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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경우에는 여름 휴가를 사람들이 북적대는 해수욕장이나 계곡에 가기보다는 종종 미술관이나 영화관을 찾습니다. 시원할 뿐만아니라 소란함 속의 고요라 할까요? 작품들에 더 몰입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희노애락의 다양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초여름에 찾은 올레 20코스, 김녕리는 이러한 고요한 미술관과도 같습니다. 푸른 바다와 하늘을 미술관 삼은 수많은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속에 찌든 삶을 벗어나 진정 여행자, 예술인의 세계에 들어선 느낌입니다. 금속 공예 벽화 마을 김녕리의 금속 공예 작품들이 설치된 길을 일명 "고장난 길"이라 부르는데 "고장난"의 의미는 망가진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 제주 방언으로 "꽃핀 길"이라는 의미라 합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철구조물에 현무암을 매달아놓은 작품이 작품인듯 아닌듯 서 있는 모양이 주변과 하나되어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동피랑 마을 처럼 페인트로 색색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작품이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지만 금속 공예 벽화가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무암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는 "팡도라네"라는 작품입니다. 금속 공예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부식일텐데 이 작품은 포스코가 개발한 고내식 강판으로 만들어서 작품의 자연스런 부식의 모습은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네요. 

하긴 이 작품의 목적 자체가 "쉼터"이므로 부식의 최소화는 당연한 검토 요소이었겠죠!

자연스런 부식의 모습이 남아있는 작품입니다. 

이어도 사나 에헤 이어도 사나 에헤 

어잇잇 에헤 이엇 사나 에헤총가차라 에헤 

물에 들 에헤 양식 싸라 에헤 

물에 들자 에헤 요밸 타고 에헤 어딜 갈꼬 에헤 

진도 바다 에헤 골로 간다 에헤

해녀 노래의 후렴부위로 보일러 배기구가 나와 있는 모습도 이채롭고, 가사로 형상화한 해녀의 얼굴과 작품의 부식이 만들은 녹의 배경이 바다 바람에 실려서 노래에 담긴 해녀의 애환으로 들려오는듯 합니다.

마을 전체에 작품이 걸려있는 것은 아니고 2014년에 이어 2016년에도 작품이 추가된다고 하네요. 올레길의 보너스와 같은 마을입니다.

"내 어깨와 세월에 지고 온것은 꽃이었더라" 나의 삶을 이렇게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고생과 인내, 의무와 책임을 지고 온 것이 아니라 "꽃"이라 고백했으면 좋겠습니다.

금속 공예 벽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작품들이 기존 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머리 속이 깊은 바다로 채워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작품입니다.

금속의 자연스러운 녹이 담과 어울리는 모습이 일품인 작품입니다.

제주 올레 20코스를 장식해 놓은 집. 가장 최근에 설치한 것 같습니다.

금속 공예 작품은 아니지만 예쁘게 단장해 놓은 집이 예뻐서 사진을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Peekaboo는 우리나라에서 갓난 아이를 볼 때 "까꿍"하면서 놀아주는 것처럼 보였다, 숨었다를 반복하면서 "Peekaboo"하며 노는 놀이입니다. 저 건물은 아마도 화장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녕 금속 공예 벽화 마을, 고장난 길에는 해녀의 애환도 있지만 이런 해학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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