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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RCE 세자트라 숲을 지난 남파랑길 28코스는 숲길을 통해 이순신 공원과 통영 동호항을 지나 남망산 공원입구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통영 RCE 세자트라 숲을 가로지른 남파랑길 29코스는 숲길을 통해서 이순신 공원으로 향한다.
그런데, 우리를 앞서가던 단체 여행객의 일부 어르신들이 바닥에 주저앉아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계신다. 씩씩하게 그룹을 이끌던 분들이셨는데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셨다. 이후에 이순신 공원에서 그룹의 일부를 만난 다음에는 선두 그룹 외에는 더 이상 그분들을 볼 수 없었다.
망일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갈라지는 곳이 있지만 길은 이순신 공원으로 향한다. 통영에서는 여러 길을 두고 "토영 이야~길"이라는 특별한 이름을 붙여 두었다. 사투리에서는 통영의 통 이응 발음이 잘 안 되어서 붙어진 길 이름이란다.
이순신 공원을 향해서 해안을 따라 이어진 숲길도 훌륭하다.
가끔씩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까지 훌륭한 산책길이다.
이순신 공원으로 향하는 절묘한 위치랄까, 산책로에서 보는 바다는 방화도, 화도, 한산도, 거제도까지 한산 대첩의 현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공원 인근으로 가면 길이 여러 갈래이므로 남파랑길 표식과 리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이순신 공원으로 진입하는 지점에서 바다 건너편으로는 미륵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남파랑길은 통영 미륵도로는 가지 않는다.
탁 트이는 시야로 좌측으로는 방화도, 화도, 한산도, 거제도가 우측으로는 미륵도가 들어오는 전경이다.
멀리 이순신 장군의 동상도 보이고 야자수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원 중심부를 가로지른다. 위치가 통영의 구석진 곳일 수도 있는데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증 사진을 찍으라 여념이 없었다.
산책로를 지나 한산 앞바다를 가리키는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서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 살고자 하는 자는 죽고, 죽고자 하는 자는 산다는 결연한 장군의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공원 바로 우측으로는 동호항 방파제가 멀리 통영항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순신 장군의 32전 32승 승전도와 한산대첩도 앞에 서니 가슴이 뜨거워진다.
공원 입구는 메타세쿼이어가 장군의 기상을 말해 주는 듯하다. 길은 동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방파제에는 각양각색의 방패연들이 그려져 있었다.
통영 전통 전술 신호연을 그려 놓은 것인데, 지역에서 놀이 문화로 구전된 것이라 한다.
부두를 지나며 잡아온 장어를 배에서 트럭으로 옮겨 싣는데 규모가 엄청나다. 아나고라고 부르는 붕장어도 많이 나지만 통영, 고흥, 여수 남해안 일대는 하모라고도 부르는 갯장어 주산지라고 한다. 아나고나 하모는 모두 일본말이다. 이번 여행에서 장어를 먹을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의 크기나 대수를 보더라도 동호항은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배에는 장어를 잡을 때 사용하는 검은 통발이 가득 실려 있다. 오래간만에 장어를 주문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동호항은 30여 년 전 매립으로 조성된 항구라고 한다. 항구 건너편으로는 28코스의 종점인 남망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길은 항구를 좌측으로 돌고 다시 돌면 바로 남망산 경사면에 이른다.
이전에 남망산 조각 공원을 다녀온 기억 때문에 남망산 공원 안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디피랑 198 계단 앞에 있는 벤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지도를 확인하니 남파랑길은 계단을 올라서 공원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 아래의 해안길을 도는 것이었다. 헉헉 거리며 올라가지 않아도 되니 다행이라 해야 할지...... 이전의 남파랑길은 계단을 올라 공원을 통과하는 방식이었다.
남망산 아래의 해안길을 따라 강구안으로 들어간다.
통영 신전용부두 인근을 지나니 바다 건너편 미륵도 해변으로 자리한 리조트 시설들이 더욱 눈에 들어온다. 고급 호텔이나 요트는 내게 어울리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통영 국제 음악당은 공연 감상으로 다녀올만할 것 같다.
남망산 공원 아래를 지나면서 올려다보니 예전에 아이들과 방문해서 보았던 야외 조각 작품들은 그대로인 것 같았다.
남망산 공원, 동피랑과 통영 중앙 시장, 서피랑과 충무김밥 거리 등으로 둘러 쌓여 있는 해안을 강구안이라 부르는데 강구안 입구 바다 길목에는 바다를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인도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원 입구 쪽으로 이동할수록 시장에서 쇼핑을 끝내고 손에 이것저것 들고 나오시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은 손에 든 음식을 입에 넣을 상상에 즐겁겠지만 우리는 아직 갈길이 멀다.
남망산 조각 공원 입구에서 28코스를 마무리한다. 예전에는 저 길로 올라갔는데 하는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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