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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포 고래 마을을 떠난 해파랑길 14코스는 강사리와 대보리 해안길을 거쳐서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도착한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시간, 15코스 일부를 더 걸어야 도착하는 숙소까지 가려면 마음이 급하다.

 

강사리 해안은 온통 바위 투성이로 휴일 늦은 시간까지 낚시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바위 해변으로 바싹 붙어서 조성된 해안길은 호미곶까지 쭉 이어진다. 이곳 갯바위에서는 벵에돔과 감성돔을 잡는 다고 한다.

 

뒤를 돌아 바라본 다무포 고래 마을의 풍경. "다무포 하얀 마을"이라는 별칭답게 멀리서 보아도 하얀 마을이 유독 눈에 뜨인다. 푸른 하늘을 흘러가는 깃털 구름 뭉치들은 마치 고래가 바다를 헤엄치는 것처럼 보인다.

 

강사리 축양장을 지나니 아주 멀리 호미곶 등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자동차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지만 한 시간 이상을 꼬박 걸어야 한다. 

 

강사 2리 포구에 접어들었다.

 

강사 2리 포구에 세워진 시비.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시 한 구절을 읽고 길을 이어간다.

내 고향 강산아

푸른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내 고향 어촌 마을의 일출을 맞이하는구나.
바다와 산이 있는 푸른 강산아. 너는 누구 위해 아름다운 그 풍경을 자랑하고 있는가.
남서풍이 불 때마다 하염없이 밀려오는 파도 위에 갈매기 그 울음소리를 잊을 수가 없구나.

그리운 바다여! 아름다운 산천이여!

바다의 짠 냄새가 지금도 풍기는 내 고향 바닷가의 그 향수 타향에서 그리워 달려가는구나.
여름이면 고달픈 해녀들의 휘파람 소리 지금도 해변가 저 멀리서 여울져 들려오는구나.

내 고향 강사의 바다여! 그리운 산천이여!

오늘도 너의 모습은 변함없지만 세월 따라 흙으로 돌아갈 고향 주민들의 모습은 변해가는구나

밤마다 등대불이 비쳐주는 아름다운 고향이여.

영원히 너를 지키지 못할 고향 사람들의 짧은 인생의 슬픔을 너만은 알고 있는가.

허무한 세월이여! 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향을 두고 갈 주민들이여 다시 태어나도 강사의 산과 바다의 주인이 되어 아름다운 고향의 품으로 안기고 싶어라.

 

강사 2리 포구를 지나면 원래의 해파랑길은 해변 포장길이 끊어지고 잠시 해변길과 약간의 산길을 걷는 경로지만 지금은 929번 호미로 큰길로 우회하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바닥에 표시된 해파랑길 표식을 따라 길을 우회한다. 많은 사람이 다니는 트레킹 코스라면 모험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12월 한겨울에 때 모르고 피어난 개나리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 생강나무,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등의 봄꽃들은 가을이면 꽃눈을 만든다. 꽃눈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날이 따뜻해지니 꽃을 피운 것인데, 내년 봄에는 꽃도 피지 못하고 잎을 내지도 못하니...... 개나리의 신세가 안타깝다. 물론 꽃눈 몇 개는 남겨 놓았겠지!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우회도로에서 호미곶 해국 자생지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하면 호미곶까지는 해안길을 따라 쭉 걸어 올라갈 수 있다.

 

강사리에서 대보리로 올라가는 해안길에는 커피 전문점, 펜션, 캠핑장들이 이어져 있다. 그만큼 해안길에는 차도 끊이지 않는다.

 

해변으로 노란 경계석만 세워진 구간을 걸을 때면 자동차를 피하면서 혹시나 해변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아슬아슬하다. 방호벽 있는 해변이 이리 안전한 것인지, 없어보니 알겠다.

 

대보리 어항을 지나간다. 대천리와 보천리가 합쳐지면서 대보리가 되었다고 한다. 대보리 어항으로는 대보 저수지와 이어진 개천이 내려온다. 이전의 해파랑길 15코스는 호미곶에서 대보 저수지를 거쳐 임도를 통해 산길을 걸어 흥환 보건소까지 갔지만 이제는 저수지를 거치지 않고 해안으로만 걷는다.

 

 

대보 1리 어항 뒤로는 두 갈래로 길이 나뉘는데 우측 해안길로 들어선다. 호미곶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는 져서 하늘은 어스름하고 벌써 호미곶 등대는 불이 올렸다.

 

드디어 14코스 종점인 호미곶에 도착했다. 14코스의 별칭이 "영일만 남파랑길", 15코스가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이라는 것도 여기 와서 알았다. 17코스는 "영일만 북파랑길"과 같이 간다. 호미곶의 원래 이름은 말갈기를 닮았다 해서 붙은 장기곶이었지만 2001년부터 호미곶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더불어 살아가자는 의미로 세웠다는 "상생의 손" 조형물은 이곳에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사진으로 남기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상생의 손이라는 이름은 이어령 교수가 새천년 준비 위원장으로 있을 때 붙인 것이라 한다.

 

멀리서 보면 호미곶 등대의 존재가 선명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등대와 주변 가로등과 어우러지니 조금 큰 가로등 같다.

 

호미곶 해맞이 광장의 모습. 해맞이 명소이지만 일몰 풍경도 아름답다.

 

상생의 손은 짝으로 세워져 있는데 오른손은 바다에 왼손은 육지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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