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20코스는 해안길 없이 온전히 산길로만 걷는 여정이다. 영덕군민들에게 사랑받는 강구-봉화산-고불봉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지난밤 강구 터미널에 위치한 숙소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조금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한다. 20코스 목적지인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강구로 돌아오는 여정과 강구에서 다시 포항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여정이 있으므로 할 수 있는 한 오늘의 일정을 이른 시간에 끝내기 위함이다. 해파랑길 20코스는 크지 않은 다리인 강구교를 통해서 영덕 블루로드와 길을 함께 한다. 많이 낡아 보이는 강구교는 일제강점기인 1937에 놓인 다리로 2023년까지 다시 놓인 다고 한다. 강구교에서 바라본 강구항 방면의 모습이다. 붉게 물들어 가는 여명의 기운이 겨울의..
삼사 해상공원의 이북도민 망향탑에 도착한 해파랑길 19코스는 해상공원 나머지를 둘러보고 오포리를 거쳐서 19코스의 종점인 강구교에 도착한다. "바다의 빛"이라는 조형물. 동해에 뜨는 태양과 파도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2022년 임인년을 맞아 경북대종각 계단을 호랑이 그림으로 장식해 놓았다. 영덕의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답게 매년 해당하는 띠에 맞게 계단 그림을 바꾸는 모양이다. 경북 대종 인근의 연못 주위로는 수많은 바위로 장식을 해놓았다. 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공원 주위의 다양한 돌을 감상하는 것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를 수도 있다. 매화 공작 꽃무늬가 있는 20톤짜리 돌도 있다. 이름하여 천하제일 화문석이라고 한다. 경북 대종 우측길로 공원 정상에 오르면 산아래로 강구항과 길게 뻗어 나온 강구 방파제..
구계리를 빠져나와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남호 해수욕장을 지나서 삼사 해상 산책로를 거쳐 삼사 해상공원에 도착한다.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구계리를 벗어나 한동안 7번 국도변을 걸으면 대로변에서 해변에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수욕장을 만난다. 중간에 작은 바위도 있지만 고운 모래와 평균 수심이 깊지 않아 가족 나들이에 딱인 해수욕장이다. 북쪽으로는 멀리 강구항의 번화가와 아주 멀리 인근에 풍력 발전기가 있는 영덕 해맞이 공원이 있는 해변도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해파랑길은 남호 해수욕장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7번 국도를 따라서 걷다가 표지판을 따라 남호리 해안길로 들어선다. 남호리 해변의 모래는 곱지만 파도는 매섭다. 모래를 붙잡아 올리는 파도가 만만하지 않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여름 피서로 1K..
부흥리를 떠난 해파랑길은 원척리와 구계리 해안 마을을 들어갈 때만 잠시 해안길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7번 국도변의 보행로를 걷는다. 좌측으로는 태백산맥 자락이 막고 있고 우측으로는 동해 바다가 자리하고 있으니 오랜 세월 동해안의 대동맥을 역할을 하던 7번 국도 자리도 산 아래로 어렵게 마련된 공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지형에서 해파랑길이 7번 국도를 따라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보행로가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부흥리 마을길 끝까지 가면 평상시에는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길이 나타난다. 이곳으로 진입해서 따뜻한 양달인 방호벽 위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군부대 담벼락 앞에서 길이 끝나는데 담벼락 옆길을 통해서 큰길로 나오면 다시 7번 국..
부경리를 떠나 7번 국도로 나온 해파랑길은 국도변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를 걷다가 장사 상륙 작전 전승 기념 공원과 장사 해수욕장을 들러 예쁜 해안길을 가진 부흥리에 이른다. 가는 길에 서퍼들이 좋아하는 부흥리 해수욕장도 지난다. 원래의 해파랑길보다 먼저 해안으로 들어가니, "아 학도병들이여!"라고 적혀있는 장사 상륙 작전 전승 기념관이 보인다. 2차 세계 대전의 전세를 뒤집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연합군은 프랑스 노르망디가 아닌 파 드 칼레와 노르웨이 해안으로 독일군의 시선을 빼앗는 포티튜드 작전을 수행하는데 이렇게 적을 속이기 위한 것을 양동 작전이라 한다. 한국 전쟁에서도 전세를 뒤집은 인천 상륙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양동 작전이 있었는데 인천의 정 반대편인 바로 이곳 영덕의 장..
해파랑길 18코스 마무리에 이어서 화진 해변에서 강구항에 이르는 15.7Km의 19코스를 이어간다. 19코스는 7번 국도와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경로로 화진 해변에서 부경리로 가는 경로에도 화진 해변을 떠나면서 잠시 국도 옆길을 걸어가고 포항시의 최북단인 지경리를 지나서 영덕군의 부경리를 빠져나오면 다시 국도변 길을 걸어야 한다. 화진 해변을 떠나면 해안 도로를 따라서 오르막 길을 올라간다. 오르막 끝에서 7번 국도를 만나 우회전하여 한동안 국도변을 걷는다. 차가 많은 도로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물론 자전거 및 보행자 전용길이 있다. 7번 국도와 만나는 언덕길에 오르면 한쪽 모서리에서 화진 해변을 내려다볼 수 있다. 아침의 햇살이 반짝이는 화진 해변이 정말 아름답다. 화진 해수욕장의 모래 해변으로..
방석리를 떠난 해파랑길 18코스는 화진리 마을길을 지나 화진 해수욕장에서 여정을 끝낸다. 경로상 특이한 점은 화진 1리와 화진 2리 어항을 지나면 갑자기 길이 내륙으로 들어가는데 아마도 화진 3리 해안으로 군사 시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군 휴양 시설이라고 하는데 반환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이 있는 모양이었다. 중간에 솔숲으로 지나는 도로가 있기는 한데 길이 좁고 위험해서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우회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가는 길에 위치한 화진 별장 펜션에서 묵어가기로 했다. 방석리 어항을 떠나면 곧 화진리로 넘어간다. 화진 해변까지 3.1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니 오늘 걷기도 이제 끝나가는구나, 잘했다! 하는 마음이 든다. 소금기 많은 세찬 바람에 칠이 벗겨진 해파랑길 안내판에게서 오랜 전우를 만난..
월포 해변을 떠난 해파랑길 18코스는 방어리와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를 지나서 조사리에 이르고 모래와 몽돌 해변이 인상적인 조사리 해변을 거쳐 방석리에 도착한다. 방어리 일부 구간은 북파랑길의 새로운 데크길로 길을 이어가고 조사리 해변에서는 건천인 하천 구간을 다리 대신 해변으로 걷는 모험도 감행한다. 원래의 해파랑길은 월포 해변을 지나면 얼마 동안 해안 도로를 따라 도로변을 걷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방파제 안길로 들어와서 방파제를 넘어 해안가 바위 위로 조성된 데크길을 걷는다. 앞쪽으로 방어리 어항이 보인다. 이 지역의 암석들은 유난히 녹색을 띤 것들이 많다. 점토질의 퇴적암 같은 경우 암석 자체가 녹색을 보인다고 하는데 암석 자체 성분보다는 외부의 어떤 요인 때문에 착색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이한..
이가리 닻 전망대를 떠난 해파랑길 18코스는 월포 해수욕장을 거쳐 방어리에 이른다.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다시 내려와 전망대 아래를 지나 조경대 표지판 방향으로 이동한다. 해안과 숲길을 오가며 길을 이어간다. 구멍이 뽕뽕 뚫린 바위가 마치 중세 기사의 투구와 같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저 바위와 인사를 나누고 싶었을까 작은 돌멩이 하나씩을 바위 입에 물려주고 떠난 모양이다. 기암괴석의 해안이 계속 이어진다. 자신에게 박혀 있던 돌들을 오랜 세월 하나, 둘 떨구어 내고 쩍쩍 큰 틈까지 보이기 시작한 바위가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 한가운데서 소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키우고 있다. 뒤집어 보면 저 소나무가 바위틈에 뿌리를 들이밀면서 바위를 지독히도 괴롭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산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이 ..
오도리 해변을 떠난 18코스는 청진리와 이가리항을 거쳐서 이가리 닻 전망대에 이른다. 이가리항에서 원래의 해파랑길 대신 영일만 북파랑길을 따라간다. 칠포리 어항을 지나면 청진리 입구까지는 20번 지방도 도로변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수많은 바위들 중에 어떤 것은 이름이 붙고, 심지어는 역사와 이야기가 얹어지지만 어떤 바위들은 이름도 없이 파도와 바람, 햇빛에 온전히 노출되어 깎이고 깎이다 암석으로 자갈로 모래로 그 모양을 달리한다. 나이를 먹어가며 모습도 성격도 변해가는 인생과 다른 듯 닮아 있다. 누군가는 이름도 얻고 명망도 얻고 심지어 재물과 권력도 얻지만 많은 이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 삶을 묵묵하게 살아간다. 이름을 얻은들 바위고 이름을 얻지 못해도 바위 아닌가? 돈과 권력이 있어도 사람이..
칠포리의 해오름 전망대를 지난 해파랑길은 다양한 숙박시설이 많이 위치하고 있는 오도리로 향한다. 이전의 해파랑길은 20 지방도를 한동안 걸어가야 하지만 칠포와 오도리를 잇는 북파랑길을 따라서 해안 산책길을 걷는다. 17코스에 이어 18코스 초반을 걸은 우리는 오도리에서 하룻밤을 묵어 간다. 이전의 해파랑길은 20번 지방도 도로변을 걷다가 오도리 마을길을 들어갔지만 지금은 도로변 산책로를 얼마 걷지 않아 우측 해안으로 빠지는 산책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 갈 수 있다. 내리락 오르락 산책로를 걷다 보면 멀리 오도리 방파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조릿대가 산책길의 운치를 더해준다. 대나무 중에서 가장 작고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식물이다 보니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약성으로는 인삼에 버..
17코스를 끝낸 우리는 18코스를 이어서 걷기로 했다. 칠포 해수욕장을 떠나 칠포항을 거쳐 20번 지방도 옆에 있는 해오름 전망대로 향한다. 칠포 해수욕장 근처로는 숙소가 거의 없어서 숙소가 많은 오도리 해변까지 추가로 걷는다. 바다 시청 건물 가운데를 지나서 18코스를 시작한다. 널찍한 칠포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칠포항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좌측으로 보이는 작은 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폭신폭신한 모래사장을 지나야 한다. 폭신해서 좋기는 하지만 모래사장 걷기는 언제나 부담이 된다. 모래사장에 그려진 우리 두 사람의 해 그림자가 길다. 해가 많이 내려간 모양이다. 모래사장 끝을 통과하면 데크길을 통해서 언덕을 넘어갈 수 있다. 언덕에 오르면, 작은 언덕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모래사장을 가진 칠포 해수욕장이..
광활한 영일만항을 지난 해파랑길 17코스는 용한리 해수욕장을 지나 칠포 해변에서 그 여정을 끝낸다. 용한리 해수욕장은 바로 옆이 6차선의 영일만항 도로이기 때문에 그런지 특이하게 해수욕장과 도로가 커다란 유리 방호벽으로 가림막이 되어 있다. 가림막이 있기는 하지만 중간중간에 통로가 있으므로 고운 모래를 가진 해변으로 가는 것에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가림막 바로 앞으로는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도 있고 작은 그네도 있었다. 우리도 신발을 벗고 잠시 앉아서 쉬어 갔다. 이곳은 "용한 서퍼 비치"라고 부를 정도로 서퍼들을 위한 전문 시설을 갖춘 해수욕장이다. 수심이 얕고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일정하게 밀려오기 때문에 사계절 서핑하기에 최적지라 한다. 한겨울에 평일 낮인데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여남 방파제를 지난 해파랑길 17코스는 새롭게 생긴 해안 산책길을 따라 죽천 해수욕장에 도착하고 우목리 어촌 마을을 지나면 영일만항에 도착한다. 우목리 어촌 마을을 지나면 원래는 마을길을 돌아서 영일만항으로 가지만 영일만항 담을 따라 새롭게 조성된 길을 따라 항만 길로 접어든다. 앞서 포항시의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과 함께 걸었던 해파랑길은 17코스부터는 송도 해변에서 시작하는 "영일만 북파랑길"과 함께한다. 일명 호랑이 등 오름길이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이 호랑이 꼬리를 밟으며 걷는 길이라면 북파랑길은 호랑이 등을 올라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포항시 북쪽 끝자락인 지경리 해변까지 이어진다. 원래의 해파랑길은 여남방파제 뒤편의 산을 넘어가는 것이지만 북파랑길 산책로 덕분에 해안 산책길을 통해서 죽천리까..
영일대 해수욕장에 도착한 해파랑길 17코스는 환호 공원을 지나서 여남 방파제로 길을 이어간다. 예정에는 포항의 북쪽에 있다 해서 북부 해수욕장으로 불리다가 2013년부터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심에 있으면서도 고운 모래를 가진 1.7Km에 이르는 길고 넓은 해변과 다양한 위락시설이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소겠다 싶다. 번화가를 가진 해수욕장이지만 상당히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컨테이너를 모티브로 만든 공중 화장실. 내부는 아주 고급스러웠다. 우리나라의 공중 화장실은 이제 어디를 가나 최고 수준이지 않나 싶다. "오늘도(Again today)"라는 작품. 매일의 전투 같은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보인다. 포항의 상징 꽃인 장미로 장식한 연오랑..
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해파랑길 걷기를 이어간다. 어떤 분들처럼 해파랑길 전체를 한 달 넘게 쭉 이어서 걸으면 중간 지점으로 이동하는 불필요한 일도 없겠지만, 4~6일간 토막으로 걷는 것도 나름 즐겁다. 중간 지점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이 조금은 아깝기는 하지만 여행을 떠날 때마다 다가오는 설렘은 토막 걷기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또한, 저질 체력을 가진 우리 같은 사람에게 나름 충분한 휴식도 가능하고 일상생활에 큰 부담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여행은 4박 5일 여정으로 포항 17코스부터 영덕 20코스까지 걸을 예정이다. 해파랑길 17코스의 시작점인 송도 해수욕장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항구 옆으로 이어진 해동로 길을 따라 포항 여객선 터미널까지 이동한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
원래의 계획은 도구 해수욕장까지만 걷고 시내로 빠져서 포항역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약해 놓은 기차 시간까지 시간 여유도 있었고 무엇보다 Go/Stop의 결정권을 가진 옆지기가 "Go"를 외친 덕택에 해파랑길이 본격적으로 시내 구간을 걷는 부분까지 더 걷기로 했다. "해병대 BOQ"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는데 저녁 시간이었지만 청림동 길을 걷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했다. 이후 송도 해수욕장까지 걷는 16코스 나머지 시내 걷기 부분은 생략했다. 도구 해수욕장 이후에는 모래 언덕 위에 조성된 데크길을 통해 길을 이어간다. 해병대 상륙훈련장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해병대 상륙훈련장 방면으로 가는 산책로는 늦은 시간이나 훈련이 있을 경우에는 폐쇄된다. 이런 경우에는 시내 길을 통해 돌아가야 하는데 다행..
하선대 선바우길을 지난 해파랑길 16코스는 입암리를 떠나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을 거쳐 해병대 훈련장이 있는 도구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사실감과 입체감을 극대화시킨 바다거북 벽화가 놀랍다. 입암리 방파제 가로등 위에서는 갈매기가 일광욕 중이다. 선바우를 한자로 쓰면 입암이고 그것이 입암리이다. 흥환리, 마산리, 입암리를 거치며 걸어온 선바우길의 주인공인 해변의 커다란 선바우가 이 동네 이름인 것이다. 입암리 어항 끝에서 해안 산책길로 길을 이어간다. 파도가 아주 센 것은 아니지만 바다 위 데크길 위로 튀어 오르는 파도는 걷는 길에 스릴을 더해준다. 입암리 포구를 지나면 929번 호미로로 올라가서 도로변 길을 걷는다. 많이 걸었는지 아침에는 보이지 않던 영일만 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은 공장 실루엣이다..
흥환리를 떠난 해파랑길 16코스는 마산리를 거쳐서 하선대 선바우길을 지나 입암리에 도착한다. 둘레길 왕짜장에서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우리는 흥환교를 건너서 해파랑길 16코스를 시작한다. 만약 마트나 식당을 들리지 않고 15코스에 이어서 16코스를 이어간다면 해안 쪽으로 놓인 인도교를 통해서 길을 이어가도 된다. 물론 이런 경우에는 해파랑길 도장을 찍을 수 없다. 스탬프 함은 흥환교 근처에 있는 해파랑 가게인 흥환 마트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흥환리 보건 진료소 앞을 지나서 해안으로 나오면 개천을 건너는 인도교 앞에서 좌회전하여 데크길을 통해 길을 시작할 수 있다. 흥환 간이 해수욕장. 바깥쪽으로는 모래와 몽돌이 섞인 조용한 해수욕장이다. 간이 해수욕장이라고는 하지만 흥환 해수욕장은 해안도로 바로 옆으..
대동배리의 명소인 구룡소를 지난 해파랑길 15코스는 발산리의 기암괴석 해변과 발산항을 지나 15코스의 종점인 흥환리에 이른다. 낙석 주의 안내판 위로 바위 절벽 꼭대기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자리를 잡았다. 암석 지대라 뿌리를 내릴 토양도 거의 없었을 텐데, 생명의 신비란...... 호미곶면 대동배리를 지나면 동해면 발산리로 접어든다. 우렁찬 파도 소리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잘 정비된 해안길을 걷는다. 커다란 바위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지층은 억겁의 시간을 말하지만 그에 비해 찰나의 시간을 살다가는 인생은 생각할수록 초라하다. 발산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와 병아리 꽃나무 군락지가 있는 마을이다. 모감주나무는 검은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기..
구만리를 벗어나 대동배리에 들어선 해파랑길은 원래는 안전을 위해서 산길을 통해서 대동배 2리에서 대동배 1리로 넘어가지만 자동차 길을 따라가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편한 길로 가기로 했다. 세찬 파도와 바람이 불어대던 해안길을 걸어서인지 대동배리에 들어서니 평온함에 따스함까지 밀려온다. 세찬 바람은 포구 안쪽도 그냥 두지 않는다. 대동배 2리의 포구도 세찬 물결에 출렁거린다. 원래의 해파랑길은 대동배 2리에서 산길을 통해 대동배 1리로 간다. 그 대신에 우리가 택한 편한 방법은 929번 호미로를 따라 걷는 것인데 이 도로는 노란 경계석 옆으로는 바로 바위 투성이 해변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조금은 위험한 경로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어찌하랴, 저질 체력을! 이른 평일 오전 시간이라 차도 거의..
해파랑길 14코스를 끝낸 우리는 15코스 초반에 위치한 숙소까지 3.5Km 정도를 더 걸어야 했다. 이전의 해파랑길이라면 대보 저수지를 거쳐서 내륙으로 걸어야 했겠지만 이제는 해안으로만 걷는 길이다. 스탬프 함을 만나서 잠시 도장을 찍고 가는 것은 코스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코스를 제대로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해파랑길 안내판에는 산을 타는 이전의 15코스를 안내하고 있다. 바뀐 코스는 화살표 스티커가 대신한다. 조금 늦었지만 14코스에 이어서 15코스를 걷는다. 한 시간 정도를 더 걸으면 따뜻한 숙소에 들어갈 수 있다! 호미곶 등대가 먼바다를 향해서 빛을 내뿜고 있다. 12초에 한 번씩 불을 밝힌다고 한다. 1908년에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등대이자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유인 등대이..
다무포 고래 마을을 떠난 해파랑길 14코스는 강사리와 대보리 해안길을 거쳐서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도착한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시간, 15코스 일부를 더 걸어야 도착하는 숙소까지 가려면 마음이 급하다. 강사리 해안은 온통 바위 투성이로 휴일 늦은 시간까지 낚시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바위 해변으로 바싹 붙어서 조성된 해안길은 호미곶까지 쭉 이어진다. 이곳 갯바위에서는 벵에돔과 감성돔을 잡는 다고 한다. 뒤를 돌아 바라본 다무포 고래 마을의 풍경. "다무포 하얀 마을"이라는 별칭답게 멀리서 보아도 하얀 마을이 유독 눈에 뜨인다. 푸른 하늘을 흘러가는 깃털 구름 뭉치들은 마치 고래가 바다를 헤엄치는 것처럼 보인다. 강사리 축양장을 지나니 아주 멀리 호미곶 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자동차로는..
구룡포읍 석병리를 떠난 해파랑길은 호미곶면 강사리로 넘어간다. 해파랑길 14코스의 종점인 호미곶이 면의 이름인 동네로 들어간다. 신동재라는 작은 솔숲 고개를 넘어서면 강사 1교를 지나서 호미곶면 강사리로 들어갈 수 있다. 강사 1교 위로는 강사교가 있고 강사교 바로 위쪽으로는 강사 저수지라는 조금은 규모가 있는 저수지가 위치하고 있다. 다리를 지나서 우회전하여 해안길로 들어간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우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원래는 해안의 바위 위로 조성된 데크길로 가는 길이지만 수리가 필요한 모양이다. 마을길로 돌아서 우회한다. 강사리 해안선은 오목하게 내륙으로 들어와 있어 평온하고 잔잔함 그 자체였다. 마을 초입에 세워진 "고래마을호, 빨간 하늘 고래, 고래 우편함" 고래 우편함 설명이 없었다면 고..
삼정항을 떠난 해파랑길은 해안길을 따라 계속 걸어서 다무포 고래마을에 도착한다. 포스코 구룡포 수련원 근처에는 포항시 지속 가능 발전 협의회에서 조성했다는 해국 단지가 있었다. 5년이 넘었지만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안내판 속의 "지속 가능 발전"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Sustainable Development"라는 영어를 번역했기 때문에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고 조금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대에도 나에게도 좋은 착한 개발"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현재 세대를 위한 개발이 후대가 누릴 환경, 사회, 자원, 경제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우리도 좋고 후대도 좋은 개발을 하자는 이야기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성을 높이며, 나무를 심고..
구룡포항에서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챙겨 먹은 우리는 해파랑길 14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다섯 시간이 넘는 길이므로 호미곶에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면 잘 걸은 것이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를 출발하여 사라말 등대, 구룡포 해수욕장, 구룡포 주상절리를 거쳐서 삼정항에 이른다. 14코스의 종점은 호미곶이고 가는 길에 구룡포 해수욕장도 지나지만, "해파랑길"이라 쓰인 도로 표지판을 따라 직진한다. 도로 표지판에 "해파랑길"이 등장하는 것은 처음 본다. 표지판에 있는 구룡포생활문화센터 아라 예술촌은 포항 문화 재단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말이면 다양한 예술 강의와 체험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아라 예술촌 인근의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 또한 각종 전시와 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 공간..
하정리를 지나면 해파랑길 13코스는 구룡포항에서 그 길을 마무리한다. 하정리 방파제를 지나면 마을길을 통해서 구룡포 읍내로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언덕을 넘어 구룡포 읍내로 가는 길에는 풀빌라들이 줄지어 있다. 말 그대로 객실마다 개인 풀(Pool)이 있는 숙박시설이다. 해파랑길이 지나온 울산, 경주, 포항 해변에도 풀 빌라들은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특히 인기를 끌고 있지만, 비싼 가격에 우리 같은 중년 부부가 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포항 하면 과메기이고 말리면서 부패할 염려가 적은 11월부터 1월까지가 과메기 제철이라고 한다. 본고장답게 대나무에 걸어놓은 과메기가 해안가로 천지다. 과메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매년 생일을 찾아 먹듯이 날씨가 추워지면 멀리에서도 과메기를 주문해서 직..
구평리에서 31번 국도로 나온 해파랑길은 장길리에서 해안으로 들어가서 장길리 복합 낚시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온다. 낚시 공원 이후에는 다시 국도변 길을 걷다가 하정리까지 해안길로 접어든다. 상정천을 건너는 구평교를 지나서 길을 이어간다. 상정천을 따라 상류로 올라가면 포항 블루 밸리 국가산업단지가 지정되어 한참 개발 중이다. 임야를 깎아내며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산업단지의 영향을 오롯이 받는 하천이다. 구평리에는 포항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45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있다. 가지가 주위로 넓게 퍼져서 여름이면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느티나무. 정자나무로 많이 심던 나무다. 동네 어르신들의 수다 삼매경이 이루어지던 곳이다. 잘 큰다면 수명이 1천 년에 이르기도 한다. 은행나무, 소나무와 ..
한 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 한 겨울에 걷기 여행을 가야 할까 말아야 하나 하는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다. 마당에서 홀로 긴 겨울을 견디고 있는 용기(우리 집 개 이름)도 그렇고, 꽁꽁 얼어버린 달걀을 내어주고 있는 닭들도 그렇고 내가 집에 없어서 생기는 문제는 이 동물들에게 물을 공급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물통에 열선을 감아주면 그래도 견디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소용이 없다. 물론 창문을 열어두어서 그런 거지만...... 남은 시간 부지런을 조금 떨어보리라. 아무튼 이번 여행의 결정은 옆지기의 "가자", "가자"하는 결단 덕이다. 이번 여행은 3박 4일 일정으로 17코스부터 20코스까지 4코스를 걷는 여정이다. 지난번 두 번의 여행은 3일 동안 다섯 개의 코스를 걷는, 저질 체력의 중년..
대진리를 떠난 해파랑길은 모포항을 거쳐서 구평리에 이른다. 13코스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12, 13 코스를 이어서 걸은 우리는 구평리에 예약한 숙소에서 쉬었다가 길을 이어간다. 대진 해수욕장 한쪽 구석에 넘어진 해파랑길 표지판. 땅바닥에 널브러진 표지판이지만 갈 방향은 잘 알려 주고 있다. 대진 해수욕장 끝에서 대화천을 건너야 하는데 수량이 많지 않은 하천이기 때문에 하류는 모래사장으로 물이 빠져나가는 모양이다. 대화천 하류의 모래사장을 통해서 대화천을 지난 다음 돌아서서 바라본 대진 해수욕장의 모습이다. 작은 해변이 아니다.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표지판에서 13코스의 종점인 구룡포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호벽 위로 멀리 모포항이 눈에 들어온다. 모포항으로 가는 길은 포장된 길을 걷지만, 모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