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 1,470Km의 남파랑길 걷기를 할까 말까 망설인 이유 중의 하나는 트레킹 경로의 성숙도와 안전성이었지만, 돌아보면 나름 잘 정비된 경로를 가지고 있었다. 남해와 서해를 나누는 기준점까지 걸어보니 이제는 해파랑길, 남파랑길 보다도 훨씬 긴 서해랑길을 걸을까, 말까 망설이게 된다. 의외로 다닌 곳이 많아 친숙한 지역이기도 한 까닭일 것이다. 여행은 마음을 아주 흥분시키는 것이 없어도 여행 자체로 좋다. 게다가 걷는 여행은 그것만의 매력이 있다.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남파랑길을 걸으며 적었던 글들을 하나로 정리해 본다. 글 제목만 보아도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 완도, 해남 후행 구간 남파랑길 90코스 - 송호리 임도에서 땅끝탑 남파랑길 90코스 - 마봉리 임도에서 송호리 임도 남파랑..
어느덧 남파랑길 걷기도 절반을 넘어서고, 지역도 경상남도에서 전라남도로 넘어가고 있다. 봄을 맞이하며 광양과 여수 지역을 걷는 이번 여정은 옷차림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이번 여행은 지난번 남겨 놓았던 하동 47코스의 3.5Km 정도를 마무리할 예정이므로 금요일 저녁에 서대전역 인근에 자동차를 세워두고 대전 복합 터미널로 이동하여 진주로 내려가 하룻밤을 쉬었다가 다음날 첫차로 하동으로 이동한다. 위의 그림은 서대전 인근의 공영 무료 주차장으로 차를 세우고 나면 오룡역 2번 출구 정류장이나 태평1동 주민센터 정류장이나 태평 오거리 정류장에서 601번 시내버스를 타면 대전 터미널로 이동할 수 있다. 서대전역 인근에 차를 세워두는 이유는 여행을 끝나고 올라올 때는 여수 EXPO역에서 기차를 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이면 사무소에서 출발하여 남일대 해수욕장과 진널 해안 산책길을 지나 삼천포 신항을 가로지른 남파랑길 34코스는 노산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삼천포 용궁 수산 시장을 관통하여 해안변을 걷고 삼천포대교 사거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노산 공원의 해안 데크길을 걸어가는 길, 일몰의 태양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가까이 가면 모든 것을 태워 버리겠지만 적당한 거리에서는 생명과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태양이 주는 교훈이 크다. 물고기 조형물을 지나 데크길은 육지 방향으로 방향을 돌려 돌아간다. 이제 서쪽으로 삼천포 대교를 보며 걷는 길이다. 주위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석양을 뒤로하고 노산 공원 입구 방향으로 이동하다 보면 박재삼 문학관이 있는데 해안부터 그분의 시비가 등장했다. 일제 강점기 1933년 동경에서 태..
진널 해안 산책로를 걷는 남파랑길 34코스는 진널 반도를 한 바퀴 돌아 삼천포 신항을 가로질러 노산 공원으로 향한다. 남일대 해수욕장을 지나 신향 마을 포구에서 시작한 진널 해안 산책로는 중간에 마을길을 거쳐서 산책로가 이어진다. 마을길에서 시작하는 또 다른 산책로로 길을 이어간다. 진널이라는 이름이 길다라는 의미의 방언 "진"과 판자의 의미를 가진 "늘"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해안 산책로 바닥을 돌판으로 깔았다. 여러 갈래의 산책로가 있지만 남파랑길은 해안으로 길을 잡는다. 바위 지층이 드러난 해안을 보면서 얼마나 걸었을까 진널 반도의 끝자락에 도착했는지 햇살이 눈부시게 다가온다. 진널 반도 끝자락으로는 해안으로 길게 자리한 진널 방파제가 삼천포 신항을 감싸고 있다. 이제 길은 뒤로 돌아..
경남 고성군을 떠나 사천시로 들어선 남파랑길 34코스는 남일대 직전까지 77번 국도 남일로 도로변을 걸어야 한다. 남일대 해변을 돌아서 가면 진널 해안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학교 입구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가 인상적인 하이 초등학교 앞을 지나면서 남파랑길 34코스를 시작한다. 아직은 고성군 하이면에 속한 지역이다. 77번 국도 옆을 걸어가는 길 좌측으로는 하이면 덕호리 해변에 자리 잡은 삼천포 화력 발전소가 증기를 내뿜으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석탄 화력 발전소의 퇴출 요구 속에서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모르겠다. 덕호교 다리를 건너면 경남 고성군을 떠나 사천시로 넘어간다. 사천시로 들어서면서 도로변에 인도는 없지만 갓길이 넓어서 걸을만했다. 삽재 고개를 넘어서니 삼천포 시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상족암을 지난 남파랑길 33코스는 경남 고성의 남파랑길 마지막 부분을 걷는다. 덕명 마을의 마을길을 지나 도로변을 따라 섭밭재 고개를 넘으면 정곡 마을에 이르고 여기서부터는 사곡천 하천변을 따라 종점인 하이면 사무소까지 걸어 여정을 마무리한다. 삼천포 화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여러 갈래의 송전선 아래를 지나게 된다. 상족암을 보려면 해안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평일임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이후 여정을 생각하면 여유를 부릴만한 넉넉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공룡 산책로를 계속 이어서 걷는다. 상족암 앞바다에 쌍둥이처럼 떠있는 섬은 질매섬, 장구섬이라고도 불리던 안장섬이다. 말의 안장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은 무인도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보도 연맹 사건으로 몰려 3백여 명의 민..
보리밭이 많았다는 맥전포 마을을 떠나면 공룡 산책길이라 부르는 둘레길을 따라 상족암 군립 공원에 이르게 된다. 맥전포에 들어선 남파랑길은 공룡 산책길, 표지판에서는 "공룡 발자국 따라 걷는 길"과 함께 길을 같이 한다. 맥전포는 남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반가운 곳이다. 이곳에 남파랑길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한쪽 구석에 있는 정자에 앉아 이른 점심 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공룡 산책길은 포구 구석에 있는 마을길을 통해 시작된다. 마을길은 어느덧 숲길로 바뀌어 길을 이어간다. 숲길을 지나며 경남 고성군 하일면 춘암리에서 하이면 월흥리로 넘어간다. 숲길로 고개를 넘어서면 입암마을 전경과 함께 바다 건너로 공룡 박물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입암 마을로 들어서는 길은 지금까지의 ..
아침 햇살을 받으며 해안길을 걷던 남파랑길 33코스는 자란만로 도로를 따라서 동화리를 지나고 춘암리에서 마을길로 접어들어 용암포를 지나고 맥전포에 이른다. 평촌 마을 포구 끝에서 우회전하여 1010번 지방도 자란만로 도로로 올라가 도로변을 따라 걷는다. 지나가는 자동차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갓길이 넓지 않아 조심해야 한다. 언덕 위에 오르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아침 햇살이 해변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동그란 만아섬 위로 눈부시게 은빛을 만들어내는 태양에 몸을 녹이고 길을 이어간다. 갓길이 좁은 도로를 걷는 부담은 도로 옆 공터와 전망대를 만나니 사르르 풀어진다. 전망대에서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감상에 잠시 젖어 있다가 다시 길을 이어간다. 자란만로 도로는 도보 여행자가 걷기에는 조금 ..
임포항을 떠난 남파랑길 33코스는 우측으로는 좌이산(416m)을 두고 좌측으로는 자라만 바다를 보며 해안길을 걸어 평촌 마을에 이른다. 석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는 임포항을 떠나 남파랑길 33코스를 시작한다. 임포라는 마을 이름은 방풍림이 있는 포구라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포구 주변으로는 방풍림이라 불릴만한 나무숲은 볼 수 없었다. 방풍림을 잘 가꾸고 보존했다라면 또 다른 명소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갯벌이 드러난 바다 건너편으로는 우리가 가야 할 솔섬이 보인다. 길은 임포교로 학림천을 건너서 자란만을 돌아가는 도로를 따라서 걸어간다. 1010번 지방도 자란만로 도로변을 걷는 길, 좌측으로는 어스름한 저녁 풍경이 펼쳐진 솔섬과 자란만 바다 풍경과 함께 하는 길이다. 도로변을 걷던 ..
고성 자란만과 자란도를 제대로 조망할 수 있는 쉼터를 지나면서 등산로를 통해 산을 내려와야 했지만 우리는 임도를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다가 길을 놓치고 말았다. 향로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만나는 학동치 고개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학동 저수지 인근으로 내려와 남파랑길 32코스와 합류하여 옛 담장을 보존하고 있는 학동 마을을 지나 임포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원래의 남파랑길 코스는 아니지만 학동치 고개에서 도로로 내려가 학도 저수지를 향해서 이동한다. 도로 아래로는 학동 저수지와 자란만 바다가 보이는 경관이다. 뜻하지 않게 걷게 된 학동로 도로는 다니는 차도 많지 않고 도로변의 갓길도 넉넉했고 중간에 영학정이라는 정자도 있어서 걷기에 무리가 없는 길이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학동로 내리막길은 넓고 ..
남파랑길 31코스를 끝내고 이어서 걷는 32코스는 망림리까지는 국도변 마을길을 걷다가 국도를 건너 무선리로 들어가 무이산과 수태산 자락에 위치한 사찰까지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 오르막 길을 오른다. 도로를 따라 문수암 주차장까지 올라가면 이후로는 수태산 자락의 임도를 걷는 경로이다. 망림리 부포 사거리를 떠나 여정을 시작한 남파랑길은 33번 국도 상정대로 옆의 작은 농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1월 중순의 날씨는 손이 시려올 정도로 조금 쌀쌀하지만 하늘이 쾌청하니 그늘만 아니면 그나마 따스한 느낌이 들어온다. 메타세쿼이어가 인상적인 국도변 길이다. 상동천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서 길을 이어가면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갈림길 표지가 등장한다. 수태산과 무이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사찰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
고성읍내를 지나 대독천을 따라 걷고 있는 남파랑길 31코스는 대독 누리길이 끝나면 33번 국도 상정대로 바로 옆의 작은 길을 따라 이동하며 부포 사거리에 여정을 마무리한다. 대독 누리길은 대독천을 따라 올라갔다가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걸어 내려오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남파랑길은 계속 직진) 하천 건너편에 강둑이 없는 구간에 데크길로 길을 연결했는데 길 벽면으로는 공룡 화석 같은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고성과 공룡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맑은 대독천에는 오리들이 제 집인 양 놀고 있다. 대독천변 교사리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 고성공장이 들어서 있고 연관 기업들도 들어서 있다. 인근에 경남 항공 고등학교도 있는데 고성은 드론 산업과 항공기 부품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고성만을 따라 해지개 해안둘레길을 걸어온 남파랑길 31코스는 남산 공원을 거쳐 고성읍내로 들어간다. 읍내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다음에는 대독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대독 누리길을 걷는다. 석양이 비구름을 몰아 내준 덕택에 서쪽 하늘은 이제는 구하기 조차 어려워진 백열등처럼 환하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비가 왔었던 하늘인가 싶은 맑은 하늘이다. 호수 같은 고성만의 바다는 아스라이 비추는 석양빛을 받아 주변 풍경을 거울처럼 그려내고 있다. 말 그대로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진다. 촛불의 마지막 순간처럼 고성의 산 아래로 내려가는 석양빛은 더욱 강렬하다.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해지개 해안 둘레길에서 만난 석양의 기억은 강렬한 빛의 색깔만큼이나 오랜 잔상으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주위의 모든 것이 석..
남파랑길의 통영 구간 마지막 코스였던 30코스를 마무리하고 바로 고성 구간 31코스를 시작한다. 바다 휴게소에서 국도를 따라 코스를 시작하다가 고성읍 월평리에서 해안으로 나가 해안길을 이어간다. 신월리까지 해안길을 이어간다. 원산리 바다 휴게소를 떠난 남파랑길은 14번 국도 옆의 농로는 따라서 경남 고성군으로 들어간다. 남파랑길 12코스에서 당항포를 지나면서 밟았던 고성땅을 다시 밟는다. 고성군 첫 마을인 월평리 마을길을 따라서 해안으로 나간다. 월평리 해안 제방길을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오전 내내 비구름으로 막혔던 하늘은 서쪽 하늘로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다. 트인 하늘 사이로 황금빛 석양이 바다를 조금씩 물들이고 있다. 날씨가 쌀쌀하니 저녁 시간을 앞둔 월평리의 앞바다는 적막함만이 가득하다. 월평리 ..
제석봉과 발암산을 지나 한퇴 마을로 내려온 남파랑길은 관덕 저수지로 이어지는 동해천을 따라 걸어 올라가 저수지를 지나면 시루봉 아래 자락의 임도를 통해서 고개를 넘고 통영과 고성의 경계에 있는 통영시 도산면 원산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한퇴 마을로 내려오면 14번 국도 남해안대로를 횡단보도로 건너서 한퇴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좌측에는 도덕산, 우측에는 대당산 자락을 두고 있는 골짜기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동해천 옆길을 따라 올라간다.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농로를 걸어 올라 가는데 이따금 보슬비가 내리기도 하지만 이내 그친다. 산허리로 올라가는 비구름을 보니 비가 그치고 있는 모양이다. 길은 동해천 좌우를 왔다 갔다 하면서 북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 따듯한 남쪽 나라가 맞다...
통영의 마지막 남파랑길 30코스는 제석봉을 지나면 봉우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발암산을 올라가 산을 넘고 한퇴 마을에 이른다. 제석봉을 지난 남파랑길은 발암산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그런데, 먼 곳에서 내려온 나그네를 위한 선물일까? 제석봉 아래 구름이 살짝 걷힌다. 산 아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살짝이라도 구름이 가린 것을 벗겨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감동이다. 제석봉 인근의 나무들은 모두 구름을 머금었다. 지리산 같이 높은 산에 기온이 낮았으면 하얀 눈꽃이 가득했을 것이다. 아직 멀었지만 발암산 너머 한퇴 마을 표지판이 등장했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지만 숲에 가득한 구름은 내 눈에는 살짝 눈꽃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ㅎㅎ 만약 진짜 영하의 날씨에 흰 눈꽃이 피었다면 옆지기는 거의 죽음이었지..
통영의 남파랑길 마지막 코스인 30코스는 무전동 해안길을 걷다가 동원중고등학교를 지나 향교봉과 제석봉 산행을 시작한다.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30코스는 보슬비와 함께 하는 길이다. 처음에는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들고 출발했지만 보슬비도 내리다 말다 하는 수준이라 배낭 커버는 그대로 둔 상태로 우산은 접기로 한다.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해안 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바다에서 길게 들어와 있는 만의 끝자락으로 정식 여객선 터미널은 없지만 여러 섬을 오가던 여객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배를 운행하지 않을 때는 이곳에다가 세워두는 모양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섬사랑이란 배는 통영과 비진도를 오가던 배였다. 해양 연구용 선백도 있는데 크고 작은 배들이 모두 앞쪽에 카페리처럼..
28코스에 이어서 걷는 남파랑길 29코스는 경상대학교 해양 과학 대학 입구 앞을 지나 국치 마을과 민양 마을을 거쳐 통영 반도 서쪽을 해안을 일주하는 평인일주로를 올라서서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경상대학교 앞의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다음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것처럼 주인도 다를 것이고, 주인과 함께하던 이야기도 제각각일 것이다. 하루종일 흐린 날씨라서 그런지 항구의 풍경이 감성적이다. 일제 강점기 세워진 통영 수산 전문대학은 1995년 진주에 본교를 두고 있는 경상 대학교와 통합되어 경상 국립 대학교 해양 과학 대학으로 바뀌었다. 천대 마을과 국치 마을을 잇고 있는 천대 국치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다. 인도가 없는 도로를 걷기는 하지만 차가 거의 없어 위..
동피랑과 충렬사를 거쳐 서피랑에 도착한 남파랑길 29코스는 서피랑 공원을 내려가 도천동을 지나 통영 운하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서포루로 올라가는 길의 벽면에는 소설가 박경리의 어록들이 색칠하지 않은 시멘트 벽면에 날것처럼 새겨져 있다. 예술이란 화려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멘트 벽면에 새기고 싶은 것이 작가 박경리의 글이니 그 글이 주인공이 되게 하는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글들 중의 일부다. 창조적 삶이란 자연 그대로, 어떤 논리나 이론이 아닌 감성입니다. 지성이나 의지가 창조적 삶을 살게 한다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인생을 창조적으로 산다는 것은 희귀한 일입니다. 편의주의나 보편적 규칙은 있을지언정 순수한 것은 아닙니다. 창조는 순수한 감성이 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서피랑 마을 ..
남파랑길 28코스에 이어서 바로 29코스를 걷는다. 남망산 공원 입구에서 동피랑 마을과 충렬사를 거쳐서 서피랑 공원을 지난다. 남망산 공원 입구에서 28코스를 끝낸 우리는 바로 이어서 29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서피랑 공원을 빠져나올 때까지는 사람들이 많은 곳임을 감안해야 한다. 29코스 갈 길도 멀고 남망산 공원과 동피랑, 충렬사는 여러 번 여행을 다녀간 곳이니 생략할까? 생각도 있었지만 옆지기의 의견에 따라 그냥 걷기로 했다. 중앙 시장길을 통해서 동피랑 마을로 진입한다. 예나 지금이나 모습은 비슷한 것 같은데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랜 마을의 활성화를 위해서 벽화 마을로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곳도 거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빠른 걸음으로 남파랑길 ..
통영 RCE 세자트라 숲을 지난 남파랑길 28코스는 숲길을 통해 이순신 공원과 통영 동호항을 지나 남망산 공원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통영 RCE 세자트라 숲을 가로지른 남파랑길 29코스는 숲길을 통해서 이순신 공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우리를 앞서가던 단체 여행객의 일부 어르신들이 바닥에 주저앉아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계신다. 씩씩하게 그룹을 이끌던 분들이셨는데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셨다. 이후에 이순신 공원에서 그룹의 일부를 만난 다음에는 선두 그룹 외에는 더 이상 그분들을 볼 수 없었다. 망일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갈라지는 곳이 있지만 길은 이순신 공원으로 향한다. 통영에서는 여러 길을 두고 "토영 이야~길"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 두었다. 사투리에서는 통영의 통 이응 발음이 잘 안 되어서 ..
삼봉산 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 28코스는 이봉산 자락의 임도를 걸어 용남면사무소를 지나고 통영 대전 간 고속도로와 국도 아래를 차례로 통과해서 화삼리 마을길을 통과하여 해변으로 나가고 해안길을 통해서 통영 RCE 세자트라 숲에 닿는다. 삼봉산 임도를 지나 이봉산 자락의 임도를 걸어가는 길, 이곳 또한 임도 바닥은 솔잎으로 가득하다. 한참 임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 시작지점에서 만났던 단체 여행객들이 길 한쪽에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따뜻한 커피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눈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는데 "남파랑길 가시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하면 내리막길을 가리킨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느라 남파랑길 표식을 놓친 것이었다. 멈추어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일봉산 등산로 표식에 남파랑길 표식이 붙어 있었다. 임..
남파랑길 28코스는 신촌 마을에서 시작하여 장평리 해안으로 나갔다가 삼화리에서 임도로 진입하여 삼봉산 자락의 임도를 걷는다. 다시 통영으로 내려왔다. 대전까지 차로 이동하고, 대전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통영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서 다시 거제대교가 종점인 시내버스를 타고 거제대교 바로 앞의 신촌 마을에 내리니 날은 조금 흐리지만 여행의 설렘으로 기나긴 이동 시간의 피로가 모두 잊히는 느낌이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도 갈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먼 이국 땅에 여행하는 느낌으로 걷기로 한다. 남파랑길 표지판 옆길로 좌회전하여 길을 시작한다. 우리가 시내버스를 내려 출발 준비를 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처럼 남파랑길 28코스 걷기를 시작하고 ..
거제도 남파랑길의 마지막 산행길이었던 둔덕기성을 지난 27코스는 사등면 오량리로 내려와 거제도로 들어올 때의 15코스와 만나지만 신 거제대교 아래를 통과해서 견내량항을 지나 거제대교를 건너고 다리 앞 통영 신촌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둔덕기성을 내려와 오량리로 향하는 길 임도에서 만난 숲길은 소나무 사이사이를 간벌하여 공간을 만들고 만들어진 공간에다가 편백나무를 심어 놓았다. 나무를 완전히 잘라낸 다음에 민둥산을 만들고 그다음에 조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세월을 이겨낸 나무들 사이로 새로운 세대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 산아래 남서 방향으로는 학산항과 고래섬이 눈에 들어오고 바다 건너편은 통영 땅이다. 송전선 아래를 통과하면 둔덕면에서 사등면 오량리로 넘어간다. 길 표지..
거제도를 한 바퀴 돌아온 남파랑길은 드디어 거제의 남파랑길 마지막 코스인 27코스를 걷는다. 청마 기념관이 있는 방하리에서 둔덕천을 건너 거림리로 진입하고 거림 소류지를 지나 임도를 통해 둔덕기성을 지나며 산을 넘는다. 청마 기념관을 세우고 동랑 청마 생가를 복원한 거제 방하 마을을 떠나 거제의 마지막 남파랑길 코스인 27코스를 시작한다. 사실 통영에도 청마문학관과 생가, 청마 거리가 있다. 두 도시 모두 유치진, 유치환 형제의 기록과 작품, 그리고 가족과 친척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자신들이 청마 유치환의 출생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친일 작가로 비판받는 동랑 유치진은 자서전에서 "거제도 둔덕이라는 한촌에서 태어났다. 내가 다섯 살, 청마가 두 살 때 통영으로 이사했다"라고 했고, 청마 유치환은 그의 작품에..
대봉산 자락의 임도를 걷던 남파랑길 26코스는 산방산 자락의 임도를 걸으며 거제면에서 둔덕면으로 넘어간다. 산방산 자락에서 내려온 임도는 방하리 마을길을 지나 청마 기념관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임도 아래로 거제면 내간리에 속한 송곡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옛날에는 유생이 많아 생곡이라고 불렸던 적도 있다고 있다. 지금의 송곡이라는 마을 이름은 소나무가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늘로 쭉쭉 벋은 나무를 보면 이번에는 무슨 나무일까? 하는 호기심이 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편백나무, 측백나무, 삼나무 중의 하나이지만 이번에는 삼나무다. 일본 구마노고도 걷기에서 만났던 끝없는 삼나무 숲이 워낙 삭막했던 터라 삼나무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 제주도 올레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거제도를 한 바퀴 돌아온 남파랑길은 26, 27코스를 남기고 있다. 26코스는 임도로 산을 넘어서 청마기념관에 닿는 여정이다. 어제 25코스를 끝냈던 거제 파출소 앞에서 여정을 시작하여 해안 제방길을 걷다가 외간리 동백나무를 지나 대봉산 자락의 임도를 걷는다. 거제 파출소 앞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26코스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거제남서로 도로변 인도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난 아침 바다 풍경과 함께 길을 시작한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바람은 서늘하다. 아파트 앞에서 좌회전하여 해변길로 길을 이어간다. 수산 안전 기술원 앞을 지나며 거제항을 만난다. 거제면에 있는 항구이니 거제항이라는 이름을 얻은 모양이다. 거제항이라고 거제도의 대표 항구는 아니고 지금은 작은 포구일 뿐이다. 거제..
부춘리에 도착한 남파랑길 25코스는 시내 구간을 걸어서 거제면 한복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부춘저수지를 지나는 길에서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바다와는 다른 감성을 가슴에 담는다. 부춘 저수지를 지나 마을길을 걸으며 이곳이 과연 섬 맞나? 하는 농촌 풍경을 접하며 길을 이어간다. 우리나라 제2의 섬이지만 제주도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을 가진 거제도의 속살을 만난다. 부춘이라는 마을 이름은 부자 마을, 즉, 부촌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마을을 흐르는 실개천을 보면 알 수 있다. 높은 노자산 자락에서 끊임없이 물을 공급하니 농사가 잘 될 것이고, 농사가 잘 되면 부한 마을이 되는 것은 당연 지사가 아닐까? 사람에게 물은 생명줄이라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아도 어렵지 않게 증명될 사..
남파랑길 24코스에 이어서 걷는 25코스는 해안이 아니라 다시 내륙으로 들어가 노자산 자락의 임도를 걷는다. 어제는 노자산 자락에서 가라산으로 이어지는 산능선을 걸었다면 오늘은 반대쪽의 노자산 아래 자락의 임도를 걷는다. 임도는 고도 250미터 정도까지 오르고 임도가 끝나면 부춘리에 닿는다. 탑포 마을 입구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25코스는 마을 앞 거북섬을 보면서 우측으로 이동한다. 거북섬 앞에 있는 포구를 지나면서 거제시 남부면 탑포리에서 동부면 율포리로 넘어간다. 포구에는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아마도 해상 콘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타고 온 차량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해상 콘도, 해상 펜션 이름이 어떠하든 바다 위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이용료를 받는 것은 유사할 ..
거제 섬&섬 길 무지개길 2구간과 함께했던 남파랑길 24코스는 1-1구간과 함께하다가 쌍근 마을 이후에는 해안선을 걸어서 탑포 마을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무지개길 2구간 이후 1구간은 가던 임도를 통해서 탑포리 안쪽 숲 속으로 깊이 아홉산재까지 들어가지만 남파랑길은 해안의 쌍근 마을로 향하는 무지개길 1-1 구간과 함께한다. 쌍근 마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리막길을 이어간다. 나무들 사이로 쌍근 마을의 방파제가 보이는 것이 쌍근 마을이 지척인 모양이다. 쌍근 마을 포진지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이 설치한 포진지 흔적을 말하는 것으로 일본군은 지세포 앞바다의 동백으로 유명한 지심도도 탄약고와 포진지로 헤쳐 놓았었다고 한다. 요즘 세태를 보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역사를 잊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