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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20코스는 해안길 없이 온전히 산길로만 걷는 여정이다. 영덕군민들에게 사랑받는 강구-봉화산-고불봉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지난밤 강구 터미널에 위치한 숙소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조금 이른 시간에 일정을 시작한다. 20코스 목적지인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강구로 돌아오는 여정과 강구에서 다시 포항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 여정이 있으므로 할 수 있는 한 오늘의 일정을 이른 시간에 끝내기 위함이다. 해파랑길 20코스는 크지 않은 다리인 강구교를 통해서 영덕 블루로드와 길을 함께 한다. 많이 낡아 보이는 강구교는 일제강점기인 1937에 놓인 다리로 2023년까지 다시 놓인 다고 한다. 

 

강구교에서 바라본 강구항 방면의 모습이다. 붉게 물들어 가는 여명의 기운이 겨울의 차가운 기운을 조금씩 녹이고 있는 시간이다. 파도 소리가 없는 강구항은 고요하다.

 

강구교에서 바라본 강구면 방면의 모습이다. 강구면의 강구(江口)는 말 그대로 강의 입구를 뜻하는 이름이다. 강은 영덕을 가로지르며 내려오는 오십천을 말한다. 오십천(五十川) 이란 이름의 하천은 강원도 삼척에도 있는데 한자도 동일한다. 이름 유래도 비슷하다. 오십 번이나 물이 굽이쳐 흐르므로 강 하구에서 물의 발원지까지 올라가려면 그만큼 물을 많이 건너야 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오십천이라 붙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하천의 길이도 길다. 영덕 대부분의 마을은 이 강을 끼고 형성되어 있다. 배 모양의 조형물을 얹어놓은 강구대교의 모습이다. 낮보다는 밤에 보면 멋있는 다리다. 이 다리 외에도 2026년에는 강구항과 삼사리를 잇는 다리가 새롭게 놓인다고 한다. 강구항 쪽으로 새로운 다리와 대관람차, 케이블카까지...... 몇 년 후에 이곳에 다시 오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붉은 여명이 은근하게 오십천 강물을 데우고 있다.

 

강구교를 건너면 이른 아침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을 지나 강구리 마을 길 안으로 들어간다. 강구 매일 시장 간판이 있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해서 길을 이어간다. 강구면에 시장에 2개 있는 것인데 강 건너 터미널 근처에 있는 강구 시장도 매일 문을 여는 상설 시장이지만 3일과 8일에는 5일장도 같이 열리는 곳이다.

 

영덕대게로를 걷다가 영덕 블루로드와 해파랑길 표지판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을 오르는 걸음은 헉헉 거릴 수밖에 없다. 오늘 20코스 내내 오르락내리락할 것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저기 정자까지 가면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다 생각하며 힘을 내본다.

 

정자가 있는 언덕에서 바라본 강구 방파제 너머의 선물과도 같은 바다 풍경이다. 헉헉 거리는 거친 숨을 보상이라도  하듯 붉은 태양이 고개를 내밀기 직전에 이곳에 도착했다. 상상도 하지 못한 풍경을 선물로 받는다.

 

눈부신 태양이 고개를 내밀었다. 눈부신 아름다움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강구항 시가지를 붉게 물들이는 태양빛에 그저 입 버리고 감탄할 뿐이다. 입에서는 하얀 김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 순간에는 겨울 아침의 추위가 머물러 있을 곳이 없다.

 

정자가 있는 언덕을 지나 오르막 길을 조금 더 오르면 강구리 오십천 강변길에서 시작하여 강구 생활 체육공원을 거쳐서 산 반대편 바닷가 금진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만난다. 도로를 만나면 좌회전하여 등산로 입구로 이동한다. 

 

인도에 매립된 영덕 블루로드 안내판. 문화 생태 탐방로라는 길도 같이 가는 모양이다.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등산로 입구. 영덕 블루로드는 해파랑길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오늘 등산의 시작은 봉화산(141m) 능선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당분간은 "고불봉" 표지판을 따라가야 한다. 경사가 아주 급하지는 않아서 봉화산 능선으로 가는 길이 힘겹지는 않다.

 

얼마나 올라왔을까 뒤돌아 보니 따스한 햇빛이 등을 비추고 있었다. 조금 전에 지나왔던 도로도 이제는 안녕이다. 당분간 오로지 볼 수 있는 것은 숲 속의 나무와 풀, 그리고 바람뿐이다.

 

숲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붉은 태양빛에 지난밤 겨울 한기에 눌려 있던 숲 속의 생명들이 하나, 둘 깨어 난다. 이 트레킹 코스에서 계속 만나게 될 둥근 사각형 모양의 영덕 블루로드 명패. 크기가 큼지막해서 길에서는 가끔씩 뒤집어 있는 것들을 만날 때가 있다. 뒤집혀 있는 명패를 바로 잡아 주는 것도 재미있다.

 

봉화산 자락에 있는 강구 생활 체육공원도 살짝 그 존재를 나타낸다.

 

어느 정도 능선에 올라서면 체육 시설도 있고 경사도 험하지 않은 완만한 능선이 계속 이어진다.

 

이름 모를 분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을 지날 때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모여있는 경우라면 가족 들일 것이다. 비석도 없다면 서민들의 묘일 것이다.

 

바다가 보이지 않지만 숲의 좋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지루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오르막, 조금의 내리막이 반복되는 최고의 걷기 길이다.

 

중간중간에 있는 쉼터는 쉬엄쉬엄 커디션을 조절해 가면서 여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민둥산에서 이렇게 푸른 나무숲이 되기까지 사람도 자연도 많은 세월을 흘려보냈다.

 

봉화산 자락을 넘어가는 시간이 오전 9시를 바라보고 있다. 저 해가 중천을 지나 서쪽으로 내려갈 쯤이면 해맞이 공원에 도착해야 할 텐데, 무난해 보이기는 하지만 짧은 길이 아니니 부지런히 가야 한다.

 

영덕 블루로드 표지판에 번호가 있는 경우는 A~D코스 1~70번 주요 지점에 붙은 번호로 52번은 금진 구름다리를 나타낸다. A코스는 강구 터미널에서 영덕 해맞이 공원까지 해파랑길 20코스와 같이 가고 "빛과 바람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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