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제주 올레 여행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 티켓도 예매했었지만 기록적인 폭설로 출발도 하기전에 포기해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아찔합니다. 그래도 부.모.자.녀라는 관계로 가족 전체가 함께 여행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 것이므로 지난 7월에 비행기 표부터 예매해 두었습니다.올레길 걷기를 위한 저렴한 비행기 표는 역시 저가항공입니다. 왠만한 고속버스 편도보다 싼 가격으로 청주제주간 왕복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한달 전인 지금시점에서 동일한 표를 조회하면 싼 비행기표도 거의 3배에 가까운 가격입니다. 6개월 단위로 오픈하는 예매표를 미리 확보하면 보다 값싼 가격으로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습니다. ("저가항공 티켓을 더욱 값싸게 구입하는 요령" 참조) 7월과 1월은 장기 여행 계획을 위해 준비를 시..
지난 추석에는 처가 부모님 두분을 모시고 온가족이 1박 2일 캠핑으로 명절 모임을 대신했습니다. 명절에 처가에 가서 멀뚱하니 텔레비전과 씨름하는 대신 상큼한 바다 내음, 푸른 하늘, 따스한 초 가을 햇빛과 벗하며 요리도 하고 설겆이도 하며 물이 빠지면 망둥어 낚시도 하는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르신의 캠핑 말씀에 숟가락 하나 얻는 식으로 장소를 찾은 중에 선택한 장경리 해수욕장이 신의 한수와 같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서울에서 냐려 올때도, 지방에서 올라 올때도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었고, 캠핑 장소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으니 참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2016년 가을 현재 장경리 해수욕장은 정식 영업을 하는 캠핑장이 아니기 때문에 전원 공급도 없고 정해진 구역도 따로 없습니다. 낚시 미..
서울 시내 지하철이야 수분간격으로 운행하니까 "기다림"에 대한 부담이 덜하지만 외곽 지역으로 나갈수록, 출퇴근이 몰리는 러시아워가 아닌 시간대에서는 한 시간에 두 대 어떤 시간대에는 한 시간에 한 대만 운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차를 내려 전철을 갈아타거나 원거리에서 전철을 타려는 경우 이 차를 놓쳐 버리면 플랫폼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곤 합니다. 기다리는 시간동안 독서라도 하면 되지! 하는 마음도 눈 앞에서 전철을 놓쳐버리는, 그것도 땀나도록 뛰었음에도 눈앞에서 전철을 놓친 상황에서는 정말로 허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경우를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전철/지하철의 실시간 도착 정보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전철 플랫폼에서 표시되는 내용을 미리 확인해서 상..
세화 해수욕장은 함덕 해수욕장처럼 해변부터 모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해변은 바위이고 얕은 물을 건너야 백사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검은 바위와 바닷물이 백사장 앞에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해변에 선 사람들은 두가지 형태로 명확하게 갈립니다. 한 부류는 카페나 둑에 앉아서 바다구경, 사람구경하는 사람들입니다. 바람을 느끼면서 아름다운 하늘과 바다 풍경을 한껏 누리면서 가끔은 아이나 젊은이들의 놀이 감상도 재미있겠지요. 다른 부류는 몸으로 체험하는 사람들입니다. 바위를 내려가 얕은 물을 건너서 백사장에 도착하면 구경꾼이 없는 몸으로 체험하는 사람들만의 세상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세화 해수욕장에는 구경꾼과 체험꾼이 극명하게 갈립니다.올레 20코스를 마무리 하며 몸은 지쳐 있지만 세화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경은..
평대리에서 세화리까지는 멀지 않은 평탄한 길입니다. 평대리의 이름이 평평한 들판이라는 뜻의 "벵디"에서 유래한 것처럼 평대리에서 세화리로 가는 길의 이름이 "벵듸길"입니다. 돌과 잡풀이 우거진 넓은 들판 이라는 "벵디"에 어울리는 정겨운 길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들판길과 농로롤 몇개 거치면 세화리 한복판을 거쳐 세화 해수욕장에 이릅니다. 세화리는 읍사무소가 위치한 소위 "읍내" 이기 때문에 번화가이지만 올레길은 읍내를 살짝 거쳐서 해변을 따라 이어집니다.세화 포구를 지나면서 만난 주낙 채비들. 삶이 항상 멋진 것만은 아닌법. 세화 포구와 시장을 지나면서 삶의 애환 같은 냄새와 풍경이 이어집니다.세화 포구의 모습입니다. 한쪽에서는 삶에 바쁘고 다른 한쪽에서 쉼에 여념이 없고. 올레길에는 사람사는 다양한 모..
올레길 19코스, 20코스에서 길을 놓쳐 버릴 일은 거의 없습니다. 리본과 화살표가 자주 놓여져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만 평대리 마을 길에서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평대리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길을 가다보니 더이상 올레 리본을 찾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지도를 살펴 보니 길에서 한참을 벗어났더군요. 그 원인은 바로 평대리 매력에 빠져 이집 저집을 구경하다보니 평대어촌계를 지나자마자 좌회전 했어야 하는데 그만 직진을 하고 만 것이었습니다.정말 이쁜 잔디 골목길. 푸른 잔디와 현무암 담벼락이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운 골목길이 되었습니다. 정성스레 가꾸신 주인의 마음도 잔디처럼 부드러울것 같습니다.담쟁이 덩굴이 온 담벼락을 감싼 또다른 집입니다. 잔디 골목길도 담쟁이 담벼락도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아름다움이 ..
월정리-행원리-한동리를 지나왔던 올레길은 이제 정감있는 평대리로 이어집니다.마을길과 농로를 통해서 한동리를 걸었던 올레길은 잠시 해안길로 나오는데 이곳에 편의점이 있어 올레꾼들에게는 좋은 쉼자리가 됩니다. 자동차로 여행하며 카페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편의점 그늘에 앉아 신발을 벗고 입에는 얼음 과자를 물고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상긋한 바람을 즐기는 맛 또한 비할바가 아닙니다.같은 제주임에도 불구하고 올레길에서 만나는 동네마다 특색이 있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마을마다의 사연, 생활 수준등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계룡동 마을길에서 느꼈던 점은 오래전 지었던 스레트 지붕에 우레탄처리와 도색을 했는데 용마루 부분은 색을 다르게 칠한 것이 특이했습니다. "..
제주 올레길의 매력은 계절마다 평소에는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꽃들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행원리 마을 길에서 만난 꽃들도 누군가 일부러 심어 놓은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엉뚱한 곳에서 만난 꽃들입니다.제주의 밭들은 밭 주위로 현무암을 쌓아 놓아 작물들이 바람에 상하지 않도록 하는데 돌담과 길이 붙어 있는 곳을 콘크리트로 포장하여 놓아서 식물이 뿌리 내릴 흙이 없을 법 한데 잎과 꽃이 온통 자주색인 "자주색 달개비"가 그 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습니다.3장의 자주색 꽃잎과 노란색 꽃밥, 꽃술에는 가는 털이 있는 참 이쁜 꽃입니다. 학명은 Tradescantia pallida입니다.영어 이름으로 "purple secretia", "purple he..
월정리의 이국적인 풍경을 뒤로하고 해변에서 내륙쪽으로 들어왔던 올레길 20코스는 행원 포구로 잠깐 나갔다가 다시 내륙쪽으로 들어와 숲과 농로, 마을길을 거치며 한동리에 이릅니다. 풍력 발전 단지가 있는 행원리와 한동리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환해장성(環海長城)"입니다. 고려때 삼별초 군을 방어하기 위해 지었던 것이 시초가 되어 후에는 왜구를 대비하는데 활용되었으며 근대에 이르러서는 이양선에 대비하는 용도로 사용된 성입니다. 제주도에 10여개의 유적이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행원 환해장성과 한동 환해장성이 있는 것입니다.행원포구에 서린 이야기는 뭐니뭐니해도 "광해군"입니다. 예전에는 어등포라는 지명을 가지고 있던 이곳에 광해군이 병자호란이 일어난 이듬해인 1637년 유배를 와서 약 4년의 생애를 살고 1..
고층 건물이 없고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건물에 깨끗한 백사장, 에머랄드 빛 바다 그리고 아름다운 청춘들, 마음이 들뜬 중년이 어울어진 제주 월정리는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청춘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설레임으로 가득합니다. 제주의 해변은 곳곳마다 서로 다른 모양,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숨은 재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해변으로난 길 앞쪽에는 카페가 많은 편이지만 길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러가지 음식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고른 "빨간 성게"라는 작은 음식점의 해물 칼국수입니다. 큰 그릇에 담긴 2인분은 올레길의 허기를 충분히 달래줄 만한 양이 되었습니다.물론 맛도 좋았구요. 휴양지의 아주 비싼 음식은 아니었지만 가격대비 만족감이 높은 메..
"해맞이 해안로"는 김녕 성세기 해변부터 서귀포 성산까지 해변을 따라 조성된 길입니다. 일주도로처럼 큰길은 아니지만 해변을 따라 조성된 길이라서 차를 가지고 제주도를 여행하는 분들에게는 드라이브하기에 참 좋은 길입니다. 제주 올레길이 대부분은 포장되지 않은 길이나 마을길처럼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을 가지만, 성세기 태역길을 나와 월정리로 가는 올레 20코스중에는 이 해맞이 해안로를 일부 걸어야 합니다.차로를 따라 걷기는 하지만 위의 그림처럼 자전거 및 도보 도로가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해맞이 해안로"라는 이름처럼 일출을 볼 수 있는 해변을 따라 걷는 즐거움입니다. 초여름 날씨였지만 바람이 많아 풍력발전기가 많이 설치된 지역이니 만큼 해를 가리기 위한 모자가 바람 때문에 거..
초여름 성세기 태역길은 화려한 들꽃이 한창입니다. 그중에 몇가지를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참나리 입니다. 들꽃이 있어도 한 종류만 군집으로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혹여 봉사자들이 심어 놓았다 하더라도 다른 풀들과 섞여 있어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습니다.참나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식물입니다. 꽃이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멋이 있습니다. 뿌리는 마치 마늘처럼 생겼습니다. 한방에서는 나리 줄기나 뿌리를 약재로 활용한다고도 하네요. 기침감기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보라색 꽃은 엉겅퀴입니다. 엉겅퀴가 해독이나 부종에도 좋다는 연구가 있지만 지혈 효과도 뛰어난데 엉겅퀴라는 이름은 피를 엉기게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잎은 씀바귀 비슷하지만 가시와 털이 있습니다.엉겅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
성세기 태역길은 김녕 성세기 해변을 나와서 해변을 따라 "김녕 덩개 해안"을 걷는 완만한 길입니다. "태역"은 제주 방언으로 "잔디"라는 뜻인데 이곳에 잔디가 많아서 제주올레 측에서 "성세기 태역길"이라 이름을 붙였다 합니다. 많은 이들이 멋진 사진을 찍는 명소이기도 하고 다양한 지질 표본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질 트레일" 코스로도 유명합니다.김녕 성세기 해변과 성세기 태역길을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 전문가들에게는 다양한 작품이 나올만한 공간입니다. 성세기 태역길의 시작. 시작이니 만큼 잘 정돈된 잔디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올레길을 걷다 보면 길 곳곳이 잘 정돈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길도 누군가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풀숲이 우거지고, 그러면 사람들은 이 길을 더이상 찾..
제주도는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있는 누구나 반할만한 휴양지입니다. 하긴 사람뿐만 아니라 유네스코(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도 인정한 곳이기는 하지요 생물권 보전지역(2002), 세계자연유산(2007), 세계지질공원(2010)으로 인증 했으니 말입니다. 함덕 해수욕장도 아름답지만 김녕 성세기 해변도 이에 못지 않게 아름다운 해수욕장이었습니다. 김녕 성세기 해변을 목전에 두고 힘을 내봅니다.김녕 옛 등대는 "김녕리 도대불"이라고도 불리는 곳입니다. 도대불은 고기잡이 배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불을 밝혔던 장소입니다. 뱃길을 알려준다는 의미에서는 등대나 도대불이나 매한..
필자의 경우에는 여름 휴가를 사람들이 북적대는 해수욕장이나 계곡에 가기보다는 종종 미술관이나 영화관을 찾습니다. 시원할 뿐만아니라 소란함 속의 고요라 할까요? 작품들에 더 몰입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희노애락의 다양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초여름에 찾은 올레 20코스, 김녕리는 이러한 고요한 미술관과도 같습니다. 푸른 바다와 하늘을 미술관 삼은 수많은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속에 찌든 삶을 벗어나 진정 여행자, 예술인의 세계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금속 공예 벽화 마을 김녕리의 금속 공예 작품들이 설치된 길을 일명 "고장난 길"이라 부르는데 "고장난"의 의미는 망가진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 제주 방언으로 "꽃핀 길"이라는 의미라 합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철구조물에 현무..
올레 20코스를 시작하기 위하여 숙소에서 버스로 "남흘동"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합니다. 남흘동 정류장은 올레 19코스의 끝부분이 지나가는 장소로 그림에서 보듯이 버스 정류장에 올레 화살표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 주변으로 이름 모를 해초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육지에서 가을 걷이가 끝나면 마을 길마다 벼를 널어 말리는 풍경처럼 검으스름한 색깔의 해초를 약간의 냄새를 풍기면서 말리고 있었습니다. 미역이나 다시마도 아니고 톳이나 김, 파래등등 육지 촌놈이 알고 있는 온갖 이름을 떠올려도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줄기는 가늘고 언뜻 보면 머리카락 뭉텅이를 던져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먹는 음식을 저렇게 길바닥에 아무것도 깔지 않고 말려도 되는 건가?하는 의문을 품으면서 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한무..
흐린날에 동복리 숲길을 혼자 걷는 것은 정말 무서우리 만큼 고요함 그 자체 입니다. 그 길에 만난 "동복리 마을운동장"입니다. 보통 읍 단위 체육 대회를 해도 고등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해야하는데 마을 운동장이 이렇게 좋다니! 감탄을 연발하면서 길을 걷습니다. 관중석에 앉아 잠시 신발을 벗고 발을 쉬어도 좋습니다. 군 연병장에나 있을 법한 큰 스피커가 이채롭습니다. 운동장 끝 부분에는 정자가 있어서 올레꾼들의 쉼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때마침 마을 청년들이 모여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있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비상 식량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허기진 상태였는데 입에 고이는 침을 참으며 길을 재촉합니다. 북촌에서 김녕까지의 숲길에서는 상점이나 식당을 만날 수 없으므로 미리 식사를 넉넉히 하고 길을 나서던..
고요함 속에 동복리 올레길을 걷다보면 깊은 숲속에서 숲 향기와 약간은 어두운 숲의 조명에 잠길 수 밖에 없지만 가끔 만나는 공터는 숲길로 이어지는 올레길이 지루하지 않게 해 줍니다.수백년 물과 바람에 풍화 되어 토양화된 현무암도 많겠지만 위의 그림처럼 커다란 암석이 지표에 드러난 채로 그 존재를 뽐내는 곳도 있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곳곳에 작은 웅덩이들이 있어 이곳이 마친 습지대가 아닌가 싶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군데군데 바위 사이로 하얀 꽃들이 보입니다.햐얀 꽃잎이 5장에 노란 꽃술을 가지고 있는 나무로 가지에는 가시가 선명합니다. 잎에 톱니가 있는 것도 특성입니다.이런 꽃을 피우는 것으로 찔레나무가 있는데 찔레나무의 종류 중에 털찔레, 좀찔레등과 함께 "제주 찔레"라는 품종도 있다고..
너븐숭이 4.3 기념관에서 무거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던 올레꾼을 반겨주는 것은 북촌리의 바다와 해녀상이었습니다.이 땅의 온갖의 어려움을 온 몸으로 견디어 왔을 할머니,어머니들...... 해녀상 앞에서 숙연해 지는 것은 4.3의 아픔이 아직 가시지 않은 까닭일까요?북촌 포구 한쪽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서 길을 재촉합니다.빨래터로 사용했음직한 용천수입니다. 올레길에서 자주 만나는 광경이지만 상하수도가 깔리기 이전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겠지요? 북촌을 빠져 나온 올레길은 해변을 벗어나 원시림과 같은 숲길을 향해 나아갑니다. 북촌동 교차로부터 난시빌레까지 큰 차도를 따라 걷지만 별도의 보행로가 있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난시빌레의 난시는 "냉이"라는 의미로 난시빌레는 "냉이밭" 정도로..
서우봉에서 북촌 포구까지 가는 올레길은 북촌리의 마을 길을 조심스럽게 따라갑니다. 토박이로 여러 세대를 거쳐 지금까지 이어온 집도 있고, 이주해 와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신 분들도 있겠지요? 가끔은 골목길에서 마음씨 좋은 주인장이 가꾸고 있을 법한 꽃길을 만나곤 합니다.언뜻 봐서는 로즈마리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었지만 제세히 보니 자주 만나지 못했던 꽃입니다. 잎이 소나무를 연상시키지만 두툼한 다육 식물입니다. 다육식물은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기 위하여 잎, 줄기등에 수분을 가지고 있는 선인장, 알로에, 돌나물과 같은 식물을 이릅니다. 카메라를 가까이 해서 살펴보니 잎이 더욱 도톰하게 보입니다. 이 꽃의 이름은 바로 송엽국이라 합니다. "소나무 잎을 닮은 국화"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탤런트 이름과 비..
서우봉을 내려온 올레길은 북촌 초입에서 해변을 벗어나 잠시 내륙 쪽으로 길을 바꿉니다. 북촌의 초입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작은 포구가 있는 이곳의 길 이름은 "북촌 1길" 입니다. 마을 골목을 거쳐 내륙으로 잠시 들어온 이유는 바로 "너븐숭이 4.3 기념관" 때문입니다. 올레 19코스를 걷는 분들은 꼭 방문하시길을 강추합니다. 입장료도 없습니다. 올레 19길은 아름다운 경치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 너븐숭이는 "넓은 쉼터"라는 의미로 우리 역사의 비극의 현장입니다. 무덥고 흐린 날씨에 단 두명이 입장했음에도 안내하시는 분께서 불을 끄고 다큐멘터리를 틀어 주셨습니다. 이틀만에 삼백명 이상이 죽은 북촌 학살을 비롯하여 너무도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과서에..
저가 항공사들이 취항한 지역이 국내를 넘어서서 편도 4시간에서 5시간 내외에 이르는 거리의 해외를 다니는 현실에서 여행 문화도 이전과 다르게 많이 달라진것 같습니다. 해외 여행이라해서 거액을 쓸 필요도 없고 여행 계획에 따라 실속있고 즐거운 여행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지 공중파에서 방영하고 있는 "배틀트립"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도 비용 절약을 위해서 저가항공을 이용하더군요.항공 티켓을 값싸게 구하기 위해서는 항공사들의 "항공 스케쥴"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은 국제 항공 운송 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의 기준에 따라 하계 시즌과 동계 시즌으로 나누어 항공 스케쥴을 정하는데 시즌의 기..
해외 여행을 준비하다보면 많은 경우 블로거들의 경험기에 의존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블로거가 안내한 정보일지라도 현지 웹사이트의 정보만큼 정확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용케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현지 사이트를 찾더라도 현지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말것입니다. 위의 페이지는 오사카와 돗토리 지역을 오가는 고속버스의 시간표인데 무슨말을 하는지 저는 도통 알수가 없습니다. 이럴때 사용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가 있습니다. 바로 구글의 번역 서비스입니다. 자동 번역의 기술과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자동 번역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그중에서도 일본어-한국어 간에는 어순이라던가 하는 언어적 배경 때문에 그런지 번역 품질이 꽤 높은 편입니다.위의 그림과 같이 https://tr..
초여름의 서우봉 올레길에서 자주 목격되는 꽃이 하나 있었습니다. 파꽃이나 달래 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덩치가 있으니 아니고, 당근 꽃일까 싶기도 했지만 형태가 조금 다른것 같고 올레길에서 자주 발견되는 식물이니 만큼 호기심을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키가 커서 왠만한 어른키에 이르고 줄기는 굵고 적갈색입니다. 잎은 타원형에 톱니가 있습니다. 톱니 모양이지만 쑥처럼 많이 갈라지지 않은 것도 구별을 위한 중요한 요소일것 같습니다. 꽃은 흰색으로 마치 파꽃이 꽃대에 여러개 달려 있는것 처럼 보입니다. 미나리나 파꽃 처럼 꽃대에서 방사형으로 여러 가지가 나와서 꽃이 피는 것을 산형화서라 하는데 꽃 한무더기만 보면 진짜 파꽃이나 달래꽃처럼 보입니다. 위의 그림과 같은 꽃차례는 복산형화서라 합니다.검색끝에 찾은 후보는..
올레길을 걷다보면 제주는 밭과 밭사이에도 돌로 담이 쌓여져 있고, 집 울타리도 현무암으로 쌓여진 것을 보면 대체 어디서 이 많은 돌이 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올레길 19코스에서 서우봉을 내려와 아름다운 해변을 뒤로하고 내륙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우연히 만난 공사 현장에서 제주도의 속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주에는 왜 이렇게 돌이 많을까? 하는 의문도 조금 풀렸구요. 돌이 많은 이유는 단순하게 위의 사진처럼 땅을 파면 돌이 나오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런 땅을 일구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화산섬인 제주도의 토양은 화산재등이 쌓여서 생긴 토양인 화산회토(火山灰土)와 현무암이 깎여서 생긴 현무암 풍화토가 대부분이라 합니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검은 색의 흙입니다. ..
친구 가족이 함덕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더라"라는 이야기부터, 여행 프로그램의 함덕 소개까지 전해들은 이야기와 TV를 통해서만으로 접하며 기대에 설레었던 함덕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올레 19코스를 걸으면서 과연 "내가 기대했던 그런 해변일까?"하는 기대가 몸을 이끌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드디어 눈에 들어온 함덕 해변과 그 뒤로 보이는 서우봉입니다. 야자수와 햐얀 모레, 바다 물빛이 어울려서 보는것 만으로도 그림입니다. 여름 휴가철에는 사람들로 더욱 더 북적이겠지만 그나마 6월의 여유가 아름다운 함덕의 모습을 눈에 담고 갈 수 있게 한 행운인것 같습니다. 크기로는 해운대 백사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 않지만 서우봉을 배경으로 현무암 바위, 에머랄드빛 바다색, 깨끗한 바다와 모레는 정말 일품입니다...
조천 만세동산과 제주 항일 기념관을 향해 잠시 내륙으로 들어왔던 올레길은 다시 해안을 향해 나가는데 올레 19코스의 등줄기 역할을 하는 길이 바로 "조함해안로"입니다. 조천우체국에서 시작하여 함덕 해변을 망라하는 아름다운 길입니다.잘 닦여진 농로를 따라 걷다보면 흐린 초여름 날씨와 방치된 듯한 나무들이 이곳이 마치 열대우림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합니다.지난번 올레길 걷기는 리본과 표지판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표식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길을 헤매었는데 올레길도 두번째라고 이제는 표식이 길동무가 됩니다. 청색 표식은 순방향이고 주황색은 역방향인지도 이번 여행에서야 비로소 "아하!" 했으니 지난 여행은 참 무식한 여행이었구나 싶습니다. 무식하니 용감해서 아무 길로나 걸었던 게지요. 주요 해수욕..
초여름에 제주 올레 19코스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올레 19코스의 초여름은 수국의 계절"이라는 말에 공감할 것입니다. 어떤 수국은 집주인의 '의도'에 따라 심기웠을 것이고 어떤 수국은 설마 저런곳에 누가 심지는 않았겠지 하는 공간에서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분명 화려하긴 하지만, 뭔가 소란스러운듯한, 그래서 마음 깊이 아름다움이 공감되지는 않는 다는 것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옆지기는 자신이 결혼식 부케를 받은 듯한 기쁨에 너무도 수국에 푹 빠져 있습니다.동북아 3국(한중일)이 원산지로 수국(水菊)이라는 이름의 수가 물수(水)자로 물을 좋아하고 6월에서 7월사이에 꽃을 피웁니다. 흰색, 청보라색, 자색, 분홍색, , 빨간색등 다양한 색상을 보이는데 재미있는 것은 토양의 산성에 따라 꽃의..
제주 올레 19코스는 조천 만세 동산에서 엄숙함으로 시작합니다. 제주의 3대 항일운동은 "법정사 항일운동", "조천만세운동", "해녀 항일운동"을 지칭하는데 그 가운데 조천 만세 운동은 육지의 3.1 운동을 이어받아 지식인들이 많이 살았던 조천을 중심을 일어난 만세 운동을 말합니다. 법정사 항일운동은 3.1 운동 보다 5개월 앞서 일어난 종교계의 무장 항일 운동이었고 해녀 항일운동은 3.1 운동 10여년 이후 일제의 수탈에 맞선 어민들의 항일운동 이었습니다.우측의 "3.1 운동 기념비"를 바라보면 거대하게 쌓여진 두개의 석축 사이로 길을 이어갑니다.장소의 엄숙함과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가로등에 걸린 올레 리본이 마음을 곧추 세웁니다. 올레길이란 무작정 목표를 향해 걷는 노동도 아니오, 세속에 찌든 때를 ..
올레 여행을 가볍게하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좋은 숙소일 것입니다. 제주 시외 버스 커미널 근처의 모텔을 이용하면 저렴하고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식으로 식사를 해결 해야하고 약간의 불쾌감이 있다는 것이 단점일 것입니다. 그래도 지난 올레에서 묶었던 모텔은 주인 어른께서 친절하셔서 나름 좋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이번 올레길에는 조천 지역의 펜션을 이용했는데 아고다에서 조천지역으로 숙소를 검색하다보니 저렴한 펜션이 두서너 군데 있더군요. 수수료를 감안하더라도 취사가 가능하고 이동 지역 근처라는 장점이 있어서 예약을 했습니다. 콘도나 펜션을 이용하기 때문에 쌀을 가져와서 아침과 저녁은 직접 해결하고 점심은 가는 길에 눈에 들어 오는 것으로 외식하자는 계획이었습니다.저녁 시간에 사진을 잘못 찍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