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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을 내려온 올레길은 북촌 초입에서 해변을 벗어나 잠시 내륙 쪽으로 길을 바꿉니다. 

북촌의 초입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작은 포구가 있는 이곳의 길 이름은 "북촌 1길" 입니다. 

마을 골목을 거쳐 내륙으로 잠시 들어온 이유는 바로 "너븐숭이 4.3 기념관" 때문입니다. 올레 19코스를 걷는 분들은 꼭 방문하시길을 강추합니다. 입장료도 없습니다. 올레 19길은 아름다운 경치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길입니다. 너븐숭이는 "넓은 쉼터"라는 의미로 우리 역사의 비극의 현장입니다. 무덥고 흐린 날씨에 단 두명이 입장했음에도 안내하시는 분께서 불을 끄고 다큐멘터리를 틀어 주셨습니다. 이틀만에 삼백명 이상이 죽은 북촌 학살을 비롯하여 너무도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는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지나갔던 역사가 가슴속으로 들어 왔습니다.

기념관 앞쪽에 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20여기의 애기무덤은 이곳의 아픈 이갸기를 들은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시리게 합니다. 여전히 자신의 욕심을 이데올로기로 포장하여 정당화하고 있는 세력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제주4·3사건이라 함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듯이 군인, 경찰과 무장대간의 충돌 과정이나 군인, 경찰, 무장대에 의해 무참히 학살 당한 "양민"의 희생이 너무도 가슴 아픈 이야기 입니다. 죽은 사람으로 신고된 사람만 일만 오천명에 이르고 신고되지 않은 사람을 감안하면 3만에서 8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찰 이야기입니다. 한쪽에서는 군인이나 경찰 가족이라고 무참히 학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군인, 경찰 가족이 아니면 무조건 학살했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 우리네 현대사입니다. 총칼만 들지 않았지 "돈"과 "핏줄"이라는 이름 아래 이런 비슷한 일들이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마음입니다. 위령비를 뒤로 하고 다시 해변쪽으로 올레길을 계속 나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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