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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순국 공원을 지난 남파랑길 46코스는 북쪽으로 월곡마을과 감암마을을 지나고 노량대교 아래를 통과한다. 해안 길을 따라 남해대교 아래를 통과하여 언덕을 올라 남해대교를 건너서 노량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월곡마을을 향해서 국도 옆의 길을 걷는데 하동과 남해를 잇는 거대한 노량대교가 선명하게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제 남해도의 남파랑길도 끝을 보이고 있다. 국도변을 걸으면서 남해군 고현면에서 설천면으로 넘어간다.

 

국도 옆을 지나온 길은 해안 쪽으로 나가는데, 구포미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의 숲길을 지난다. 오후의 강렬한 태양은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은빛 바다를 만드는 태양이 눈부시다. 

 

구포미산은 고도 62미터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햇살이 겨우 들어올 정도로 깊은 숲을 가졌다. 

 

촘촘한 나무숲의 조림지를 나오면 넓은 양식장을 가진 월곡마을 해변에 닿는다.

 

지금은 물이 빠져 갯벌이 넓게 드러나 있는 월곡마을은 지형이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 동네이기도 하다. 마을 앞바다에 작은 섬이 두 개가 있어서 포털 지도를 보면 한반도 지형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지도를 보면 월곡항을 돌아서 마을회관 인근 도로부터가 한반도 지형에 해당하고 남파랑길은 함경도 라진에서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충청도까지 내려왔다가 평안도 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형태를 보인다. 충청도에 해당하는 지점까지 걸으면 노량대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이다.

 

걸을수록 노량대교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가진 월곡마을을 지나면 해안선을 따라서 감암마을로 향한다.

 

2018년에 개통한 노량대교를 자세히 보면 148.6 미터의 양쪽 주탑이 8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데 주탑이 좀 더 많은 무게를 감당하도록 만든 설계라고 한다. 기울어진 주탑으로 현수교를 건설한 것이 세계 최초라고 하는데 기울어진 주탑 모양이 승전의 V를 연상시키고, 주탑을 잇는 케이블들이 바다에 비치면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이 나타나도록 했다고 한다.

 

해안 도로를 돌아 감암항에 닿으니 노량대교가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감암항에서 보니 노량대교와 남해대교가 나란히 보인다. 1973년에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현수교인 남해대교가 일본의 설계진이 참여해서 만든 것이라면 노량대교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교량이다. 2022년에 개통된 세계 최장의 현수교인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도 국내 기술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우리나라의 국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두 다리를 보면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뉘엿뉘엿 서쪽으로 지고 있는 강렬한 석양을 뒤로하면서 노량대교 아래를 지난다.

 

이제 길은 남해군의 상징과도 같은 남해대교를 향해서 간다. 젊은 시절 금산에 오르겠다고 남해를 방문했던 때를 돌아보면 추억의 사진 속에도 남해대교가 있을 것 같다.

 

남해대교 아래를 지나서 가는 길에 노량 공원으로 가는 계단과 표식이 있는데 남파랑길은 노량 공원으로는 가지 않는다.

 

길은 남해대교 유람선 선착장까지 이어진다. 노량마을 항구에는 유람선 선착장도 있고 멀리 거북선 전시관도 있고 그 뒤로는 남해 충렬사도 자리하고 있다. 헷갈릴 수 있는 것이 이곳도 노량마을이고 바다 건너도 노량마을인데 이곳은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이고 바다 건너는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이다. 

 

이제는 남해 바래길과도 안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이곳은 세 가지의 남해 바래길이 만나는 곳이지만 이제부터 남파랑길은 혼자만의 길을 간다. 공중 화장실 앞에 있는 오르막길로 길을 이어간다.

 

언덕 위로 올라오면 남해대교 입구인데, 이곳에서 횡단보도로 길을 건넌 다음 남해대교를 걸어서 지난다. 남파랑길과 남해 바래길이 분리되는 지점이라는 안내판을 마지막으로 남해 바래길과는 안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현수교이자, 남해도의 역사를 바꾼 남해대교 위를 걸어간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숨길수는 없다. 모자가 날아갈까, 사진을 찍으면서 폰을 떨어뜨릴까 조심조심하며 길을 이어간다.

 

남해대교에서 바라보는 노량대교의 풍경도 일품이다.

 

노량대교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는 석양을 볼 수 있다니, 이 시간에 남해대교를 통과한 덕분이다. 노량대교 뒤로 보이는 작은 섬들은 개구리섬과 소왜도이다.

 

남해대교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이어가는데 주케이블 위에 설치된 보행공간을 보니 누군가는 저곳을 통해서 다리 점검도 할 텐데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해대교 북단에 도착했다. 남해를 오가는 대부분의 버스는 진교를 거쳐 진주까지 가는 경로를 사용하므로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터널을 통과해서 진교까지 가고 진교 이후로는 남해고속도로로 진주까지 간다. 좌회전하면 노량대교에서 나오는 19번 국도와 만나서 하동으로 간다.

 

절정의 석양이 온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시간에 남해대교 교차로 앞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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