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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리 닻 전망대를 떠난 해파랑길 18코스는 월포 해수욕장을 거쳐 방어리에 이른다.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다시 내려와 전망대 아래를 지나 조경대 표지판 방향으로 이동한다.
해안과 숲길을 오가며 길을 이어간다. 구멍이 뽕뽕 뚫린 바위가 마치 중세 기사의 투구와 같다.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저 바위와 인사를 나누고 싶었을까 작은 돌멩이 하나씩을 바위 입에 물려주고 떠난 모양이다.
기암괴석의 해안이 계속 이어진다. 자신에게 박혀 있던 돌들을 오랜 세월 하나, 둘 떨구어 내고 쩍쩍 큰 틈까지 보이기 시작한 바위가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 한가운데서 소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키우고 있다. 뒤집어 보면 저 소나무가 바위틈에 뿌리를 들이밀면서 바위를 지독히도 괴롭히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산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이 꽁꽁 얼어붙었다.
두꺼비 바위. 모든 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모습이다. 가는 길 정면에서 볼 때는 저것이 두꺼비 바위라고!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했다. 그런데, 바위 바로 옆에서 보니, 소주병에 그려진 그 두꺼비 맞다! ㅎㅎ 두꺼비 바위라고 부를 만하다. 소주병에 새겨진 그 두꺼비가 워낙 익숙한 까닭일 것이다. 소주병에 두꺼비를 그려 넣은 이유는 장수와 번영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평양에서 처음 소주를 만들어 팔았다고 하니 이제 1백 년을 바라보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첫 상표는 두꺼비가 아니라 원숭이였고 도수도 35도에 이르렀다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원숭이가 두꺼비로 바뀌고 도수도 지금은 20도 아래의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고래잡이 하는 모습을 보던 곳이란 의미로 조경대라 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 흔적이 없지만 예전에는 큰 정자가 있어서 청하면의 과거 초시를 그 정자에서 보았다고도 한다. 유명한 인물과 연관성이 있는 장소로 바로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 겸재 정선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그가 국왕의 배려로 이곳 포항 청하 현감을 2년 동안 맡게 되는데 그 기간 동안 "청하읍성도"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남겼고 그가 여름이면 자주 왔던 장소 중의 하나가 바로 이곳 청하면 용두리의 조경대라는 것이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그의 작품 속에 있는 나무가 여전히 살아 있다니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진 지역이다.
표지판은 해안을 향하고 있지만 해안으로 들이치는 파도 때문에 여의치 않다. 때마침 표지판 바로 위로 산책길이 있으므로 산책길로 길을 이어간다.
작은 언덕을 올라 지나가는 지역은 양지 고개로 고개에 오르면 용두리 해변과 멀리 월포 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에 매여있는 해파랑길 리본을 보니 길은 제대로 가고 있다. 고개에서 다시 해변으로 내려간다.
양지 고개에서 내려오면 용두리 해변으로 가지 않고 포스코 월포 수련관 옆길을 통해서 20번 지방도로 나온다. 수련관 옆길로 나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걷는 건지, 뛰는 건지 움직이는 모양이 영 부자연스럽다. 사람이 가면 다가와 애교를 부리든지 아니면 얼른 도망갈 텐데 마음은 뛰어서 도망가고 싶은 모양인데 속도가 나질 않는다. 한동안 조금씩 따라가며 새끼를 데리고 있어서 그런 건지 다리를 다쳐서 그런 건지 살펴보았으나 아무래도 다리를 다쳐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돌아서 피해 갔지만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20번 지방도로 나오면 도로변 길을 따라서 용두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용두교까지 나아간다. 포스코 수련원 울타리와 향나무가 마치 하나 된 모양새다.
때로는 영일만 북파랑길 안내판과 해파랑길이 서로 다르게 안내하기도 한다. 해파랑길 화살표나 리본이 있으면 되도록 해당 표식을 따라가면 된다. 하지만 차이가 있더라도 곧 다시 만나므로 염려할 필요는 없다. 서정천을 건너는 용두교를 지나면 해안길로 우회전한다.
월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포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수욕장이라는 월포 해수욕장은 아주 가까운 위치에 월포역이 있어서 포항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정거장이면 올 수 있다. 접근성이나 편의시설, 숙박시설 등 여러모로 매력적인 곳이다. 해변은 차가운 겨울 날씨에 구름까지 많은 날이라 한적하다.
국토 종주 동해안 자전거길은 해파랑길과 거의 같이 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부 해안길과 산길은 도로로 가지만 이내 다시 해파랑길과 만난다. 그림은 해파랑길의 스탬프함과 같은 무인 인증 센터인데 센터 내부에 있는 QR코드를 촬영하거나 GPS와 함께 모바일 앱이 켜진 상태로 이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사이버 인증이 된다고 한다. 직전 포인트가 호미곶이고 다음 포인트가 우리가 2일 후에 도착할 영덕 해맞이 공원이다. 라이더들은 인증 스티커나 메달, 인증서 등으로 나름의 기념을 삼는 모양이었다.
월포는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가 있었다. 멸치 국수도 먹을 수 있었고 월포 반점에서 짜장과 짬뽕을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옆지기의 말씀에 따라 정성 식당이란 곳에서 한식 뷔페로 해결했다. 이 지역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이곳에 와서 점심을 먹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 시국이라 방역 패스도 찍고 들어 갔지만 사람이 많으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19.4Km에 이르는 해파랑길 18코스의 중간 지점에서 든든한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선다.
조형물에서는 월포를 달이 비치는 맑은 바다로 표현하고 있지만, 월포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 월아구라는 동네와 개포라는 동네 이름을 합쳐서 월포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넓은 모래사장의 월포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방어리 방파제 방향으로 가려면 청하천을 지나가는 해안길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갈매기를 형상화한 월포 다리가 이색적이었다.
월포 다리를 지나면 해안로를 통해서 방어리 방파제를 지난다. 방어가 잘 잡힌다고 해서 방어리라 불렸다고 한다. 원래의 해파랑길은 해안로 도로를 계속 따라가지만 북파랑길 표지판을 따라 포구 안쪽으로 들어와 걷는다.
방파제 끝까지 가면 갯바위 위로 조성된 데크길을 통해서 방어리 어항으로 갈 수 있다. 방파제에 그려진 다양한 색상의 돌고래 그림이 이채롭다. 방파제 전체가 다양한 고래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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