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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군을 떠나 사천시로 들어선 남파랑길 34코스는 남일대 직전까지 77번 국도 남일로 도로변을 걸어야 한다. 남일대 해변을 돌아서 가면 진널 해안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학교 입구에 있는 커다란 소나무가 인상적인 하이 초등학교 앞을 지나면서 남파랑길 34코스를 시작한다. 아직은 고성군 하이면에 속한 지역이다.
77번 국도 옆을 걸어가는 길 좌측으로는 하이면 덕호리 해변에 자리 잡은 삼천포 화력 발전소가 증기를 내뿜으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석탄 화력 발전소의 퇴출 요구 속에서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 모르겠다.
덕호교 다리를 건너면 경남 고성군을 떠나 사천시로 넘어간다.
사천시로 들어서면서 도로변에 인도는 없지만 갓길이 넓어서 걸을만했다.
삽재 고개를 넘어서니 삼천포 시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길 우측으로는 8백 미터가 넘는 높이의 와룡산이 존재감이 뽐내고 있다.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향촌 농공 단지 입구를 지나 남일대 해수욕장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의 가로수는 한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나무였다. 남부 지방에서 겨울에 푸른 잎을 가지고 있는 상록 활엽수라면 먼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을 만났지만 나무의 수형도 독특하고 도통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해수욕장 입구 주차장에 있는 쉼터에 앉아 쉬면서도 이곳에 심어진 가로수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때마침 산책을 나가시는 동네 아주머니에게 "혹시 이 가로수가 무슨 나무인지 아세요?" 하고 여쭈어 보았더니, "그거, 도토리나무예요"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뭘 이런 것을 묻냐? 하는 반응이다.
으잉! 도토리 나무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그분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인도를 보면 곳곳에 작은 도토리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분의 말이 맞았다. 알고 보니 참나뭇과의 난대성 식물인 종가시 나무였다. 가을이면 모례 마을 주민들이 도토리를 제법 줍는다고 한다.
신라시대 최치원과 관련된 지명 중에 부산에는 해운대와 몰운대가 있다면 사천에는 남일대 해수욕장이 있다.
신라말 최치원이 부산에서 여수까지 유랑하다가 이곳을 보고는 남해안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로 남일대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남일대라는 이름값을 하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바다를 가라키고 있는 최치원의 동상 앞에 범해(泛海, 바다에 배 띄우다)라는 시비를 세워 놓았다.
돛 달아 바다에 배 띄우니
긴 바람 만리에 나아가네
뗏목 탔던 한나라 사신 생각나고
약 찾던 진나라 아이들도 생각나네
해와 달은 허공 밖에 있고
하늘과 땅은 태극 가운데 있네
봉래산이 지척에 보이니
나 또한 신선을 찾겠네
아기 코끼리를 올려놓은 남일대 조형물이 상징하듯이 남일대의 명물 중의 하나는 좌측 해변으로 보이는 코끼리 바위이다.
해수욕장 반대쪽으로 돌아오니 아주 크지는 않지만 고운 모래와 맑은 물이 인상적인 남일대 해수욕장도 여름에는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위 해변 위로는 전망대도 설치해 놓았다.
반대편에서 보니 코끼리 바위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다. 발전소가 배경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다.
신향 마을 포구로 들어오는 배 한 척이 그리는 물결, 오후의 태양이 만드는 은빛 물결, 그 가운데 존재감을 뽐내는 등대와 푸른 하늘과 눈부신 태양까지 한 폭의 그림이다.
길은 해안으로 조성된 데크길을 통해 신향 마을 포구로 들어간다.
오후의 태양을 살짝 피해서 신향 마을 포구의 방파제와 남일대 코끼리 바위를 앵글에 담으니 비현실적인 그림이 나온다. 항구를 빠져나가는 배 한 척이 절묘한 순간에 캔버스에 등장한다. 삼천포 발전소의 굴뚝조차 시골집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같다.
신향 마을 포구를 돌면 진널 해안 산책로로 진입한다.
진널 해안 산책로는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이었다.
길은 반대편 코끼리 바위를 지나 진널 반도 끝을 향한다.
계단을 만날 때마다 오르락내리락 몸은 힘들지만 푸른 바다가 위안을 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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