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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간절곶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답게 길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해파랑길 표지판의 내용을 해석한다면, 해안길을 따라 3.5Km를 직진하면 나사 마을 입구에 닿을 수 있고, 반대로 간절곶 해안길을 900미터 정도 직진하면 송정항으로 연결되는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다.

 

간절곶 등대를 보니 십여 년 전 출장길에 찜질방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홀로 이곳에 왔었던 추억과 이후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수많은 카페가 즐비했던 이곳을 방문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간절곶 하면 떠오르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수평선을 따라 아침 조업을 나서는 어선들의 행렬이었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아마도 소망우체국이 아닐까 싶다.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은 간절곶을 둘러보러 온 사람들과는 조금은 다른 듯하다. 그들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떠나기를 아쉬워하는데, 우리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이라도 아끼며 그저 길을 따라 걷고, 그 가운데서도 바다 풍경을 놓칠까 싶어 바다 풍경만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싶다.

 

해파랑길을 가로지르며 걷다 보니 예전에 이곳을 다녀갔던 기억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된다. 넓은 잔디밭을 간절곶에 대한 새로운 기억으로 추가한다.

 

해파랑길은 해안길을 따라 이어간다. 멀리 간절곶 풍차도 눈에 들어온다.

 

잔디밭과 해안길을 따라 설치된 포토존. 간절곶의 이름은 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대나무로 만든 긴 장대를 가리키는 간짓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이름의 유래는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와는 관계없지만 간절함으로 바란다는 우리네 사람들의 심리와도 닿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날개가 4개인 네덜란드의 풍차는 한때 1만여 개가 넘게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처음에는 방아를 찧다가 밀가루나 기름 짜는 것으로 발전하고 이후에는 간척지의 물을 퍼내는 용도로도 사용했다. 산업 혁명을 촉발한 증기 기관의 등장으로 점차 자취가 사라졌지만, 수백 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동쪽 끝에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간절곶 해안길 앞의 방파제와 해안 바위에 부딪히는 하얀 파도. 간절곶의 매력은 파도와 바람이 아닌가 싶다.

 

풍차 근처로도 여러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방문객들의 설렘을 올려 주고 있다.

 

드라마 하우스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 놓인 시계탑. 돛을 단 윈드서핑 보드처럼 보인다.

 

해파랑길은 드라마하우스 앞을 지나간다.

 

"욕망의 불꽃"이라는 드라마 세트장으로 만들어진 드라마하우스는 메이퀸, 한반도 등의 드라마를 촬영하고 민간에 임대하여 스튜디오와 카페로 10여 년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유지보수 비용과 건물의 안전성 등의 문제로 곧 철거된다고 한다.

 

드라마하우스를 지나면 송정항을 향해서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멀리 송정항의 방파제가 보인다. 소나무 숲 입구에는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인증숏을 찍을 수 있는 거치대가 있는데, 덕분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도 우리 둘의 커플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간절곶에서 송정항으로 소나무 숲은 숲 향기와 해안 절벽을 감상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훌륭한 산책로였다.

 

몸이 지친 상태라 오르락내리락하는 해안 바위길이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절경을 보면서 위안을 받는다.

 

산의 모양이 바다에 턱을 괴고 땅에 엎드린 소머리를 닮았다고 "소머리 끝"이라 불린다는 스토리. 풍류객도 낭만자객도 아니고 밀회도 고백도 없지만, 우리에게는 동지애와 의리가 있다! 고 말하고 싶다. ㅎㅎ

 

이제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면 송정항이다. 고개에서 바라보는 울진 대송리 송정항은 조용하기만 하다.

 

산과 방파제로 둘러 쌓여 있어 오목하고 평온 해변을 가지고 있는 울진 대송리 송정항은 어항 내부에 유료 가두리 낚시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마을이 조용해서 그런지 해변 끝자락에 있는 정자 옆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비큐가 한창이었다. 조용한 곳에서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을 텐데 그들이나, 우리나 서로 눈치가 보인다.

 

송정항 끝에 세워진 해파랑길 표지판. 솔개 공원까지 700미터를 해안길 따라 걷지만 이곳부터는 송정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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