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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배리의 명소인 구룡소를 지난 해파랑길 15코스는 발산리의 기암괴석 해변과 발산항을 지나 15코스의 종점인 흥환리에 이른다.

 

낙석 주의 안내판 위로 바위 절벽 꼭대기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자리를 잡았다. 암석 지대라 뿌리를 내릴 토양도 거의 없었을 텐데, 생명의 신비란......

 

호미곶면 대동배리를 지나면 동해면 발산리로 접어든다. 우렁찬 파도 소리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잘 정비된 해안길을 걷는다.

 

커다란 바위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다.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지층은 억겁의 시간을 말하지만 그에 비해 찰나의 시간을 살다가는 인생은 생각할수록 초라하다.

 

발산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와 병아리 꽃나무 군락지가 있는 마을이다. 모감주나무는 검은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기 때문에 염주 나무라고 하는데, 여름이면 노란색의 꽃들이 화려한 나무이다. 영어 이름으로 "Goldenrain tree" 직역하자면 금비 나무인 셈이다. 노란 꽃들이 금비처럼 쏟아진다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발산 2리 마을길로 접어든다. 모감주나무 군락지는 마을길 좌측의 마을 뒷산으로 여름철 황금색 꽃이 필 때가 아니면 멀리 서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방호벽 위에 나란히 줄지어 앉은 갈매기들이 사람의 발걸음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발산항에 도착하니 햇빛이 산에 막히지 않고 따스하게 몸을 녹여준다. 조금 있으면 다시 산 우측의 응달을 걸어야 하지만 따스한 볕을 마음껏 누린다. 발산리라는 이름은 봄이면 마을 주변으로 꽃이 만발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봄이면 병아리 꽃나무 군락지에서 하얀 꽃으로 봄맞이를 하고 여름이면 모감주나무의 황금색 꽃잔치가 벌어질 것을 상상하니 겨울에 이곳에 온 것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발산항을 떠나면 발산 1리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발산리 자갈 해변 한쪽에 우두커니 서있는 장군 바위. 세찬 바람을 얼마나 견딜지 모르겠다. 이름은 장군 바위로 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 모습이라지만 아슬아슬해 보인다.

 

장군 바위에 근처에 서 있는 모감주나무와 병아리 꽃나무 군락지 안내판. 그렇지만, 실제 군락지는 표지판이 서 있는 곳이 아니라 발산항 뒷산이다.

 

장군 바위 꼭대기 바위틈에 자라난 어린 소나무 한그루. 아마도 쩍쩍 갈라진 장군 바위의 운명과 그 생을 같이 하지 않을까 싶다. 강한 바위가 아니니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 것이지만 무른 바위가 쉽게 부서진다는 것을 저 소나무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발산항을 지나면 다시 해안 쪽으로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걷는다. 잘 조성된 산책길이기는 하지만 그림처럼 벽을 때릴 정도로 거센 파도가 오기도 하므로 미끄러지지 않게, 파도를 맞지 않도록 스릴을 즐기며 지나왔다.

 

해안선의 폭이 조금 넓은 해안은 그나마 파도의 위협이 덜하다. 멀리에서 부서진 파도가 해안선에 도착했을 때는 살랑살랑 거리는 정도다. 해파랑길 15코스는 파도와 밀당하며 걷는 길이다.

 

바닷가는 늘 해양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법인데, 지자체와 봉사자들의 노력이 보이는 장면이다. 가지런히 정돈된 나무들을 보니 즐겁게 이 길을 걷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풍화와 침식의 흔적이 생생한 바위 절벽 아래의 길을 걸어간다. 와우! 하는 탄성이 이어진다.

 

큰 돌이 쏙쏙 박힌 커다란 바위, 마치 커다란 콩 개떡 같다. 동해안의 몽돌 해변을 걸을 때면 아주 큰 바위가 깨지고, 또 그 돌이 깨지고 깎이면서 동글동글한 몽돌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보니 시작이 아주 큰 바위가 깨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구멍이 뽕뽕 뚫린 바위. 각양 색상의 둥글둥글한 자갈들. 모나지 않은 손바닥 크기의 돌을 만나면 옆지기는 누름돌로 제격이라며 가방을 열고 싶어 한다. 늘 너무 아쉬워하는 발걸음을 남긴다.

 

어느덧 길은 발산 1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멀리 발산 1리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흥환리가 바로 옆에 붙어 있으므로 15코스도 마무리되는 모양이다.

 

발산 1리 어항은 나름 규모가 있는 항구였다. 이곳 발산리와 흥환리 일대의 연안에서는 바위틈에서 사는 붕장어의 일종인 검은색의 영일만 검은 돌장어가 잡힌다고 한다.

 

발산 1리 어항을 지나면 바로 흥환리로 이어지는데 이곳에는 말목장성으로 가는 탐방로 입구가 있다. 울산에서 만났던 남목마성처럼 말을 가두어 방목하기 위하여 성을 쌓았던 것인데, 남목마성에 빗대어 북목마성이라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 구룡포에서 발산 봉수대를 거쳐 이곳 해안까지 상당히 넓은 면적을 이용해 말을 기른 모양이다.

 

드디어 15코스의 종점인 흥환리에 도착했다. 정식 종점은 흥환리 어항이 아니라 흥환 보건 진료소 인근이다. 흥환 해수욕장을 그냥 가로지르지 말고 일단 마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개천을 건너는 흥환교라는 다리가 15코스의 종점이자 16코스의 시작점이다.  통상 코스가 끝나고 새로 시작하는 지점에 해파랑길 안내판과 함께 스탬프함이 놓여 있기 마련인데 특이하게 이곳의 스탬프함은 흥환마트라는 해파랑 가게 앞에 놓여 있다. 

 

오늘 점심은 흥환교 인근에 있는 둘레길 왕짜장이라는 가게에서 짜장면과 짬뽕으로 먹었다. 짬뽕에 작은 전복도 있었다. 맛있고 든든한 점심을 먹고 16코스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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