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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산에서 우신 네오빌 아파트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은 다른 등산로와는 다르게 인적이 많지 않다. 그만큼 길도 많이 정비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런 곳일수록 해파랑길 리본을 잘 찾으며 내려와야 한다. 중간에 작은 저수지를 하나 만나는데 저수지 둑을 건너지 말고 거의 직진 방향으로 아파트 방향으로 내려간다. 텃밭들 사이를 지나 도로를 만나면 기장군청까지 가서 기장군청 내부를 가로질러가면 기장대로 큰길을 만나서 일광 해수욕장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죽곡지 저수지. 42미터의 제방을 가진 크지 않은 저수지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제방을 통해 저수지를 지나갔는데 가다 보니 이 길이 아닌가 싶었다. 해파랑길 표식도 없고, 그래서 GPS를 켜고 지도를 확인했는데 역시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다시 저수지로 돌아오니 원래의 길로 제대로 가는 것이었다. 저수지를 건너지 않고 거의 직진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이 맞는 길이다. 멀리 기장군청이 보인다.
우신 네오빌 아파트 근처로 내려오면 주소는 기장읍 신천리인데 여러 텃밭들 사이로 길을 지나가야 한다. 아마도 주말 농장들을 여러개 운영하는 모양이다.
따스한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노란 돼지감자 꽃도 있고 코스모스도 산들산들거린다.
역시 가을꽃은 코스모스다. 멕시코가 원산이지만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으로 우리말로는 살사리꽃이라 한다. 코스모스를 우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우주를 표현하는 말은 스페이스(Space)와 유니버스(Universe)도 있는데 스페이스가 가장 작은 개념이라면 코스모스는 유니버스에 철학과 종교가 부가된 개념이라 한다.
텃밭 사이로 지나는 길이 좁기는 하지만, 가을 억새와 코스모스로 즐거움을 선물해준 길이었다. 주말 농장 하시는 분들이 짜증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걸어서 길을 지난다.
도로를 만나면 기장군청을 향해서 300미터 정도 직진하다가 죽성로를 만나서 좌회전해서 조금 걸으면 기장군 보건소와 기장군청을 볼 수 있다.
부산광역시의 가장 북쪽에 있는 기장을 관할하는 기장군청의 모습이다. 북쪽으로 울산광역시와 서쪽으로는 경남 양산시와 붙어 있다. 우리나라의 "군" 중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2021년 현재 17만 명 정도인데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8세기 신라 시대부터 기장현으로 불리고 조선시대까지 기장군으로 존재했지만 일제강점기에 폐지되었다가 1995년 부산 직할시가 광역시가 되면서 부활되었다고 한다. 정관 신도시, 일광 신도시, 오시리아 관광단지 등 개발이 한창인 지역이다.
해파랑길은 기장군청 내부를 관통해서 기장대로로 이어진다.
기장군청 옆으로는 바다로 이어지는 죽성천이 흐른다. 이 죽성천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 쪽에 다리가 있었다면 아마도 해파랑길은 봉대산도 넘지 않았을 것이고 이곳 기장군청도 들르지 않았을 것이다. 죽성천 옆으로는 산책길도 잘 조성되어 있고 대나무 숲도 좋다.
8차로의 기장대로를 만나면 우회전하여 철도육교를 만날 때까지 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로변을 묵묵히 걸어야 한다.
죽성천을 건너는 죽성교에는 화려한 꽃들이 화려하다.
아프리카 봉선화, 임파첸스(Impatiens)라는 꽃으로 추위에는 약하지만 온도만 맞으면 사철 꽃을 피운다고 한다. 공해에도 강하다고 하니 이런 다리 화단에는 알맞은 품종이라 하겠다.
기장 대로를 따라 기장 체육관과 기장 경찰서를 지난다.
동해선 위를 지나는 일광 철도 육교 앞에서 육교 우측 길로 걸으면 일광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일광로 만나고 조금 더 걸으면 작은 개천인 삼성천 위로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서 해수욕장으로 진입할 수 있다.
삼성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길은 삼백미터 정도 이어지다가 다시 도로를 만나고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해수욕장에 진입할 수 있다. 그 옛날 목욕탕 간판이 정겨워 보인다.
드디어 기장 8경의 하나인 일광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마을 뒤편으로 일광산이 자리하고 그 앞으로 일광 신도시의 아파트들, 그리고 이곳 해수욕장이 위치하는 그림이다. 동해선 일광역도 있으니 이 동네에 사시는 분들은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철도와 고속도로도 있으니 단순하게 생각하면 살기 좋겠다 싶다.
일광 해수욕장은 "2021 바다미술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13개국의 작가들이 깨끗한 바다를 배경으로 야외 전시를 하는 축제로 올해의 주제는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 NON-/HUMAN ASSEMBLAGES"라고 한다. 아름다운 바다와 모래사장, 포구, 어촌 마을이 어우러진 상업적인 때가 덜 묻은 아담한 곳이라고 전시 장소로 낙점되었다고 한다.
"Lightwaves"라는 작품. 작품의 이름처럼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며 다양한 색상을 표출하는 특이한 재질의 전시물이 참 독특했다.
멀리 대나무 결을 살린 대만 작가의 "태동"이라는 작품도 보이는데, 작품을 준비하는 작가들은 해변가에 차를 세워서 차 뒤편 해치백을 열고 온갖 도구와 재료를 사용하고 있었다. 마치 집수리 아저씨나 보일러 수리 아저씨들이 하는 것처럼......
"갯마을을 그리워하는 해순". 이 지역은 오영수의 단편소설 '갯마을'의 배경이 되었던 어촌 마을이다. 제주 출신 어머니를 둔 해순이 주인공인 소설인데 이십 대 나이에 청상 과부가 되어 결국은 갯마을로 내려온다는 내용인데,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연상되는 것은 왜 일까? 한이 서린 분위기 때문일까?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 굴곡 때문일까?
해안가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가 남긴 사진 한 장. 모래사장에 발자국만 있지만 이것도 미술제에 출품할 수 있는 작품 아닐까? 작품명은 "혼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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