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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 28코스는 신촌 마을에서 시작하여 장평리 해안으로 나갔다가 삼화리에서 임도로 진입하여 삼봉산 자락의 임도를 걷는다.
다시 통영으로 내려왔다. 대전까지 차로 이동하고, 대전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통영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서 다시 거제대교가 종점인 시내버스를 타고 거제대교 바로 앞의 신촌 마을에 내리니 날은 조금 흐리지만 여행의 설렘으로 기나긴 이동 시간의 피로가 모두 잊히는 느낌이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일본은 물론이고 동남아도 갈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먼 이국 땅에 여행하는 느낌으로 걷기로 한다. 남파랑길 표지판 옆길로 좌회전하여 길을 시작한다.
우리가 시내버스를 내려 출발 준비를 하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리처럼 남파랑길 28코스 걷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단체 여행객과 코스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것은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다. 머리에 하얀 눈이 내린 어르신들도 여러분 계신 그룹이었다. 어르신들의 차림을 보니 필자가 청년시절 지리산 등반할 때면 찾아 신었던 두꺼운 등산 양말을 신고 계셨다. 오래간만에 보는 등산 양말에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룹 뒤에서 사람들을 따라가며 사진을 찍는 분이 계셨는데 때로는 카메라로 때로는 폰으로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이 열정이 넘쳐흐른다.
고요한 아침 풍경을 선사하는 장평리 연기 마을을 지나 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으며 분덕 마을로 향한다. 분덕 마을이라는 이름은 신촌 마을에서 나누어진 큰 골짜기 마을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분덕 마을 고개를 내려오면 바다와 함께 정면으로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삼봉산, 이봉산, 일봉산이 나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장평리와 삼화리, 동달리로 길 항아리처럼 둘러 싸여있는 장평만은 만 입구에도 중간에도 사람이 손으로 쌓았는지 모르겠지만 돌담으로 완전히는 아니지만 바다가 거의 막혀있는 모습이다. 장평만 갯벌이라 하는 것이 맞다. 통영시가 한때 이곳을 굴 껍데기를 매립하려고 했었는데 지역주민과 환경부 반대로 취소했다고 한다. 삼화삼거리 방향으로 장평만 해안을 따라서 계속 이동한다.
장평만은 지금은 물이 들어와서 바다처럼 보이지만 썰물 때면 장평만 전체가 갯벌로 드러나는 곳이다. 주변에 오염원도 거의 없으니 바닷물이 오가는 살아 있는 갯벌로 보존하는 것도 충분한 가치가 있겠다 싶다. 이미 곳곳을 매립하여 통영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갯벌이라 한다.
장평만 갯벌 배후에는 원평 소류지를 비롯한 습지들도 있으니 나름 환경적 가치가 있어 보인다.
습지의 가치를 알고 보존하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굴다리 아래로 14번 국도 남해안대로를 통과하여 삼화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양촌마을 입구까지 도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양촌 마을 입구 앞에서 좌회전하여 음촌 마을 방향으로 이동한다.
길 하나를 두고 양촌 마을과 음촌 마을로 나뉘는데 양촌이란 마을 이름은 말 그대로 햇빛이 잘 들어오는 양달의 마을이고 음촌은 반대로 해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삼봉산의 산 그림자가 그늘을 만드는 까닭이 아닐까 싶다.
삼화리 마을길 오르막을 걷던 남파랑길은 이제 본격적으로 삼봉산 자락의 임도로 들어간다.
임도 입구에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편백나무도 이제 갓 자리를 잡기 시작한 어린 편백나무도 길을 걷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어린 나무를 보니 숲의 미래를 보는 듯하다.
삼봉산, 이봉산, 일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걷는 등산로도 있지만 남파랑길은 산 아래 임도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고요한 숲 속에 새소리와 자박자박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새벽에 내린 비는 임도에 쌓인 솔잎을 조금씩 군데군데 모아 놓았다. 장맛비였으면 흔적도 없이 휙 떠내려 갔을 것이고, 보슬비였으면 그냥 촉촉할 뿐이었을 것인데 물이 조금 흐를 만큼만 내린 모양이다. 비가 내려서 숲에 퍼진 솔향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기어코는 나무를 죽이기도 하는 덩굴식물. 하지만 덩굴식물 중에도 사람에게 유익한 것이 상당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심고 싶은 다래와 머루. 이외에도 하수오, 작두콩, 결명자등이 모두 덩굴식물이다.
동달리에서 삼화리로 이어지는 임도 표식을 지난다. 이 지역은 낙엽이 온통 솔잎뿐이다. 그만큼 소나무가 많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길은 동달리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지나 이봉산 자락의 임도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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