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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산 자락을 통해 임진성을 오르는 남파랑길 44코스는 기왕산 반대편 배당 소류지 쪽으로 내려와 남구 마을과 북구 마을을 통과하여 상가리 상가 소류지를 지나며 본격적으로 천황산 임도 걷기를 시작한다.
산 입구에 세워진 한반도 바래길 임진성 코스는 기왕산을 한 바퀴 돌아오는 방식이지만, 남파랑길은 거의 직선으로 산을 가로질러 올라간 반대편으로 길을 내려간다. 휴일인데도 인적이 없다. 우리만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오르막을 헉헉 거리며 올라가야 하지만 기왕산의 높이가 105미터이니 조금 힘들다 싶으면 오르막길은 끝이 난다.
남파랑길 표식과 리본을 따라 숲 속 길을 조심히 찾아간다.
얼마간의 숲 속 오솔길을 지나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임진성을 만난다.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 쌓았다고 민보성이라는 별칭도 있다.
둘레가 280여 미터로 크지 않은 성이지만 성 내부에는 우물터도 있고, 망대와 서당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임진성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은 언제 보아도 귀티가 풀풀 나는 동백꽃이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호젓한 임진성에 앉아 챙겨 온 도시락을 먹는데, 등에 베인 땀을 식혀주는 바람을 맞으며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먹는 도시락 맛은 진짜 꿀맛이었다. 참 좋다! 를 연발한다. 이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아 이후의 여정에 대한 염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햇살은 여전하다.
산 아래로 펼쳐진 넓은 평야를 보니 이곳이 섬 맞아! 하는 감탄이 나온다. 그런데, 남해군의 쌀 생산량은 동일한 경남 지역 중에서 육지 지역인 산청군이나 김해시에 육박할 정도이다.
임진성 내부의 집수지와 성 주위를 돌아보고 이제 산을 내려간다.
임진성을 떠나 남구마을로 내려가는 길 발걸음이 가볍다.
상쾌한 내리막길 아래로 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져 있다.
봄에 유채꽃을 보지 않으면 서운하지 않을까? 그만큼 유채꽃을 만나면 반갑다. 밀원 식물이니 만큼 꿀벌이 좋아하는 꽃이기는 하지만 실제 그 냄새를 맡으면 그리 향기롭지는 않다. 사실 봄에 꽃이 노랗다고 모두 유채꽃은 아니다. 무꽃도 배추꽃도 모두 노랗기 때문이다. 필자도 잘 구분하기 어렵다.
산에서 내려오는 임도는 끝에서 남서대로 도로를 만나지만, 남파랑길은 도로 직전에서 배당 소류지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배당 소류지로 내려가는 길에는 대나무 숲이 여행자에게 즐거움과 생기를 더해준다.
저수지를 만나면 둑방길을 걸을 것 같았는데 남파랑길은 둑방길로 가지 않고 좌측의 들길로 간다.
오솔길이 인도하는 길은 넓은 논 사이로 지나는 농로이다.
넓은 논을 자세히 보니 돌담으로 만들어진 다랭이논이다. 임진성에서 내려다보았을 때는 그냥 넓은 평야인 줄 알았는데, 논과 논 사이에 높이 차이가 있는, 높이 차이를 돌담으로 버티게 한 다랭이 논이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곳인지 논 주위로는 태양광 해충 포집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낮에는 태양빛으로 전기를 충전하고, 밤에는 불을 밝혀서 해충들이 몰려오게 하여 팬으로 해충들을 잡는 방식이다. 튼튼하고 수명만 길다면 우리 집에도 설치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신문물이었다.
길은 도로변을 통해서 남구마을을 지나고 북구마을 직전에서 농로로 들어간다.
길은 상가 소류지에서 내려오는 개천을 따라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천황산 자락의 다랭이 밭을 지나는 길, 시점으로도 종점으로도 6.35Km인 딱 절반의 위치에 왔다. 오르막길의 경사도가 조금씩 높아진다.
소류지에서 뒤돌아 보니 이곳 천황산과 건너편 귀비산 사이에 포근하게 자리한 상가리의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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