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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코스 중에 가장 긴 코스 중의 하나인 47코스는 하동군 금남면의 농촌 마을을 지나 섬진강으로 나가 섬진강변을 걷는다. 조금마을까지 걸은 47코스는 계항마을과 객길마을을 지나면 섬진강변에 닿는다. 강변에 닿으면 섬진강 파크골프장과 선소 공원을 지나 신방마을에 도착한다.

 

진정천을 따라 섬진강으로 향하고 있는 길은 계항마을 앞에서 하천을 건너서 하천 반대편에서 길을 이어간다.

 

하천 반대편에서는 둑방길이 아니라 진정천을 따라가는 농로를 걷는다. 농로를 걷다 보면 59번 국도가 통과하는 진정천교 아래를 통과한다. 남해고속도로 하동 IC에서 광양 산업단지 이어지는 도로다.

 

59번 국도가 통과하는 진정천교 아래를 통과한 지 얼마 가지 않아 우리는 또 다른 도로 아래를 지나야 하는데 이번에는 남해고속도로이다. 고속도로를 지나고 있는 컨테이너를 보면 양밍(Yang Ming)이라는 브랜드를 언뜻언뜻 자주 보게 되는데 대만의 3대 해운사라고 한다. 세계에 남은 거의 유일한 분단국인 대한민국과 대만의 상태가 오버랩된다.

 

산업도로와 고속도로를 오가는 수많은 자동차와 이름 없는 농로를 걷고 있는 나그네가 무엇을 하든, 계절의 변화에 따라 꽃을 피우며 봄이 왔음을 외치고 있는 매화는 그 존재만으로도 고맙다. 

 

고속도로 아래를 빠져나온 남파랑길은 하동군 내륙에서 흘러 내려온 주교천을 따라서 섬진강으로 향한다.

 

주교천을 따라서 섬진강으로 향하는 길, 하천 건너 전도리의 야트막한 작은 산이 황량할 것만 같은 강 하구의 풍경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주교천을 따라 걷던 길은 앞서 진정마을부터 우리와 함께 했던 진정천과 합류하게 되는데, 남파랑길은 진정천에 놓인 작은 다리를 건너서 객길마을로 진입한다.

 

이곳이 재첩의 고장이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객길마을로 넘어가는 둑방길에는 재첩 껍질이 가득하다.

 

길은 진정천을 건너서 객길마을로 진입한다. 하동군 금남면에서 금성면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나그네가 찾아오면 좋은 일이라 여겨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마을이라고 한다. 객길이라 불린 이유가 타지인이 이 마을에 와서 살면 잘 산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귀촌, 귀어가 뜬금없는 단어가 아닌 시대에서 귀한 모델이다 싶다.

 

남파랑길은 이름도 독특한 객길마을을 마을 외곽으로 돌아간다. 좌측으로는 남해 고속도로와 함께 서쪽으로 향하는 길이다.

 

객길마을을 지난 길은 진정천과 하나가 된 주교천을 건너야 하는데 멀리 보이는 주교천교 다리를 통해서 하천을 건넌다.

 

주교천교 다리를 건너는 지점부터는 사실상 섬진강변 걷기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봄 하면 섬진강을 떠올리지만 섬진강의 속내를 만나보지 못했는데 남파랑길을 걸으면서 글과 방송, 상상으로만 만나왔던 섬진강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만난다. 

 

지금 순천, 부산 간 남해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는 섬진강교는 1992년에 새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리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구간이라는 특성이 있다. 1973년에 세워진 다리를 두고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길은 하동군 금남면, 금성면을 거쳐 이제는 고전면에서 섬진강변을 따라 걷는다.

 

섬진강변 초입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진다. 유명 브랜드가 새겨진 골프 의상으로 잔뜩 멋을 부린 중년의 남녀들이 파크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지리산 하동을 해변과 넓은 평야를 가진 하동으로 시각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한적한 시골에서 이런 풍경을 보다니......

 

필자의 상식과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풍경에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은퇴 시기에 도시에 사는 분들에게는 밀리지 않는 파크 골프장이 인근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할 것 같다.

 

파크 골프장 바로 옆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파크 골프장과는 달리 찾는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공원이다. 앞서 이정표에서 계속 알려주던 선소공원이다.

 

선소공원에서 만나는 섬진강 풍경은 그리 특별할 것은 없었다. 섬진강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눈으로 직접 맞이하는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듯하다.

 

선소공원에서 조용하게 휴식을 취하던 우리는 남파랑길 표식을 따라 공원을 벗어나 다시 섬진강변 걷기를 이어간다.

 

깔끔한 산책길이 이어지는 섬진강변길은 선소 마을 포구를 지난다.

 

선소 마을 포구를 지난 남파랑길은 깔끔한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강변 풍경에 천천히 녹아든다.

 

섬진강변의 풍경과 남파랑길에서 만난 다른 강변 풍경을 비교한다면 낙동강을 들 수 있을 텐데 광대한 낙동강 하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렇다고 한강의 풍경이나 해파랑길에서 만난 올산 태화강이나 삼척 오십천과는 비교 불가인 독특한 맛이 있다. 길은 벚굴과 재첩 식당이 즐비한 신방마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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