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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에 도착한 남파랑길 47코스는 강변길을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섬진강 습지 공원을 지나고 섬진강 대나무 숲길 옆을 지난다.

 

섬진강은 전라북도 진안군과 장수군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지리산 동쪽으로 흘러내려오는 강으로 고운 모래가 많아서 다사강, 사천, 모래내등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섬진강, 즉 "두꺼비 나루강"이라는 이름을 얻는 것은 고려말 왜구가 섬진강 하구로 침입했는데 수많은 두꺼비가 울어서 왜구들이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 때문이라고 한다.

 

양지바른 곳이라 그런지 3월 중순인데 이곳은 매화가 벌써 지고 있다.

 

그래도 좋다. 지고 있는 매화가 있기는 하지만, 하얀 매화를 보며 섬진강변을 걷는 호사를 누린다.

 

길은 남해도에서 빠져나온 19번 국도 아래를 돌아서 간다.

 

국도 아래를 돌아가는 길에서 아래쪽에 있는 강변 밭을 보니 저곳에서 밭을 일구시는 농부는 마음이 넉넉한 분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본다. 밭 주위로 하얀 꽃을 피운 매실을 심었고, 나무들 사이에서 필요한 작물로 가꾸고 계셨다.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해 제초제 뿌리고, 화학 비료를 뿌리는 농사가 아니라 자연이 주는 만큼 여유롭게 농사를 짓는 모습이 보기 좋다.

 

19번 국도는 약 7백 미터에 이르는 하동 포구 터널을 나오자마자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신방교 다리를 지나는데 이곳에 설치된 신방교차로를 통해서 신방마을과 연결된다. 남파랑길은 이 연결도로 옆을 걷는다. 교차로 공간에는 작은 쉼터도 마련되어 있었다.

 

길은 교차로 끝자락에서 보행로를 찾아 내려간다.

 

섬진강 물에서는 조금 떨어져 걷지만 푸릇푸릇 생기 가득한 대나무숲도 만나고 새로운 국도가 생기면서 보행로로 변한 도로도 만난다. 세월은 자연의 모습도 사람의 손을 거친 인공물도 그 성질을 변하게 만든다.

 

국도변 데크길을 걷는데, 표지판에 구례가 등장하고 지리산 쌍계사가 등장한다. 지리산 본류까지는 아니어도 남파랑길 47코스의 종점인 하동읍은 지리산 남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작은 포구 너머로 넓은 강가로 신월습지가 펼쳐지고 그 뒤로 멀리 섬진강 대나무 숲도 섬처럼 눈에 들어온다. 길은 포구 쪽으로 습지 위로 이어진 데크길을 걷는다.

 

신월 습지의 주인은 갈대와 붉은 발 말똥게라고 하는데 지그재그로 설치된 데크길이 이곳의 주인을 성가시게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며 길을 걸어본다. 

 

대형 트럭이 달리는 국도변 걷기보다는 습지 위의 데크길 걷기가 좋고, 데크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습지 풍경을 즐기는 것은 좋은데 이런 환경을 잘 보전하는데 이런 길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복잡한 사람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오리들은 갈대 사이를 즐겁게 돌아다니는 모양새다.

 

섬진강하면 재첩잡이로 유명하다. 4월부터 10월까지 7, 8월을 제외하고 물이 빠질 때 재첩잡이를 한다고 한다. 또 한 가지 특산물은 벚굴인데 3월부터 5월까지 라고 하니 3월 중순인 지금은 강굴, 벚굴의 계절이다. 그런데 벚굴은 잠수부가 강속으로 들어가 강바닥에 붙은 굴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채취하는데 열심히 달려온 어선의 작업 모습을 지켜보니 굴채취 작업은 아닌 모양이다.

 

습지 데크에서 어부의 작업을 지켜보았지만 어떤 조업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오리들이 헤엄치며 노는 것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횡천강과 섬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진 습지가 아름답게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 바다이지만 평화로운 섬진강 하구에서는 바다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습지 데크길에서 국도변 인도로 올라오니 터지기 일보 직전인 벚꽃의 꽃망울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다음 여행 때면 하동으로 이어지는 국도변은 하얀 벚꽃이 만발하겠구나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누런 갈대숲과 잔잔한 섬진강, 강 위에서 작업 중인 어선 한 척이 주위 산들을 배경 삼으면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국도와 습지 사이로 넓은 데크길을 따라 걷는 길은 벚꽃의 환상적인 그림을 상상하며 걷는 길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꽃눈을 만들어 많은 잎이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을 꽃눈에 저장했다가 봄이 되어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여 온도가 올라가면 꽃을 피우는 벚나무, 매실나무. 지금은 잎을 볼 수 없지만 아름다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나오면서 열매를 키워갈 것이다. 생명의 오묘함이란......

 

하동군 고전면에서 하동읍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횡천강을 넘는 횡천교가 놓여 있는데, 다리 건너기 직전에 횡천강과 섬진강이 만나면서 만들어진 땅에 큰 대나무 숲이 자생하고 있다. 대나무숲 사이로 섬진강 대나무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남파랑길은 숲길로는 가지 않고 횡천교로 횡천강을 건너야 한다.

 

울산 태화강의 십리대숲만큼의 규모는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대나무 숲을 자랑한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자연이 가꾼 대나무숲이다.

 

대나무숲과 연계하여 습지를 관람할 수 있도록 신월 습지처럼 데크길을 만들어 놓았다.

 

섬진강 대나무 숲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횡천교 다리 위에서도 얼마간 대나무 숲의 정취를 즐길 수 있었다.

 

키 큰 대나무가 높은 다리 위까지 올라와서 대나무 숲길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하는 대나무 잎 만지기도 가능했다.

 

영화 와호장룡에서 주인공들이 대나무 위에서 칼싸움을 하며 잠시 땅을 내려다보면 바로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게 하는 대나무 숲 속 그림도 볼 수 있었다. 아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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