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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기차를 타고 해파랑길 7코스를 걸으러 내려가는 길. 지난번 해파랑길 걸을 때는 노트북 때문에 배낭이 조금 무거웠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줄여서 짐을 쌌다. 3일간 5개의 코스를 걷는 일정이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감이 몰려온다. 쉽지 않은 도전을 앞둔 즐거운 긴장감이지 않을까 싶다.

 

울산역에서 해파랑길 7코스의 시작점인 태화강변까지는 5001번 급행 버스가 금방 데려다준다. "두 명이요!" 하는 옆지기의 외침에 버스 기사 아저씨의 손놀림이 가볍다. 정류장 2개를 지나 무거 복개천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해파랑길 7코스를 시작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오늘은 7코스와 8코스를 이어서 30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걸을 예정이므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버스를 내린 곳은 울산 남구의 무거동이란 곳으로 신라 경순왕을 안내하던 동자승이 자취를 감춘 곳이라는 유래가 있다. 무거천을 따라가며 아침 식사를 하는 곳을 찾았다. 대부분 고깃집이라 이른 아침에는 문을 열지 않았는데 다행히 한 곳이 문을 열고 있었다.

 

아침 식사는 돼지 국밥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웠다. 가족분들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보였는데, 동네 분들의 식사 예약이 있었는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해 보였다. 울산 돼지 국밥도 부산만큼이나 유명하다고 한다. 맛도 좋았다.

 

울산 남구 영축산에서 발원하여 태화강으로 들어가는 무거천.

 

횡단보도를 통해 삼호교 옆의 인도교 진입하여 태화강을 건넌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이른 아침의 태화강 풍경이 평화롭다. 

 

태화강을 건넌 인도교는 삼호교 아래를 돌아 강변 산책길로 길을 이어간다.

 

바둑판과 장기판이 한 자리하고 있는 시민들의 휴식처에 해파랑길 표식이 선명하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함께하는 태화강 산책길은 겨울이어도 가벼운 차림으로 길을 걷게 한다. 배낭 속은 짐보다는 외투가 한 부피를 차지하고 있다. 겨울철 걷기의 장점은 상쾌한 공기와 따스한 햇빛을 맞으며 오래 걸어도 땀을 많이 흘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땀이 식는다는 것일 게다. 그래서 외투는 배낭에 넣어두거나 매달아 두었다가 쉴 때 체온이 급격히 내려가지 않도록 입어 주는 것이 좋다.

 

1주일에 5일이상 30분 이상 걷자는 1530 건강 걷기 안내판. 우리의 걷기를 돌아보면 스트레칭에도 소홀한 것 같다. 10~15미터 앞 바닥에 시선 두기와 코로 들이쉬고 임으로 내뱉는 호흡법, 팔을 되도록 90도로 두고 걷는 것은 신경 쓰면 될 것 같지만 발 내딛기는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정상적인 걷기를 하면 1시간에 4.2Km 정도를 걷는 속도라니, 돌아보면 우리의 걷기 속도가 3km 내외이니 거북이가 맞긴 하다. 

 

도심에 있는 생태형 자연 하천으로 관리되고 있는 태화강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 누가 20년 전 이 강이 냄새가 풀풀 나던 오염에 찌든 하천이었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는 나비 바늘꽃(가우라). 흰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져 매혹적인 색을 자아내고 있다. 꽃잎은 나비 모양이고 수술이 바늘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백접초, 홍접초라고도 부른다.

 

국가 정원교가 눈에 들어온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잔잔한 강물,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그야말로 절경이다.

 

국가 정원교 아래는 태화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명정천이 태화강과 합류하는 지점으로 산책길은 국가 정원교 아래를 약간 돌아서 명정천을 건너는 방식으로 태화강 국가 정원으로 이어진다.

 

해파랑길은 강변 산책로를 가도록 되어 있지만 우리는 십리대밭길 안으로 들어가서 태화강 국가정원을 가로질러가기로 했다. 대숲 산책로 표지판을 따라서 대나무 숲 가운데로 들어간다. 담양 대나무 밭도 그렇고 대숲은 뭔가 오묘한 구석이 있다. 두근두근하는 설렘이 있다. 실제로 대나무 숲에서는 일반 침엽수 숲보다 산소 방출량이 30% 많다고 하고 음이온도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십리대숲은 태화강 국가정원의 태화지구에 있는 대나무 숲 정원의 이름이다. 10리라는 거리는 약 3.9Km에 이르는데 이곳 태화지구와 강 건너 삼호교 인근 삼호지구의 대나무 숲까지를 말한다. 오늘 걷기를 시작한 삼호교 인근의 대나무 숲은 도심 속에 위치한 최대 규모의 철새 도래지로 조류 생태원이 위치하는 등 여름 철새, 겨울 철새를 위한 공간이라면 이곳 태화 지구는 사람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대나무 숲 정원 답게 조명, 벤치, 울타리, 대나무 실로폰, 포토존, 죽림욕 등 대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시설을 해놓았다. 은하수길은 해가 지면 그 진가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밤 11시까지 색색의 조명과 대나무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죽림욕 안내판을 보면 대나무 숲의 음이온 수치가 영남 알프스로 유명한 신불산의 산림과 버금 한다고 한다.

 

이곳의 대나무들은 대부분의 품종이 키가 20미터까지 자라는 맹종죽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고유종인 왕대도 크고 굵게 자라는데 왕대의 대나무의 마디는 두줄이고 맹종죽은 마디가 한 줄이다. 

 

십리대숲 중간 부분에서 통로를 따라서 중간으로 나오면 국화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찬바람이 부는 12월. 국화도 사그라 지고 나비는 볼 수 없지만 국화가 한창일 때의 이곳을 상상하게 된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후반부가 어른 거리는 풍경이다. 인생 후반부를 향해 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립고 아쉬운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이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는 저온도 잘 견디는 여러해살이 풀로 꽃도 아름답고 활용도도 많지만 서정주의 시처럼 무엇보다 강한 생명력에 마음이 가는 식물이다. 나무가 아니지만 봄이면 꺾꽂이로 번식이 가능하고 가을이면 꽃을 통째로 땅에 묻으면 그 씨앗으로도 번식이 된다고 한다. 이 넓은 들판이 한때는 택지 개발로 없어질 뻔했다는데, 이곳을 지켜낸 시민들이 그 혜택을 누리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도 그 덕을 보고 있지 않나 싶다.

 

로즈마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향기 식물들을 심어놓은 향기 정원을 지나면 태화강 국가 정원도 끝자락에 이른다.

태화강 국가 정원 가운데로는 실개천이 흐르는데 인근 척과천에서 끌어온 물을 약 1.1km 흐르게 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옆에 태화강이 있기는 하지만 염분과 철분 농도가 높다고 한다. 새터 다리를 건너서 정원 끝자락으로 향한다. 국가 정원이라면 나라(산림청)에서 지정한 공원으로 매년 30억∼40억 원의 국비로 정원 및 관련 시설을 관리하며 일자리도 만들고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기대 효과가 있다. 순천만과 태화강 국가 공원의 매력과 효과 때문에 여러 지방자치 단체가 3호 국가 정원 지정에 매달리고 있지만 3호 지정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국가 공원 지정 이전에 해당 공원이 상당한 수준의 규모와 가치, 지속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원 끝자락에 있는 무궁화 정원. 울산 출신으로 30여 년간 무궁화 육종에 매달린 심경구 박사가 육성한 품종의 무궁화들만 심었다고 한다. 울산 출신인 심박사는 100여 종의 무궁화 품종을 개발하여 일부는 로열티를 받고 있는데 그가 울산 출신인 만큼 일부 품종에는 '학성', '처용', '굴화', '태화강'처럼 울산 지명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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