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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족암을 지난 남파랑길 33코스는 경남 고성의 남파랑길 마지막 부분을 걷는다. 덕명 마을의 마을길을 지나 도로변을 따라 섭밭재 고개를 넘으면 정곡 마을에 이르고 여기서부터는 사곡천 하천변을 따라 종점인 하이면 사무소까지 걸어 여정을 마무리한다. 삼천포 화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여러 갈래의 송전선 아래를 지나게 된다.

 

상족암을 보려면 해안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평일임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았다. 이후 여정을 생각하면 여유를 부릴만한 넉넉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공룡 산책로를 계속 이어서 걷는다.

 

상족암 앞바다에 쌍둥이처럼 떠있는 섬은 질매섬, 장구섬이라고도 불리던 안장섬이다. 말의 안장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은 무인도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보도 연맹 사건으로 몰려 3백여 명의 민간인이 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당한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누군가는 동네 유지와 싸우다 상해 사건으로 경찰서에 붙들려 갔는데 어느새 빨갱이로 몰려 죽었으니 그 가족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그 누가 위로할 수 있을까? 전후 군사 정권하에서는 연좌제로 또다시 고통을 당했으니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누가 풀어 줄 수 있을까? 그렇지만, 2023년 대한민국은 1950년 반공이 최고의 가치로 추앙받던 세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여전히 이데올로기에 붙잡힌 이 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길은 공룡 박물관 앞을 지나쳐 덕명 마을 포구를 향해서 해안 산책로를 걷는다.

 

좌측으로 덕명 마을 포구를 보면서 걷는 공룡 산책길, 1백 톤이 넘는 공룡이 다녔을 길은 아니지만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숲길 걷기는 참 좋다. 바닷가 화석에 새겨진 발자국으로 공룡의 크기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머리까지의 높이가 15미터가 넘고 무게는 1백 톤이 넘는 브라키오 사우루스의 발자국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드디어 공룡 산책길의 끝에 도착했다. 넓게 펼쳐진 덕명 마을 해안이 눈을 시원케 한다.

 

고성의 남파랑길 32, 33코스 걷기를 총정리하는 것 같은 자란만 안내판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한적한 덕명 마을 포구의 풍경은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길은 해안을 뒤로하고 덕명 마을 회관을 지나 마을 뒤편의 산을 향해서 오르막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덕명 마을 뒤편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에서는 여전히 경남 고성이지만 사천 경찰서의 이름이 등장했다. 33코스를 끝내면 이어질 34코스의 사천시가 지척인 모양이다.

 

덕명 마을의 오르막 마을길 끝에서 마을을 아래로 바라보니 이곳도 남향으로 포근한 마을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곳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을은 왜 이렇게 많은지...... 길은 덕명 마을 끝에서 상족암로 도로를 만나서 오르막 고개를 넘는다. 전봇대에 위험 구간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머리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굽이진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가로수로 동백을 가지런히 심어 놓고 길가로 LED 조명까지 설치한 섭밭재 고개에는 상습 결빙 구간이라는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아무리 따스한 남쪽 나라라고 하지만 오는 길에 논바닥에 앉은 살얼음을 보니 1백 미터가 조금 넘는 이곳에도 얼음에 얼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고개를 넘으니 정곡 마을의 전경과 함께 멀리 8백 미터가 넘는 사천의 와룡산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남파랑길은 상족암로 도로를 계속 따라가지 않고 정곡 마을 버스정류장 앞에서 농로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정곡 마을이란 이름은 양쪽에 산을 두고 있는 계곡에 위치하고 있고 산아래 마르지 않는 우물이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농로를 따라 산 아래로 내려온 남파랑길은 이제부터는 하천 옆의 둑방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정곡 삼거리 앞에서 다리를 건너 반대편 둑방길을 이어간다. 사곡천 하천변을 따라 걷지만 지척에 77번 국도와 함께 걷는다. 남파랑길이 77번 국도와 만나는 하이면 사무소 앞이 33코스의 종점이다. 

 

공룡의 땅을 상징이라도 하듯 정곡 삼거리에는 거대한 공룡 두 마리를 세워 놓았다.

 

좌측으로는 사곡천, 우측으로는 계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 논을 두고 걷는 길이다. 가끔씩 하늘로는 삼천포 화력에서 나오는 송전선 아래를 지난다. 

 

둑방길 끝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정비를 하고 우회전하여 하이면 읍내로 들어간다.

 

오늘의 점심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며 읍내를 걸어 하이면사무소에 도착한다.

 

경남 고성 남파랑길 33코스가 드디어 끝났다. 창원 11코스를 끝내고 고성 회화면의 12코스를 걸으면서 처음 만났던 고성 코스는 통영, 거제를 거쳐서 33코스에 작별 인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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