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주변 농가들은 막바지 콩 탈곡을 하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게으른 텃밭 농부가 얼마 전 찍어 놓은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 텃밭에도 기후 변화의 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참깨와 고추 사이에 심었던 고구마가 어느덧 밭을 가득 채웠는데 어느 날 고구마 잎들 사이에서 그 귀하다는 고구마 꽃을 만났다. 누군가는 일백 년에 한 번 피는 꽃이라며, 일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행운의 꽃이라고 하지만 중남미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아열대 기후만 맞으며 언제든지 꽃을 피운다. 나팔꽃처럼 생겼는데,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꽃을 피우니 당연히 씨앗도 맺고 씨앗으로도 번식할 수 있다고 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후 유럽을 거쳐 필리핀, 중국으로 전파된 고구..
글제목은 "청개구리와 뱀의 한판 승부"라 적었지만 앞마당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광경을 두고 엄밀히 승부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농촌주택에 살다 보니 매년 뱀을 만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귀촌하고 처음에는 필자가 출근한 사이에 옆지기가 뱀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서 동네 아저씨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담담하게 남편을 불러 처리하라고 지시하신다. 청개구리는 텃밭에도 베란다에도 틈이 있는 곳이면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그런데, 잠시 텃밭을 다녀오다가 앞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고추 지지대로 사용하던 것을 벽에 기대에 세워두었는데 청개구리는 그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고 뱀은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지지대를 감고 서서히 개구리를 향해 가고 있다. 뱀은..
2023년 9월은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로 여전히 여름이다. 폭염 속에서 대낮에 산책하기는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9월의 산책길은 걸을만하다. 수많은 생명들이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시기인 만큼 둑방길의 가을 풍경은 심심할 여지가 없다. 둑방길에서 드문드문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양의 풀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익모초였다. 봄이면 쑥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꽃대가 올라오니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익모초(益母草)라는 이름 자체가 어머니에게 유익한 풀이라는 의미이니, 맛은 쓰지만 푸근한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풀이다. 영어로도 Motherwort, 어머니풀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두해살이 풀로 예로부터 상비약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열을 내려주고 여성 질환에..
오늘은 둑방길 산책을 하다가 길 양옆으로 줄지어 이삭을 올린 강아지풀과 길을 함께 했다.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간 듯 풀 이삭을 잡고 쑥 당기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한 다발이 되었다. 누가 심지도 않았지만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든지 예나 지금이나 가을 소식이 들려오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풀이다. 식물도감에서 연구한 적이 없으니 강아지풀이란 이름은 혹시나 민간에서 구전으로 부르는 별칭이 아닌가 싶었지만, 엄연히 한반도의 생물종으로 등록되어 있는 벼과의 한해살이 식물이다. 어린 시절 강아지풀의 간질거리며 보드라운 느낌이 좋아서 팔찌를 만들거나 장난치는 도구로 사용했던 추억이 있는 식물이다. 그저 잡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취급을 받는 풀이지만 이 강아지풀도 약으로 쓰이는, 사람에게 유용한 풀이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오감 중에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오늘은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냄새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바나나의 노란색을 닮은 노란 토란 꽃은 모양은 그리 매력적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으로 퍼트린 은근한 향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가을장마가 잠시 멈춘 틈을 타서 가을 김장거리를 심을 요량으로 한참 밭을 일구고 있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축축한 땅에 쇠스랑 질을 하고 있는데 은근한 향기가 코를 통해 들어와 머릿속을 잠식한다. 순간 고급 향수를 쓰는 처자가 길을 지나갔나? 하는 상상도 했다. 그렇지만, 고양이와 동네 개만 지나는 시골 촌 구석에 고급 향수를 쓰는 처자가 지날 리 만무했다. 담장 안에..
삽교천 강둑길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철새들이 오가는 길목이다. 오늘은 산책길에 후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가창오리 떼를 만났다. 창원의 주남 저수지나 서천과 군산의 금강호가 가창오리 떼의 주요 서식처라면 삽교천 일대는 잠시 머물다 가는 경유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여름철 하루살이를 보는 것 같지만, 엄청난 수의 가창오리들이 군무를 지어 하늘을 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기러기들이 V자 형태로 날아가는 모습을 고고하다고 표현한다면 가창오리의 모습은 역동적이다. 저렇게 많은 수의 새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무리를 지어 날아갈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뿐이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가차오리의 군무를 동영상으로 남겨 놓는다. 하늘을 뒤덮은 가창오리 무리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들의 시..
한국 사람에게 주식이 쌀밥이니 자급자족의 근원은 벼농사에 있겠지요! 4인 가족이 1년 먹을 양식으로 논 한 미지기면 충분합니다. 몇년간 농약없이, 비료없이 키워본 경험치입니다. 논 한 마지기는 대략 200평 정도를 말하지만 실제 저희 논의 크기는 150평 정도니까 엄밀히 말하면 한 마지기도 않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일부는 선물로도 드릴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너른 들판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니 농사 짓는 분들에게 모를 얻어다가 심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집은 볍씨에 싹을 내어 모를 키우고 모내기하여 수확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농사고 진정한 자급자족 일 것입니다. 보리가 이삭을 올려서 논에 연두색 보리 이삭이 가득할 무렵 본격적인 논 농사를 시작합니다...
농사일의 끝을 잊을 정도로 일이 몰린다는 망종과 감자와 마늘을 캐는 하지도 지난 2020년 6월 말은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혹독한 여름 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최악의 여름 더위가 될 것이라는 예고들이 조금씩 현실화하는 것 같아서 더위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에어컨 없는 농가 주택에서의 10년 세월은 그동안 잘 넘겨 왔는데 과연 올해는 어떻게 될는지...... 한낮의 땡볕은 따갑지만, 이른 아침과 저녁으로는 짧지만, 텃밭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원한 기온이다. 작년 겨울 서울 처갓집에 갔을 때, 장모님께서 엄중하게 부여한 임무가 하나 있었다. 신문지에 싸인 자색 당근을 내오시더니 씨앗을 받아 오라는 명령이었다. 밭을 떠난 지 오래인 자색 당근을 겨울을 나고, 봄을 지나 꽃을 피워 씨앗까지 받아야..
코로나 19 때문에 계절의 여왕 5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어느새 6월을 바라보고 있다. 예산과 당진, 아산, 서산에 걸쳐 있는 이곳 예당평야는 모내기도 막바지에 이르러, 너른 논에는 물이 차고 드문드문 노구를 끌고 뜬모 작업을 하는 어르신이 푸른 모 속에 잠겨 있는 듯하다. 뜬모는 이앙기가 모를 심었지만 모가 땅속에 잘 박히지 않고 물에 뜬 모를 다시 심거나 이앙기가 심기 어려운 장소를 손으로 모내기하는 것이다. 사실 드넓은 논에 모가 몇 개 심기지 않았다고 굳이 힘들게 뜬모를 하실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분들에게는 저렇게 한 바퀴 돌아야 일을 끝낸 마음을 들것이다. 아무튼 주변의 논들은 이제 모내기가 끝나서 뿌리를 잡고 있지만, 한 마지기 우리 논은 위의 그림처럼 보리와 밀이 이제 영글고 있다..
2019년의 봄은 올 듯 말 듯 예년과는 느낌이 조금 다른 듯한데 나무들을 보면 하늘에서 무슨 신호라도 받은 듯이 일제히 겨울잠을 깨고 봄을 맞이 합니다. 도장을 만드는데 사용되어 도장 나무라는 별명이 있는 회양목의 새순은 나온 지 이미 시간 꽤 지났고요. 5월을 바라보며 꽃을 피울 것입니다. 침엽수이기는 하지만 잎을 낙엽으로 모두 떨어뜨리고 횡한 모양으로 겨울을 나는 잎갈나무도 새 잎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낙엽송이라고도 부르지요. 비슷한 모양의 개잎갈나무 혹은 히말라야 시다라는 나무도 있습니다. 마치 에이리언이 구푸린 몸을 일으켜 세우듯이 잎을 내고 있는 단풍나무의 잎. 겨울눈에 움츠려 있는 잎을 터뜨리며 봄을 맞이하고 있는 붉은 단풍나무. 봄을 처음으로 맞이 했던 노란 산수유 꽃이 진 다음에는 새 잎..
"움트다"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풀이나 나무의 싹이 새로 돋아 나오기 시작하다"입니다. 단어를 읽는것 만으로도 머리에 생기가 돌고 온 몸에 따스한 햇살이 도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전달되는 기분 좋은 단어입니다. "움"은 새싹, 새순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움이 돋는다"라고도 표현합니다. "움"에는 겨우내 먹을거리를 저장해 놓는 지하 저장소를 지칭하는 의미도 있고 영어로 움이라고 발음하는 "womb"는 자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찌했든 움은 살아 있는, 아니 이제 곧 기적같은 생명으로 자라가야 할 생명을 가지고 있는 단어 입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자동차 유리에 단단하게 붙은 것을 긁어내느라 애를 먹었는데 낮이되니 곳곳에서 움트는 소리가 들립니다. 첫 소리는 산수유의 꽃망울입니..
남쪽에서는 산수유 꽃도 절정을 지나고 있고 몇일 따스한 날씨에 출장길에서 만났던 창원 시내는 벚꽃이 만개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늘에서는 여전히 서늘하고 중부 이북은 벚꽃이 꽃망울을 떠트릴까 말까 흥정하는 시기입니다. 이 무렵은 텃밭에서는 "이제는 봄이다!"라는 강한 선언을 하듯 봄 풍경을 제대로 보여 줍니다. 텃밭 농사에서 일년중 제일 처음 씨앗을 심는 것은 완두콩입니다. 여전히 새벽에는 서리가 내리지만 낮 온도가 올라가는 이른 봄 묻어 놓은 완두콩이 싹을 냈습니다. 첫 작물인 만큼 모내기 즈음에는 고소한 열매를 선물해 줍니다. 밭 고랑에는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자신을 태운 연탄재를 뿌려 놓았는데 그 연탄재 사이에서도 완두가 이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저희집 나무들 중에서는 매화가 처음 꽃을 피..
1년 농사 계획을 세울때 어떤 작물을 먼저 심고 그 다음 작물은 언제 무엇으로 심을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뒤에 심는 작물을 후작이라고 하죠. 올해는 이른 봄에 참깨를 먼저 심었고 참깨 꽃이 필 무렵 고구마 순을 참깨 줄기 중간중간에 심었습니다. 키가 크게 자라는 참깨 덕분에 고구마가 뿌리 내리기까지 뙤약볕을 막아 주었죠. 참깨를 수확할 무렵이면 고구마 줄기가 힘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때 수수 모종을 준비해서 참깨 그루터기 사이 사이에 심어놓으면 왕성해진 고구마 줄기 성장과 함께 수수 줄기도 위로 곧게 뻗습니다. 위의 사진은 무성한 고구마 줄기를 사이로 수수가 자리한 모습입니다. 수수는 하늘을 향해 위로 곧게 자라고 고구마는 땅에서 제역할을 하니 고구마와 수수는 환상 궁합입니다 올해 수수 모종..
텃밭을 가꾸는 사람에게 한해의 결실로 김장거리를 얻는 것만큼 보람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배추, 무, 대파, 갓등 김장에 꼭 필요한 것들을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 한다는 것은 여러해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거의 마법에 가까운 일입니다. 목초액을 뿌려도 보았고 아침 저녁으로 잡초를 뽑으면서 이러 저러한 벌레도 잡아 주었지만 가장 어려운 적은 뭐니 뭐니 해도 진딧물입니다. 진딧물이 생기면 겉잎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몇년 배추를 길렀는데, 이렇게 하면 배추를 아무리 잘 키워도 크기가 너무 작아진다는 단점이 있고 겉잎을 떼어 낼때마다 징그러운 진딧물을 만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완전 퇴치는 물론 불가능 했고요. 작년에는 모든 벌레를 배추와 무로부터 차단하겠다고 보호막처럼 부직포를 덮어 주었는데, ..
올해는 해바라기를 조금 늦게 심었더니 추석을 얼마남겨 두지 않은 지금, 꽃을 피우고 꿀벌들과 함께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단단한 열매들을 얼마나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달달한 가을 햇빛이 힘을 보태고 꿀벌도 날아와서 응원을 해주고 있지만 가을의 해바라기 꽃이 얼만큼의 수확으로 이어질지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해바라기가 꽃이 피기 전에는 해를 따라서 고개를 젖혔는데 이제는 열매 맺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너른 잎들이 해 받기를 전담해 주는 덕택이겠지요. 꽃 바로 아래 잎에는 꿀벌들이 흩어 놓은 노란 꽃가루 천지입니다. 사람의 인생도 해바라기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이곳 저곳에 열정과 패기를 쫓아서 고개를 젖혔지만 불혹..
농촌에 내려와서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며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생강의 종자 보관입니다. 가을에 수확한 생강을 모래에 묻어도 보았고 아이스 박스에 담아서 박스채 흙속에 묻어도 보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작년에는 생강의 수확량도 많았고 수많은 실패 경험 때문에 종자 보관이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얀 균주가 생기면서 결국 발아도 되지 않더군요. 그러던 차에 TV에서 울금에 대한 다큐를 보게되었고 매스컴의 영향이랄까 매년 심던 생강은 포기하고(설탕에 재워둔 량이 상당해서) 장에서 울금을 사다가 심기로 했습니다. 작은 밭에 생강 심듯 울금을 땅에 넣고 볏짚을 덮어 주었습니다. 볏짚 덕분에 올해처럼 심한 가뭄도 잘 건디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뭄을 견딘것 같지는..
텃밭에서 잡초를 뽑다가 은은하면서도 짙은 향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2년전 장날에 시장에서 몇포기 사다 심은 반평 남짓한 잎당귀 밭 입니다. 마치 진한 매력을 가진 여인에게 정신을 빼앗겨 버린 어설픈 청년 처럼 당귀의 향기를 맡으며 잡초를 뽑다 보면 당귀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작은 당귀밭 건너 편으로 담 벼락을 사이에 두고 양파나 콩을 심고 담 곁으로는 동부콩을 심는데 당귀의 향기는 담을 넘더군요. 그 잎당귀가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당근 꽃 같기도 합니다. 소녀의 머리에 한 포기 꽂아 주면 너무도 이쁠것 같은 꽃입니다. 그런데, 당귀의 종류 중에 이렇게 하얀 꽃을 내는 개당귀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 품종은 독성이 강해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매서운 추위가 한창인 계절이지만 농촌은 한해 농사 준비를 위해서 조용히 종자를 준비하고 한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까 구상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 파종을 시작하고 어떤 작물은 봄 수확을 위해서 열심인 것도 있지요. 자급자족 농사이지만 시간을 잘 활용하고 일에 치여 살지 않으려면 나름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 수록 가장 좋은 계획은 지난해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적절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그래서 지난 한해 동안 메모해 둔것을 기반으로 농사 달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농삿일은 많은 경우 음력과 절기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달력을 보면 2017년도 2016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농삿일이 몰리는 망종을 올해는 어떻게..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현재 감정과 개성까지도 읽을 수 있다고 하지요. 그만큼 얼굴이란 한 사람을 대표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온몸을 꽁꽁 싸고 있을 지언정 얼굴만은 내밀고 다니는 것도 그런 배경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낙엽을 떨구고 가지에는 내년 봄을 기다리며 겨울눈이 자리한 나무들은 무엇이 얼굴일까요? 푸른 녹음을 자랑하는 잎, 화려한 꽃이나 열매, 무한히 뻗은 가지일 수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나무 껍질, 즉 수피(樹皮)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선명한 이 땅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4계절에 걸쳐 늘 볼 수 있는 수피(樹皮)가 나무의 얼굴이라 여겨집니다. 꽃복숭아 나무의 수피입니다.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의 아문 상처에서..
겨울이 성큼 성큼 다가오면서 지난 계절을 치열하게 살았던 나무들도 나뭇잎을 떨구기에 바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이 낙엽 저 낙엽이 뒤엉켜 "조금 큰 먼지인가 보다"며 지나쳐 버릴 낙엽이 밤새 조용히 내려 나무마다 그 누구도 창조하기 어려운 아름다움 패턴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아저씨의 대나무 빗자루가 닿기 전에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 보았습니다. 산딸나무 낙엽. 잎맥이 선명한 산딸나무 낙엽은 잎맥과 함께 반들반들함과 다양한 색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자엽자두 나무의 낙엽. 나뭇잎과 열매 모두 자줏빛을 뽐내던 자엽자두의 낙엽은 낙엽 마저도 그 빛깔을 유지합니다. 아직 나무에 붙어있는 나뭇잎이 많지만 단풍의 대명사 단풍나무 낙엽입니다. 무수히 쏟아져 있을때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목련의 낙엽. 꽃도 아름답고 열..
좌판에서 채소를 파시는 할머니들에게 돼지 감자 만큼 천덕꾸러기는 없나 봅니다. 천연 인슐린이라고 당뇨에 좋다고 하고 변비나 체지방 분해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하니 한번 심어 볼까해서 가격을 여쭈어 보면 "뭐하러 이런걸 심어!"하는 타박만 듣기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 얻어온 돼지 감자를 일부는 채썰어서 말리고 남은것은 나면 좋고 안나면 할수 없지! 하는 마음으로 두엄 옆에 묻어 두었는데 근처에 심은 호박 줄기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가 키가 3미터 가량 높이 올라간것 같습니다.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는 이 가을에 꽃봉오리를 이쁘게 보여 줍니다.감자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는 하지만 돼지 감자 만큼은 아닙니다.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이니만큼 꽃 또한 국화 비슷합니다. 줄기는 해바라기와 비슷한..
가을이 온것을 눈으로 느끼게 해주는 대표적인 꽃, 코스모스입니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하는 왈츠의 리듬을 타는 듯한 가요가 콧노래로 저절로 흘러 나옵니다.누렇게 고개 숙인 벼에게서 삶의 고뇌와 성숙을 배운다면 코스모스를 만나면 모든 것을 잊고 하늘을 날을것 같은 감상에 젖게 합니다. "우주"라는 코스모스(Cosmos) 꽃의 우리말 이름은 "살사리 꽃"이라 합니다. 해바라기, 토끼풀 처럼 우리말 "살사리꽃"이 있음에도 코스모스라는 외래어가 몸에 익숙해진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몸에 감성적인 단어로 배여진 "코스모스"도 좋고 바람에 살랑이는 "살사리꽃"도 좋습니다. 연분홍빛 코스모스 꽃잎과 높고 푸른 가을 하늘 배경 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경은 없죠. 세상 삶의 모든 시름을 우주로 날려 보낼..
"저건 무슨 꽃이지?" 거대한 몸체에 비하면 꽃이 그렇게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군락으로 피어난 연분홍빛 꽃 무더기에 대한 호기심에 무작정 셔터를 눌러 보았습니다. 울금 잎도 아니고 저런 잎은 담배가 맞는것 같기는 한데 조금 작은듯 하기도 하고, 잎을 재배하는 담배를 저렇게 잎은 따지 않고 꽃까지 피웠을까?하는 의구심에 여러 사이트를 뒤져 보았지만 꽃은 분명 "담배의 꽃"이었습니다. 1~2미터까지 키가 큰다고 하니 키로도 담배가 아닐 이유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왜 저렇게 방치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입니다. 담배 재배 과정을 보면 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 담배는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우고 본밭에서도 비닐 피복을 하여 옮겨 심을 뿐만아니라 꽃대가 올라올 즈음이면 순지르기를 해서 꽃이나 열매로 갈 영양분이 잎으..
피부에 느껴지는 온도의 변화, 곧 촉각으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면 눈안으로 들어오는 색의 변화, 곧 시각으로 계절을 인식할 수 있음도 사람에게는 큰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풍"으로 대표되는 가을의 색이 있지만 가을은 "열매"의 계절입니다. 사람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한해의 열매를 위해 힘을 다하는 계절이죠. 식물들에게도 가을은 자신들의 존재를 열매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내는 시기입니다. 낙상홍 나무 입니다. 감탕나무과의 활엽 관목인 낙상홍은 서리가 내려 잎이 모두 져도 빨간 열매가 남아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노각나무의 열매입니다. 마치 꽃봉우리처럼 보이지만 10월이면 5각형으로 익습니다. "조신하게 피는 노각나무 꽃" 참조. 때죽나무 열매입니다. 때죽나무는 꽃도 이쁘지만 열..
지난해 가을 걷이가 끝난 논을 가로지르는 지방도 양쪽에 채 1미터도 되지 않는 가느다란 묘목을 막대기 하나를 지주대 삼아 심는 장면을 목격한 적인 있습니다. 이 넓은 들판에 저렇게 대충 심어 놓으면 과연 살아날까? 이건 완전히 예산 낭비 아니야? 봄이 되면 농사 짓는 분들이 제초제 뿌려가며 콩을 심을텐데 과연 저 묘목이 살아날 수 있을까? 했습니다. 그렇지만 1년 후의 들판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무궁화 가로수길로 변했습니다. 누렇게 익은 벼와 꼬투리를 꽉꽉 채우고 있는 초록빛 콩밭을 배경으로 지방도를 지나는 운전자에게 나라꽃 무궁화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무궁화 품종이 배달계, 백단심계, 적단심계, 청단심계, 자단심계, 아사달계 등이지만 역시 붉은 빛이 도는 무궁화가 가장 화려합니다. 5장의..
건조하고 약간 시원한 느낌의 가을 바람이 불기시작하면 무성했던 콩 잎은 그야말로 추풍낙엽(秋風落葉)을 실감하게 합니다. 무성했던 잎사귀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면서 여름 내내 키워 왔던 콩 꼬투리를 풍성하게 뽐냅니다.그 대열에 함께하는 존재 중에 하나가 동부콩입니다. 양대, 강두, 장두등으로도 불리는 동부는 1년생 덩굴 식물이기는 하지만 키가 30~40센터 정도 자랄때 까지는 덩굴은 잘 보이지 않고 일반 콩처럼 크다가 덩굴손이 나오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감아올리며 무성한 덩굴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다 한 여름이면 위의 그림과 같은 연보라빛의 꽃을 피우고 기다란 꼬투리를 통해서 열매를 조금씩 맺어 갑니다. 동부콩을 몇년간 심어보니 이른 봄에 심지 않아도 천천히 서너개씩 직파하..
알면 알수록 이 세상의 수 많은 생명체들은 그저 그런 것이 없는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산책길에 몇일동안 "이건뭔가? 이상하다... 저건 병이 든건가? 아니면 무슨 열매인가?"를 생각하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카메라로 증거를 수집하여 정체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뒤지다가 모양은 다르지만 나무의 잎 모양이 비슷한 한 장의 사진을 찾아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아뿔사 정체는 바로 "목련"이었습니다. "목련 열매"로 검색해 보니 보기에 민망한 사진도 한둘이 아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목련의 열매는 한 나무에서도 모양이 모두 제각각으로 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여인이 곱게 차려입은 한복과 같은 연분홍빛 열매는 무슨 구름과자 같기도 하고 빵 같기도 하지만 실상 여러 씨앗을 감싸고 있는 종피입니다. 껍..
연일 폭염특보에 푹푹찌는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계절은 변함없이 흘러서 가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습니다. 들판에서는 올해는 해가 좋아서 추석이 아직인데 벼 수확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열대야에 들척이다 선풍기를 부여잡던 새벽도 조금씩 없어지고 깊은 잠을 이루는 날이 제법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홀경의 산책길을 만드는 때죽나무"에서 다루었던 적이 있지만 봄의 절정에 피어나는 때죽나무 꽃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그 꽃이 지고난 자리에 매달린 열매 또한 꽃에 비할바가 아닐만큼 이쁩니다. 앙증맞은 크기의 동그란 열매에는 기다란 꼬리가 달려있어서 올림픽이 한창인 요즘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던 펜싱 경기의 펜싱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열매에는 독성이 있어서 물고기가 기절할 정도라 합니다. 죽이지 않고 기절시키는 ..
일년중 가장 뜨거운 7월부터 약 백일간 붉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습니다. "배롱나무", "백일홍 나무"를 빠르게 읽으면 "배롱나무"라 발음 되는것 같네요. 화려한 봄꽃들이 모두 지고 진한 녹음이 한창인 계절에 붉은 꽃을 백일 동안이나 보여준다니 참 고마운 나무입니다. 그렇지만 꽃을 가까이서 살펴보면 연하고 작은 꽃들이 원추형으로 모여 있어서 각각의 꽃이 백일 동안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꽃 하나 하나는 쉽게 떨어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직 열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차례로 꽃을 피우기 때문에 백일동안 꽃이 있는것 처럼 보이는게지요. 평소 많이 들었던 "백일홍"은 나무가 아니라 화초를 지칭하고 배롱나무는 작은 교목입니다. 어떤 꽃은 지고 있고 어떤 꽃은 활짝 한창이고 어떤 ..
찌는 듯한 폭염이 한창인 8월, 봄에 핀다는 죽단화(Kerria japonica)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온통 노란색 겹꽃이 풍성한 죽단화는 더운 나라에서나 볼법한 이국적 자태로 온세상을 뒤덮은 무더위를 잊게 합니다. 톱니 모양의 잎을 가진 죽단화는 줄기와 잎 모양으로는 황매화(黃梅花)와 다를바 없고 꽃의 색깔도 노란색이어서 사람들간에 혼동이 있기는 하지만 황매화는 노란 매화라는 이름 처럼 꽃잎이 5장이고 죽단화는 풍성한 겹꽃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란색 꽃외에도 황매화와 죽단화는 장미과의 관목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겹황매화, 죽도화라고도 부르는 죽단화는 이름은 한자에서 온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죽단화를 지칭하는 한자는 찾을수가 없었습니다. 특이한 꽃 만큼이나 이름에도 사연이 있어 보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