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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리를 떠난 해파랑길은 원척리와 구계리 해안 마을을 들어갈 때만 잠시 해안길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7번 국도변의 보행로를 걷는다. 좌측으로는 태백산맥 자락이 막고 있고 우측으로는 동해 바다가 자리하고 있으니 오랜 세월 동해안의 대동맥을 역할을 하던 7번 국도 자리도 산 아래로 어렵게 마련된 공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지형에서 해파랑길이 7번 국도를 따라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보행로가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부흥리 마을길 끝까지 가면 평상시에는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길이 나타난다. 이곳으로 진입해서 따뜻한 양달인 방호벽 위에 걸터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군부대 담벼락 앞에서 길이 끝나는데 담벼락 옆길을 통해서 큰길로 나오면 다시 7번 국도를 만난다.

 

7번 국도로 올라와 바라본 부흥리 입구 쪽의 모습이다. 마을 해변에서 동해 연수원을 감싸고돌아 올라오면 사진에서 보이는 부흥리 마을 입구 쪽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군부대 담벼락 옆의 데크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국도 건너편으로는 국도변 휴게소가 있었는데 사람이 건너갈 수 있는 횡단보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계획으로는 이쯤에서 점심 식사를 해결할까 했는데 횡단보도도 없는 6차로를 무단 횡단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원척리 인근에 편의점이 있어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편의점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국도변을 걷기는 하지만 바다 풍경은 끊이지 않는다.

 

원척리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긴 했지만 배꼽시계가 울리고 있으니 더 애타게 울기 전에 달래 주어야 한다. 마을길로 내려가지 않고 좌측 대로변의 편의점으로 가서 덮밥 종류로 식사를 해결했다. 가격은 웬만한 식사 수준이었지만 걷다 보니 배가 금방 꺼져버리는 단점이 있었다. 편의점에서의 식사를 끝내고 다시 원척리 마을 길로 내려간다.

 

원척리 마을 외곽의 해안길을 돌아서 간다. 이곳의 파도도 장난이 아니다. 원척(元尺)이란 말은 원래 모든 척도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다. 당대척, 주척, 영조척으로 변해 왔던 우리나라의 원척은 1902년 도량형 개정을 하면서 미터법과 함께 일본의 곡척(曲尺)을 원척으로 삼으면서 문제가 되었다. 일본의 곡척이 30.303 센티미터이다 보니 넓이를 표시하는 평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따라가게 된 것이다. 지금도 필자부터가 집 크기를 이야기하면 몇 평이냐로 가늠하곤 하는데, 우리나라의 말은 지켰지만 미터법과 거의 일치하는 파, 속, 부, 결이라는 우리 고유의 단위는 잃어버린 것이다. 평이 왜 일제 잔재인지, 그것을 왜 바꾸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알았다. 원척리의 원척은 한자는 동일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이다. 원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마을을 꾸리면서 주변을 자로 잰 듯 잘 관리했다는데서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원척리 어항을 지나 마을길을 통해 국도로 진입한다. 항구 내부에 자연 바위를 보존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흐뭇하고 고맙다.

 

원래의 해파랑길은 원척리 어항에서 쭉 올라가서 7번 국도와 합류하지만 이제는 해파랑길 스티커를 따라서 골목길로 나아간다. 원척리 마을 골목길을 지날 때면 주민들에 피해가 갈까 봐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해파랑길 스티커도 남겨두시는 것도 고맙고, 골목길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골목길을 지나면 마을 텃밭이 있는 야산을 지나서 양식장 입구를 통해서 7번 국도와 합류한다.

 

국도변에서 바라본 비밀의 모래 해변이다. 이곳을 걸어서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으니 비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난간이 있고 언덕의 경사가 심해서 도로에서 해변으로 내려가기에는 무리가 있고 해변 양쪽으로는 바위와 숲이 막고 있는 형국이다. 이곳으로 7번 국도가 지나면서 포구가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원척리와 구계리 사이에 위치한 이곳을 마을 분들은 지푸실골, 깊은실, 괴나리라 부른다고 한다. 독특한 이름의 심문곡이라는 포구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좋은 곳이라면 가만히 두지 않을 텐데 몇 년 후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

 

멀리 구계리 방파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국도변 길을 걷는 것은 잘 정비된 길이라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데, 자동차 소음으로 음악 듣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물론 이럴 때는 바다 풍경으로 위안을 삼으며 걸을 수 있어 다행이다.

 

잠시 7번 국도를 벗어나 구계리 마을로 들어간다.

 

구계항은 일찌감치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는 규모가 큰 항구이다. 영덕에서는 구계항과 함께 대진항, 축산항 정도가 국가 어항이다. 한 어선에서 그물 내리기가 한창이다. 정치망 어업은 그물을 일정한 장소에 내려놓고 지나가는 다양한 물고기를 한 곳으로 가두어 잡는 어업 방법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지도 않고 살아 있는 생선을 포획할 수 있는 등 지역 어민들에게는 장점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물에 조류 붙으면서 문제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처럼 크레인이 부착된 대형 트럭을 이용해서 그물을 끌어내고 이 그물을 넓은 공터에서 말리고 털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 작업 때문에 지역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공간은 없고 말리는 과정에서 악취가 나기 때문이다. 

 

구계리 해안길을 걸어 나간다. 방호벽 위로 장대를 세워서 가자미와 과메기를 말리기는 모습이 재미있다. 이곳은 가자미 마리 마리 마다 빨래집게를 물려 놓았다. 과메기는 망을 덮어서 집게로 고정했다. 주인장 나름의 의도가 있을 것이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방법일 게다.

 

구계리 해안길에는 해안으로는 바다를 편하게 앉아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안 공원처럼 꾸며 놓았다. 아름다운 구계리 해변을 뒤로하고 다시 7번 국도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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