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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리 해변을 떠난 18코스는 청진리와 이가리항을 거쳐서 이가리 닻 전망대에 이른다. 이가리항에서 원래의 해파랑길 대신 영일만 북파랑길을 따라간다.

 

칠포리 어항을 지나면 청진리 입구까지는 20번 지방도 도로변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수많은 바위들 중에 어떤 것은 이름이 붙고, 심지어는 역사와 이야기가 얹어지지만 어떤 바위들은 이름도 없이 파도와 바람, 햇빛에 온전히 노출되어 깎이고 깎이다 암석으로 자갈로 모래로 그 모양을 달리한다. 나이를 먹어가며 모습도 성격도 변해가는 인생과 다른 듯 닮아 있다. 누군가는 이름도 얻고 명망도 얻고 심지어 재물과 권력도 얻지만 많은 이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그 삶을 묵묵하게 살아간다. 이름을 얻은들 바위고 이름을 얻지 못해도 바위 아닌가? 돈과 권력이 있어도 사람이고 돈과 권력이 없어도 귀한 인생 아닌가? 바위처럼 흔들리지 말고 내 자리를 지키자는 결심을 해본다.

 

청진리 마을 길로 들어왔다. 청진 3리부터 청진 1리까지 마을마다 방파제와 어항이 있는 마을길을 걷는다. 청진리부터는 포항시 흥해읍에서 포항시 청하면으로 바뀐다.

 

청진 3리의 방호벽에 그려진 벽화 그림이 색이 바래기는 했지만 동네 앞바다를 옮겨 놓은 것 같다.

 

해파랑길을 계속 걷다 보면 수많은 어항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각 어항마다 방파제로 어항을 보호하고 뱃길을 위해 등대도 설치하지만 노란색의 다목적 인양기가 하나씩 설치되어 있다. 저 장비로 무엇을 할까 상상하며 무거운 미역이나 김 포대를 옮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인양기의 가장 많은 용도는 그림처럼 배를 뭍으로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배수리나 정비를 위해 배를 끌어올리기도 하고, 강력한 태풍 예보가 있으면 배를 아예 뭍에 끌어 올려놓을 때 유용한 장비인 것이다.

 

포항 끝자락까지는 해파랑길은 영일만 북파랑길과 함께 간다.

 

청진 3리와 청진 2리를 연결하는 마을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이 동네도 최신 펜션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구름이 많은 겨울 아침의 어항 풍경이 고요하기만 하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청진리와 앞으로 갈 이가리 닻 전망대, 월포 해수욕장은 김선호, 신민아 주연의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를 찍은 장소라고 한다. 구름이 많은 날도 난망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파제 한쪽에 울타리를 치면서까지 보호하고 있는 바위 하나. 공사하면서 포클레인으로 툭 치면 넘어갈 수도 있는 바위지만 마을 분들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는 바위인 모양이다. 

 

청진리를 지나면 이가리 항으로는 마을길 끝에서 정비되지 않은 몽돌 해변길을 걷는다.

 

사락사락 몽돌 밟는 소리, 쿠룩쿠룩 자갈 밟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얼마 되지 않아 이가리 마을 길을 만날 수 있다.

 

이가리 마을길에 들어서면 우측으로는 널찍한 이가리항을 좌측으로는 커다란 펜션과 카페를 만날 수 있다. 굳이 이 카페를 기억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한쌍의 커플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 한 커플이 탄 승용차가 부릉하며 우리 앞을 지나가서 카페 앞에 자동차를 세웠는데 자동차 문이 시저 도어라고 해서 위로 열리는 형태였다. 평일 아침에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카페에 들어서는 젊은 커플을 보니 별의별 감정이 머릿속을 오갔다.

 

이가리 항은 부채꼴의 독특한 모양을 가진 항구로 일찌감치 지방 어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규모가 있는 항구다. 이가리라는 이름이 독특해서 그 유래를 찾아보니 두 가지 설이 있었는데 한 가지는 길을 사이에 두고 두 가문이 이곳에 정착했는데 나중에 하나가 되었다는 설과 기생 두 사람이 이곳에 정착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고 한다.

 

원래의 해파랑길은 이가리항 중간에서 마을을 빠져나가 항구 끝으로 흐르는 개천을 건너서 돌아가는 경로지만 지금은 마을 길 끝에서 개천을 건너는 인도교가 생겼다. 이 데크길을 통해서 바위 해변을 보며 이가리 해변으로 향한다.

 

멀리 이가리 해변과 이가리 닻 전망대가 보인다.

 

이가리 해변의 모습. 고운 모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몽돌이 깔린 것도 아니어서 해수욕장으로는 환영받지 못할지는 몰라도 캠핑과 산책으로는 매력이 있어 보인다. 앞바다에 바위가 많다 보니 파도가 잔잔하면 물안경 끼고 스노클링 하기에 매력적이라고 한다.

 

이가리 닻 전망대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로에서 내려오는 길로 전망대에 오지만 우리처럼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한 진입로도 마련되어 있다. 하늘에서 보면 닻 모양으로 만든 전망대라고 붙은 이름이다. 

 

전망대 주위 바위 해변으로 들이치는 파도를 제대로 감상하는 시간이었다.

 

이가리항 방면의 모습. 아주 멀어 보인다.

 

닻 전망대의 모습. 상당한 높이다. 가족 단위로 많이들 들렀다 가는 모양이었다.

 

거북 바위의 모습이다. 여러 마리로 보인다. 바위를 지나 바다 건너편으로는 월포 해변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월포 방면의 전경과 이가리항 쪽 바다의 모습.

 

높이가 상당해서 유리가 아닌 뻥 뚫린 바닥을 보는 것이 아찔함을 준다.

 

길 쪽에서 전망대로 내려오는 길. 길 쪽으로는 작은 주차장과 매점도 하나 있다. 해파랑길은 조금 전에 올라왔던 계단으로 다시 내려가서 길을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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