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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다행히 지금 당장은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비와 동행하는 하루가 될 듯싶다. 해파랑길 6코스의 시작점은 덕하역 구역사 앞에 있다. 스탬프함도 바로 옆에 있다. 새로운 전철역은 남쪽으로 500미터 정도 내려가면 된다. 15.7km에 이르는 거리, 산을 많이 타야 하는, 조금은 어려운 코스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편에 늦지 않으려고 조금 일찍 출발한다.
덕하 삼거리를 지나온 해파랑길은 온산로 옆의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를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어제 내린 가을비에 떨어진 나뭇잎들이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덕하역을 떠난 이후 만난 첫 표지판은 선암 호수 공원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곳으로 가려면 일단 함월산을 넘어야 한다.
이전의 해파랑길은 고가도로인 덕하교와 두왕천을 건넌 다음 좌회전하여 굴다리로 철로를 횡단한 다음 덕하역 뒷길을 돌아 다시 철교 아래로 철로를 횡단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철교가 있는 두왕사거리까지 직진하다가 철교가 사거리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처럼 사거리를 횡단보도를 통해서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한다.
길 건너에 SK 종합화학 공장이 있는 산업로의 인도를 걷다가 첫 번째 골목에서 좌회전하면 공원을 통해 함월산으로 진입할 수 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산책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비 내린 후의 촉촉한 숲 향기를 맡으며 숲 안으로 조금씩 들어간다.
공원 내에서 길이 이리 저리 꺾이기는 하지만 해파랑길 표지와 리본을 잘 따라가면 된다.
함월산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천천히 올라간다. 해파랑길 표지판에 선암 호수 공원과 함께 "솔마루 하늘길"이란 안내가 등장한다. 솔마루 하늘길은 호수공원과 신선산을 지난 다음의 대공원산과 삼호산을 연결하는 산책길을 말한다고 한다.
선암호수공원을 2Km 앞에 두고 만난 해파랑길 5, 6코스 안내판. 5, 6코스의 분기점이 아니라 6코스의 현재 위치를 알려 주면서 이곳을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해파랑길을 소개하는 안내판 이리라. 촉촉한 댓잎이 더 싱그러워 보인다.
조금은 고급스러운 해파랑길 표지판. 공통된 해파랑길 표지판도 있지만 지역마다 독특한 표지판도 있다. 누군가 "상개 마을"이라는 팻말을 세워 놓았다. 아파트 단지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표시한 모양이다.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되자 몸 곳곳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실제로 한 자료에 따르면 10%의 경사도의 길을 갈 때는 평지보다 50%의 에너지를 더 소모한다고 하고, 반대로 10%의 내리막을 걸으면 35%의 에너지를 덜 쓰게 된다고 한다. 물론 경사도가 더 급해지면 상황은 더 달라질 것이다.
드디어 "함월산" 표지가 나왔다. 여러가지 고래를 형상화한 표지판이 독특하다. 향유고래, 흰 수염 고래, 돌고래, 대왕 고래, 범고래. 우리는 범고래 표지를 따라간다.
함월산 정상 부근에 왔는지 경사도가 높아진다.
함월산(138.1m)은 동네 뒷산 답게 정상에는 벤치 하나와 산불 감시 초소가 있었다. 물론 동네 뒷산에도 헉헉대는 저질 체력이지만...... 벤치에서 배낭을 벗고 내려다보면 우리가 덕하역 앞에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조망해 볼 수 있다. 함월산은 단어로는 달을 품에 안은 산이란 의미이다. 전국 곳곳에 동일한 이름의 산이 많다. 봉수대가 있었다고 봉대산이란 이름이 많은것처럼 산세가 마을이나 사찰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모양일때 함월산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산이름으로 가장 흔하게 쓰는 것은 봉화산이고 다음이 국사봉, 그리고 옥녀봉, 매봉산, 남산 등이라고 한다.
함월산 정상을 지나면 체력 단련장을 거쳐 내리막으로 접어든다.
완만한 내리막 숲길. 제일 걷기 좋은 길이다. 이런 길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지만, 또 막상 그런 길만을 걷게 되면 무슨 이런 재미없는 길이 있어! 하면서 투덜거릴 것이다. 인생이나 걷기 길이나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흙길도 있고 포장길도 있고, 산길도 있고 해안길도 있어야 재미있지 않을까!
산 아래로 울산 남구의 남부 순환 도로가 보인다. 남부 순환 도로를 가로지르면 호수 공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함월산 정상에서는 5백여 미터 내려온 지점이다.
함월산을 내려와 호수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생태 통로를 통해서 넘어간다. 탐방객을 위한 것이라면 간단히 다리를 놓았겠지만 도로가 잘라놓은 길을 이어주는 생태 통로이다. 동물들의 로드킬을 예방하면서도 탐방로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생태 통로이다. 넓은 들판이라면 도로 하부로 터널형 생태 통로를 만들었겠지만, 이곳은 육교형 생태 통로를 만들었다. 멀리 보이는 것은 선암 터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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