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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미술제 준비가 한창인 일광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강송교를 통해서 일광천을 건너면 이천리 포구로 해파랑길을 이어간다. 일광 해수욕장은 아담하지만 모래사장과 포구도 있고 맑은 하천도 있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일광면의 대표적인 하천인 일광천은 태백산맥 줄기에서 발원하여 동해바다로 흐르는 하천으로 새끼 연어 방류 사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많지는 않지만 매년 일광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들이 있다고 한다. 생명의 신비라는 것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현장이라는 설명과 함께 소설의 일부를 새겨 놓았고 옛집을 하나 만들어 놓았고 바로 바다 쪽으로는 물고기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상수도 징용으로 뽑혀가고 말았다. 허전했다. 생각 끝에 해순이는 전 남편의 제삿날 다시 갯마을을 찾았다. 그녀는 갯마을이 더 좋았다" 고등이 잡이 나갔던 첫 남편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주인공 해순을 겁탈했던 사람이 바로 두 번째 남편 상수인데 그 조차도 징용으로 끌려간 것이다. 기구한 해순의 삶에 밝은 빛으로 인도해 준 것이 바로 갯마을이라는 스토리. 조금 전 해수욕장에서 만난 해녀 복장의 해순상이 그려진다. 열아홉 나이에 시집을 간 해순을 상상해 보면 갯마을을 찾은 해순의 나이가 딸아이의 나이라는 것에 만감이 교차한다.

 

오늘의 점심 식사는 이천 해녀 복지 회관 앞에 있는 정자에서 바다를 보면서 도시락을 먹었다.

 

집에서 싸온 밑반찬과 숙소에서 버너로 준비한 밥, 송정 해수욕장 슈퍼에서 구입한 사과, 대변항에서 구입한 창난젓, 그리고 일광 해수욕장 실내 포차 흑진주에서 포장해온 돼지고기 두루치기까지, 오늘 점심 메뉴는 풍성하다. 사실 일광 해수욕장 끝자락에 있었던 실내 포차 흑진주는 이름도 특이했지만, 술집답게 대부분은 저렴한 술안주를 팔고 있었고 그중에 하나 두루치기를 주문했던 것이다. 아주머니에게 혹시 안에서 도시락을 먹어도 되는지 살짝 물어보았는데, 안된다고 하셔서 하는 수 없이 포장해 온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다라야 하듯이 흑진주에서는 흑진주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겠나! ㅎㅎ 아무튼 오늘 점심은 정말 풍성하게 잘 먹었다. 두루치기라고 하면 제육볶음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양념에 재워두지 않은 생고기를 야채와 볶다가 양념을 부어 끓여서 졸여낸 음식을 두루치기라 하고 제육볶음은 볶기만 하는 차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김치를 넣어서 만든 두루치기를 맛있게 먹었다. 대변항에서 구입한 창난젓도 깨끗하고 쫄깃하니 맛이 일품이었다. 

 

해파랑길은 이천 해녀 복지 회관 앞에 있는 정자 앞에 있는 좁은 샛길로 이어진다. 

 

샛길은 마을 뒤편으로 한국유리 부지의 담장을 따라 이어간다.

 

샛길 끝에 이르면 방파제를 만나고 이제부터는 한국유리 부지 담장을 따라서 해안가를 걷는다.

 

방파제 옆으로 통로 같지 않은 좁은 통로가 있는데 이곳으로 해안길로 접근한다.

 

해안을 돌아서니 멀리 이동 방파제의 모습이 보인다. 여전히 맑은 하늘은 몸은 피곤하지만 걷기의 에너지가 된다.

 

한국 유리 부지 뒤편의 해파랑길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모르겠다. 2013년 담장 너머에 있던 한국 유리 공장이 이전하면서 거의 10년 동안 방치되었지만 최근에 본격적인 개발을 진행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개발 계획을 보면 해운대의 마천루들이 과연 이곳 자연을 보존하는데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

 

이렇게 높다란 담장 아래로 지나는 걷기 길은 전국에서 거의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높다란 콘크리트 옹벽과 대나무 밭 사이가 독특한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몇 년 후의 이 길의 모습은 과연 어떨게 남을지......

 

거대한 담벼락을 돌아서 횟집 옆길로 나가면 이제 큰길로 나간다.

 

횟집 앞에서 바라본 이동 방파제 쪽의 모습이다.

 

큰길로 나오면 처음으로 만나는 최신 건물이 있는데, 한국 수산 자원 공단이라는 공기업이다. 해양 수산부 소속으로 수산 자원 관리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익히 들어온 사업인 인공 어초, 바다 숲, 바다 목장 조성 등을 이 기관에서 주관한다. 일광천의 연어 방류 등 치어 방류 사업도 수행한다. 이곳이 본사이고 서해, 남해, 동해, 제주에 지사를 두고 있다.

 

수산 자원 공단 앞의 잘 정비된 길을 따라 이동항으로 이동한다. 이동항의 주소는 이천리에 속하는데 이천리의 동쪽에 있다 해서 이동마을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항구를 위해 해안가를 매립하기 이전에는 검정 바둑돌이 많이 나서 조선 시대에는 "기포"라 불렸다고 한다. 지금은 한가로워 보이지만 미역과 다시마의 고장답게 5, 6월에는 다시마 수확으로 분주하다고 한다.

 

이동항에서 바라본 이동 방파제와 멀리 일광 해수욕장을 감싸고 있는 학리항 주변도 보인다.

 

이동항부터는 해안길로 가지 못하고 삼기 물산이라는 회사 앞에서 좌회전하여 일광로 길을 따라 온정 마을까지 차로변을 걸어야 한다. 아무래도 바위 해안가와 카페 등의 사유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터벅터벅 일광로 차로변을 걷는다. 다행히 도보길이 구분되어 있어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자전거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사람과 자전거가 같이 가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이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부대 앞 버스 정류장 근처부터는 선바위 유원지가 시작되어 온정 마을 근처까지 800미터 정도 이어 진다. 기암괴석과 몽돌로 이루어진 해안으로 2010년까지만 해도 입장료를 받았다고 한다.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 수평선, 흰 구름, 푸른 하늘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선바위 유원지 옆으로는 차로 변이 아니라 소나무 사이로 조성된 산책길을 걷는다. 차로가 멀지 않아 차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소나무 사이 산책길을 걸으며 바다를 보는 풍경도 좋다.

 

소나무 숲을 뒤로하고 기암괴석과 몽돌 해변이 있는 선바위 유원지는 매력적이었다. 

 

선바위 유원지의 풍경은 최고였지만 한 가지 문제는 소위 알박기 텐트들로 보였다. 평일 점심답게 인적은 거의 없는데 치고 걷는 텐트도 많았고, 고정식 천막도 한둘이 아니었다. 어떤 분이 민원을 올리기도 한 모양인데 이런 텐트를 별장이나 세컨드 하우스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텐트가 남아 있으면 다행이고, 철거당해도 그만이라는 심정이겠지 하는 상상을 하면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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