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파랑길 9코스인 일산 해변에서 정자항까지 19Km 그리고 정자항에서 숙소가 있는 정자 해변까지 2Km 내외를 더 걸어서 총 21Km 내외를 걸어야 한다. 높지는 않지만 중간에 봉대산과 우가산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만만하게 볼 코스가 아니다. 아무렴 어쩌랴, 오늘도 화창한 날씨 덕분에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이다. 깔끔한 일산 해수욕장의 모래밭도 매력적이다. 아마도 조선소 크레인이 보이는 해수욕장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일산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대왕암 공원의 출렁다리. 어제는 늦기도 했지만 방어진항 쪽에서 공원 둘레길을 통해서 공원으로 진입했으므로 일방 통행인 출렁다리를 거쳐서 올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올해까지만 시범운영으로 무료이고 내년부터는 유료일 텐데 조금은 아쉽다. 사..
성끝 마을에서 보는 일몰은 정말 장관이다. 일몰은 아름답지만 무거운 발걸음에 해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질 체력에게 30Km에 육박하는 걷기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무리이다. 울산 동구에서 세운 소리체험관. 슬도의 거문고 소리가 그 모태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박물관에서는 조선소, 등대, 숲소리, 몽돌 해변의 파도 소리 등 울산 주변의 소리를 담았다고 한다. 강릉의 참소리 축음기 박물관을 상상한다면 그것과는 차이가 크다고 한다. 길은 성끝 마을에 있는 카페촌 아래의 해안길, 대왕암 공원 둘레길을 걸어간다. 지친 몸으로 자갈길 걷기는 쉽지 않다. 자꾸 뒤를 돌아다보게 된다. 등 뒤에서 떨어지는 일몰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저 멀리 대왕암과 대왕암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배..
울산대교 전망대 앞 데크에서 울산의 광활한 풍경을 감상한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체육 시설 벤치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옆지기는 그동안 걷기하며 자주 만났던 초대형 훌라후프를 돌려 보겠다고 나선다. 이곳은 화정산 삼거리라 부르는 곳으로 해파랑길은 해안을 따라서 울산대교 전망대를 지나서 가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의 목적지인 "일산 해수욕장" 표지판을 따라서 울산 동구청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해파랑길 순방향 색상인 빨간색 표지판 때문이었을까? 내년 1월까지 공사 중인 전망대로 가는 걸음을 내딛는 것이 부담되었을까? 아니면 초대형 훌라후프를 돌리느라 정신이 없었을까? 아마도 목적지인 일산 해수욕장 표지를 보고는 이 길이 맞다고 여겼나 보다. "화정천내 봉수대" 표지판을 따라가야 했다. 길을 씩씩하게 내..
백반으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은 우리는 7코스에 이어 8코스를 걷는다. 두 코스의 거리를 합치면 29.9Km로 저질 체력에게는 조금은 무리이지만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해파랑길은 염포산 정상까지는 가지 않고 능선을 따라서 울산대교 전망대까지 나아간다. 깔끔하게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헉헉 거리며 산을 오른다. 12월 초이기는 염포산은 늦가을의 정취를 넉넉하게 내어준다. 2백여 미터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계곡은 깊다. 길은 비소 초과 검출로 폐쇄된 약수터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염포산 정상으로 가지 않고 우측의 오솔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벚꽃이 피는 매년 봄이면 울산 동구청에서는 이곳 염포산에서 산악자전거 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산악자전거 코스를 번호와 화살표로 안내하고 있다. 염포산 MTB 코스는 대..
태화강변의 산책길을 걸어온 해파랑길 7코스의 나머지는 내황교를 건너자마자 좌측으로 U턴하여 강변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길을 이어간다. 태화강 강변의 억새 군락지를 지나면 아산로를 따라서 도로변 산책길을 통해 7코스 종점인 염포산 입구까지 걷는다. 내황교를 지난 다음 U턴하여 강변 산책로로 진입하려면 내황교 아래를 지나야 하는데 다리 교각에 그려진 낙서와 같은 그림들이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놀던 노랫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남자아이들은 주로 짬뽕 야구나 비석 치기, 오징어 놀이, 땅따먹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말뚝박기 놀이를 했지만 동네를 울리는 여자 아이들의 노랫소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
태화강 국가 정원을 지난 해파랑길은 태화강변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멀리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2014년에 복원한 태화루가 보인다. 태화루 절벽 아래의 깊은 물을 용금소라 부르는데, 옛 문헌에는 황룡연이라 했다고 한다. 태화루 아래쪽으로는 길이 없기 때문에 강변 산책길을 이어가려면 일단 태화로 길로 나가서 도로변 인도를 통해 태화루를 지나 태화교에서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태화루 가는 길에서 바라본 태화강 풍경이 아름답다. 해파랑길은 2014년에 복원된 태화루 앞을 지나서 간다. 임진왜란 당시 소실되었다가 2014년 복원된 태화루이지만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 선덕여왕 때까지 이르게 된다. 자장 스님이 당나라에 다녀와서 세운 태화사와 함께 지어졌었다고 한다. 진주의 촉석루처럼 울산을 ..
새벽 기차를 타고 해파랑길 7코스를 걸으러 내려가는 길. 지난번 해파랑길 걸을 때는 노트북 때문에 배낭이 조금 무거웠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줄여서 짐을 쌌다. 3일간 5개의 코스를 걷는 일정이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감이 몰려온다. 쉽지 않은 도전을 앞둔 즐거운 긴장감이지 않을까 싶다. 울산역에서 해파랑길 7코스의 시작점인 태화강변까지는 5001번 급행 버스가 금방 데려다준다. "두 명이요!" 하는 옆지기의 외침에 버스 기사 아저씨의 손놀림이 가볍다. 정류장 2개를 지나 무거 복개천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해파랑길 7코스를 시작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오늘은 7코스와 8코스를 이어서 30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걸을 예정이므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버스를 내린 곳은 울산 남구의 무거동이란..
삼호산 태화강 전망대를 떠난 해파랑길은 경사도 급한 계단을 내려가며 고도를 급격히 낮춘다. 사실 1백여 미터의 동네 뒷동산에서 고도를 낮춘다는 표현이 어울리기나 하냐? 하는 비아냥이 들리는 것 같지만, 15Km가 넘는 길을 걸어온 저질 체력의 부부는 이 길도 엉금엉금 거의 기어 내려가다시피 한다. 젊은 시절 1미터 정도야 펑펑 뛰어내렸던 지리산 하산길의 추억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었나 싶기도 하다. 다만, 길을 내려가며 드는 생각은 이 길을 내가 거꾸로 올라간다면, 악! 하는 비명을 지를 것 같은 상상이 된다. 삼호산을 내려오면 해파랑길 표지판을 따라 큰길 쪽으로 내려와야 한다. 큰길 도로명이 남산로인데 등산로가 남산으로 이어지므로 남산으로 가는 등산로로 가지 않도록 큰길로 내려간다. 남산로를 만나면 ..
해파랑길 6코스도 거의 막바지를 향해서 가고 있다. 이제 삼호산만 넘어가면 목적지인 태화강 전망대에 이를 수 있다. 그 시작점인 솔마루 하늘길이다. 70미터 길이의 인도교로 6차선의 문수로를 30미터의 높이로 가로지른다. 소 등에 탄 피리 부는 동자상이 정겹다. 하늘길에서 바라본 문수로 주변 풍경. 문수로는 울산 남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데 삼호산과 대공원산 자락 뒤로 서쪽은 남구 무거동, 동쪽은 남구 옥동의 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 끝에서는 삿갓을 쓴 노인이 인사를 건넨다. 일명 솔마루 산성. 유적은 아니고 울산 남구에서 만든 조형물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삼호산 오르기를 시작한다. 6코스 종점까지 3.4km가 남았다. 삼호산 정상(125.7m)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정상에서 삼거리로 나누어지는..
신선산을 내려와 솔마루 다리를 통해서 대공원 산길에 접어든 해파랑길은 66 삼거리를 지나서 음지 사거리에 도착했다. 현충탑 입구 방향으로 계속 진행한다. 이곳은 울산 어울길 7코스와 해파랑길 6코스가 함께 가는 경로이다. 대공원 산길은 솔내음을 맡으며 걷는 길이다. 이곳의 산책길 가로등은 길 표지판처럼 모두 고래 모양이다. 울산 대공원 전망대의 모습이다. 운동 시설이 갖추어진 가족 피크닉장도 지난다. 기업의 사회 공헌에 기반한 도시숲 조성 성공 사례라 할 수 있는 울산 대공원의 산림은 상록 침엽수인 소나무 및 곰솔이 48%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산책로인 능선에서 자란다고 한다. 사계절 솔향을 누릴 수 있는 산책길이다. 다만, 워낙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니 어떤 부분은 토양 침식으로 나무뿌리와..
선암 호수 공원의 호수 공원길을 따라가던 해파랑길은 보현사 입구 근방에서 좌회전하여 위의 그림과 같은 계단을 통해서 급격히 고도를 올린다. 봄에 피는 영산홍이 이 가을에 한창이다. 최근에 가을인데도 불구하고 30도가 넘는 날이 며칠 있다 보니 꽃들이 봄이 왔나 보다 하고 착각한 모양이다. 통상 짙은 영산홍을 보다가 이것은 진달래인 줄 알았는데 색은 연분홍 진달래 색이지만 꽃잎에 반점이 많은 영산홍이다. 신선산을 오르는 계단 주위로 군락을 이루었다. 신선산은 높이가 80미터도 되지 않는 높지 않은 산이기 때문에 경사가 조금 높기는 하지만 급한 경사를 조금 올랐다 싶으면 산 정상이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 정상에 오르면 주변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북쪽으로는 야음동을 시작으로 태화강 방면으..
함월산을 내려와 생태 통로를 통해 남부 순환 도로를 건넌 해파랑길은 3백 미터 정도 숲길을 통과하여 선암 호수 공원에 도착한다. 공원에서 보면 산으로 가려져서 직접적인 조망을 가리지 않지만 호수 공원을 지도로 보면 마치 아파트 단지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선암 호수 공원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평일인데도 산책 나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주말이면 줄 서서 산책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호수 공원에서 우리를 처음 맞아주는 것은 연꽃지였다. 호수 공원은 위의 그림처럼 호수 바깥으로 크게 돌면 4Km, 좌측으로 보이는 안쪽 공원만을 돌면 1.4km 정도의 산책길을 걸을 수 있다. 해파랑길은 공원 초반에 있는 생태습지를 가로질러 간다. 습지에는 부들과 연꽃이 겨울을..
이른 아침 다행히 지금 당장은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비와 동행하는 하루가 될 듯싶다. 해파랑길 6코스의 시작점은 덕하역 구역사 앞에 있다. 스탬프함도 바로 옆에 있다. 새로운 전철역은 남쪽으로 500미터 정도 내려가면 된다. 15.7km에 이르는 거리, 산을 많이 타야 하는, 조금은 어려운 코스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편에 늦지 않으려고 조금 일찍 출발한다. 덕하 삼거리를 지나온 해파랑길은 온산로 옆의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를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어제 내린 가을비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덕하역을 떠난 이후 만난 첫 표지판은 선암 호수 공원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곳으로 가려면 일단 함월산을 넘어야 한다. 이전의 해파랑길은 고가도로인 덕하교와 두왕천을 건넌 다음 좌회전하..
동천 1교를 통해 회야강을 건너면 다리 끝에서 U턴하라는 안내판을 만난다. 길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방금 건너왔던 동천 1교 아래를 통해서 동천리 마을길로 걸어간다. 아마도 인도나 자전거 도로가 없는 4차선의 14번 국도변을 걷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길을 돌아서 가게 한 모양이다. 가는 길에는 철도를 넘어가는 다리를 포함하여 동천 2교, 동천 3교라는 다리를 두 개나 넘어야 하는데 자전거나 사람을 위한 길은 없기 때문이다. 회야강변의 따라 걷던 길은 동천리 마을 길로 접어든다. 동천리는 회야강 상류의 회야댐과 정수장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지만 청동기부터 삼국시대의 유적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울주 동천리 유적이라 한다. 마을 길을 지나 도로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회야 정수장을 앞을 지나 직진한다. 회야..
덕신대교를 지나면 덕신교 앞에 있는 인도교를 통해서 회야강을 건넌다. 5코스 시작점인 진하 해변에서 8.7Km, 오늘의 목적지인 덕하역까지 8.7Km이니 딱 절반의 위치이다. 인도교를 건너서 회야강 좌측의 깔끔한 산책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시가지 지역으로 진입하는 망양 삼거리까지 길을 이어간다. 강둑을 쌓은 돌들이 유난히 붉다. 회야강을 건넜지만 이곳도 온산읍 덕신리에 속한다. 이 강변에서 서쪽으로 약 1.5Km 떨어져 있는 비옥 산성 근방까지가 온산읍 덕신리에 속한다. 덕신교 직전에 망양리 짝골에서 발원하여 덕신 체육공원을 거쳐 회야강에 합류하는 작은 개천을 보행자 전용 다리를 통해서 건넌다. 해파랑길은 덕신교 아래의 산책로를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그런데, 덕신교 아래를 지나는데 다리의 모양이 조금 특..
남창역과 온산역을 잇는 철교 아래를 지나면 지도에도 없는 작은 인도교를 통해서 남창천을 건널 수 있다. 안전을 위한 차단기와 자전거도 내려서 건너라는 안내판도 보인다. 남창천은 경남 양산, 부산 기장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대운산(742m) 자락의 내광 마을에서 발원하여 회야강과 합류하고 동해로 흘러나간다. 인도교에서 바라본 온양읍 방향의 모습. 온양읍 발리의 아파트 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인도교로 남창천을 건너면 우회전하여 다시 회야강 강변 산책길을 걷는다. 남창천 북쪽은 온양읍 동상리인데 동상뜰이라 불리는 넓은 농지가 있다. 다만, 이곳도 도시 개발의 강풍을 견뎌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에 주민 일부가 농업 진흥 지역을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일부는 미나리를 심어 놓았다. 논 ..
이른 아침 바라본 명선도와 진하 해수욕장의 고요한 풍경. 어제저녁만 해도 명선도를 건너 다니는 사람이 있었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조용하다. 이전에 지나왔던 나사 해수욕장과 이곳을 떠나면 울산 지역에서는 온산공단을 비롯한 공업단지가 해변을 차지하고 있고 북쪽으로 한참 올라가서 일산 해수욕장으로 가야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공단 조성을 위해 매립을 하다 보니 그 후유증으로 조류가 바뀌면서 진하 해수욕장의 남쪽은 모래사장이 깎이고 회야강과 만나는 북쪽은 모래가 쌓이는 현상이 일어나서 매년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고운 모래사장에 세워진 해파랑길 표지판과 "명선도와 이덕도" 스토리텔링. 해수욕장 바로 앞에는 있는 명선도는 무인도이기는 하지만 건너 다닐 수도 있고 해돋이 명소로도 유명..
이전에는 송정항을 지나서 송정 공원에서 큰길로 나가 도로변을 걷다가 솔개 공원으로 진입했지만 이제는 송정 공원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길이 만들어졌다. 아담한 송정 공원에서는 커플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참 사진 촬영에 열중이었다. 햇빛 좋고 인적 드문 한산한 공간을 나름의 스튜디오 삼아 인터넷에 올릴 상품 촬영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들 차지가 된 공간에서 함부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솔숲으로 생긴 산책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새로 생긴 산책로는 크지는 않지만 절경 한가운데를 지나서 간다. 산책로는 중간에 잠시 해변 자갈길과 오솔길을 걷기도 하지만, 대원 수산 뒤편 해안으로 만들어진 데크길을 이어간다. 가는 길에는 멀리 진하 해변과 우측으로는 명선교의 윤곽도 보인다. 해변 위로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
드디어 간절곶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답게 길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해파랑길 표지판의 내용을 해석한다면, 해안길을 따라 3.5Km를 직진하면 나사 마을 입구에 닿을 수 있고, 반대로 간절곶 해안길을 900미터 정도 직진하면 송정항으로 연결되는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간절곶 등대를 보니 십여 년 전 출장길에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홀로 이곳에 왔었던 추억과 이후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수많은 카페가 즐비했던 이곳을 방문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간절곶 하면 떠오르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수평선을 따라 아침 조업을 나서는 어선들의 행렬이었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아마도 소망우체국이 아닐까 싶다.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은 간절곶을 둘러보러 온 사람..
신암항을 떠난 해파랑길은 나사 해수욕장으로 가기 위해 큰길로 나가서 도로변 길을 걷는다. 신암항에서 서생중학교가 있는 큰길까지 나가는 길은 "당물길"이란 독특한 이름의 길이다. 인근에 당물 공원도 있는데 "당물"이란 선녀가 아이를 낳고 그 탯줄을 묻은 곳을 의미한다고 한다. 신암 방파제 건너편에 길게 뻗어 나온 곳을 가위터라 부르는데 전설에 따르면 선녀가 동해 용왕의 아들 사이에서 낳은 아이의 탯줄을 자른 가위를 놓은 자국이 있다고 해서 가위터라 부른다고 하고, "당물길"의 이름은 이 전설과 연관된 것이었다. 서생 중학교 앞에서 나사 해수욕장까지는 해맞이로 큰길의 도로변을 걷는데, 길에 어느덧 나사 해수욕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사마을로 진입하면 앞으로 가야 할 간절곶은 3.3km과 오늘의 목적지인..
봉대산을 넘고 효암천을 따라 내려오면서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우회했던 해파랑길은 신고리 발전소를 만나면서 다시 명산리 내륙 쪽으로 다시 들어가는 방식으로 신고리 발전소를 우회한다. 신고리 원전 교차로에서 도로를 따라가면 빠르게 신리항으로 갈 수 있지만 양쪽에 가드레일이 있고 공사 차량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위험해서 위양천을 따라 올라가는 우회 방법을 택한 듯하다. 효암천을 건너서 위양천으로 가는 길에 만난 들꽃들. 고마리라는 한해살이 풀이다. 한국이 원산지인 풀로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물가에서 많이 자라고 있던 기억이 난다. 수질 정화에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자신에게 양분을 많이 저장하는 만큼 소를 살찌우는 풀이라고 한다. 우리는 잡초라고 하지만 제대로 알고 보면 좋은 풀들이 많다. 하얀 꽃을 피..
월내 해안로를 걷다가 장안천을 만나면 좌회전하여 장안천을 따라 걷는다. 장안천은 불광산(659m)에서 발원하여 동해로 흐르는 하천으로 불광산은 달음산과 함께 부산 기장의 2대 명산이라 불리는 곳으로 부산과 울산시, 경남 양산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월내 읍내의 큰길을 만나면 월내교로 장안천을 건너고 바로 큰길을 건너야 한다. 원자력 발전소 입구 앞쪽의 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이 도로 우측으로는 걸을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오르막에서 좌측 마을길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쪽에는 횡단보도가 없기 때문이다. 해파랑길 대부분은 해안길을 걷던가, 산길을 걸으므로 안전하고, 도로변을 걷더라도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나 보행자 전용길을 걷기 때문에 큰 위험성은 없지만 이곳은 조금 위험하다. 덤프트럭들이 씽씽 달리는..
숙소에서 바라본 동해 일출의 모습이다. 조금 있으면 파란색과 남색만 남을 하늘색이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무지개로 하늘의 색을 설명할 수 있는데 같은 하늘이지만 사람의 눈에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은 빛의 산란(레일리 산란 현상) 때문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색상 중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보라색은 거의 사라진다. 낮에는 남색이나 파란색이 지상에 도달하여 푸른색 하늘이 보이는 것이고, 아침이나 저녁에는 태양이 사선에 위치하여 태양빛이 도달하는 길이가 길어짐에 따라 파장이 긴 빨간색이나 주황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물론 별빛도 없는 칠흑 같은 밤에는 검은색이고, 중천에 뜬 태양 빛은 흰색이다. 어제 일찍 도착해서 잘 쉬었던 비치 하임 펜션을 떠나 해파랑길 3코스를 마무리하고 4코스를 이어간다. 숙소 앞 문동 방파제를..
이번 여행은 2박 3일 일정으로 경주 감포에서 시작하여 포항 호미곶에 이르는 5개의 해파랑길 코스를 걸을 계획이다. 영덕, 울진으로 올라가면 어떻게 이동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포항까지는 내려가는 경로와 올라오는 경로에서 KTX를 이용하여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상태이다. 12코스와 13코스 절반 이상을 이어서 걸은 다음에, 다음날 13코스 나머지와 14코스를 걷고 마지막 날 15코스와 16코스의 시내 구간 진입 전까지만 걷고 16코스 나머지는 시내버스를 타고 포항역으로 가면서 돌아보는 계획이다. ■ 12코스 IN, 16코스 OUT 경주 감포항에서 시작하는 해파랑길 12코스를 시작하기 위해서 KTX로 신경주역까지 이동해서 시내버스를 환승하여 감포항까지 이동한다. 신경주역에서 50번, 51번, 70번 버스를 ..
일광로 차로변과 선바위 공원 소나무 숲 사이의 나무 데크길을 걸었던 해파랑길 3코스는 온정마을에서 다시 해안가로 들어간다. 남향의 마을로 따뜻하고 마을 내에 공동 우물이 있다고 해서 온정 마을이라 불렸다고 한다. 따스한 마을 이름이다. 고리 원전을 조성하면서 고리에 살던 주민들이 이곳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마을 길로 들어가는 진입로. 이곳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면 몽돌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온정 마을 입구에서 바라본 선바위 유원지 쪽의 모습. 깊은 물에 몽돌이 어우러져서 나름의 멋을 자아낸다. 맑은 물에서 몰캉몰캉 자갈을 밟으며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본다. 온정 마을 앞 방파제의 모습. 온정 마을 앞 바다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세다고 한다. 방파제를 설치하면서 작은 항구가 ..
바다 미술제 준비가 한창인 일광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강송교를 통해서 일광천을 건너면 이천리 포구로 해파랑길을 이어간다. 일광 해수욕장은 아담하지만 모래사장과 포구도 있고 맑은 하천도 있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일광면의 대표적인 하천인 일광천은 태백산맥 줄기에서 발원하여 동해바다로 흐르는 하천으로 새끼 연어 방류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많지는 않지만 매년 일광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들이 있다고 한다. 생명의 신비라는 것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현장이라는 설명과 함께 소설의 일부를 새겨 놓았고 옛집을 하나 만들어 놓았고 바로 바다 쪽으로는 물고기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상수도 징용으로 뽑혀가고 말았다. 허전했다. 생각 끝에 해순이는 전 남편의 제삿날 다시 갯마을을 찾았다. ..
봉대산에서 우신 네오빌 아파트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다른 등산로와는 다르게 인적이 많지 않다. 그만큼 길도 많이 정비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런 곳일수록 해파랑길 리본을 잘 찾으며 내려와야 한다. 중간에 작은 저수지를 하나 만나는데 저수지 둑을 건너지 말고 거의 직진 방향으로 아파트 방향으로 내려간다. 텃밭들 사이를 지나 도로를 만나면 기장군청까지 가서 기장군청 내부를 가로질러가면 기장대로 큰길을 만나서 일광 해수욕장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죽곡지 저수지. 42미터의 제방을 가진 크지 않은 저수지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제방을 통해 저수지를 지나갔는데 가다 보니 이 길이 아닌가 싶었다. 해파랑길 표식도 없고, 그래서 GPS를 켜고 지도를 확인했는데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다시 저수지..
대변항에서 출발하여 봉대산과 일광 해수욕장을 거쳐 임랑 해수욕장에 이르는 해파랑길 3코스를 시작한다. 15Km가 넘는 길을 6시간 이상 걸어야 하지만 오늘도 눈부시게 맑은 햇살로 해파랑길 걷기에 힘을 돋우어 준다. 평화로운 대변항의 아침 모습이다. 오늘도 숙소에서 버너로 밥을 해서 점심 도시락도 챙기고, 아침도 든든하게 먹었다. 버너 바닥에 조금 누른 누룽지에 물을 넣고 끓여 먹는 맛이란! 역시 그냥 밥에 물을 넣고 끓인 것과는 맛에 차이가 있다. 식사 후에 뜨거운 누룽지도 먹었으니 완전한 식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집에서도 누리지 못하는 식사의 완성을 걷기 여행의 매일 아침에 누리고 있는 셈이다. 사실 식사 후 누룽지 끓이기는 코펠을 어렵지 않게 씻기 위한 개인적인 방법이다. 설거지에도 도움이 되고 ..
뒤로 대변항이 보이는 곳에 있는 오랑대. 바위 위에는 지붕에 작은 탑을 만들어 놓은 용왕단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다. 인근 해광사라는 사찰에서 관리하는 것이라 한다. 오랑대의 유래에 대해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에 근거한다는 설, 기장에 유배당한 친구를 찾아온 다섯 시랑에 기원한다는 설, 오랑캐가 쳐들어 와서 생긴 이름이란 설 등이 있다. 어떤 유적이 있는 사적지는 아니다. 오랑대 공원은 산책길이 잘 정비되어 있기도 하지만, 해안을 채운 암석들 만큼 지질 공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은 장소이다. 멀리 목적지가 보이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 하는 말도 나오고, 시간의 여유가 보이니 마음도 평안하다. 2Km 남짓 남은 것 같다. 해안 산책로로 잘 정비된 길이니 만큼 길도 좋고, 눈을 즐겁게 하..
해파랑길 2코스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걷기를 시작한 지 4시간이 지나는 시점이다 보니 옆지기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내가 생생하다는 말은 아니다. 옆지기의 힘듦을 핑계로 가끔씩 쉬어가고 있는 신세이다. 계단이나 내리막 길을 내려갈 때면 얼굴의 모든 근육이 지렁이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해동 용궁사 입구의 모습인데, 이 근처 인기 관광지 답다고 해야 할까?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주말이라고 상상하니, 억! 소리가 난다.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하는 12 지상이 세워진 입구의 모습이다. 홍콩 어딘가, 마카오 어딘가에서 본모습이다. 중국뿐 아니라 동양권 어디를 가든지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하루의 시간대를 나누고, 방향을 지칭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시작한 십이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