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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해파랑길 걷기를 이어간다. 어떤 분들처럼 해파랑길 전체를 한 달 넘게 쭉 이어서 걸으면 중간 지점으로 이동하는 불필요한 일도 없겠지만, 4~6일간 토막으로 걷는 것도 나름 즐겁다. 중간 지점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이 조금은 아깝기는 하지만 여행을 떠날 때마다 다가오는 설렘은 토막 걷기의 장점이 아닌가 싶다. 또한, 저질 체력을 가진 우리 같은 사람에게 나름 충분한 휴식도 가능하고 일상생활에 큰 부담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여행은 4박 5일 여정으로 포항 17코스부터 영덕 20코스까지 걸을 예정이다. 

 

해파랑길 17코스의 시작점인 송도 해수욕장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항구 옆으로 이어진 해동로 길을 따라 포항 여객선 터미널까지 이동한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걷는 이번 여행은 포항역에서 시작하고 포항역에서 여정을 끝낸다. 포항에서 영덕까지는 동해선 철도를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걷기 여정을 끝내면 무궁화를 타고 포항역으로 내려와 KTX로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포항역에서 시내버스를 탈 때는 주의해야 한다. 버스들이 역사로 들어왔다가 돌아나가는 형태로 시내 방향으로 가는 버스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같은 방향으로 오기 때문이다. 신호등에서 우회전하면 시내 반대 방향인 흥해행 정류장이 있고, 시내행 정류장은 그 앞에 있으므로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내행 정류장 쪽인 맨 앞으로 몰려있다. 처음에는 이 구조를 모르고 있다가 타야 할 버스가 흥해행 정류장에 왔는데 아무도 타지 않아 쭈뼛쭈뼛했었다. 송도 해수욕장으로 이동하려면 시내행 정류장에서 305, 120, 5000, 9000, 308번 버스를 타고 "대동 우방 아파트" 정류장에서 111번 버스로 환승하면 된다. 111번 버스를 타면 송도 해수욕장이 버스의 종점이므로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 종점에서 내리니 바로 송도 해수욕장의 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계획은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하루 일정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근의 기사 식당은 매주 쉬는 날이었고,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이 없었다. 편의점에서 해결할까도 생각했지만 한동안 시내 길을 걸을 예정이므로 일단 걸으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해파랑길 17코스 스탬프함은 길에 홀로 서있다. 잉크가 넉넉히 채워져 있는 스탬프를 진하게 찍는 재미도 있다. 이번에는 그동안 도장을 찍었던 스탬프북을 챙기지 않아서 작은 수첩에 남겨 가기로 했다. ㅠㅠ

 

평화의 여신상. 1968년 처음 건립되었던 평화의 여신상은 2007년 송도 해수욕장이 모래 유실 등으로 폐쇄되었다가 2015년 재개장하면서 이전 및 복원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해운대만큼의 명성이 있었다는 송도 해수욕장 복원을 위해서 수년간 수백억의 예산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모래 유실을 막는 수중 방파제 건설을 위해 바닷속에는 엄청난 양의 테트라포드를 쏟아부었고, 해변에는 덤프트럭 수천 대 분량의 모래를 퍼 날랐다고 한다.

 

평화의 상징이라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올리브 잎을 물고 있는 비둘기다. 성경에 기반한 이야기다. 대홍수 이후 비가 그치면서 점점 뭍이 드러나게 되는데 노아는 그 상황을 알아보려고 비둘기를 날려 보낸다. 그런데, 귀소 본능이 강한 비둘기가 올리브 잎을 입에 물고 돌아온 것이다. 피카소는 세계 평화 회의를 위해 포스터를 만들고 이후에도 "평화"를 주제로 여러 작품을 만드는데 이때 비둘기와 올리브 잎에 이용된 것이다. 유엔의 마크에도 올리브 잎이 들어간다. 평화의 여신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테미스의 딸로 나오는 에이레네를 지칭하는 모양이다. 그 여신이 그 올리브 잎을 들고 있는 것이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포스코 방면의 모습. 공단 앞으로는 형산강이 흘러나온다. 지난번 여행에서 만났던 야간 조명의 화려함은 태양빛에 가려졌다.

 

멀리 환호 공원 방면의 전경이다.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오는 곳을 지나서 가야 할 텐데 아득하다.

 

독특한 모양의 벤치. 밤에 전구가 불을 밝혀 주면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모을 것 같다.

 

꼭대기에 커피잔을 매달고 있는 송도 카페 문화 거리 입간판. 한글을 모티브로 BI를 만든 모양인데, 저게 무슨 뜻일까? 한참을 살펴보니 "해 보는 대로"를 표현한 것 아닌가 싶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보는 일출도 일품이라고 하는데 일출 명소를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워터 폴리라는 이름의 구조물은 형산강, 송도 해수욕장, 영일대 해수욕장 등 유독 포항에 많이 설치되고 있다. 대체 뭐하는 곳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워터 폴리(Water Folly)라는 이름 그대로 강이나 바다 인근에 설치한 장식물이나 구조물을 의미한다. 폴리(Folly)라는 단어가 어리석다는 의미도 있지만 건축에서는 정원을 장식하는 구조물을 의미한다고 한다. 포항시에서는 시의 상징새인 갈매기를 형상화한 구조물을 설치하면서 동시에 시민들에게 좋은 전망대도 제공하는 의도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파랑길은 워터 폴리 직전에 좌회전하여 동빈 큰 다리 방향으로 가야 한다. 송도도 염연히 섬이므로 계속 직진하면 길이 없다. 대각선 방향으로는 송도 송림 테마거리가 있는데, 길가에 세워진 새마을 운동 마크가 있는 풍차가 이채롭다.

 

송도의 소나무 숲으로 다양한 산책길을 조성하고, 솔파랑 벽화거리로 조성해 놓아서 나들이하는 사람들에게도 볼거리 이겠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솔숲 산책로를 걷는 주민들이 상당히 많았다.

 

동빈 큰 다리 근처에서 무료 전시 중인 포항함과 요트 계류장의 모습. 2009년에 퇴역한 포항함은 천안함과 같은 급의 초계함이다. 초기 경계함을 줄인 말로 경무장 상태로 적의 공격을 감시, 정찰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포항함에 직접 들어가서 해군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을 볼 수 있다.

 

동빈 내항에 정박해 있는 상당한 규모의 어선들.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가 오래된 항구다. 형산강으로 이어지는 뱃길을 통해 물류 수송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1974년 제철소 건설과 형산강 하구 직선화 공사를 하면서 지류를 매립하면서 항구로서의 기능도 축소되고 물길이 막히니 수질도 나빠졌다고 한다. 오염 지역에 대한 준설도 소용이 없었고 결국 매립지에 살던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운하를 파서 다시 물길을 이어주는 것으로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지금은 운하로 포항 쿠르즈라는 이름의 작은 유람선도 다닌다. 

 

다리를 건너면 우회전하여 동빈 내항을 따라서 해동로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널찍한 산책로 길이다. 산책로에 세워진 인물 작품에 마스크가 씌워진 모습이 코로나가 만든 풍경 같아 씁쓸하면서도 우습다. 이런 것을 두고 웃프다고 하는 모양이다. 아이 손을 잡은 어머니, 엿장수, 좌판을 펼친 할머니, 지게꾼 까지 우리네 옛 장터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오늘의 아침 식사는 가는 길에서 만난 "가마솥 국밥"이란 식당에서 돼지 국밥으로 먹었다. 음식도 좋았지만 특이한 것은 헛개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주전자 뚜껑이 빠져서 저렇게 해놓은지 모르겠는데 뚜껑에 꽂아 놓은 나무에 쓰인 "헛개"라는 글자 덕택에 주인장이 말을 하지 않아도 물을 찾아서 마실 수 있었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섰는데 대로에 겁도 없이 앉아 있는 후투티 한 마리를 발견했다. 여름 철새로 봄에 한반도로 날아와 번식을 하고 여름에 다시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하는데 일부는 눌러앉아서 텃새화가 된 개체들도 있는 모양이다. 머리 깃이 인디언 같아서 인디언 추장 새라는 별칭도 있다. 필자의 경우 자급자족 수준의 농사를 짓고 있는데 매년 논에 물을 댈 때면 논둑 어딘가에서 물이 새는 것으로 골치를 썩인다. 그 주범은 보통 들쥐나 두더지, 그리고 땅강아지라는 벌레인데 후투티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땅강아지라고 한다. 저 후투티와 연봉 계약이라도 하고 우리 집 논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부질없는 상상을 해본다. 

 

길은 동빈 내항에 정박한 어선들을 보면서 걷게 되는데, 어선에 매달린 집어등을 비추고 있는 아침 햇살의 모습이 아름답다.

 

산책로에는 유난히 장미가 많이 심어져 있었고, 여러 품종이 식재되어 있는데 이유는 바로 포항의 상징 꽃이 장미이기 때문이다. 철강 도시와 열정을 상징한다고 한다. 워낙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외국 품종이 많은 장미를 상징 꽃으로 해야 하는 논란도 있지만 그림의 "핑키"와 같은 국산 품종도 많이 개발되어 지금은 국산 품종 보급률이 31%가 넘고 있고, 국산 품종으로 수출도 하고 있다고 한다.

 

야자수 가로수를 감싸고 있는 장미 덩굴도 독특하다.

 

멀리 포항 여객선 터미널이 눈에 들어온다. 울릉도로 가는 배들이 정박해 있다. 운항 통제하지 않는 날을 잘 골라야 한다 오늘도 운항 통제로 배가 뜨지 못하는 모양이다. 포항 지방 해양 수산청 건물을 돌아가면 바로 포항 여객선 터미널을 만날 수 있다.

 

여객선 터미널 앞에 세워진 "독도까지 258.3Km" 표지판. 청년 시절 울릉도에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배낭을 메고 이곳에 왔었다. 힘겹게 서울에서 이곳까지 찾아왔었는데 배가 뜨지 않는다고 하니 정말 당황했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던 시기였으니, 그 당황한 상태에서 전국 지도를 펴 들고 결정한 것은 동쪽 끝으로 가지 못하니 그렇다면 서쪽 끝으로 가보자 하면서 경전선 밤 기차를 타고 순천을 거쳐 목포에서 홍도로 간 것이다. 도전과 같았던 그 시절의 추억이 아름아름하다.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곳은 영일대 해수욕장이 시작되기도 하는 곳으로 그 입구부터 예술 작품이 세워져 있다. "2016 타임캡슐 포항"이라는 작품. 작품명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2016년 당시의 사람 이름, 역사적인 사건, 포항시 슬로건, 지명, 건물명 등을 레이저 절단 방식으로 쇠를 잘라서 만든 것이라 한다. 보통 타임캡슐이라 하면 땅에 깊숙하게 묻지만 이 작품은 보이는 타임캡슐인 셈이다. 해변에 고래 꼬리 모양의 전망대는 송도에 갈매기 형상으로 세운 것과 같은 워터 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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