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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를 한 바퀴 돌아온 남파랑길은 26, 27코스를 남기고 있다. 26코스는 임도로 산을 넘어서 청마기념관에 닿는 여정이다. 어제 25코스를 끝냈던 거제 파출소 앞에서 여정을 시작하여 해안 제방길을 걷다가 외간리 동백나무를 지나 대봉산 자락의 임도를 걷는다.

 

거제 파출소 앞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26코스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거제남서로 도로변 인도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난 아침 바다 풍경과 함께 길을 시작한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바람은 서늘하다.

 

아파트 앞에서 좌회전하여 해변길로 길을 이어간다. 

 

수산 안전 기술원 앞을 지나며 거제항을 만난다. 거제면에 있는 항구이니 거제항이라는 이름을 얻은 모양이다. 거제항이라고 거제도의 대표 항구는 아니고 지금은 작은 포구일 뿐이다. 거제의 중심지는 이제 산 넘어 고현이다.

 

골목길을 돌아 나가면 외간리까지 길게 이어지는 제방길을 걷게 된다.

 

거제만을 가득 채운 굴 종패 양식장을 보면 만 안쪽의 물깊이를 가늠할만하다.

 

다양한 조형물로 장식해 놓은 제방길 옆으로는 거제 국민 체육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바람에 빙글빙글 도는 나비 조형물도 신선했고 굴을 소재로 만든 캐릭터는 처음 본다.

 

간덕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설치된 수문을 무지개 색상으로 칠해 놓으니 제방길의 삭막함을 벗고 전혀 새로운 공간이 된다. 길은 수문 위를 지나서 간덕천 하천변을 따라 올라간다.

 

간덕천 너머로는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거제 식물원 정글돔이다. 7,400장이 넘는 유리로 덮여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열대 식물원이다. 나도 저 정도 규모는 아니어도 유리 온실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과연 실현될까 싶기도 하다.

 

거제 식물원 앞에 있는 외간교에서 외간 초등학교 옆으로 돌아가는 농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초등학교 옆을 지나 죄회전하여 마을길로 들어간다. 외관은 현대식 건물이지만 한국 전쟁 직전인 1946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학교이다. 한때는 학생수가 적어지면서 폐교될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동창회와 마을 주민들이 학생 유치를 위해 힘을 쏟으면서 학교를 지켜냈다고 한다.

 

남파랑길은 외간리 동백나무가 있는 마을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마을의 한 집에서는 지하수를 파고 있는 모양이다. 사실 거제도에도 연초댐, 구천댐이라는 취수장이 있지만 진주 남강댐에서 오는 광역 상수도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외간리 동백나무는 수령이 2백 년이 넘는 두 그루의 동백나무를 지칭하는데, 두 그루라서 부부 나무라고도 부르지만 동백나무는 암수 한 그루이므로 그냥 말이 그럴 뿐이다. 수명은 3백 년이 넘는다고 한다.

 

남쪽으로 강렬하게 내리쬐는 오전의 태양을 등지고 오르막 마을 길을 오른다.

 

마을길 끝에는 장수 공원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 공원이 있었다. 이른 아침 정남향으로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운동하면 정말 장수하겠다 싶다. 정자의 이름을 삼락정이라 지어 놓았는데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을 논하면 사람마다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의 가치관을 담게 마련이다. 공자도 맹자도 나름의 인생삼락을 말하고 있는데 공자의 삼락이 조금 더 공감이 된다. 배움과 토론할 수 있는 친구,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말한다. 

 

공원을 지나면 신두구비재를 향해서 본격적인 임도가 시작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오르막길을 오르는 기분은 그야말로 푸근하다. 땀은 흐르지만 상쾌한 공기와 시원한 시야로 걸음만은 경쾌하다.

 

한쪽은 소나무와 다른 한쪽은 편백나무가 어우러진 숲길을 가로지른다.

 

굵직하게 하늘로 뻗은 편백나무에 비하면 가느다란 소나무가 불쌍해 보일 정도이지만 다양한 식생을 가진 숲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돌 투성이 계곡으로 자리한 편백 숲에 와! 하는 탄성이 절로 쏟아진다.

 

그동안 계속 보아 왔던 신두구비재 표지판이 사라지고 벤치와 함께 표지에 대봉산이 등장한 것을 보니 이곳이 신두구비재인 모양이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25코스의 절반을 지나며 이제는 완만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25코스 임도 구간 내내 남쪽으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푸근한 숲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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