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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영일만항을 지난 해파랑길 17코스는 용한리 해수욕장을 지나 칠포 해변에서 그 여정을 끝낸다.
용한리 해수욕장은 바로 옆이 6차선의 영일만항 도로이기 때문에 그런지 특이하게 해수욕장과 도로가 커다란 유리 방호벽으로 가림막이 되어 있다. 가림막이 있기는 하지만 중간중간에 통로가 있으므로 고운 모래를 가진 해변으로 가는 것에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가림막 바로 앞으로는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도 있고 작은 그네도 있었다. 우리도 신발을 벗고 잠시 앉아서 쉬어 갔다.
이곳은 "용한 서퍼 비치"라고 부를 정도로 서퍼들을 위한 전문 시설을 갖춘 해수욕장이다. 수심이 얕고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일정하게 밀려오기 때문에 사계절 서핑하기에 최적지라 한다. 한겨울에 평일 낮인데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서퍼들에게는 좋은 장소지만 해수욕장이 넓고 긴 것은 아니다. 다만, 서퍼들의 모습과 바다를 조망하며 도시락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그네가 마련되어 있어서 잠시 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공간이다. 모래가 폭신폭신 정말 부드러웠다.
다른 지역을 걸으면서도 서핑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지만, 서핑하기 좋은 파도가 계속 밀려오는 것도 그렇고, 서핑다운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이곳이 처음이었다. 나도 하고 싶다! 하는 충동을 부르는 해변이다.
포항시에서 마련한 서퍼들을 위한 시설이다. 통상 해수욕장의 시설들은 대부분 여름 한철 해수욕장이 개장할 때만 운용하지만 사계절 내내 이곳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샤워장, 교육장 등을 마련했다고 한다. 파도, 시설 모두 "용한 서퍼 비치"라 부를 만한다. 그리고, 바로 옆 길도 엄청나게 널찍해서 서핑보드를 싣고 온 차량을 세워두고 옷을 갈아입는 사람도 있었도, 자신의 보드를 들고 바다를 향하는 사람도 목격할 수 있었다.
용한 해변에서 바라본 양쪽 방향의 해변 모습이다. 칠포 쪽 저 어딘가에 오늘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을 텐데 하며 힘을 내본다.
칠포 쪽으로 좀 더 걸어가니 영일만항 앞으로 길게 파도를 막아주는 영일만항 북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4.1Km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방파제로 16년에 걸쳐 건설되었다고 한다. 통상 방파제라고 하면 육지에서 연결되지만 너울성 파도로부터 영일만항을 보호하기 위한 방파제로 선박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용한리 해변으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끊임없이 몰려오는 파도들. 해안길의 인도와 해변까지는 상당한 높이 차이가 있어서 아래로 한참을 내려다보는 뷰를 제공한다.
이곳은 정식 해수욕장이 아니어서 편의 시설은 아무것도 없지만 넓고 낮은 모래 해안으로 서핑 초급자들이 서핑을 배우기에 좋아 보였다. 용한 서퍼 비치 시설이 있던 곳의 높은 파도와는 비교가 안되지만 꾸준히 파도가 밀려오니 될 때까지 하다 보면 몸에 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일만항 도로를 지나면 오른쪽으로는 한참 아래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파도가 있는 바다를 두고, 왼쪽으로는 산업단지와 연구소들이 있는 길을 걷는다. 길을 가다 보니 얼마 전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간 말 한 마리가 떨구어 놓은 흔적이 인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어떤 것은 오늘 싼 것, 어떤 것은 조금 오래돼 보이는 것도 있다. 초식 동물의 배설물이니 주변 화단에 밀어 넣으면 거름도 되고 좋지만 콘크리트 인도 바닥과 말똥은 그리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말 주인은 자신과 말의 건강을 위해 승마를 했겠지만......
잠시 쉬어갔던 망호정. 호랑이 등을 오르는 길이니 호랑이 등을 본다는 의미로 정자의 이름을 지었을 것이다.
도로 옆 인도를 걷는 것은 망호정에서 끝나고 여기부터는 계단을 내려가 해안 모래턱 위로 조성된 데크길을 걷는다. 해병대 상륙 훈련장이 있던 도구 해변과 비슷한 모습이다. 칠포 해변에도 해병대 훈련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멸종 위기종이라는 쇠제비갈매기가 이곳 칠포 해변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이름에 쇠가 들어가면 작은 개체라는 의미라는데 텃새처럼 사는 흔한 갈매기와는 덩치에서도 차이가 크다. 여름 철새라 지금은 볼 수 없고 봄이면 이곳으로 날아와 모래에서 새끼를 키운다고 한다.
도구 해변처럼 모래 언덕 위로 조성된 데크 길을 따라 길을 지난다.
모래 해변을 지나면 좌회전하여 대구 교육 해양 수련원 앞길을 지난다.
곡강천의 지류로 꽁꽁 얼어있는 것이 마치 호수처럼 보이지만 호수는 아니고 곡강천과 연결되어 바다로 흘러간다.
곡강천 지류를 건너는 작은 인도교와 곡강천을 건너는 칠포 인도교를 건너면 칠포리로 진입한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부분은 물이 얼지 않았다.
드디어 칠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에서는 바람에 쌩쌩 돌고 있는 태양광, 풍력 하이브리드 발전기만이 우리를 반겨 주고 조용하다. 지금이야 고요하지만 여름이면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동해안에서 이곳만큼 큰 백사장이 없다고 할 정도로 길이는 2Km, 폭은 70미터가 넘을 정도로 광활한 모래사장을 자랑한다. 수심도 깊지 않으니 모래 놀이하며 해수욕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딱인 곳이다. 편의 시설이 많지 않지만 그만큼 상업적인 것을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적절한 곳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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