
수산항의 문화 마을을 출발한 해파랑길 44코스는 선사 유적로 도로변 길을 따라 선사 유적 박물관이 있는 오산리를 지난다. 송전 해수욕장 뒤를 지나 낙산대교를 만나면 우리나라에 연어로 가장 유명한 양양 남대천을 볼 수 있다. 수산리 문화 마을 앞에서 시작하는 해파랑길 44코스는 남대천까지 양양 군도 5호선인 선사 유적로 도로 옆의 자전거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마을 입구에서 독특한 꽃을 피운 나무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칠엽수, 아니면 마로니에라고 불리는 가시 칠엽수인 모양이다. 커다란 잎으로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나무다.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우리 부부가 처음 해외여행에 나섰던 프랑스 파리 여행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나무다. 10미터가 훌쩍 넘는 커다란 마로니에 나무들을 마치 아이스바처럼..
해파랑길 43코스는 양양 국제공항이 있는 동호리를 지나 선사 유적로 도로변을 걷다가 수산항을 잠시 들렀다 나오면 도로변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동호리 해변으로 나가는 길, 뒤편으로는 양양 공항의 울타리 언덕을 뒤로하고 동호리 마을길로 들어간다. 옛날에는 구릿빛 호수가 있어서 동호리라 불렸다는데 지금은 큰 골프장과 국제공항이 생긴지라 옛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동호리 해변으로 나오니 43코스의 목적지인 수산항이 4.4Km 남았다고 한다. 43코스도 절반 이상 걸었다. 동호리 해변은 다른 유명 해수욕장처럼 북적임은 없지만 깔끔하면서도 한적한 매력이 있었다. 곳곳에서 자유롭게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캠핑 천국은 이곳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어 사람들이 몰리면 이런 여유는 ..
하조대 해변에서 시작한 해파랑길 43코스는 7번 국도 인근으로 이어지는 중광정리 마을길을 얼마간 걷는다. 중광정리 마을길을 지나면 여운포리와 상운리를 지나 동호리로 이어지는 선사 유적로 도로변을 걷는다. 양양 국제공항 옆으로 접근하는 길이다. 흐린 날씨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어제의 하조대 해수욕장은 간데없고 이른 아침 하광정리 해변은 고요함을 넘어 적막할 정도이다. 모래 해변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넓은 해안을 지나 나지막이 들릴뿐이다. 해파랑길의 아침 바다는 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조용한 하조대 해수욕장을 걷다가 중광정리 해변을 만나면 좌회전하여 7번 국도 방향으로 이동한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다 보니 인도를 아예 무료 주차장으로 만들고 해변으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데크길을 별도로 만..
해파랑길은 대부분이 갔던 길은 되돌아오지 않는 비순환형이지만, 42코스의 하조대 가는 길만큼은 갔던 길을 되돌아와야 한다. 최근에는 하조대 군 휴양시설 옆으로 해안 산책길이 만들어져서 하조대 전망대를 들러서 바로 해안으로 나오면 된다. 현북면 면사무소가 있는 하광정리 읍내길을 지나면 만월산 인근 대치리에서 발원하여 현북면을 가로질러 하조대 인근 바다로 빠져나가는 광정천을 만난다.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광정천을 따라가면 하조대 입구를 만날 수 있다. 하조대 입구에서 하조대까지는 약 5백 미터의 거리가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량을 타고 하조대 주차장까지 이동하고, 하조대 전망대를 다녀온 사람들 중에 해안을 따라 설치된 데크길을 따라 하조대까지 보려는 사람들이 일부 걸어갈 뿐이다. 하조대로 가는 길에 만나는..
복분리 마을길을 지나 잔교 해변을 지난 해파랑길 42코스는 7번 국도 인근으로 이어지는 동해안 자전거길을 따라 38선 휴게소와 기사문 해변을 지난다. 기사문항을 지나면 잠시 7번 국도 옆을 걷지만 이내 하조대 입구인 현북면 읍내로 들어간다. 7번 국도 옆 언덕 위로 조성된 자전거길을 따라 양양 현북면 잔교리 마을길을 이어간다. 국도 건너편 해안으로는 갖가지 교통 표지판이 있는 어린이 교통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잔교리 무궁화동산 내에는 어린이 교통 공원과 함께 사진처럼 경찰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1992년에 속초 경찰서에서 세운 것으로 한국 전쟁 전후로 이 지역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가 산화한 경찰 경비대원 32명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자전거길은 숲 속으로 이어진다. 숲 속에 아스팔트 포장의 자전거길..
죽도 해변을 떠난 해파랑길 42코스는 동해안 자전거길과 길을 같이 한다. 동산항을 지나 북분리 마을길을 지나 잔교리에 이른다. 서핑 가게들과 오토캠핑장으로 북적거리는 죽도 해수욕장을 떠나 해파랑길 42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400미터 앞에 있는 동산항이 첫 번째 기착지다. 동산항과 죽도를 사이에 위치한 반달 형태의 죽도 해수욕장은 서핑으로도 해수욕으로도 매력이 뿜뿜한다. 길 곳곳에는 서핑 슈트를 입은 젊은이들로 생기가 넘쳐난다. 길을 잠시 7번 국도 인근으로 접근하지만 이내 동산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양양군 시변리에서 동산리로 넘어간다. 같은 바다 이어진 해변이지만 죽도 해수욕장에 비하면 이곳 동산포 해변은 시설도 깔끔하지만 조용한 편이다. 이곳에도 서핑 가게들이 있지만 분위기 차이가 크다. 죽도 ..
광진리에 도착한 해파랑길 41코스는 잠시 산길을 통해 휴휴암이라는 사찰을 지나서 광진 해변을 지난다. 인구항에 도착하면 항구 뒤에 있는 죽도산 아래를 한 바퀴 돌아 죽도 해변에서 41코스를 마무리하는데, 우리는 죽도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를 거쳐서 죽도해변으로 가는 경로를 선택했다. 광진리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해파랑길은 우측으로 꺾어져서 산속으로 들어간다. 다리에 해파랑길 표식의 붙어 있는 "긴급 대피 장소" 표지판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무리 작은 산이라도 오르막길은 일단 큰 숨부터 들이쉬고 시작한다. 휴휴암 사찰로 가는 길은 여러 기의 분묘와 텃밭을 지나가는 길이다. 휴휴암으로 가는 길은 높지 않은 산 능선을 걸으며 가끔 산 아래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선사한다. 휴휴암은 이름 그대..
화상천을 건너며 양양 원포리로 들어선 해파랑길 41코스는 아름다운 남애항을 거쳐 포매호를 지난다. 포매호를 지나며 잠시 7번 국도 동해대로 옆을 걷지만 이내 남애 해수욕장 해변길을 통해 광진리에 이르게 된다. 삼형제봉 북쪽에서 발원하여 양양을 가로질러 동해로 흐르는 화상천을 건너며 바라본 상류 쪽으로 모습이다. 다리 건너편에는 원포리 솔밭 야영장에 있는 쉼터도 보인다. 길은 화상 해안길을 따라 직진한다. 조금 있으면 만날 남애항이 한 폭의 그림이다. 남애항 방파제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몰려오는 파도를 배경으로으로 하니 그 앞에 무엇을 두어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분홍빛 꽃을 피운 해당화는 어제 내린 비인지, 오늘 아침 이슬인지 몰라도 물을 머금고 있다. 장미과의 관목이지만 잎도 꽃도 장미와는 전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