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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석리를 떠난 해파랑길 18코스는 화진리 마을길을 지나 화진 해수욕장에서 여정을 끝낸다. 경로상 특이한 점은 화진 1리와 화진 2리 어항을 지나면 갑자기 길이 내륙으로 들어가는데 아마도 화진 3리 해안으로 군사 시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군 휴양 시설이라고 하는데 반환 문제로 주민들과 갈등이 있는 모양이었다. 중간에 솔숲으로 지나는 도로가 있기는 한데 길이 좁고 위험해서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우회한 것이 아닌가 싶다. 가는 길에 위치한 화진 별장 펜션에서 묵어가기로 했다.

 

방석리 어항을 떠나면 곧 화진리로 넘어간다. 화진 해변까지 3.1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니 오늘 걷기도 이제 끝나가는구나, 잘했다! 하는 마음이 든다. 소금기 많은 세찬 바람에 칠이 벗겨진 해파랑길 안내판에게서 오랜 전우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2010년 처음 "해파랑길"이란 이름이 정해지고 정식 개장한 것이 2016년이니까 개장한 지 6년이 넘어가고 있다.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은 오랜 역사 속에 많은 사람이 걷고 싶은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화진리 마을 앞바다는 해안 갯바위들이 자연적인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콘크리트 덩어리인 테트라포드보다는 훨씬 좋은 모습이다.

 

당진 기지시의 줄다리기를 생각해도 그렇고 군 시절 체육대회에서 벌어졌던 전투 같은 줄다리기도 그렇고 힘 좋은 남성들이 대부분 주인공이라면 이곳 마을 벽화에 그려진 줄다리기는 아주머니들 뿐이고 그것도 앉아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름하여 "화진리 전통 앉은 줄다리기" 모습이다. 벽화에서는 "할머니! 힘차게 당겨주세요!"라고 했지만 힘쓰는 일이니 마을 아낙들이 나섰을 것이다. 1900년대 초에 시작하여 1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화진리 앉은 줄다리기는 그림처럼 줄이 4개라서 게를 닮았다는 의미로 기줄다리기라고도 한다. 기는 게의 이곳 사투리다.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했다고 한다. 상상을 하면 온 마을이 웃음으로 가득한 날이지 않았을까 싶다. 남정네들은 줄을 준비하고 이것저것 조언한다고 가만히 있지를 못했을 것이다. 그 당시야 시멘트 바닥도 아스팔트 바닥도 아니었을 텐데 흙바닥에 주저 않은 여인네들의 엉덩이는 시합이 끝나고도 서로를 털어주며 웃음꽃이 만발하는 소재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독특한 향토 문화임에 틀림없다.

 

갈매기 한마리가 가로등 위에 앉아 자신의 영역을 둘러보고 있는 모양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는 가로등이 아직도 옛날 방식인데 이 지역은 가로등이 LED로 바뀐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나 보다. 가로등이나 보안등을 나트륨 등에서 LED로 바꾸면 훨씬 밝으면서도 전기는 30~40% 절약할 수 있고 수명도 나트륨 등은 1.5년 정도라면 LED 등은 5년 이상 거의 반영구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에너지 절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발전소 1개를 짓는 것보다 훨씬 지혜로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화진 1리 포구의 오후는 고요함 그 자체다.

 

포구 바로 뒤로는 향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진 사당이 한 채있다. 화진리 구진 마을이 1900년대 초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줄다리기를 했다고 하는데 그 역사를 사당 앞마당에 심긴 향나무들이 대변하는 듯하다. 

 

화진 1리 방파제에도 어김없이 낚시꾼들이 옹기종기 모여 대어의 꿈을 낚고 있다. 이곳도 포항의 대표적인 낚시 포인트이다.

 

화진 1리를 지나면 곧 이어서 화진 2리 방파제를 만나게 된다.

 

해파랑길은 화진 2리 방파제 중간에서 마을길을 통해서 화진 3리 해안 구간을 우회한다. 해안 도로를 계속 따라가도 화진 해변에 닿을 수 있지만 길이 좁아 위험하고 군사 지역도 있으므로 내륙 방향으로 우회하는 모양이다.

 

마을길을 가로질러 조릿대가 무성한 해안로를 만나면 화진 3리 마을 회관으로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길을 따라 이동한다. 이곳도 그리 도로가 넓지 않으므로 조심해서 길을 진행해야 한다. 다행히 차가 많지는 않았다. 오늘의 숙소인 화진 별장 펜션은 이 길을 가다가 좌회전하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독채 방식의 2층 건물을 사용하는 방식의 펜션이었는데 저렴하게 만족하는 숙소였다. 주인장이 별도 건물에 거주하시면서 펜션을 관리하시는 모양이었다. 평일인데도 이용객이 적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는 시간에 하루 종일 구름이 많던 하늘에서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 하루 일정을 끝내고 비가 내리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던지. 또 하나 감사했던 것은 주인장의 친절로 조사리 해변을 지나며 펜션 사용 요령과 함께 도착 예정 시간을 묻는 문자가 날아왔는데 펜션 도착 시간에 맞추어 보일러를 가동할 의도였나 보다. 예정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를 보고는 실내가 춥지 않을까 걱정하셨다. 온라인 관리는 자식이 담당하고 펜션 관리는 두 부모님이 하시는 방식으로 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펜션 안내를 받고 혹시 근처에 걸어갈 수 있는 마트가 있냐고 여쭈어보니 걸어서 가기에는 무리라고 하신다. 펜션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차를 가지고 오니 우리처럼 배낭만 메고 걸어오는 사람들은 거의 드물었을 것이다. 월포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조사리나 방석리, 화진리를 지나가는 동안 편의점이나 마트가 있었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일부 구멍가게는 있었지만 편의점이나 마트는 하나도 만날 수 없었다. 그런데, 주인장께서 자동차로 근처 마트까지 태워주겠다는 것이다. 비도 오는데 얼마나 감사한지. 넉넉하고 편안한 휴식을 위한 간식거리를 구입해서 영화도 보면서 내일 걷기를 위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어제저녁에는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에는 화창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준다. 가족 단위로 머물러 가기에 알맞은 펜션이었다.

 

펜션을 나오면 어제 내려왔던 길을 이어서 내려가다가 농협 창고 부근에서 화진 해변 안내판을 따라 우회전하여 마을길로 들어간다. 인근에는 어제 마트 다니러 갈 때 주인장께서 태워주신 7번 국도도 지나가고 멀리 2023년 개통 예정인 영덕, 포항 간 동해 고속도로가 공사 중인 것도 눈에 들어온다. 이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당진, 영덕 간 고속도로와 연결되어 포항으로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다.

 

마을길을 지나면 화진 3리에서 화진 해변으로 넘어가는 숲길을 통과하게 되는데, 정말 숨겨놓은 보물과 같은 아름다운 숲 길 이었다. 만약 군부대 때문에 우회하지 않고 그냥 해변 길로 직진한다면 만날 수 없는 정말 아름다운 숲길이다.

 

숲길 초입에 빨간색 열매로 밝은 인사를 건네주는 남천 나무 열매. 남천죽이라고도 불린다. 남천죽이라는 이름처럼 영어 이름에도 Sacred bamboo 또는 Heavenly bamboo로 대나무가 들어가 있지만 매자나무과의 식물이다. 열매, 잎, 뿌리 모두 약재로 쓸 수 있다고 한다.

 

조릿대 군락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소나무도 모래밭에서 겨우겨우 생존하는 소나무가 아니라 좋은 땅에서 살이 통통하게 오른 건강하고 건장한 소나무 숲을 지난다.

 

숲을 떠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건강한 소나무들이 주는 생기를 듬뿍 받고 호랑이 바위 방면으로 이동하면 화진 해수욕장에 닿을 수 있다.

 

대전천을 건너는 화진 1교를 지나서 우회전하면 화진 해변에 닿을 수 있다. 그런데 해수욕장 이름은 화진이지만 행정구역 상으로는 다리를 건너면 송라면 화진리에서 송라면 지경리로 넘어간다. 포항과 영덕의 경계에 있는 마을이다.

 

이른 아침 연안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고깃배들을 보면 나름의 운치가 있다. 

 

잘 정비된 화진 해수욕장 안으로 들어간다. 굵은 소나무들이 즐비한 해변 주위로 차박 하거나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화진 1리 쪽의 모습. 화진 3리의 군시설이 개방된다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해수욕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진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지경리 쪽의 모습. 이제 시작할 해파랑길 19코스로 걸어가야 할 길이다.

 

화진 해수욕장은 화창한 날씨 때문일까? 아니면 정비가 잘 되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참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해수욕장으로 내려오는 대전천도 내연산 자락에서 내려오면서 공단과 같은 오염원이 없어 해수욕장도 맑은 물로 유명하다. 화진리 이곳저곳으로 펜션도 많아서 내연산과 함께 화진 해수욕장을 다녀온다면 좋은 나들이 코스겠다 싶다.

 

드디어 18코스를 끝내고 19코스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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