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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봉산 자락의 임도를 걷던 남파랑길 26코스는 산방산 자락의 임도를 걸으며 거제면에서 둔덕면으로 넘어간다. 산방산 자락에서 내려온 임도는 방하리 마을길을 지나 청마 기념관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임도 아래로 거제면 내간리에 속한 송곡 마을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옛날에는 유생이 많아 생곡이라고 불렸던 적도 있다고 있다. 지금의 송곡이라는 마을 이름은 소나무가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하늘로 쭉쭉 벋은 나무를 보면 이번에는 무슨 나무일까? 하는 호기심이 동하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편백나무, 측백나무, 삼나무 중의 하나이지만 이번에는 삼나무다. 일본 구마노고도 걷기에서 만났던 끝없는 삼나무 숲이 워낙 삭막했던 터라 삼나무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 못하지만 제주도 올레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던 나무였다.

 

내간 지구 임도 표식을 보니 이제 거제면 내간리의 마지막 임도 구간인 모양이다.

 

잠시 내리막길을 걷기도 하지만 완만한 길은 계속 이어진다. 뒤를 돌아보면 이제 거제면의 마을들은 아득하다.

 

굽이굽이 골짜기를 돌아가는 임도는 때로는 바위가 해그림자를 만들고, 때로는 다른 산 능선 아래로 내려가 그늘을 걷게 한다.

 

완만한 오르막의 임도는 다듬지 않은 지난 계절의 상태 그대로이지만 햇살이 비추이니 생명이 다한 풀이 아니라 지난 계절을 은근하게 표현하는 한 폭의 그림이다.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 길바닥의 들풀, 저 멀리 보이는 바위 봉우리도 아름다운 설치 예술 작품 같다.

 

임도 옆에 있는 바위조차도 훌륭한 작품이다. 내간-방하 지구 임도 표식을 지나면 산방산 자락부터는 거제면 내간리에서 둔덕면 방하리로 넘어간다.

 

주위 풍경을 살리는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시퍼런 하늘이다. 그래픽도구로 만들어 낸 것 같은 완벽한 그러데이션(Gradation)이 펼쳐져 있다.

 

길은 방하리의 죽전 마을을 향한다.

 

멀리서 조금씩 그 모습을 보여주던 산방산 봉우리가 바싹 앞으로 다가왔다.

 

산방산 봉우리를 가깝게 지나가는 지점을 지나면 죽전 마을을 향해서 완만한 내리막길을 이어간다.

 

따스한 햇살과 솔향기가 가득한 내리막 숲길을 걷는 즐거움이 충만한 길이다.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완만한 솔숲길을 걷는 즐거움만 한 것이 또 있을까? 물론 땀을 흘리며 오르막길을 오르지 않았다면 누리지 못할 즐거움이기는 하다. 우리네 인생사와 다를 것이 없다. 

 

임도를 내려오면 죽전 마을의 마을길을 걷는다.

 

죽전 마을에는 한 트로트 가수의 팬이 가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 놓았는데 덕질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요즘의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풍경을 만나는 기회였다.

 

산방산 봉우리가 보이는 죽전 마을을 지나면 남파랑길은 다시 방하리 마을 뒷산을 넘어간다.

 

방하지구 임도를 통해서 마을 뒷산을 넘어간다.

 

임도를 걷다 보니 26코스의 종점인 청마기념관 표지판이 등장한다.

 

고도 150미터 정도의 고개를 넘으면 다시 내리막길을 걸어 길을 내려간다.

 

내리막길에서 산방리와 거림리의 넓은 들판이 내려다 보인다.

 

마을로 내려가 처음 만난 것은 고려 공주샘이었다. 고려 의종이 무신정변으로 이곳에 내려왔을 당시 공주가 아침저녁으로 찻물을 뜨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마을길 벽면에도 공주샘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 놓았다. 생각해 보면 다리가 놓이고 고속도로가 뚫려 있는 지금도 거제도로 내려오려면 한참인데 고려 당시를 생각하면 산 넘고, 물 건너고 바다까지 건너야 했으니 몸도 마음도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딸의 보필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의종이 유폐되었던 둔덕기성은 산 위에 있고 샘이 있는 이곳까지 거리가 한참인 것을 생각하면 공주는 온종일 물을 뜨느라 시간을 모두 보내야 했을 것 같다.

 

마을길을 얼마 걷지 않아 청마기념관을 만난다. 

 

기념관 옆으로는 동랑 청마 생가도 마련되어 있었다. 생가 벽면으로는 최근에 열렸던 백일장의 수상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청마 기념관에서 26코스를 마무리하며 벤치에서 넉넉한 휴식 취한다. 27코스를 이어 걷기 위한 넉넉한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안경 쓴 시인 옆에 있던 시를 적어 본다.

밤바람 소리 하나에도 나는 흔들리어
세상 둘 바를 모르거니
밤 뒤의 날이 옴이 오직 하나 미쁨이여
사랑하는 이여
너도 그같이 내게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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