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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를 한 바퀴 돌아온 남파랑길은 드디어 거제의 남파랑길 마지막 코스인 27코스를 걷는다. 청마 기념관이 있는 방하리에서 둔덕천을 건너 거림리로 진입하고 거림 소류지를 지나 임도를 통해 둔덕기성을 지나며 산을 넘는다.

 

청마 기념관을 세우고 동랑 청마 생가를 복원한 거제 방하 마을을 떠나 거제의 마지막 남파랑길 코스인 27코스를 시작한다. 사실 통영에도 청마문학관과 생가, 청마 거리가 있다. 두 도시 모두 유치진, 유치환 형제의 기록과 작품, 그리고 가족과 친척들의 증언에 근거하여 자신들이 청마 유치환의 출생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친일 작가로 비판받는 동랑 유치진은 자서전에서 "거제도 둔덕이라는 한촌에서 태어났다. 내가 다섯 살, 청마가 두 살 때 통영으로 이사했다"라고 했고, 청마 유치환은 그의 작품에서 "난 곳은 노도처럼 밀려 닿던 왜의 세력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던 한반도의 남쪽 끝머리에 있는 통영"이라고 했다. 두 도시 모두 청마 유치환을 매개로 관광 상품화를 노린 것이다. 아무튼 우리말로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한 유치환의 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가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령이 35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방하리의 팽나무는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다. 이런 나무가 있는 마을은 왠지 유서 깊고, 좋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외로 많은 마을들은 귀찮다고, 불편하다고, 나무를 쉽게 댕강 자르기를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하리 버스 정류장 앞은 산방산 등산로가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방하리라는 마을 이름도 산방리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방리를 떠나 거림리로 향하는 길에도 청마 유치환의 시비가 독특한 배경과 함께 세워져 있다. 길을 걸으며 평소에 읽지 않던 시 한 편 누리는 호사가 있지만 이곳을 지나는 마을분들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뜬금없는 호기심도 생겨난다.

 

둔덕천을 건너는 방산교를 지나면 둔덕면 거림리로 진입한다.

 

거림리로 들어선 남파랑길은 둔덕기성을 향해서 도로를 따라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르막길은 거림 소류지를 지난다. 잠시 뒤돌아 보니 멀리 이곳의 터줏대감과 같은 산방산도 보인다.

 

거림 소류지를 뒤로하고 군덕기성을 향해서 임도를 이어간다.

 

많이 높지 않은 산이지만 오르막길은 늘 힘들다. 그렇지만, 거제에서 걷는 마지막 산길 오르막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아쉬운 느낌도 든다.

 

1월의 겨울이지만 따듯한 한낮의 기온은 포근한 봄을 느낄 정도로 따스하다. 외투는 이미 배낭 속에 있지만 소매도 걷고 연신 이마의 땀을 닦아낸다.

 

우두봉(434m)이 보이는 임도 삼거리에서 우두봉 정상 방면으로 이동한다. 우두봉 등산로는 둔덕기성 인근에서 시작한다.

 

능선에 올라선 임도는 완만한 길로 둔덕기성으로 향한다.

 

드디어 둔덕기성에 도착했다. 평일임에도 성을 보려고 방문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둔덕기성은 방하리의 공주샘과도 연관성이 있는 유적으로 고려 의종의 이야기이지만 성은 7세기 신라 시대 축조된 것이다. 그리고, 고려 의종뿐만 아니라 조선초 고려 왕족들을 이곳으로 유배시켰다고 한다. 그런 까닭일까? 이곳을 폐왕성이라고도 부른다. 거제시에서 2012년에 성의 일부를 복원했다. 복원한 구간이 옛 성과 차이가 난다.

 

성 앞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거제대교를 향해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간다.

 

하산길에 또 다른 임도를 만나는데 표지판의 한쪽은 폐왕성이고 다른 한쪽은 아사마을이다. 폐왕성은 둔덕기성을 의미하는 것이니 알겠는데, 아사 마을이라는 마을 이름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무슨 재해가 있어서 사람들이 굶어 죽은 사연이 있을까 하는 상상도 했지만 아사(衙舍) 마을의 한자는 마을 아(衙), 집 사(舍) 자로 예전에 영등진 관청이 있던 곳이라 붙은 이름이다. 고인돌도 산재해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둔덕면 학산리에 속한다. 아사 마을 앞바다, 통영과 거제 사이의 바다도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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