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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남파랑길 마지막 코스인 30코스는 무전동 해안길을 걷다가 동원중고등학교를 지나 향교봉과 제석봉 산행을 시작한다.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30코스는 보슬비와 함께 하는 길이다. 처음에는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 우산을 들고 출발했지만 보슬비도 내리다 말다 하는 수준이라 배낭 커버는 그대로 둔 상태로 우산은 접기로 한다.

 

무전동 해변 공원에서 해안 산책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바다에서 길게 들어와 있는 만의 끝자락으로 정식 여객선 터미널은 없지만 여러 섬을 오가던 여객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배를 운행하지 않을 때는 이곳에다가 세워두는 모양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섬사랑이란 배는 통영과 비진도를 오가던 배였다. 해양 연구용 선백도 있는데 크고 작은 배들이 모두 앞쪽에 카페리처럼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형태여서 물건과 사람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섬이 많은 지역이니 당연하다 싶다. 차를 실을 수 있는 배, 사람만 타는 배를 포함하여 통영 지역만 여객선이 20척이 넘는다.

 

공원을 나오면 원문로를 따라 도로변을 걷는다. 전방의 원문 터널을 통해서 남해안대로 국도와 합류하는 도로다. 바다 건너 하얀 증기를 내뿜고 있는 곳은 통영 명정동에 위치한 통영 고성 광역 자원 회수 시설이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쓰레기 소각장이다. 자원 회수라는 이름은 생활 폐기물을 소각하여 소각 과정의 열로 온수와 스팀, 전기를 생산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매립장의 연한을 최대화한다는 효과도 있다. 다만, 소각장이 현대인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반도체 연구하듯이 소각 과정과 부산물 처리 과정에 고도화된 연구가 수반되어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길은 원문 터널을 지나 교차로에서 좌회전하여 원문 마을로 들어간다. 이곳은 원문 고개라 부르는 곳으로 통영의 관문이었던 원문성이 있었던 곳이다. 아파트 단지 개발로 논란이 있었는데 원문성 발굴 작업과 함께 복원이 결정되어 지금은 한창 복원 공사 중이다.

 

이제는 통영시 무전동에서 광도면 죽림리로 넘어왔다. 우회전하여 죽림리 마을길을 이어간다.

 

언덕 위에 자리한 동원 중고등학교 옆의 용호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등산의 시작이 다가왔는지 드디어 제석봉 표지판이 등장했다. 동원 중고등학교는 사립학교로 참치로 유명한 동원 그룹이 아니라 부산에 기반을 두고 있는 동원 개발이라는 회사의 사학 재단이 관여하고 있는 학교이다. 

 

학교 옆 인도를 걷다가 아파트 단지 앞에서 좌회전하면 제석봉 등산로가 더욱 가까워진다.

 

예전에는 인도가 없는 도로를 지나야 했던 모양인데 지금은 아파트 단지 뒤로 산책로가 있어서 위험하지 않게 길을 이어갈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산책로 높이에 있는 아파트 주민과 눈이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이다. ㅎㅎ

 

셀프 세차장 앞에서 좌회전하여 찜질방과 사찰을 지나면 등산로에 진입할 수 있다. 세차장의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이제 본격적 제석봉 산행을 시작한다. 바닥도 공기도 촉촉하지만 비는 소강상태라 정말 다행이다.

 

제석봉 팻말을 따라 오르막 산책길을 오른다.

 

비가 내려 더욱 많이 떨어진 솔잎을 밟으며 솔향 가득한 숲길을 이어간다.

 

일단 능선에 오르면 완만한 능선길 걷기가 시작된다. 이러한 능선길 걷기는 오르락내리락 길이 있지만 제석봉과 발암산까지 이어진다.

 

제석봉 가는 능선길의 숲은 가지런히 간벌을 해서 숲이 깔끔해 보였다. 간벌의 방법도 여러 가지라고 하지만 핵심은 사람의 기준 이기는 하지만 좋은 나무를 남겨서 성장을 좋게 하고 병해충에 강하게 하는 것이다. 간벌보다 숲 가꾸기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기는 하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원시림도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좁은 국토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다양한 숲 가꾸기를 하는 것이 사람에게도 나무에게도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가지치기하거나 고사목을 정리해서 군데군데 쌓아 놓은 숲은 인공 조림한 숲이 아닌데도 깔끔하다. 통영시가 숲 가꾸기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지방 자치 단체라는 뉴스가 있었는데 숲을 보니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산림청은 매년 11월을 숲 가꾸기 기간으로 지정하고 있다. 산림의 휴지기가 보통 11월부터 3월까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숲 속 산책로 양쪽에는 화초를 심어 놓았다. 아마도 맥문동이 아닐까 싶다. 정성이다. 

 

숲 가꾸기 한 숲의 모습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현장이다. 숲 가꾸기 하면서 생기는 부산물을 톱밥으로 만들어 축산 농가에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니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닌가?

 

자욱한 안갯속에서 주위를 볼 수 없지만, 좌측으로는 바닷가 용호리 가는 길림길, 우측으로는 통영 향교가 있는 향교 마을로 가는 갈림길을 차례로 지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이곳은 내 영역이야!라는 하는 듯 야옹야옹한다. 부모는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독립한 아이들은 모두 고양이 집사인 우리 집을 생각하면 아무 일 없듯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주인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길고양이에게 거처와 음식을 마련해 주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포획, 중성화, 방사라는 과정을 거치려면 이렇게 정기적으로 밥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숲 가꾸기가 수행된 숲 사이로는 다음 세대 이 숲의 주인공 역할을 할 어린 편백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민둥산을 만들지 않고 여유를 갖고 하는 조림, 이것도 훌륭하다.

 

제석봉 정상부로 갈수록 안개가 더욱 짙어져 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하다.

 

좋은 날씨였다면 주위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위치였을텐데, 지금은 주위로 온통 구름뿐이다. 벤치에 앉아 김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발암산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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