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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만을 따라 해지개 해안둘레길을 걸어온 남파랑길 31코스는 남산 공원을 거쳐 고성읍내로 들어간다. 읍내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다음에는 대독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대독 누리길을 걷는다.

 

석양이 비구름을 몰아 내준 덕택에 서쪽 하늘은 이제는 구하기 조차 어려워진 백열등처럼 환하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비가 왔었던 하늘인가 싶은 맑은 하늘이다. 호수 같은 고성만의 바다는 아스라이 비추는 석양빛을 받아 주변 풍경을 거울처럼 그려내고 있다. 말 그대로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진다. 

 

촛불의 마지막 순간처럼 고성의 산 아래로 내려가는 석양빛은 더욱 강렬하다.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해지개 해안 둘레길에서 만난 석양의 기억은 강렬한 빛의 색깔만큼이나 오랜 잔상으로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주위의 모든 것이 석양빛으로 재탄생되었다. 사람의 특수 효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인간의 보잘것없는 재능과 창의성, 예술성은 너무도 초라해진다.

 

우리의 가슴까지 황금빛으로 물들였던 석양을 뒤로하고 해안 둘레길에서 우회전하여 남산 공원으로 올라간다.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지만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서 한 걸음씩 오르막길을 오른다.

 

본격적인 남산 공원 경내로 들어가려면 33번 국도를 가로지르는 인도교를 건너야 하는데 다리 앞에 멧돼지가 나올 수 있으므로 야간 출입을 자제하라는 안내판이 서있다. 해가 지고 있는 시간이라 조금의 긴장감이 더해진다. ㅎㅎ 경남 고성군은 통영만큼이나 굴 생산량도 많고 바다에 접해 있는 지역이지만 산림률이 66%에 이를 정도로 산지가 많은 지역에 속한다.

 

국도 위를 지나는 다리를 건너 남산 공원으로 넘어간다.

 

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33번 국도 상정대로. 고성읍 입구의 신월리에서 남해안대로와 연결되고 31코스 대독천을 따라 사천읍내까지 연결되는 도로이다. 내일 31코스 종점에서 만난 상정대로가 기대된다.

 

구름다리를 건너 남산 공원으로 들어간다. 하나둘 켜지는 가로등을 따라 공원 정상으로 이동한다.

 

남산 공원 정상의 남산정이 보인다. 오늘 여정의 마지막 오르막이라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고성만 바다와 고성읍 읍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남산정에 올라 황혼을 조명삼아 주변 풍경을 돌아본다.

 

황혼에 물든 고성만 바다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고성읍내는 불이 들어오기 시작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황혼빛이 더 밝다.

 

가로등이 켜진 공원길을 따라 읍내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호국 참전 유공자비를 지나 남파랑길 표지를 따라 공원 입구로 내려간다.

 

남산 공원 입구를 향해 내려가는 길은 좌측으로 고성읍내를 보면서 걷는 길이다.

 

하나둘 불이 켜진 아파트들을 보니 남산도 거의 다 내려왔다. 힘들어하는 옆지기에게 오늘 저녁 메뉴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며 힘을 내라고 해보지만......

 

드디어 남산 공원의 끝자락,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조명이 들어오기는 했으나 아직 완전한 어둠이 깔리기 이전에 산을 내려왔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공원을 나가는 길에서 만난 것은 84 계단과 비석길이었다. 비석들은 원래는 고성군청 인근에 세워졌던 것들이라고 한다. 군청 주변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긴 것이라는데 고성에 부임했던 현령들을 기리는 비석, 절개를 지킨 여성을 기리는 비석 등 인물의 행적과 평가는 다양하지만 구별 없이 모두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남산 공원을 빠져나온 우리는 남파랑길 코스를 잠시 벗어나 예약해 놓은 고성 읍내의 숙소로 향한다. 읍내에서 저녁 메뉴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상상과 토론을 하면서 길을 이어 가다가 골목에 있는 백반집을 선택했는데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넉넉한 양의 미역국과 생선구이에 맛깔난 반찬까지 지금도 입맛이 다셔지는 한상 차림이었다. 금촌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전지 훈련하러 내려온 학생들 때문에 숙소 구하기가 어려울 텐데 숙소를 구했냐는 염려도 해주셨고 조식하니까 다시 찾아오라는 당부까지 해주셨다.

 

다음날 아침 고성 읍내를 빠져나가 남파랑길이 걷는 대독천을 향해서 걷는다. 마을길 벽면도 공룡 차지다.

 

남파랑길과 합류하니 우리가 앞으로 걸어야 할 대독 누리길 표지가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것 같다. 33번 국도로 들어가는 만림 IC 방향으로 이동한다.

 

국도 아래를 지나 대독천 표식을 보며 우회전하여 대독 누리길을 걷기 시작한다.

 

맑게 개인 하늘과 깔끔한 대독 누리길 산책로는 오늘의 여정에 힘을 북돋워 준다.

 

대독천에서 놀고 있는 오리들, 일정한 거리마다 산책로에 새겨진 공룡 발자국과 함께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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