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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항을 떠난 해파랑길은 해안길을 따라 계속 걸어서 다무포 고래마을에 도착한다.

 

포스코 구룡포 수련원 근처에는 포항시 지속 가능 발전 협의회에서 조성했다는 해국 단지가 있었다. 5년이 넘었지만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안내판 속의 "지속 가능 발전"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Sustainable Development"라는 영어를 번역했기 때문에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고 조금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대에도 나에게도 좋은 착한 개발"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현재 세대를 위한 개발이 후대가 누릴 환경, 사회, 자원, 경제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우리도 좋고 후대도 좋은 개발을 하자는 이야기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성을 높이며, 나무를 심고 위의 그림처럼 지역에 자생하는 식물을 보존하는 등의 노력이 모두 지속 가능 발전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지속 가능 발전 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지속가능 발전법"도 제정해 두고 있다. 17개로 대표하는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 빈곤층 감소와 사회안전망 강화
- 식량안보 및 지속 가능한 농업 강화
- 건강하고 행복한 삶 보장
-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 성평등 보장
- 지속 가능한 도시와 주거지
- 좋은 일자리 확대와 경제성장
- 산업의 성장과 혁신 활성화 및 사회기반시설 구축
- 모든 종류의 불평등 해소
-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 건강하고 안전한 물관리
- 에너지의 친환경적 생산과 소비
- 기후변화와 대응
- 해양생태계 보전
- 육상생태계 보전
- 평화, 정의, 포용
- 지구촌 협력 강화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는 구호처럼, 크게 보면서 나라 별로, 지역 별로, 마을 별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적절한 것을 찾아 행동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모든 나라와 모든 국민이 이런 생각으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겨울로 접어든 12월 초에도 여전히 꽃을 버티고 있는 해국이 고맙다. 해국의 꽃말이 "침묵"이라는데 세찬 바닷바람과 파도에도 불평이나 짜증 대신 침묵하며 기다리는 해국과 같은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불혹과 지천명의 나이를 지났지만 여전히 기다림과 침묵에 익숙지 않은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포스코 구룡포 수련원을 지나면 멀리 석병리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가끔씩은 양쪽 방향으로 아무런 포인트도 적혀있지 않은 투박한 해파랑길 표지판을 만난다. 표지판처럼 스마일로 넘어간다.

 

삼정리에서 석병리로 넘어가면서 잠시 일출로 도로변을 걷는데 석병리 방파제 방향으로 다시 마을길을 걷는다. 석병리 방파제 앞으로는 약 3백여 미터의 아담한 모래 해변이 있었다. 잔잔한 물결에 멀리서도 속이 훤히 보이는 바다가 매력적이다.

 

석병리 방파제에 이르면 해안으로 축양장이 있어서 더 이상 해안길로는 가지 못하고 방파제 뒷산을 넘어서 가야 한다.

 

방파제 뒷산을 넘어가면서 바라본 해안가의 축양장 모습.

 

바위들이 펼쳐진 석병리 해안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석병리 해안으로는 펜션과 오토캠핑장도 많지만 자갈밭에 텐트를 친 야영객들도 많았다. 이곳 포항이 남한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도시라면, 석병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는 마을이다. 

 

남한의 가장 동쪽에 있는 석병리의 해안선은 온통 바위이다. 마을 이름인 석병리(石屛里)는 바위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석병 2리의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초겨울 이곳에서는 한창 엿기름을 만들고 있다. 엿기름이라고 부르지만 오일의 "기름"이 아니다. 어르신들은 엿질금이라고도 부르고 식초나 술을 만드는 레시피에는 맥아라고 적는다. "기르다"라는 의미에서 엿기름이라 했다는 것이 다수설이라 한다. 싹을 내면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많아지는데 이 성분이 녹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식혜, 조청, 고추장을 만들 때 많이 사용하고 외국의 경우에도 맥주, 위스키를 만들 때 사용한다. 엿기름에 있는 효소가 녹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면 알코올을 만드는 효모가 포도당을 먹고 술을 만드는 것이다. 겨울에 해파랑길을 걸으니 이런 풍경도 만날 수 있다.

 

선사시대에 바위에 구멍을 파면서 무언가를 기원했다는 석병리 성혈 바위다. 인위적으로 파낸 구멍인 성혈은 바위 남쪽과 위에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험악한 주둥이를 떼어내고 해풍에 말리고 있는 아귀의 모습. 포항에서는 가자미, 과메기, 오징어 말리는 풍경도 자주 만날 수 있지만 가끔은 저렇게 아귀를 만나기도 한다. 주인장의 성격에 따라 내장만 손질하고 통으로 말리기도 하지만 어떤 분은 날카로운 주둥이만 살짝 떼어내는 주인장도 있고, 그림처럼 주둥이를 과감히 잘라내시는 분들도 있다. 꾸덕꾸덕 말린 아귀와 푸짐한 콩나물, 그리고 빠져서는 안 되는 미더덕이 들어간 아귀찜을 상상해 본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석병 2리의 방파제를 지나면 언덕으로 조성된 대형 카라반 캠핑장 앞을 지난다. 카라반 차량 옆에 개별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이 독특해 보였다. 캠핑 분위기이지만 호텔 같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의도이지 않은가 싶다. 캐러밴(Caravan) 또는 카라반은 낙타나 말에 물건을 싣고 초원이나 사막을 누비던 대상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카라반 하면 대상이 아니라 차로 끌고 다니는 여행용 트레일러를 떠올릴 정도로 대중화된 모양이다. 기존 승합차나 트럭을 개조하는 캠핑카의 형태도 있고 카라반, 캠핑용 트레일러, 여행용 트레일러라고 부르는 것들은 다른 차량이 끌고 다니는 형태이다. 카라반은 동력이 없어 끌고 다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승합차 수준의 자동차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 도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탈출구와 같은 역할을 하겠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바위 투성이 해안 위로 맑은 하늘에 한줄기 구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안길을 벗어나면 다무포 고래마을로 가는 길에 솔숲이 있는 신동재라는 작은 고개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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