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쿠르메이유에서 시작하여 이탈리아와 스위스의 경계인 페레고개(Grand Col Ferret, 2,537m)를 지나 라 파울리(La Fouly)에 이르는 TMB 걷기 5일 차 여정은 이제 후반으로 접어듭니다. 라푈레 목장 및 산장(Gite Alpage de la Peule)에서의 충분한 휴식 시간 이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는데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던 소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의 지시에 따라서 소몰이 개가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소를 모는데 실력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가끔 어떤 소는 개가 쫓아다니며 짖어 대는 게 싫은지 뿔을 흔들며 개를 위협하지만 소몰이 개는 아랑곳 하지 않고 소를 몰았습니다. 소목에 달린 워낭 소리, 소몰이 개가 짖는 소리가 섞이며 평화로웠던 계곡은..
페레 고개(Grand Col Ferret, 2,537m)에서의 달콤한 휴식을 뒤로하며 짧았던 이탈리아에서의 이틀 여정도 안녕입니다. 페레 고개에서 라푈레 목장 및 산장(Gite Alpage de la Peule)까지는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완만한 내리막 길이 산허리를 타고 이어집니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보니 마음도 편안하고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완만한 내리막길 너머로 계곡 건너편에는 몽 뗄리에(Monts Telliers, 2,951m)와 그 뒤로 하얀 봉우리를 뽐내는 3천 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턱 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이곳이 스위스임을 알리는 하얀색 기둥에 빨간색 줄을 그은 길 표식.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모두 TMB 길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도 길 표식만큼은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행자..
TMB 걷기 5일 차의 고비인 엘레나 산장(Refuge Hélène, 2,061m)에서 페레 고개(Grand Col Ferret, 2,537m)를 오르기를 시작합니다. 경사도가 조금 있는 5백여 미터의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엘레나 산장 근처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기쁨은 두 배가 된다고 했나요? 자연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많이 올라왔는지 엘레나 산장이 아득하게 내려다 보입니다. 페레 고개에 가까워졌는지 지난겨울의 눈을 아직도 머리에 이고 있는 봉우리들이 가까워 보입니다. 헉헉대며 오르고 있는 등산로를 산악자전거로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스릴도 좋지만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위협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
상쾌한 날씨로 시작한 TMB 걷기 5일 차는 발 페레 산장(Chalet Val Ferret, 1,784m)에서 엘레나 산장(Refuge Hélène, 2,061m) 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입니다. 엘레나 산장까지는 급하지 않은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지만 좀 더 편한 길을 가고 싶다면 엘레나 산장까지 이어진 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오전의 눈부신 햇살이 따갑기보다는 그저 찬란할 뿐입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구간을 지날 때 난감한 문제 중에 하나는 인사말 선택이었습니다. 프랑스 지역에서는 봉주흐(Bonjour) 하면 대부분 서로 인사가 되었는데 이탈리아 쪽에서는 봉주흐에도 굿모닝에도 다른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건 뭐지? 하며 당황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본조르노(Buon giorno)라는 이..
TMB 걷기 5일 차는 페레 고개(Grand Col Ferret, 2,537m)를 통해서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여정입니다. 이탈리아 구간은 어제 베니 계곡(Val Veny)에서 버스를 타고 쿠르메이유(Courmayeur)로 넘어온 것처럼 다시 버스를 타고 페레 계곡(Val Ferret)으로 이동하여 걷는 만큼 이탈리아로 들어오거나 나가는 고개만 걷는 셈입니다. 맑게 개인 하늘이 몽블랑 남쪽 해발 1,200m에 위치한 이탈리아 최고의 산악 리조트 지역인 쿠르메이유(Courmayeur)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 줍니다. 4일 차 숙소였던 호텔 발리 블랑쉬(Hotel Vallée Blanche)에서의 아침 식사는 오래간만에 즐기는 만찬이었습니다. 풍성한 아침 식사를 즐기고 나온 여유있는 TM..
미아지 산장 앞에 있는 라 비자이(La visaille, 1,659m) 버스 정류장에서 승차한 버스는 베니 계곡(Val Veny) 캠핑장에서 여러 사람을 내리고 태운 다음에는 베니 계곡을 따라 내리막 길을 곡예하듯 내려갑니다. 창 밖으로 들어오는 계곡 풍경을 20여분 감상하다 보면 금방 계곡 아래 마을에 도착하는데 계곡길과 시내 도로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라 삭스 폰탈(La Saxe Pontal) 정류장에서 버스를 하차했습니다.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 까르푸 익스프레스가 있는 곳입니다.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숙소까지 약 2Km 내외를 걷다가 중간에 있는 슈퍼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옆지기도 힘들어 하고 해서 까르푸에서 필요한 것을 구매하고 숙소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
TMB 걷기 4일 차의 마지막 걷기는 콩발 산장(Cabane du Combal) 앞 갈림길에서 고갯길을 오르는 등산로 대신 베니 계곡(Val Veny) 따라 라 비자이(La visaille, 1,659m) 버스 정류장까지 도로를 걷는 것입니다. 경사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포장도로를 여유를 가지고 걷는 평화로운 길이었습니다. 갈림길에서 베니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버스 정류장으로 갈 수 있고 좌측으로 오르면 콩발 산장과 호수로 가는 길입니다. 깊은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오후 3시 30분이 지나는 시각, 베니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콩발 산장으로 가는 일련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콩발 산장에서 오늘 밤을 보내고 내일은 세이..
엘리자베타 산장(Refuge Elisabetta, 2,197m)에서의 중요한(?) 용무를 끝낸 옆지기와 저는 서둘러서 TMB 걷기 4일 차를 마무리하기 위한 길을 나섭니다. 쿠르메이유(Courmayeur)까지 계속 걷는 것이 아니라 라 비자이(La visaille)에서 버스를 타고 쿠르메이유까지 이동할 예정인데 막차가 19:40이라 버스 시간은 여유가 있지만 한 시간에 한대인 버스 시간에 맞추어 숙소에서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조급 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엘리자베타 산장에서 미아지 호수까지 가는 길도 위의 사진처럼 산장 근처에서의 내리막 길을 벗어나면 평탄한 계곡 지대의 도로를 걷습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널찍한 길을 걷는데 경사길을 보완하느라 열심인 공사 차량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TMB 걷기 4일 차는 이제 완만한 내리막 길을 여유 있게 내려갑니다. 위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양쪽에 높은 봉우리들을 두고 계곡을 따라 내려갑니다. 라 카제르메따 산장(Rifugio La Casermetta, 2,365m)을 떠날 때는 의도치 않게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과 길을 함께 걷게 되었습니다. 교사로 보이는 인솔자가 뒤를 따라가고 산악 가이드로 보이는 두어 명의 여성이 이 그룹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극기 훈련 같은 것을 다녀가는 모양인데 중간에 한두 명이 넘어지거나, 처지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게 길을 이끌고 가더군요. 터프한 산악 가이드였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산과 친하고 과잉보호가 아니라 나름의 강한 삶을 개척하도록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프랑스, 이..
클래식 TMB경로가 아닌 GR5 경로 중에 있는 로베르 블랑 산장을 출발하여 프랑스-이탈리아 국경인 세이뉴 고개를 지나서 이탈리아 쿠르메이유까지 이동하는 TMB 4일 차 걷기는 세이뉴 고개를 앞둔 지점까지 왔으니 큰 고비는 넘긴 것입니다. 14Km가 넘는 걷기 일정 중에서 눈길과 암벽 타기, 쇠줄 타기가 있었던 초반 4Km의 난 코스를 지나왔기 때문에 남은 거리가 10Km가 넘기는 하지만 완만한 내리막 길이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은 없는 길입니다. 쇠줄을 붙잡으면서 절벽을 타고 오르면 완만한 내리막 아래로 멀리 세이뉴 고개가 보입니다. 저희 TMB 걷기 일정중에는 계속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조금 흐린 지 아침에는 눈이 내렸고 세이뉴 고개에 이르니 강한 바람과 함께 안개가 자욱합니다. 아무래도 고개가 구름..
글레이셔 빙하(Le glacier des Glaciers) 아래 부분을 가로지르는 과정에서 망가진 출렁다리 덕택에 없어진 길을 등산화를 물에 적셔가며 겨우 건넜는데 TMB 걷기 4일 차는 이제 산등성이를 하나 넘고 계곡을 가로지러 다시 산등성이를 하나 오르면 위험한 구간은 완전히 벗어나서 세이뉴 고개에서 클래식 TMB 경로와 합류하게 됩니다. 길 없는 계곡을 뚫고 지나오니 드디어 쇠줄을 붙잡고 지나야 하는 구간이 나타납니다. 무거운 배낭을 뒤에 매달고 쇠줄을 타는 것은 보기와 달리 긴장감 가득이었습니다. 다행히 손아귀의 힘은 누구 못지않은 옆지기도 차분하게 잘 따라 오릅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가파른데 아무런 장치가 없는 구간보다는 나았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가파른 산비탈을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더라도 길의..
로베르 브랑 산장에서 시작하여 프랑스-이탈리아 국경인 세이뉴 고개를 넘어 이탈리아 쿠르메이유까지 가는 TMB 걷기 4일 차 일정은 한 여름밤에 내린 눈으로 시작부터 난관이었지만 일단 부딪혀 보자! 하는 각오로 걷다 보니 경로의 상당 부분을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분의 도움도 있었지요. 저희 앞에서 길잡이처럼 앞서 가시던 팀도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노란색 두 줄짜리 표식을 따라서 글레이셔 빙하 하단 지역을 통과하는데 폭포 앞에서 표식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등산로 흔적을 찾아보니 폭포 건너편으로 바위에 표시된 두 줄짜리 표식과 망가진 출렁다리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눈사태로 다리가 완전히 망가진 모양이었습니다. 문제는 도통 폭포를 넘어설 길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도착했던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 2,750m)에서의 하룻밤은 감사와 3일 연속 산장에서 묵는 강행군의 피곤함 속에 잠을 잔 건지, 그냥 쓰러진 것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물을 갈아먹어서인지, 체력 소모에 비해서 영양 섭취가 부실해서였는지 속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산장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인가 걸을 힘이 보충되는 것은 그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프랑스-이탈리아 국경인 세이뉴 고개(Col de la Seigne, 2,520m)까지는 약간의 내리막과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고도입니다. 북쪽으로 글레이셔 침봉(Glaciers, 3816m)을 보면서 글레이셔 빙하(Le glacier des Glaciers)의 아래 부분을 가로..
TMB 3일 차 걷기는 정말로 파란만장했습니다. 눈 비탈에서 굴러 떨어지다가 겨우 목숨을 부지한 행운으로 손등이 다치고 무릎이 긁힌 것은 로베르 블랑 산장에 도착한 이상 영광의 상처일 뿐입니다. 엉덩방아로 넘어지고 긁히고 스틱이 구부러 지는 것은 그저 하찮은 일일 뿐입니다. 정식 TMB길이 아니기에 등산로 표식을 찾아 길을 헤매며 요새와 같은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 2,750m)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녁 8시가 넘는 시간에 산장에 도착했으니 산장의 저녁 식사는 모두 끝난 시각이었지만 젊은 산장 지기는 산장 생활에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직전 산장이었던 본옴므 산장에 비해면 작은 산장이기에 등산화와 스..
클래식 TMB가 아닌 경로를 10Km 내외로 걸었던 TMB 걷기 3일 차도 이제 마무리되어 갑니다. 몽 통뒤(Mont Tondu, 3,196m) 자락을 넘어서 글레이셔봉(Glaciers, 3,816m) 자락에 위치한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에 도착합니다. 체력이 달리는지 이제는 백보 걷고 잠시 쉬고, 백보 걷고 잠시 쉬는 거북이 걸음이 이어집니다. 벨라발 계곡에 있는 아주 작은 호수를 지나 몽 통뒤 산자락을 약 백여 미터 완만하게 오르면 잠시 동안 산허리를 걷습니다. 위의 산허리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방향의 모습입니다. 파란 하늘, 흰 구름, 검은 바위산과 하얀 잔설, 초록빛 들판까지 어떤 곳에도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태초의 지구를 바라보는 듯합니다. 드문드문 ..
클래식 TMB가 아닌 경로를 걷고 있는 TMB 걷기 3일 차는 두려움과 놀라움과 감격이 이어지는 길입니다. 푸흐 북쪽 봉우리(Tete Nord Des Fours, 2,756m)를 지나서 벨라발 봉우리(Têtes des Bellaval)를 앞에 두고 산 허리를 걷다가 벨라발 봉우리를 지나서 산허리를 따라 벨라발 계곡을 지납니다. 푸흐 북쪽 봉우리(Tete Nord Des Fours, 2,756m)를 지나면서 발므 산장 쪽의 계곡을 바라본 풍경입니다. 산등성이에서 깎여나간 돌과 바위들이 산 무더기입니다. 눈 앞에서 길을 탁 막아 버린 바위 덩어리. 이걸 어떻게 넘으라고! 몇 걸음 앞에서 보면 난감하지만, 또 막상 바위 앞에서 길을 찾아보면 사람들이 지나간 갈 만한 길들이 있습니다. 바위를 넘으니 돌길 너머로..
TMB 3일 차 걷기를 시작합니다. 모험과 스릴, 공포와 기도, 절망과 기쁨이 함께 했던 경로입니다. 클래식한 TMB 경로가 아니다 보니 TMB 표지판도 없고 미리 준비한 GPS 경로가 담긴 스마트폰 지도와 돌무더기나 바위에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진 두 줄짜리 표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경로입니다. 한 가지 더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도 있기는 합니다. 본옴므 산장(Refuge de La Croix du Bonhomme, 2,477m)은 여러 갈래의 길이 연결되는 지점에 위치한 산장으로 저희처럼 TMB를 역 시계 방향으로 걷는 분들의 경우 3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산장에서 바로 본옴므 고개(Col de La Croix du Bonhomme)를 통해 하산하는 방법으로 이 산장에서 머물지 않는 ..
드디어 TMB 2일 차 걷기의 마지막 단계인 본옴므 고개에서 본옴므 산장까지 가는 길이 남았습니다. 지도에서 보듯이 경사는 급하지 않지만 본옴므 교차로까지 산허리를 고도를 높이며 걷고, 교차로에서 산장까지는 내리막을 약간만 걸으면 됩니다. 길은 어렵지 않은데 날이 쌀쌀한 데다가 몸이 지쳐서 상당히 힘들었던 구간입니다. 본옴므 고개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세찬 바람과 함께 엄숙함이 분위기를 지배합니다. 날씨도 춥고 바람도 세차서 몇 사람이 들어가서 쉴 수 있는 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대피소는 의자만 있고 별다른 시설이나 장치는 없는 그야말로 오늘 같은 날을 위한 장소였습니다. 다행히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만의 휴식처로 잠시 동안 머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한 청년이 들어왔는데, 공간이 ..
17Km가 넘는 거리를 주파해야 하는 TMB 걷기 2일 차의 마지막 고비입니다. 고도 1,210m의 노트르담 예배당에서 시작한 오르막을 이어가서 2,329m의 본옴므 고개(Col du Bonhomme)에 도착하면 큰 고비는 넘긴 것입니다. 조베 평원에서의 쉼을 뒤로하고 다시 오르막을 오릅니다. 신발을 벗고 조베 호수에서 얼음 계곡물에 살짝살짝 발을 담그다 보니 산 그림자가 햇빛을 가려 금방 쌀쌀한 기운이 밀려옵니다. 오후 2시 10분이 지나는 시각, 10여분의 휴식을 접고 우측의 TMB 경로 표지판을 따라 본옴므 고개를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이곳은 조베 호수로 가는 갈림길인데 좌측의 조베 호수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그냥 따라 가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조베 평원 위로는 양 떼들을 방목..
낭보랑 산장(Refuge de Nant Borrant, 1,459m)을 지난 TMB 2일 차 걷기는 중반 넘어서고 있습니다. 날이 맑은 만큼 이제 알프스의 강한 햇빛도 감내해야 합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숲은 없어지고 햇빛을 그대로 받아야 합니다. 나중에 보니 팔 토씨를 착용한 부분은 괜찮은데 챙이 긴 모자를 착용했어도 얼굴과 종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선크림 바르기 싫어하는 필자도 나중에는 챙겨 발랐습니다. 낭보랑 산장을 떠난 여정은 얼마가지 않아 "Nant du Lancher"라는 이름의 급류를 하나 지납니다. 산 꼭대기에서 내려온 이 급류 또한 봉넝강으로 합류합니다. 낭보랑 산장 이후 얼마간은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길로 고도를 높이지만, 이 구간을 지나면 한동안 평탄한 오르막길, 넓은 초원길을 걷습..
트휙 산장에서부터 레 꽁따민느(Les Contamines)까지의 내리막 길과 평탄한 레 꽁따민느 시내를 걷은 다음은 오늘의 목적지인 본옴므 산장까지 이어지는 오르막 길입니다. 노트르담 예배당(Eglise de notre Dame de la Gorge, 1,210m) 앞에는 널찍한 잔디밭이 있는데 잔디밭에 놓인 야외 테이블에서 넉넉한 쉼을 갖고 이제 오르막 길에 나섭니다. 이곳은 관리를 깔끔하게 잘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작은 지붕을 가진 공간은 쓰레기통으로, 저희가 있을 때 보니 작은 밴이 와서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수도 있고 조용하고, 휴식에 참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노트르담 예배당을 지나면 위의 지도에서 보듯이 낭보랑 산장(Refuge de Nant Borrant,..
트휙 산장에서 본옴므 산장(Refuge de La Croix du Bonhomme)까지의 16.8Km를 걷는 TMB 2일 차를 걷고 있습니다. 여정은 트휙 산장을 떠나 레 꽁따민느(Les Contamines) 시내까지 내리막 길을 내려오는 1단계를 끝내고 레 꽁따민느-몽주와 트리니티 성당 앞 벤치에서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다음, 평탄한 레 꽁따민느 시내를 걷는 단계에 들어섭니다. 길에는 아침 산책을 나온 주민들과 TMB 걷기에 나선 배낭족이 반반입니다. 강변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흙과 잔디가 조화롭게 관리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이목을 끄는 것은 검정 바닥의 자전거 연습장이었습니다. 산악자전거가 유명한 동네이니만큼 어릴 적부터 저런 곳에서 연습하는가 보다 라고 생각되었습니다. ..
어제저녁 좋지 않은 몸 상태로 겨우 겨우 저녁을 먹고 취침에 들었던 옆지기가 오늘 아침에는 걸을만하다며 씩씩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면 편하지도 않고, 샤워를 할 수도 없는 열악한 산장에서의 하룻밤도 사람의 몸을 저렇게 회복시킨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TMB 이틀 차는 16.8Km라는 상당히 긴 거리를 걸어 본옴므산장(Refuge de La Croix du Bonhomme)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단 트휙 산장을 떠나 레 꽁따민느(Les Contamines) 시내까지 내리막 길을 내려가는 것이 1단계이고, 평탄한 레 꽁따민느 시내를 걷는 2단계, 본옴므 고개까지 오르막을 오르는 마의 3단계, 그리고 고개에서 산장까지가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단계인 레 꽁따민느 시내까지는 위의 지도의..
TMB 1일 차 숙소는 트휙 산장(Auberge du Truc, 1,750m)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지리산의 산장이나, 설악산의 산장에서 머문 적은 있었지만 나이 들고, 그것도 부부가 함께한 산행에서, 그것도 알프스의 산장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하는데, 출발 전부터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저희는 28명이 같이 묵는 숙소에 식사(하프 보드) 없이 숙박만 1인당 16유로에 예약했는데 어차피 샤워는 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묵을만했습니다. 샤워는 할 수 없었지만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세면실이 바로 옆에 있어서 좋았습니다. 오후 4시쯤 산장에 도착하니 벌써 도착해서 씻고,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2층 침대가 여러 개 배치되어 있는 구조인데 특이하게도 한 칸에 두 명씩 눕는 방식이었습니..
미아주 산장 옆 빙하수가 흐르는 개울가에서 발을 담그며 신선처럼 휴식을 취한 저희는 미아주 산장을 뒤로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트휙 산장으로 향합니다. 산장 옆으로 흘러 내려가는 빙하수는 생기가 넘치고 밋밋한 푸른 언덕을 배경으로 한 산장의 모습은 고즈넉합니다. 산장 입구 표지판 앞에서 갈 길을 확인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벼운 차림의 모습입니다. 가벼운 차림은 두 가지의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근처에서 TMB 경로를 따라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일주하지 않고 당일 코스로 다녀가는 사람들인 경우입니다. 다른 한 경우는 TMB 일주는 하지만 저희처럼 무식하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숙소 간의 짐 운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로 물이나 간식처럼 걷기에 꼭 필요한 것만 가볍게 들고 다닙니다. 저..
트리코 고개에서 오늘 남은 길 전체를 바라보며 점심도 먹고 푹 쉬다 보니, 고개를 내려가기도 전인데 벌써 "다 왔다!" 하는 마음에 발걸음은 가볍고 마음에는 여유가 넘칩니다. 시간상으로도 거리상으로도 여유를 가질 만 하긴 합니다. 마음에 여유가 넘치니 자연스레 눈에는 더 많은 알프스의 야생화가 들어 옵니다. 점나도나물(Cerastium)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식물의 한 종류입니다. 꽃잎이 두 갈래로 갈라져 쥐의 귀를 닮았다 해서 영어로 "alpine mouse-ear"라고도 합니다. 이쁜 꽃입니다. 가끔은 엉겅퀴 꽃처럼 우리들판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꽃들도 만납니다. 왠지 반가운 느낌입니다. 7장의 잎을 가진 식물도 앙증맞은 꽃들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 들판에서는 흰색 꽃을 피우는 토끼풀이..
TMB(뚜르 드 몽블랑) 걷기는 "고개 넘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고개 하나를 넘으면 하루의 여정이 끝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탈리아와 스위스, 스위스와 프랑스가 만나는 국경도 모두 고개입니다. 고개를 오를 때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달래며 자신과의 싸움을 묵묵히 감당해야 하지만 일단, 고갯마루에 올라 서면 탁 트인 전경과 함께 해냈다는 쾌감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번 TMB 걷기에서 처음으로 만난 고개인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2,120m)에서 가진 휴식은 정말 꿀맛과 같이 달콤했습니다. 웃통을 시원하게 벗어던진 채로 망원경으로 전망을 감상하고 계신 노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우리도 저 나이에 자연을 만끽하며 도전하고 있을지? 휴망 계곡(Com..
레 우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벨르뷰(Bellevue)부터 걷기를 시작한 TMB 1 일차는 1,700m~1,800m 사이의 산허리를 걸어서 비오나세이 빙하(glacier de Bionnassay)를 건너는 출렁다리(Passerelle du Glacier)를 지났고 잠시 내려갔다가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2120m)까지 약 400m를 쭉 올라갑니다. 위의 지도처럼 계곡을 걷는 길입니다. 봉우리에는 흰구름이 걸려 있고 한쪽에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있고 다른 한쪽에는 푸른 풀밭과 새파란 하늘이 열려있으니 헉헉 거리며 걷는 중에도 그저 "환상적이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휴망 계곡(Combe des Juments)의 온갖 야생화들은 걸음을 멈춰 카메라를 들이 대기에 충분한 매력이 ..
벨르뷰(Bellevue)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바라본 샤모니 계곡의 모습입니다. 동계 올림픽의 발상지 이기도 하고 산악 스포츠의 메카와도 같은 도시가 산 위에서 바라보니 작은 마을처럼 보입니다. 여름에는 넓은 목초지이지만 겨울에는 스키어들에게 환상적인 놀이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TMB 걷기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커플의 모습입니다. 케이블카를 같이 탔던 사람들은 군대로 치자면 군생활을 같이 시작한 동기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TMB를 같이 시작한 것이니까요. 자연스럽게 며칠간 계속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 커플은 저희와 산행 속도도 방식도 비슷해서 첫날은 숙소만 다를 뿐 계속 만났습니다. 1801m 벨르뷰(Bellevue)에서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TMB 1일 차 날이 밝았습니다. 7월 12일 오전 샤모니의 기온은 외투를 챙겨 입을 정도로 쌀쌀했습니다. 숙소 바깥에 걸린 온도계는 13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구름이 조금 있지만 맑은 하늘에 화창한 날씨입니다. 주인장이 히말라야에 다녀왔는지 5색 깃발을 걸어 놓았습니다. 티베트, 인도, 네팔 등에서 걸어 놓는 룽타(風馬)라는 것인데 것인데 불교가 세상에 전파되기를 염원하는 것이라 합니다. 토스트와 커피, 마들렌으로 먹는 아침식사입니다. 각자 알아서 자유롭게 챙겨 먹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금 분주하기는 했지만 자신 취향대로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부다비, 두바이, 제네바에 이르는 동안 이틀 만에 여유 있게 누리는 아침입니다. 숙소 뒤편에는 작은 정원과 데크가 있었는데 그곳에서..