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주변 농가들은 막바지 콩 탈곡을 하며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게으른 텃밭 농부가 얼마 전 찍어 놓은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 텃밭에도 기후 변화의 영향이 미치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참깨와 고추 사이에 심었던 고구마가 어느덧 밭을 가득 채웠는데 어느 날 고구마 잎들 사이에서 그 귀하다는 고구마 꽃을 만났다. 누군가는 일백 년에 한 번 피는 꽃이라며, 일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하는 행운의 꽃이라고 하지만 중남미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아열대 기후만 맞으며 언제든지 꽃을 피운다. 나팔꽃처럼 생겼는데,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꽃을 피우니 당연히 씨앗도 맺고 씨앗으로도 번식할 수 있다고 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이후 유럽을 거쳐 필리핀, 중국으로 전파된 고구..
글제목은 "청개구리와 뱀의 한판 승부"라 적었지만 앞마당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광경을 두고 엄밀히 승부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농촌주택에 살다 보니 매년 뱀을 만나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귀촌하고 처음에는 필자가 출근한 사이에 옆지기가 뱀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라서 동네 아저씨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제는 담담하게 남편을 불러 처리하라고 지시하신다. 청개구리는 텃밭에도 베란다에도 틈이 있는 곳이면 곳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그런데, 잠시 텃밭을 다녀오다가 앞마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희한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고추 지지대로 사용하던 것을 벽에 기대에 세워두었는데 청개구리는 그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고 뱀은 그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지지대를 감고 서서히 개구리를 향해 가고 있다. 뱀은..
2023년 9월은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로 여전히 여름이다. 폭염 속에서 대낮에 산책하기는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9월의 산책길은 걸을만하다. 수많은 생명들이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시기인 만큼 둑방길의 가을 풍경은 심심할 여지가 없다. 둑방길에서 드문드문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양의 풀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유명한 익모초였다. 봄이면 쑥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꽃대가 올라오니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익모초(益母草)라는 이름 자체가 어머니에게 유익한 풀이라는 의미이니, 맛은 쓰지만 푸근한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풀이다. 영어로도 Motherwort, 어머니풀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두해살이 풀로 예로부터 상비약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열을 내려주고 여성 질환에..
오늘은 둑방길 산책을 하다가 길 양옆으로 줄지어 이삭을 올린 강아지풀과 길을 함께 했다.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간 듯 풀 이삭을 잡고 쑥 당기며 걷다 보니 어느새 한 다발이 되었다. 누가 심지도 않았지만 우리나라 어느 곳을 가든지 예나 지금이나 가을 소식이 들려오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풀이다. 식물도감에서 연구한 적이 없으니 강아지풀이란 이름은 혹시나 민간에서 구전으로 부르는 별칭이 아닌가 싶었지만, 엄연히 한반도의 생물종으로 등록되어 있는 벼과의 한해살이 식물이다. 어린 시절 강아지풀의 간질거리며 보드라운 느낌이 좋아서 팔찌를 만들거나 장난치는 도구로 사용했던 추억이 있는 식물이다. 그저 잡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취급을 받는 풀이지만 이 강아지풀도 약으로 쓰이는, 사람에게 유용한 풀이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오감 중에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오늘은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냄새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바나나의 노란색을 닮은 노란 토란 꽃은 모양은 그리 매력적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주변으로 퍼트린 은근한 향기는 정말 매력적이다. 가을장마가 잠시 멈춘 틈을 타서 가을 김장거리를 심을 요량으로 한참 밭을 일구고 있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축축한 땅에 쇠스랑 질을 하고 있는데 은근한 향기가 코를 통해 들어와 머릿속을 잠식한다. 순간 고급 향수를 쓰는 처자가 길을 지나갔나? 하는 상상도 했다. 그렇지만, 고양이와 동네 개만 지나는 시골 촌 구석에 고급 향수를 쓰는 처자가 지날 리 만무했다. 담장 안에..
삽교천 강둑길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철새들이 오가는 길목이다. 오늘은 산책길에 후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가창오리 떼를 만났다. 창원의 주남 저수지나 서천과 군산의 금강호가 가창오리 떼의 주요 서식처라면 삽교천 일대는 잠시 머물다 가는 경유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여름철 하루살이를 보는 것 같지만, 엄청난 수의 가창오리들이 군무를 지어 하늘을 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기러기들이 V자 형태로 날아가는 모습을 고고하다고 표현한다면 가창오리의 모습은 역동적이다. 저렇게 많은 수의 새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무리를 지어 날아갈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뿐이다. 머리 위로 날아가는 가차오리의 군무를 동영상으로 남겨 놓는다. 하늘을 뒤덮은 가창오리 무리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들의 시..
스마트폰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자동차에 기본 장착된 내비게이션 외에는 이제 모두 앱으로 내비게이션을 대체하고 있는 세상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싶다.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으로 데이터 사용을 고속이던, 저속이던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고 내비게이션 앱을 해당 휴대폰으로 사용하는 경우라면 이 글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티맵이나 카카오맵 앱을 설치하고 네비를 그냥 실행시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은 데이터 사용이 어렵거나, 주행중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환경에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요령을 실제 테스트 주행을 통해 나눌까 한다. 일단, 결론적으로 정리를 먼저 하면, 출발 전이나 중간에 경로가 바뀐 경우 경로를 찾기 위해서는 와이파이 접속을 통해 경로 탐색을 하고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우리 동네도 그렇고, 요즘 걷기 여행을 하다 보면 자주 만나는 것이 사진과 같은 국가 지점 번호라는 표지판이다. 한글 두 자리와 숫자 8자리로 이루어진 위치 정보인데 위도와 경도로 나타내는 GPS 좌표라면 간단하기는 하겠지만 지구를 원형으로 하여 위도와 경도로 좌표를 나타내는 방식은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를 평면 형태로 하여 좌표를 표시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한반도를 이어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95km가량 떨어진 지점을 기준점, 즉 "가가 0000 0000"으로 하여 동쪽 및 북쪽으로 100km의 정사각형으로 된 격자 모양으로 나누고 가부터 차례로 기호를 붙인 것을 UTM-K라는 한국형 UTM 좌표계라 하고 이것을 국가 지점 번호라고 지칭한다고 한다. 10미터의 정밀도를 가지..
한국 사람에게 주식이 쌀밥이니 자급자족의 근원은 벼농사에 있겠지요! 4인 가족이 1년 먹을 양식으로 논 한 미지기면 충분합니다. 몇년간 농약없이, 비료없이 키워본 경험치입니다. 논 한 마지기는 대략 200평 정도를 말하지만 실제 저희 논의 크기는 150평 정도니까 엄밀히 말하면 한 마지기도 않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일부는 선물로도 드릴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너른 들판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니 농사 짓는 분들에게 모를 얻어다가 심을 수도 있겠지만 저희집은 볍씨에 싹을 내어 모를 키우고 모내기하여 수확하는 모든 과정을 직접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농사고 진정한 자급자족 일 것입니다. 보리가 이삭을 올려서 논에 연두색 보리 이삭이 가득할 무렵 본격적인 논 농사를 시작합니다...
농사일의 끝을 잊을 정도로 일이 몰린다는 망종과 감자와 마늘을 캐는 하지도 지난 2020년 6월 말은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혹독한 여름 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최악의 여름 더위가 될 것이라는 예고들이 조금씩 현실화하는 것 같아서 더위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에어컨 없는 농가 주택에서의 10년 세월은 그동안 잘 넘겨 왔는데 과연 올해는 어떻게 될는지...... 한낮의 땡볕은 따갑지만, 이른 아침과 저녁으로는 짧지만, 텃밭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원한 기온이다. 작년 겨울 서울 처갓집에 갔을 때, 장모님께서 엄중하게 부여한 임무가 하나 있었다. 신문지에 싸인 자색 당근을 내오시더니 씨앗을 받아 오라는 명령이었다. 밭을 떠난 지 오래인 자색 당근을 겨울을 나고, 봄을 지나 꽃을 피워 씨앗까지 받아야..
코로나 19 때문에 계절의 여왕 5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어느새 6월을 바라보고 있다. 예산과 당진, 아산, 서산에 걸쳐 있는 이곳 예당평야는 모내기도 막바지에 이르러, 너른 논에는 물이 차고 드문드문 노구를 끌고 뜬모 작업을 하는 어르신이 푸른 모 속에 잠겨 있는 듯하다. 뜬모는 이앙기가 모를 심었지만 모가 땅속에 잘 박히지 않고 물에 뜬 모를 다시 심거나 이앙기가 심기 어려운 장소를 손으로 모내기하는 것이다. 사실 드넓은 논에 모가 몇 개 심기지 않았다고 굳이 힘들게 뜬모를 하실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저분들에게는 저렇게 한 바퀴 돌아야 일을 끝낸 마음을 들것이다. 아무튼 주변의 논들은 이제 모내기가 끝나서 뿌리를 잡고 있지만, 한 마지기 우리 논은 위의 그림처럼 보리와 밀이 이제 영글고 있다..
2019년의 봄은 올 듯 말 듯 예년과는 느낌이 조금 다른 듯한데 나무들을 보면 하늘에서 무슨 신호라도 받은 듯이 일제히 겨울잠을 깨고 봄을 맞이 합니다. 도장을 만드는데 사용되어 도장 나무라는 별명이 있는 회양목의 새순은 나온 지 이미 시간 꽤 지났고요. 5월을 바라보며 꽃을 피울 것입니다. 침엽수이기는 하지만 잎을 낙엽으로 모두 떨어뜨리고 횡한 모양으로 겨울을 나는 잎갈나무도 새 잎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낙엽송이라고도 부르지요. 비슷한 모양의 개잎갈나무 혹은 히말라야 시다라는 나무도 있습니다. 마치 에이리언이 구푸린 몸을 일으켜 세우듯이 잎을 내고 있는 단풍나무의 잎. 겨울눈에 움츠려 있는 잎을 터뜨리며 봄을 맞이하고 있는 붉은 단풍나무. 봄을 처음으로 맞이 했던 노란 산수유 꽃이 진 다음에는 새 잎..
"움트다"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풀이나 나무의 싹이 새로 돋아 나오기 시작하다"입니다. 단어를 읽는것 만으로도 머리에 생기가 돌고 온 몸에 따스한 햇살이 도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전달되는 기분 좋은 단어입니다. "움"은 새싹, 새순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움이 돋는다"라고도 표현합니다. "움"에는 겨우내 먹을거리를 저장해 놓는 지하 저장소를 지칭하는 의미도 있고 영어로 움이라고 발음하는 "womb"는 자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찌했든 움은 살아 있는, 아니 이제 곧 기적같은 생명으로 자라가야 할 생명을 가지고 있는 단어 입니다. 오늘 아침만 해도 하얗게 서리가 내려 자동차 유리에 단단하게 붙은 것을 긁어내느라 애를 먹었는데 낮이되니 곳곳에서 움트는 소리가 들립니다. 첫 소리는 산수유의 꽃망울입니..
남쪽에서는 산수유 꽃도 절정을 지나고 있고 몇일 따스한 날씨에 출장길에서 만났던 창원 시내는 벚꽃이 만개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늘에서는 여전히 서늘하고 중부 이북은 벚꽃이 꽃망울을 떠트릴까 말까 흥정하는 시기입니다. 이 무렵은 텃밭에서는 "이제는 봄이다!"라는 강한 선언을 하듯 봄 풍경을 제대로 보여 줍니다. 텃밭 농사에서 일년중 제일 처음 씨앗을 심는 것은 완두콩입니다. 여전히 새벽에는 서리가 내리지만 낮 온도가 올라가는 이른 봄 묻어 놓은 완두콩이 싹을 냈습니다. 첫 작물인 만큼 모내기 즈음에는 고소한 열매를 선물해 줍니다. 밭 고랑에는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자신을 태운 연탄재를 뿌려 놓았는데 그 연탄재 사이에서도 완두가 이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저희집 나무들 중에서는 매화가 처음 꽃을 피..
나는 여행 준비물을 챙기면서 반드시 챙기는 한 가지가 있다. 여행에 맞는 책 한 권. 지난 6월 프랑스 파리 걷기 여행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문학작품들을 몇 가지 준비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알퐁스 도데(Alphonse Daudet)의 꼬마 철학자(쁘티 쇼즈, Le Petit Chose)이다. 누군가는 학창시절에 읽었을 법한 명작이지만 여행을 핑계로 중년의 나이에 만날 수 있었던 책이다. 명작을 만나는데 나이가 무슨 의미이며 적절한 때가 어디 있을까? 프랑스 문학 작품이지만 일단 책을 펴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책이다. 풍요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과 출중하지 않은 외모, 나름 왜 사는가 하는 철학적 문제에 깊이 빠져 있었고, 시를 쓰겠다고 밤을 꼬박 세웠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주인공인 쁘띠 쇼즈에 ..
1년 농사 계획을 세울때 어떤 작물을 먼저 심고 그 다음 작물은 언제 무엇으로 심을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뒤에 심는 작물을 후작이라고 하죠. 올해는 이른 봄에 참깨를 먼저 심었고 참깨 꽃이 필 무렵 고구마 순을 참깨 줄기 중간중간에 심었습니다. 키가 크게 자라는 참깨 덕분에 고구마가 뿌리 내리기까지 뙤약볕을 막아 주었죠. 참깨를 수확할 무렵이면 고구마 줄기가 힘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때 수수 모종을 준비해서 참깨 그루터기 사이 사이에 심어놓으면 왕성해진 고구마 줄기 성장과 함께 수수 줄기도 위로 곧게 뻗습니다. 위의 사진은 무성한 고구마 줄기를 사이로 수수가 자리한 모습입니다. 수수는 하늘을 향해 위로 곧게 자라고 고구마는 땅에서 제역할을 하니 고구마와 수수는 환상 궁합입니다 올해 수수 모종..
텃밭을 가꾸는 사람에게 한해의 결실로 김장거리를 얻는 것만큼 보람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배추, 무, 대파, 갓등 김장에 꼭 필요한 것들을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 한다는 것은 여러해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거의 마법에 가까운 일입니다. 목초액을 뿌려도 보았고 아침 저녁으로 잡초를 뽑으면서 이러 저러한 벌레도 잡아 주었지만 가장 어려운 적은 뭐니 뭐니 해도 진딧물입니다. 진딧물이 생기면 겉잎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몇년 배추를 길렀는데, 이렇게 하면 배추를 아무리 잘 키워도 크기가 너무 작아진다는 단점이 있고 겉잎을 떼어 낼때마다 징그러운 진딧물을 만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완전 퇴치는 물론 불가능 했고요. 작년에는 모든 벌레를 배추와 무로부터 차단하겠다고 보호막처럼 부직포를 덮어 주었는데, ..
올해는 해바라기를 조금 늦게 심었더니 추석을 얼마남겨 두지 않은 지금, 꽃을 피우고 꿀벌들과 함께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단단한 열매들을 얼마나 맺을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나기도 합니다. 달달한 가을 햇빛이 힘을 보태고 꿀벌도 날아와서 응원을 해주고 있지만 가을의 해바라기 꽃이 얼만큼의 수확으로 이어질지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해바라기가 꽃이 피기 전에는 해를 따라서 고개를 젖혔는데 이제는 열매 맺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너른 잎들이 해 받기를 전담해 주는 덕택이겠지요. 꽃 바로 아래 잎에는 꿀벌들이 흩어 놓은 노란 꽃가루 천지입니다. 사람의 인생도 해바라기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이곳 저곳에 열정과 패기를 쫓아서 고개를 젖혔지만 불혹..
전문 서적이나 깊이 있는 소설은 읽기에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책장 넘기기가 어렵지 않은 수필이나 자기 계발 서적은 작가 스스로 억지로 짜내어 쓰거나 그의 삶이 독자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작가의 생각에 반응하며 공감하며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노후에 대한 생각, 직장을 그만 다니는 상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상태에서 얼마전 중고책 서점에서 손에 잡힌 책이 "10년차 직장인, 사표 대신 책을 써라"라는 책입니다. 평소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책 제목이 이제 직장 생활 30년을 향해 달려가는 노땅을 겨냥하는 것 같아서 자석에 끌리듯 책을 골랐습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른 아이디어는 평소 사용하는 마인드맵에..
농촌에 살다보면 특히 최근에 지은 양옥집이 아닌 오래된 한옥이나 전형적인 농촌 주택에서는 해마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쥐나 뱀과 맞닥뜨려야 합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라면 농촌만큼은 아니지만 도시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프랑스 파리만 해도 2017년에 400만마리로 추정되는 쥐와의 전쟁을 선포하기까지 했으니 까요. 그만큼 인류의 역사와 쥐의 생존은 그 괴적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불어로 Peste는 흑사병(黑死病)을 말하는데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입니다. 2016년 탄저균이라고도 불리는 페스트균을 주한미군이 통보 없이 한국땅에 들여온 것 때문에 말썽이 있기도 했습니다. 흑사병하면 쥐가 연상되는 이유는 쥐가 균을 사람에게 옮기는 벼룩의 숙주이기 때문입니다. 쥐를 숙주로 쥐에 기생하는 벼..
도서출판 비채에서 출간한 마리 사빈 로제(Marie-Sabine Roger)의 "바보 아저씨 제르맹, La Tête en friche"를 택한것은 파리 걷기 여행을 준비하던 올해초였습니다. 서점의 프랑스 문학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끝에 고른 책이었는데 책장이 술술 넘어가고 책에 빠져들듯한 몰입도를 가져다 주는 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작가의 뛰어남과 더불어 불어의 언어적 특성을 놓치지 않고 그 분위기를 잘 살려주신 옮긴이 이현희 님의 세심한 배려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2010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리 걷기 여행중에 쉼을 주었던 작은 공원들을 만날때 마다 주인공 제르맹과 마르게리트가 비둘기의 마리수를 세고 책읽기 시간을 가졌던 공원이 떠올라서 그 모..
폭염을 이기고 보람있고 의미있는 피서 방법을 꼽는 다면, 조금 정적인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공공도서관에서 책읽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방문한 도서관은 예전의 도서관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열람실도 책을 빌릴 수 있는 장서도 모두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습니다. 필자가 올해 여름 피서로 방문한 도서관은 읍단위의 시립 도서관이었지만 열람실의 책상과 의자, 인터넷 시설등 모두가 1~2년 사이에 확 바뀌었더군요.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2017년에는 도서관 관련 예산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겨서 1조 187억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며 산을 찾아서 떠나는 계절, 중딩이나 고딩의 시험 시즌도 아니어서 공공도서관은 책 읽기에 참 좋은 좋은 공간입니다. 좋은 책상..
바다나 산이 아닌 여름 나기의 색다른 방법. 이번에는 독립기념관입니다. 천안역이나 천안 종합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도 쉽게 갈수 있고 고속도로로도 접근성이 좋습니다. 외부에서 그늘이 없는 곳을 걸을 동안은 조금 더울 수 있지만 내부 관람은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환경에서 천천히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고딩시절 독립기념관에 단체로 온 적이 있었고 아이들 어릴적에도 한번 다녀 간것 같은데 다시 보아도 전시물이 새롭더군요. 사람의 기억이란...... 독립기념관 홈페이지는 http://www.i815.or.kr/kr/ 입니다. 야영장도 있으니 캠핑과 함께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자동차로 오토 캠핑도 가능하고 1인당 3천원이라고 합니다. 관람은 무료이지만 주차는 ..
집 근처에서 보내는 올해의 피서 두번째는 딸내미가 추천한 미술관 여행이었습니다. 국립 현대 미술관, 서울 시립 미술관과 같은 대형 미술관이 아니어도 우리나라 곳곳에는 작은 미술관이 많이 있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국공립 미술관과 사립 및 대학 미술관을 포함하여 총 202개의 미술관이 있다고 합니다(문화체육관광부「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 기준). 그렇지만 많은 미술관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보고 즐기는 인구는 과연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차츰 접하다 보면 작가의 생각을 유추해 보기도 하고 나름의 상상과 생각을 버무려 그림 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같은 폭염 속에서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미술관을 그것도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니 참..
올해 여름 휴가의 첫 이벤트는 조조로 영화 감상하기 였습니다. 이문세의 "조조할인"은 상큼한 연애 이야기가 깔려있지만 올해 피서 영화 감상은 시컴 시컴한 고딩 아들과 어색 어색한 동행이었습니다. 사실 영화 선택은 아들이 했고 간단한 소개에 그냥 한번 보자로 시작한 영화였는데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감동적이면서도 영화를 풀어나간 연출자의 탁월함에 대해서도 감탄해한 시간이었습니다. 덩케르크(Dunkirk)는 프랑스어로 Dunkerque로 기술하는 프랑스 북부 해안의 항구 도시입니다.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바다 건너 영국의 도버를 바라보고 있는 곳입니다. 독일군의 공격에 밀려 덩케르크에 포위 당한채 죽음의 압박을 받았던 상황에서 그 유명한 독일의 잠수함 유보트와 폭격기의 공격에 철수 작전 조차 제대로..
농촌에 내려와서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며 아직도 성공하지 못한 한가지가 있다면 바로 생강의 종자 보관입니다. 가을에 수확한 생강을 모래에 묻어도 보았고 아이스 박스에 담아서 박스채 흙속에 묻어도 보았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작년에는 생강의 수확량도 많았고 수많은 실패 경험 때문에 종자 보관이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얀 균주가 생기면서 결국 발아도 되지 않더군요. 그러던 차에 TV에서 울금에 대한 다큐를 보게되었고 매스컴의 영향이랄까 매년 심던 생강은 포기하고(설탕에 재워둔 량이 상당해서) 장에서 울금을 사다가 심기로 했습니다. 작은 밭에 생강 심듯 울금을 땅에 넣고 볏짚을 덮어 주었습니다. 볏짚 덕분에 올해처럼 심한 가뭄도 잘 건디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뭄을 견딘것 같지는..
텃밭에서 잡초를 뽑다가 은은하면서도 짙은 향기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2년전 장날에 시장에서 몇포기 사다 심은 반평 남짓한 잎당귀 밭 입니다. 마치 진한 매력을 가진 여인에게 정신을 빼앗겨 버린 어설픈 청년 처럼 당귀의 향기를 맡으며 잡초를 뽑다 보면 당귀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작은 당귀밭 건너 편으로 담 벼락을 사이에 두고 양파나 콩을 심고 담 곁으로는 동부콩을 심는데 당귀의 향기는 담을 넘더군요. 그 잎당귀가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당근 꽃 같기도 합니다. 소녀의 머리에 한 포기 꽂아 주면 너무도 이쁠것 같은 꽃입니다. 그런데, 당귀의 종류 중에 이렇게 하얀 꽃을 내는 개당귀라는 품종이 있는데 이 품종은 독성이 강해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매서운 추위가 한창인 계절이지만 농촌은 한해 농사 준비를 위해서 조용히 종자를 준비하고 한해 농사를 어떻게 지을까 구상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물론 비닐하우스에서 파종을 시작하고 어떤 작물은 봄 수확을 위해서 열심인 것도 있지요. 자급자족 농사이지만 시간을 잘 활용하고 일에 치여 살지 않으려면 나름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 수록 가장 좋은 계획은 지난해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적절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그래서 지난 한해 동안 메모해 둔것을 기반으로 농사 달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농삿일은 많은 경우 음력과 절기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달력을 보면 2017년도 2016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농삿일이 몰리는 망종을 올해는 어떻게..
"데미안", "싯다르타", "페터 카멘친트"등 유난히 인상 깊었던 책들 때문일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다시 만나는 것은 떠나보낸 오랜 벗을 다시 만나는 기쁨만큼이나 책 표지의 저자 이름만 보아도 마음이 설렙니다. "이레" 출판사에서 펴낸 헤르만 헤세의 "정원일의 즐거움"은 글쓰기의 재주는 일천하나 시인도 되고 싶고 소설의 저자도 되고 싶은 필자와 같은이에게는 "교과서"와 같은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어 원문이 한국어로 옮겨지는 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헤세의 여러 시는 운문의 깊이와 시 다움을 보여주면서도 저자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옮긴이(두행숙)의 탁월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원작이 훌륭한 까닭이겠지요. 책의 독특함은 산문과 운문이 조화롭게 엮여 있는 것과 함께 헤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현재 감정과 개성까지도 읽을 수 있다고 하지요. 그만큼 얼굴이란 한 사람을 대표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온몸을 꽁꽁 싸고 있을 지언정 얼굴만은 내밀고 다니는 것도 그런 배경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낙엽을 떨구고 가지에는 내년 봄을 기다리며 겨울눈이 자리한 나무들은 무엇이 얼굴일까요? 푸른 녹음을 자랑하는 잎, 화려한 꽃이나 열매, 무한히 뻗은 가지일 수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나무 껍질, 즉 수피(樹皮)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선명한 이 땅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4계절에 걸쳐 늘 볼 수 있는 수피(樹皮)가 나무의 얼굴이라 여겨집니다. 꽃복숭아 나무의 수피입니다. 전장에서 돌아온 군인의 아문 상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