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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산 임도를 지나온 남파랑길 28코스는 이봉산 자락의 임도를 걸어 용남면사무소를 지나고 통영 대전 간 고속도로와 국도 아래를 차례로 통과해서 화삼리 마을길을 통과하여 해변으로 나가고 해안길을 통해서 통영 RCE 세자트라 숲에 닿는다.

 

삼봉산 임도를 지나 이봉산 자락의 임도를 걸어가는 길, 이곳 또한 임도 바닥은 솔잎으로 가득하다.

 

한참 임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 시작지점에서 만났던 단체 여행객들이 길 한쪽에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따뜻한 커피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눈인사를 하고 지나치려는데 "남파랑길 가시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합니다"하면 내리막길을 가리킨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느라 남파랑길 표식을 놓친 것이었다.

 

멈추어 서서 주위를 둘러보니 일봉산 등산로 표식에 남파랑길 표식이 붙어 있었다. 임도를 계속 가면 일봉산으로 가는 것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용남면 사무소를 향해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간다.

 

동달리 앞바다를 보면서 내려가는 길, 촉촉한 길바닥을 보니 우비나 우산 없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다. 우비나 우산을 들고 걸어본 적이 있지만 그런 상태에서는 풍경은 고사하고 그저 생존 걷기에 다름없다.

 

어느덧 길은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 옆길을 따라간다. 거제와 통영을 여행하며 여러 번 지나갔을 텐데 처음 보는 길처럼 느껴진다. 역시, 차를 타고 보는 세계와 걸으며 만나는 세계는 다르기는 다르다. 여행은 걷기 여행이 최고다.

 

사실 대전, 통영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거제, 고성, 통영 구간의 남파랑길 걷기는 히말라야 ABC 트레킹보다 어려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길은 용남면 사무소 앞을 지나쳐서 우회전하여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한다.

 

이곳은 고속도로 종점이자 통영 IC가 있는 곳으로 통과해야 하는 다리도 여러 개다. 이 고속도로가 거제도까지 연장된다고는 하는데 노선과 개통시기는 모르겠다.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한 남파랑길은 다시 국도 아래를 통과해야 한다. 도시는 통과해야 할 것이 많다. ㅠㅠ 본의 아니게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단체 여행객의 선두는 늘 어르신들이었다. 머리에 흰 눈이 내린 어르신들이 즐겁고 힘 있는 걷기 여행을 잘 마무리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과연 저 나이에 걷기 여행을 떠날 마음이라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통영 법조 단지를 지나 해안으로 나가는 길에서 거제도에서 만났던 치자밭을 다시 만난다. 거제 여행을 마무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까? 치자밭을 보니 더욱 반갑다.

 

한 농장을 지나는데 흑염소와 닭, 거위가 자유롭게 노는 모습이 너무 좋다. 문제가 닭과 염소는 가만히 있는데 거위가 대장인지, 보초인지 모르겠지만 낯선 사람이 등장했다고 시끄럽게 꽥꽥댄다. 그래도 넉넉한 공간에서 뛰노는 동물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길은 화포 마을을 지나 해안으로 나간다. 화포라는 마을 이름은 마을 앞 갯벌에 꽃게가 많이 살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화포 마을길 안으로 들어간다. 

 

꽃게가 많아 화포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는데, 화삼리라는 동네 이름은 화포 마을과 함께 하삼, 상삼 마을이 묶인 것이다. 화삼리라는 이름 자체가 이 3개의 마을이 묶인 것이라 생각하니 꽃게가 대체 어느 정도였으면 그랬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제 상삼 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 해안길을 따라간다.

 

굴 가공 공장의 조가비줄도 산더미처럼 쌓인 굴껍데기 부스러기들도 이제는 친숙한 풍경이다. 고성, 통영, 거제 걷기를 지나온 나그네의 경험이라고 해야 될지......

 

선촌 마을에 들어서면서 갯게와 잘피류를 보호하자는 팻말이 서있다. 화삼리 지역에 바다를 가로막아 생긴 습지들이 상당한 면적으로 있는데 습지와 바다의 생태 보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모양이었다.

 

야트막한 진등산을 지나 도로변을 이어가는 길에서 바라본 바다 건너편은 지난 여행에서 우리가 걸었던 거제도 땅이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선촌 마을 입구에는 작은 공원에 화장실과 쉼터도 마련되어 있었다. 공원에 앉아 잠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날이 활짝 개이지 않아도 잔잔한 바다 풍경은 사람의 감성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선촌이라는 마을 이름은 경관이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라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대체 뭐 하는 곳일까? 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통영 RCE 세자트라 숲 표지가 등장했다. 자세히 살펴보았다. 일단 RCE는 "Regional Center of Expertise on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의 약자로 직역하자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역 전문 교육 센터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통영이 2005년 UN의 지속가능발전 교육도시로 선정된 이후 삼화리 일대의 갯벌을 자연 생태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이미 국가적으로 목표가 정해지고 각 지방단체 별로도 나름의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2005년 통영 이후로 울주, 인제, 인천, 광명, 창원, 서울 도봉구가 RCE 센터로 선정되어 활동 중이다.

 

통영 세자트라 숲 입구에서는 커다란 메타세쿼이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RCE까지는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면 과면 세자트라(Sejahtera) 숲은 무엇일까? 세자트라라는 단어는 산스크리트어(인도 고어)로 지속 가능성, 공존, 균형 등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름이 어떠하든 넉넉한 숲에서 아이와 부모가 자연의 귀중함을 깨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한다면 이곳의 임무는 성공적인 것이 아닐까 한다.

 

남파랑길은 공원을 가로질러 이순신 공원을 향해 숲길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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