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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소류지를 지난 남파랑길 44코스는 본격적으로 천황산(395m) 임도를 오르기 시작한다. 초반에 250미터 정도까지 고도를 올리는 과정의 경사가 급하고 그 이후는 250미터 내외의 높이로 이어지는 완만한 임도를 걷는다. 

 

상가 소류지 이후로 고실치 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도가 점점 급해진다. 표지판에는 고실치 고개가 등장하지만 남파랑길은 자동차 도로가 지나는 고실치 고개로는 가지 않는다.

 

이 길 주위로도 다랭이 밭이 있었던 모양인데 이곳의 농지들은 묵힌 지 오래되어 덩굴과 잡초들이 우거진 풀숲이 되었다. 계곡 깊은 곳이라 큰 농기계가 들어올 수 없으니 그런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봄이면 개나리 꽃을 보아야 한다. 왜 그럴까? 하며 내 머릿속을 뒤졌을 때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은, 의외로 미아리 고개다. 학창 시절 버스를 타고 원거리를 통학하면서 지나던 길에 미아리 고개가 있었는데 봄이면 언덕으로 피어난 개나리 꽃이 뇌리에 남아 있는 까닭인 모양이다. 그때의 감정도 선명한 기억도 없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희한하다.

 

길은 고실치 고개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는데, 우회전하면 고실치 고개로 가는 것이고 남파랑길은 좌회전한다. 앞으로 4.5Km에는 중간 탈출로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경고(?) 판이 세워져 있다.

 

길은 갈림길에서 우회전하는 것으로 천황산 임도 걷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산림을 관리하기 위한 임도답게 길 주위로 조림한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배낭을 둘러멘 등과 이마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오르막 길이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유년기 나무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모습도 보기 좋다. 

 

길바닥에 그냥 주저앉아 목을 축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워낙 경사도가 있는 길이라 길바닥에 그냥 주저앉아도 의자에 앉은 것처럼 편안하다. 우리가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니 경사가 급하긴 급하다. 큰 나무와 어린 나무가 섞여있는 조림지가 2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된다.

 

가파른 길을 올라오면 이제부터는 천황산 허리를 둘러가는 완만한 임도를 걷는다. 소나무숲 사이로 어린 편백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숲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훌륭한 숲의 모습이다.

 

천황산 임도는 임도를 걸으며 산 아래로 상가리, 덕월리 마을 풍경과 날만 좋다면 바다 전경도 볼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임진성 이후로 가로질러 걸었던 상가리 마을 풍경이다. 

 

임도는 산 아래에서도 그 일부가 보이기도 하는데, 산 아래에서 볼 때는 임도를 억지로 만들다가 산사태가 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던 장소였다. 그런데 가까이 와서 보니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돌무더기였다. 풀도 나무도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돌무더기 비탈이었던 것이다. 

 

길이 덕월리 방면으로 들어섰는지 바다 쪽 풍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온통 바위와 돌 뿐인 것 같은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신기하다.

 

길을 돌아서니 덕월리 앞바다의 목도도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발걸음 가볍게 길을 이어간다.

 

코스 시작지점에서 살짝 스쳐갔던 골프장의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간척지에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돌 비탈 아래에 세워 놓은 화려한 누각은 전망대이자 쉼터다. 비가 토닥토닥 내리고 있어서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가자는 옆지기의 말씀에 따라 우산을 들고 그냥 이동하기로 했다. 얼마가지 않아 엄청난 소낙비를 만나니 이곳에서 쉬어갈걸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렇지만, 하늘을 알면 아마도 세상을 지배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보니 간척지에 세웠다는 골프장과 리조트가 대단하다 싶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남해안 곳곳으로 세워진 수많은 마천루들이 간척지에 세워진 사실을 돌아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긴 하다. 입지와 가능성, 투자 대비 효과라는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니, 저곳을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가치를 만들어가면서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 환경을 보전하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싶다.

 

전망대는 엄청난 돌비탈을 가르는 임도에 자리하고 있는데 나무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돌비탈을 보니 자연의 엄청난 위력을 돌아보게도 되고, 저런 돌들로 다랭이 논을 만들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는 가운데 길을 이어간다. 

 

우중 걷기가 내리막 길이라 다행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우산을 들고 있기도 힘들다. 다음 여행에는 우비나 판초우의를 검토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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