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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코스에 이어서 걷는 남파랑길 29코스는 경상대학교 해양 과학 대학 입구 앞을 지나 국치 마을과 민양 마을을 거쳐 통영 반도 서쪽을 해안을 일주하는 평인일주로를 올라서서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경상대학교 앞의 바다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다음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것처럼 주인도 다를 것이고, 주인과 함께하던 이야기도 제각각일 것이다. 하루종일 흐린 날씨라서 그런지 항구의 풍경이 감성적이다.
일제 강점기 세워진 통영 수산 전문대학은 1995년 진주에 본교를 두고 있는 경상 대학교와 통합되어 경상 국립 대학교 해양 과학 대학으로 바뀌었다.
천대 마을과 국치 마을을 잇고 있는 천대 국치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다. 인도가 없는 도로를 걷기는 하지만 차가 거의 없어 위험하지는 않다.
국치 마을로 향하는 길은 숲 사이로 적막함이 이어진다. 날은 흐리고 해도 지고 있는데 숲 사이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니 귓전으로 들리는 소리는 그저 우리의 발걸음뿐이다.
길은 국치 마을 위를 지나는 도로를 따라 이어간다. 마을 주위로 작은 섬이 3개 있는데 재미있는 것이 상항도, 중항도, 하항도이다.
길이 국치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지만 언덕에서 보는 마을 풍경이 예쁘다. 마을을 벗어나면서는 편백숲을 만난다.
편백숲을 지나면 천대 마을을 지난다. 멀리 민양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항아리처럼 잘록하게 들어간 민양 마을 앞바다는 굴양식에 사용하는 부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규모가 엄청나다.
항구에 쌓여 있는 스티로폼 부표를 자세히 보니 스티로폼 부표로 인한 미세 플라스틱 피해와 미관을 해치는 현실이 피부로 와닿는다. 2023년 말부터는 새로운 스티로폼 부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국치 마을과 천대 마을을 지난 남파랑길은 이제 민양 마을 안으로 들어가 해안길을 걷는다.
이곳은 아름다운 해안 풍경이라기보다는 어민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민양 정류장과 민양 경로당을 지나면 남파랑길이 마을을 빠져나가는 골목길을 잘 찾아야 한다. 잘못하면 포구 끝까지 갈 수 있다.
전봇대에 붙어 있는 남파랑길 표식과 리본을 따라서 오르막 골목길을 오른다.
오르막 골목길을 조금 오르면 평인인주로 큰길을 만난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민양 마을은 상당한 규모의 어촌 마을이었고 인상 깊은 곳이었다.
민양 마을을 지난 남파랑길은 이제부터는 29코스 종점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평인인주로 도로를 따라서 도로 옆 인도를 걷는다. 우포 마을을 향한다.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지만 좌측으로 다양한 해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우측으로는 258미터의 천암산을 두고 좌측으로는 걸을수록 달라지는 남해안 풍경을 보며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북서 방면으로 이어지던 평인일주로는 갈목 마을을 지나면 북동 방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는 시간 이제부터는 버스 시간을 살펴야 한다. 앞서서 반대편으로 지나가는 버스의 시간을 보니 버스 시간표 대로 운행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버스 기점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맞다면 고객이 없으니 정류장 단위로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히 짧은 모양이었다.
가로등도 있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인도도 있으니 버스를 놓치면 29코스 종점까지 걸을 생각이었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캄캄한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실시간 버스 위치 검색을 해보니 마지막 버스가 무섭게 앞의 정류장들을 지나쳐 이곳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골이라도 요즘 시내버스는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는 잘 세워주지 않기 때문에 가까운 정류장으로 달려가 겨우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걸어가야 할 해안 길은 버스를 타고 쌩하니 지나갔다.
무전동 시내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해변까지 걸어 나와 어제 마무리하지 못했던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른 아침 어제처럼 날씨가 흐리고 가끔씩 보슬비도 내리는 상황이지만 후드득 떨어지는 비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무전동 해변 공원의 아침 풍경은 촉촉하게 젖어 감성을 더해주는 한 폭의 풍경화 같다.
풍경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던 29코스를 마무리한다. 옷매무새를 다듬고 통영의 마지막 코스인 남파랑길 30코스를 바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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