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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마지막 남파랑길 30코스는 제석봉을 지나면 봉우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발암산을 올라가 산을 넘고 한퇴 마을에 이른다.

 

제석봉을 지난 남파랑길은 발암산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그런데, 먼 곳에서 내려온 나그네를 위한 선물일까? 제석봉 아래 구름이 살짝 걷힌다. 산 아래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살짝이라도 구름이 가린 것을 벗겨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감동이다.

 

제석봉 인근의 나무들은 모두 구름을 머금었다. 지리산 같이 높은 산에 기온이 낮았으면 하얀 눈꽃이 가득했을 것이다.

 

아직 멀었지만 발암산 너머 한퇴 마을 표지판이 등장했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지만 숲에 가득한 구름은 내 눈에는 살짝 눈꽃을 만들어 놓은 것 같다. ㅎㅎ 만약 진짜 영하의 날씨에 흰 눈꽃이 피었다면 옆지기는 거의 죽음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제석봉에서 발암산으로 가는 길에 홀리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무슨 종교와 연관되어 홀리(holy)라는 이름을 붙였는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을의 지형이 호리병처럼 생겨서 호리동, 홀리골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발암산으로 향하는 길, 암수 바위라는 표지판을 만난다. 좌측 바닷가로는 좌진 마을이다.

 

바위에 붙이는 이름이야 이름 붙이는 사람 마음이고 바위가 많은 산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길을 이어간다.

 

바위산이기는 하지만 낙엽이 폭신 폭신 쌓인 길도 걷는다.

 

바위산답게 곳곳에 드러나 바위를 밟으며 길을 이어간다.

 

2백 미터 내외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나는 결코 만만하지 않아!라고 외치는 듯 굴곡진 재미있는 산행길이 이어진다. 구름이 없었다면 다도해의 바다 풍경까지 볼 수 있는 최상의 산책로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구름만 없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베이는 최고의 산책길이 이어진다. 그렇지만 우비도 우산도 없이 걸을 수 있는 것이 어디인가!

 

구름 속 돌탑이 절경을 대신한다.

 

평상시에도 수분이 많은지 바위에 이끼가 가득하다.

 

구름 가득한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간다.

 

1월 중순에 피어난 진달래를 무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 봄이 멀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해야 할지, 이 겨울에 우리에게 보랏빛 꽃을 피워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숲 속에서 너무 반가운 존재를 만났다.

 

날씨는 흐리지만 나무 사이사이로 구름이 들어온 숲길,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책로를 걷는 즐거움은 무엇에 비할바가 아니다.

 

나무, 바위, 그리고 낙엽이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신책로에안개구름은 주연이다.

 

신선이 살 것만 같은 안개 가득한 숲은 어린 편백 나무도 쓰러져 생명을 다한 나무도 공존하는 살아 있는 숲이다.

 

발암산 정상으로 갈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철망으로 담장이 쳐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우측에 통영 양 떼 목장이 있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발암산이란 이름답게 정상부는 바위였다. 구름이 없었다면 와! 하는 감탄이 퍼져 나갔겠지만, 구름 속 풍경 안에 갇혀 아무런 외침도 하지 못한다.

 

구름이 없었다면 절경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눈에 보이는 261미터 발암산 표지와 바위뿐이다.

 

구름 속 바위와 바위틈에 뿌리내린 나무를 발암산의 흔적으로 사진에 남기고 산을 내려간다.

 

중간에 상노산으로 연결되는 갈림길이 있지만 남파랑길은 한퇴 마을로 향한다.

 

산에서 내려와 마을에 가까워지니 숲 풍경도 달라진다.

 

통영의 마지막 구간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이제는 큰 고비를 넘겼다는 위안이 마음에 내려앉는다. 한퇴 마을이란 이름도 독특한데,  한치, 큰 고개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을 뒤편에 큰 고개가 있다고 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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